몬스터 네임플레이트 정보수준 조절

디지털 쓰레기는 과연 쓰레기로 정의해야 할까?에 이어 글 쓸 거리를 요청해서 얻은 ‘몹 네임플레이트 와 hp같은 정보는 어느 시점에 (혹은 거리에서) 어떠한 정보량으로 보여줘야 하는지 어떨까요.‘에 대해 제 의견을 정리했습니다.

몬스터 네임플레이트는 몬스터 머리 위에 몬스터 이름, 체력, 레벨, 기타등등의 정보를 표시하는 인터페이스입니다. 대미지폰트와 함께 플레이에 따른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중요한 도구인데요, 몬스터 네임플레이트는 복잡한 상황을 쉽게 요약하는 도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너무 많이 표시되면 성능에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중요한 시각 정보를 가리거나 화면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MMO 개발팀에서 네임플레이트 디자인은 처음부터 어떤 의도나 체계를 가지고 시작되지 않는 경우를 더 많이 봐 왔습니다. 개발 초반에 일단 몬스터 이름과 현재 체력을 표시하게 해 놓고 시간이 한참 흐르면 어느 순간 네임플레이트가 개발 초반에 만들어 둔 그 인터페이스 그대로 유지되어도 괜찮은지 판단할 순간이 옵니다. 이 때 네임플레이트 인터페이스를 시각적으로 보강하기 전에 네임플레이트 표시 규칙과 정보량을 조정하는 목표가 수립되어 기획팀에 도착합니다. 오늘은 몬스터 네임플레이트 표시 규칙과 네임플레이트에 표시할 정보를 결정하는 과정을 제 마음대로 설명할 겁니다. 제 마음대로인 이유는 게임 장르와 개발팀 내 협업부서 구성원들의 플레이 경험에 따라 취향이 상당히 갈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처음부터 의도를 가지고 동작하는 메커닉이 아니었다 하더라도 나중에 의도를 부여하면 됩니다. 게임에 따라 유저에게 부여할 경험이 상당히 다른데 가령 리니지 시리즈는 몬스터 네임플레이트에 체력 정보가 없습니다. 미리 공략을 찾아보지 않았다면 처음 보는 몬스터를 공격할 때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또한 한 전투가 끝나기 전에도 이 전투를 계속해야 할 지 아니면 도망쳐야 할 지를 계속해서 판단해야 합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핵 앤 슬래시 장르로 한 번에 여러 몬스터를 몰아서 잡아야 합니다. 여러 몬스터를 동시에 상대하므로 이들 하나하나에 대미지가 얼마나 들어가는지, 이들 각각의 남은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 이번 전투의 진행 경과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좁은 지역에 많은 몬스터가 동시에 나타나므로 이들의 네임플레이르를 한번에 표시하기에 어려움이 있어 많은 정보를 표시할 수 없습니다. 디아블로는 장르의 특성 상 많은 정보를 표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디아블로 이모탈 사례를 살펴보면 잡몹은 네임플레이트에 다른 정보 없이 체력만 나옵니다. 플레이 해 보면 남은 체력 이외 다른 정보가 없어도 플레이에 지장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여러 몬스터의 체력 정보와 내 상태를 비교해 전투를 계속할지, 도망칠지, 지금 포션을 쓸 지 말 지를 결정하기에 충분합니다. 체력만 표시하기 때문에 동시에 몬스터가 많이 모여도 성능 문제가 생길 우려가 적습니다. 잡몹은 전투 시작 전에 네임플레이트를 표시하지도 않으며 플레이어로부터 멀어지면 사라집니다.

핵심은 유저에게 지금 필요한 정보만 제공하는 것입니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몬스터 외형 이외에 다른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몬스터가 나를 공격하러 다가오고 있고 스킬을 사용하려고 한다는 것은 네임플레이트 없이도 알 수 있는 정보입니다. 네임플레이트에 흔히 표시되는 정보 하나하나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몬스터 이름. 게임에 따라 몬스터 종류가 중요해서 항상 이름을 표시해야 하던 시대도 있었지만 현대에는 자동퀘스트나 퀘스트가이드 등 퀘스트 진행을 돕는 보조 인터페이스가 있어 몬스터 이름을 유저가 직접 구분할 필요가 적습니다.

체력. 몬스터는 플레이어로부터 공격을 받아 대미지를 입기 전까지는 체력을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몬스터가 대미지를 입으면 그때부터 체력을 표시하면 됩니다. 체력이 표시된 여러 몬스터의 네임플레이트는 이번 전투의 진행상황을 표시하는 역할을 합니다. 몬스터가 플레이어로부터 멀어지면 한동안은 상호작용이 일어나지 않을 테니 체력을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플레이어 주변의 일정 반경 밖으로 나간 몬스터의 네임플레이트를 숨겨 정보량을 조절해야 합니다. 이 몬스터가 다시 반경 안에 들어오더라도 플레이어와 다시 상호작용 하기 전까지는 다시 네임플레이트를 표시할 필요도 없습니다.

레벨. 몬스터의 강함을 바로 알 수 있도록 레벨이나 강한 정도를 픽토그램으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오픈월드에서 진행되어 플레이어가 게임 진행상황에 관계 없이 세계 곳곳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게임이라면 이런 장치가 유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 몬스터에게 공격을 받아 그 자리에서 죽어 별로 유쾌하지 않은 사망 패널티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 알아서 조심해서 다니도록 만드는 장치입니다. 게임 진행에 따라 달 수 있는 장소가 제한되거나 던전이 플레이어의 강함에 따라 자동 조정되거나 던전 진입 인터페이스로부터 필요한 레벨이나 전투력을 미리 알 수 있다면 네임플레이트에 몬스터의 강한 정도를 중복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퀘스트 몬스터. 리니지 시리즈나 제2의나라에서는 네임플레이트에 퀘스트 몬스터인지 여부를 표시합니다. 실은 자동퀘스트에 의해 잘못된 몬스터를 공격할 일이 없으니 불필요한 정보입니다. 하지만 전투 스텝이 끝나면 그 자리에서 자동전투를 계속할 경우 언뜻 봐서는 퀘스트가 완료됐는지 여부를 구분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이 때 퀘스트 몬스터 표시에 의해 이 표시가 여전히 떠 있다면 퀘스트를 진행 중이고 이 표시가 사라졌다면 스텝 목표를 완료한 다음 자동전투를 하고 있음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다만 퀘스트 몬스터를 ‘특정 지역 몬스터 전체’나 ‘세계의 모든 몬스터’로 설정하면 주변 모든 몬스터의 네임플레이트에 퀘스트 몬스터 인디케이터가 표시되어 과도한 정보를 표시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제 몬스터 네임플레이트 정리 업무로 돌아가 기획서를 작성해 봅시다. 먼저 몬스터 네임플레이트에 표시할 정보 목록 전체를 나열합니다. 현재 지역, 몬스터 이름, 체력, 디버프, 레벨, 퀘스트몬스터 인디케이터 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이들 중 플레이에 정말 필요한 정보만을 남깁니다. 하나씩 살펴봅시다. 현재 지역 정보를 표시해야 할까요? 표시한 사례가 있긴 하지만 현재 위치는 이미 미니맵에 표시되고 있습니다. 몬스터 이름이 필요한가요? 자동퀘스트를 통해 퀘스트를 진행하므로 유저가 직접 네임플레이트를 통해 몬스터 이름을 정확히 식별할 필요가 없습니다.

디버프 정보가 필요한가요? 종종 이미 디버프가 이펙트를 통해 표현됨에도 굳이 아이콘을 통해 중복 표현하라는 요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이미 이펙트로 표현되는 정보를 중복 표기할 필요는 적습니다. 만약 아이콘이 더 알아보기 쉽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면 이는 이펙트 시인성 개선 업무입니다. 네임플레이트 정리 업무에 섞이면 안됩니다. 레벨 정보가 필요한가요? 혹시 던전 입구에 요구 전투력이 표시되어 있거나 월드맵의 지역 이름 밑에 권장 레벨이 표시되어 있나요? 만약 그렇다면 이미 같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겁니다. 네임플레이트에까지 중복해서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퀘스트 몬스터 인디케이터가 필요한가요?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를 터치하면 이미 자동으로 몬스터에게 달려가 공격하지 않던가요? 자동퀘스트 시스템이 없어도 미니맵에 퀘스트 몬스터를 빨간색 점 또는 노란색 점으로 구분할 수 있도록 표시하지 않던가요? 혹시 그렇다면 네임플레이트에 이 정보를 중복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체력 정보만 남는데 체력 정보 역시 항상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이 일어난 대상의 체력정보만 필요합니다. 상호작용은 플레이어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중 사거리가 가장 긴 스킬의 최대 유효거리 안에서만 일어납니다. 가령 폭탄을 15미터까지 던질 수 있고 폭탄이 터지면 반경 4미터 안에 대미지를 준다면 최대 19미터 바깥에 있는 대상과는 영원히 상호작용 할 일이 없습니다. 이 거리를 네임플레이트 표시 거리라고 해보겠습니다. 이 반경 안에 있더라도 플레이어로부터 공격 받은 적이 없다면 체력 정보 역시 표시할 필요가 없는데 어차피 100%이기 때문입니다. 이 규칙을 깨는 유일한 사례는 상대가 미션 크리티컬한 몬스터(보통 보스)일 때 뿐입니다.

핵 앤 슬래시 장르에서는 플레이어와 상호작용이 일어났더라도 몬스터가 네임플레이트 표시 거리 밖으로 나가면 더 이상 네임플레이트를 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같은 몬스터가 다시 네임플레이트 표시 거리 안에 들어오더라도 네임플레이트를 표시할 필요가 없는데 유저 입장에서는 네임플레이트 표시 거리 바깥에 나갔다 들어온 몬스터는 새 몬스터와 별로 다르지 않으며 이들을 구분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훨씬 더 적은 상대가 나오며 이들 하나하나를 주의 깊게 상대해야 하는 장르라면 거리와 관계 없이 모든 대상의 네임플레이트를 상시 표시해야 할 겁니다. 자. 지금까지 설명한 시나리오에서는 네임플레이트에 체력 정보만 표시하며 이 체력조차 상시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 결론의 핵심은 장르에 맞게 현재 필요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네임플레이트는 다른 담당자들이 만들어 놓은 다른 인터페이스를 건드리기 위한 귀찮은 협업 없이 정보를 표시하기 쉬운 자리이지만 몬스터 하나하나의 머리 위에 나타나야 하므로 잘 생각해야 하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네임플레이트에 표시하려고 마음 먹은 정보는 같은 정보가 혹시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해 이미 유저에게 전달된 상태가 아닌지 검토해 보고 그렇지 않을 때만 표시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네임플레이트는 플레이어와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대상에게만, 또한 이미 상호작용이 일어난 대상에게만 표시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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