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교체 과정의 또 다른 불만
지난 배터리 교체 후 14개월만에 또 배터리를 교체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배터리 교체 경험도 썩 유쾌하지 않았는데 무엇 때문이었는지 생각해 봅니다.

지금도 이제는 출시된 다음 시간이 좀 지난 아이폰 14 프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후 여러 차례 새 버전이 나왔고 여러 가지 개선사항이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 개선사항이 또 다시 수 백 만원을 지출할 정도로 매력적이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최근에는 애플 인텔리전스라는 기능을 대대적으로 광고하고 있지만 이 글을 쓰는 시점에는 아직 한국어를 지원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그들이 광고한 것 만큼 잘 동작하지 않으며 설사 그들의 광고대로 동작한다 하더라도 그리 의미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 것 같아 보입니다. 개인적으로 컨플루언스 위키에 함께 제공되는 아틀라시안 인텔리전스의 도움을 받고 있고 또 정신 차려보니 구글을 안 쓰고 있었다에 소개한 대로 전화 회사에서 1년 동안 써 보라고 준 퍼플렉시티의 도움 역시 받고 있습니다. 이전에 구글을 사용하던 것과 같이 그저 질문을 할 뿐이지만 이전에는 구글이 보여주는 링크 하나하나를 살펴보고 직접 결론에 도달해야 하는데 비해 이제는 기계가 첫 번째 결론에 스스로 도달해 줘 시간을 크게 절약해 줍니다. 또 단순한 작업을 수행하는데 필요한 짧은 코드를 바닥부터 작성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가령 지라에 검색하기 위해 JQL을 작성한다면 이전에는 바닥부터 타이핑 하기 시작해야 했지만 이제는 기계에게 요구사항을 말하면 기계가 결과를 돌려줍니다. 이 결과는 제 요구사항과 일치하지 않거나 제가 제공하지 않은 정보에 해당하는 동작을 빠뜨리고 있지만 구문 전체를 직접 작성하는데 비해 한 번 작성된 구문을 수정하는 쪽이 훨씬 편하고 또 더 빨리 목적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 인텔리전스는 광고 대로, 그리고 한국어를 지원하더라도 썩 인상적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합니다.
여튼 그래서 아직도 출시된 지 시간이 지난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전에는 약 2년 정도가 지난 다음에야 배터리 수명이 급격히 감소해 왔던 것에 비해 이번 아이폰은 첫 사용부터 1년이 좀 넘게 지난 다음 배터리 수명의 급격한 감소가 찾아왔습니다. 배터리 수명이 80% 미만으로 감소했고 서비스를 받으라는 메시지가 나타났습니다. 이미 보증은 끝나 있었고 이대로 초고속 충전 기능이 생긴 아이폰을 사용하느냐 아니면 돈을 내고 배터리를 교체하느냐 중 하나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배터리 수명이 급격히 감소한 상태인 아이폰은 1%에서 잠깐 동안 충전 패드에 올려 놓으면 순식간에 25%로 충전되는 기적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 상태로 집어 들어 아주 잠깐만 사용하면 다시 5%로 감소하기는 했지만요. 지난번 배터리를 교체할 때 ‘개인정보 노출 없이 배터리만 갈고 싶은데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애플스토어에 배터리 교체를 요청하면 마치 내가 그 동안 그들이 만든 완벽한 기계를 얼마나 엉망으로 사용해 왔는지 판정하는 재판관처럼 내가 직접 실행할 수 없는 신기한 진단 과정을 수행하고 또 매의 눈초리를 한 채 아이폰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작은 라이트를 꺼내 충전 포트와 심카드 슬롯을 살펴보며 아주 작은 먼지 한 톨이라도 있으면 수리를 거절할 것처럼 굴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직접 내 아이폰 찾기 설정을 끄고 넘겨 준 제 아이폰은 사실 그 안에 저장된 정보에 접근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 이론적으로는요. 그래서 배터리 교체 과정에 제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제가 수사기관에 제 폰을 넘기는 것이 아닌 이상에는요.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저에게 아이폰을 돌려준 분이 제가 배터리 레벨을 확인하는 그 잠깐 사이에 살펴본 제 앱 목록에 대해 이야기한 경험은 사실 그 분 입장에서는 스몰톡의 영역이었겠지만 제 기준에서는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배터리를 교체한 아이폰을 돌려 받을 때 배터리는 12개월 동안 보증이 제공되기 때문에 그 안에 문제가 생기면 언제든지 찾아와 무상으로 배터리를 교체하면 된다는 굉장히 믿음직스러운 말을 들었습니다만, 배터리를 교체하고 11개월이 되었을 때 배터리 레벨은 수리를 요구할 수 있는 수준인 79%에 1%를 남겨 놓은 80%에 도달했습니다. 지금까지 배터리 수명이 감소해 온 추이를 고려하면 12개월이 되기 전에 79%로 감소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상하고 신기하고 또 한편으로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랜 기간 동안 수리를 요청할 수 없는 80%에 머무른 채 3개월 동안 유지되었습니다. 제가 그 사이에 아이폰을 이전과 똑같이 사용했는데도요. 그리고 처음 이 아이폰을 구입한 다음 13개월이 흘러 보증이 끝나자마자 배터리 레벨이 80% 미만으로 감소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전 배터리를 교체하고 14개월이 흘러 보증이 끝나마자나 배터리 레벨이 78%가 되었습니다.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고 만약 그랬다면 지난 배터리게이트와 비슷한 난리가 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배터리 레벨이 80%에서 79%로 감소했음을 표시할 때 만약 배터리 보증이 남아 있어 배터리를 무상으로 교체할 수 있는 상태이면 보증 기간이 끝날 때까지 이를 정확히 표시하지 않는 어떤 메커닉이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이폰들의 배터리가 교체되고 있을 테고 제가 겪은 것은 그 중 고작 두 번일 뿐이지만 이 경험은 썩 기분 좋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현재 저는 아이폰을 구입할 때 들어 있던 배터리를 포함해 새 번째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사이에 거의 30만원에 달하는 돈과 몇 시간을 배터리 교체를 기다리는데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지난 배터리 교체 때와 마찬가지로 스토어에 아이폰을 맡기는 경험은 이 과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그다지 유쾌한 경험은 아닙니다. 지난 배터리 교체 경험을 설명할 때도 배터리 교체 과정을 의체 교체 경험에 빗대어 이야기했는데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현대에 제 아이폰은 사실상 저 자신 이상입니다. 이 기계가 없으면 저는 제가 저 자신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도 없고 아이폰을 스토어에 넘겨 주기 직전까지 연결 되어 있던 모든 주체로부터 연결이 끊어집니다. 모든 메시지, 타임라인에 접근할 수 없게 될 뿐 아니라 가장 간단한 정보조차 얻을 수 없게 되는데 가령 배터리를 교체하는 시간 동안 어딘가 들어가 앉아 기다릴 장소를 검색할 수도 없게 됩니다. 가까운 카페는 어디에 있는지, 주변에 뭔가 구경하며 시간을 보낼 만한 장소가 있는지 이전 같으면 그냥 마치 내 뇌를 사용하는 것처럼 검색하고 다음 행동을 결정할 수 있었지만 더 이상 그럴 수 없습니다. 심지어 배터리 교체가 끝났다는 연락조차 받을 수 없기에 약속 시간은 배터리 교체가 끝난 시점이 아니라 배터리 교체가 끝났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으로 설정됩니다. 저는 퇴근 후 애플스토어에 오후 8시 경에 도착했는데 이 곳은 오후 10시까지 운영되고 원칙적으로는 오늘 당장 배터리를 교체할 수 없다고 표시되지만 억지로 밀어 넣어 오늘 안에 배터리를 교체 받기를 원한다면 마감 10분 전, 그러니까 9시 50분에 돌아오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또한 보증 기간이 끝났기에 약 15만원 상당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안내도 받았습니다.
폰이 없는 채 애플스토어 근처에서 두 시간 동안 기다리는 건 별로 좋은 경험이 아닙니다. 제가 예상한 기다림은 한 시간이었고 저는 딱 거기까지만 각오했습니다만, 그 시간이 갑자기 두 배 가까이 늘어나자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한 시간 정도는 대충 근처에 있는 서점 따위를 돌아다닐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곳 역시 슬슬 문을 닫을 시간이었고 어느 카페에 들어가 시간을 보내려고 생각해보니 카페인 음료를 마시기에는 너무 늦었습니다. 또 뭔가를 마신다 하더라도 폰 없이 도대체 자리에 앉아 뭘 할 수 있을까요. 따뜻한 음료가 담긴 잔을 두 손으로 잡고 잔을, 그 안에 든 음료를 노려볼 수야 있겠습니다만 그런다고 해서 시간이 더 빨리 흐르지는 않습니다. 머리 속에 여러 오픈월드 게임에서 시간을 미래로 보낼 수 있는 기능이 있음을 잠깐 떠올렸지만 제가 사는 세계에 그런 기능은 없었습니다. 두 시간 중 일부는 근처 서점에서, 그리고 남은 시간은 주변을 배회하기로 합니다. 항상 집과 회사를 오갈 뿐인 일상이어서 그 경로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장소를 돌아다닐 일이 거의 없기에 실은 평소에 다닐 일이 없는 거리를 걸으며 사람들을 살펴보고 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충분히 재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춥다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기나긴 시간을 보낸 다음 제 배터리 요청을 받은 스탭이 힘 주어 말했던 ‘아홉시 오십 분’애 딱 맞춰 애플스토어에 돌아왔습니다. 매장에 손님은 아무도 없어 보였고 스탭들 일부는 매장을 정리하고 나머지는 슬슬 남은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퇴근하는 중이었습니다. 배터리가 교체된 제 아이폰을 들고 나온 테크니션은 오늘 안 오시면 어떻게 하나 걱정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아니 이 시간에 오라고 한 것은 여러분들이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 말이 상황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기에 말하지 않았습니다.
배터리가 교체된 아이폰을 돌려 받고 교체 비용을 지불하는데 몇 분이 걸렸습니다. 이미 너무 늦은 시간이어서 서둘러 아이폰을 케이스에 밀어 넣고 스토어를 떠났습니다. 요즘 배터리 화재 사고가 자주 발생하다 보니 거의 충전하지 않은 상태로 운반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돌려 받은 아이폰은 15% 까지만 충전된 상태였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시간 동안 멍하니 지하철 바깥의 공허를 바라보는 일을 피하기에는 충분해 보였습니다. 이렇게 저는 이번 아이폰을 사용하며 새 번째 배터리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벽에 기대 메일을 열었는데 거기에는 늘 그렇듯 제가 확인할 수 없더라도 어쨌든 배터리 교체가 끝났고 와서 찾아 가면 된다는 메일이 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메일이 도착한 시각은 그렇잖아도 썩 좋지 않은 기분을 조금 더 악화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저는 오후 8시 경에 스토어에 도착해 8시 15분 경에 배터리 교체 요청 절차를 마치고 스토어를 나섰습니다. 그 때 받은 안내는 앞선 수리 건이 있어 두 시간 정도 소요되기 대문에 오후 9시 50분에 돌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배터리 교체는 그들이 안내한 시간보다 좀 더 빨리 끝난다는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 날 따라 제 안내를 맡은 스탭이 꽤 힘주어 오후 9시 50분이라고 말해 정말 그 시간에 맞춰 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배터리 교체가 완료되었다는 메일은 제가 매장을 떠나고 35분이 지난 오후 8시 50분에 도착해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저는 이 날 1시간 동안 전뇌가 제거된 채 거리를 배회할 이유가 없었고 또 제 아이폰을 돌려준 테크니션으로부터 걱정을 들을 필요도 없었던 겁니다. 당혹스러웠습니다.

당혹스러운 점은 또 있었습니다. 수리를 맡기기 위해서는 애플 계정 정보를 사용해 내 아이폰 찾기 기능을 해제해야 합니다. 그래서 항상 수리를 마친 다음에는 다시 이 기능을 활성화 하곤 했습니다. 보통 수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하곤 했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행동하려 했는데 제 아이폰은 이전에 본 적 없는 새로운 상태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Ready for Repair or Trade In’이라고 표시되어 있었는데 이 메시지를 처음 보지만 아마도 배터리 교체를 위해 이 상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 상태를 해제할 수 없었습니다. 설명 대로 이 상태에서도 아이폰은 딱히 제한된 기능 없이 멀쩡하게 동작했지만 한 가지 다른 점은 제 애플 계정으로부터 아이폰을 제거하는 버튼이 비활성화 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이 때 한 예상은 마감 시각 직전에 제가 아이폰을 급하게 찾아 나오느라, 또 그 테크니션도 급하게 절차를 수행하느라 이 가칭 수리 모드를 해제하지 않은 채 저에게 폰을 돌려줬다는 것입니다. 일단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지장이 없고 또 제 계정으로부터 아이폰을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이 지금 당장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다음에 시간이 날 때 다시 한 번 매장에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한 주가 지난 다음 가족의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하러, 그리고 여분의 에어팟 고무 팁을 구입하러 매장에 찾아가 이 상태에 대해 설명하고 이를 해제해 달라고 했지만 아무 조치도 취할 수 없었습니다. 매장에 있던 직원들 중 누구도 이 상태가 된 아이폰으로부터 상태를 해제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이 없었고 심지어는 이 모드에 진입한 아이폰을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들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로부터 자기들이 사용하는 개인 아이폰을 이 상태로 만들어볼 수는 있었는데 재미있게도 그들 역시 수리 모드가 된 개인 아이폰을 수리 모드로부터 해제하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대상 아이폰을 수리 모드에 진입하도록 할 때 기간이 표시되는데 아마도 그 기간 동안에는 수리 모드가 유지되는 것 같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정보는 그들이 알 수 있을 뿐 사용자에게는 안내 되지 않으며 저는 그 동안 아이폰을 제 애플 계정으로부터 제거할 수 없고 또 위 그림의 메시지를 계속해서 봐야 하는 상태에 놓입니다. 이 글을 쓰는 시점은 배터리를 교체한 시점으로부터 2주, 스토어에 가서 이 상태에 대해 질문한 시점으로부터 다시 1주가 지났습니다만, 지금도 이 상태는 유지되고 있습니다. 지금 까지 배터리를 교체해 오면서 처음 보는 상태와 처음 보는 메시지인데 정작 애플스토어에서 일하는 스탭들조차 이 상태에 대해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 실망스러웠습니다.
14개월 전 배터리 교체 경험과 마찬가지로 이번 배터리 교체 경험도 유쾌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12개월 동안 보증하는 배터리는 의심스러울 정도로 80%에 고정된 채 몇 달 동안 유지되다가 보증이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79%가 되었습니다. 압니다. 일부러 그러지 않았을 거라는 것 압니다. 다만 이 동작이 너무나 인위적인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사실 이 현상에 온 정신을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통계적으로 문제 없는 상황을 이상하게 해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압니다. 3년차에 세 번째 배터리를 사용하며 여러 시간과 수 십 만원을 추가 지출했지만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대에 그만큼 아이폰에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고 또 현대 배터리 기술이 그 정도의 사용 시나리오를 1년 동안 안정적으로 유지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거의 유일한 연락 수단을 수리하기 위해 그들로부터 제거하면서 지나치게 넉넉하게 약속 시간을 설정하는 것은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가족의 자동차를 수리하기 위해 센터에 가면 자동차를 수리하는 동안 기다릴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무료로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전자기기를 충전할 수도 있습니다. 수리 준비가 될 때, 그리고 수리가 끝난 다음에 연락을 받은 다음 자동차를 가지고 돌아가면 됩니다. 하지만 애플스토어에는 그럴 공간이 전혀 없습니다. 매장 전체가 제품 전시장으로 운영되고 그 일부에서는 각각의 이벤트와 프로그램이 운영됩니다. 매장 어디에도 기다릴 수 있을 만한 공간이 없습니다. 물론 기기들을 구경하며 잠깐 서 있을 수 있겠지만 두 시간 동안 그러기는 무리입니다.
이전에 여러 번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하며 오직 아이폰 배터리 교체 상황에서 연락을 받기 위해 애플워치 셀룰러 모델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도 있습니다만, 과도한 생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데 채 5초가 걸리지 않았습니다. 매 번 아이폰 배터리를 교체하기 위해 아이폰을 저로부터 떼어 놓기가 점점 더 힘들어진다고 느낍니다. 순식간에 모든 연락을 받을 수 없고 모든 타임라인을 읽을 수 없으며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로부터 차단됩니다. 주변에 있는 장소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고 카페에 들어가 신용카드로 음료를 주문할 수는 있겠지만 음료를 마시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활동을 할 수도 없습니다. 심지어 그들이 배터리 수리를 완료했다는 연락을 받을 방법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번 현재 배터리 기술에 머무르며 이 배터리가 약 14개월에 한 번 저를 이런 불안정한, 이전에 의체 교환에 비유한 그런 상황에 빠뜨리기를 반복한다는 점은 아직 다음 배터리 교체나 아이폰 교체가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지금부터 그 상황에 대한 걱정을 하게 만듭니다. 아마 14개월 후의 저는 지금보다 좀 더 강하게 이 기계에 연결되어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배터리 기술은 여전히 그대로일 테고 애플스토어가 갑자기 수리가 완료되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줄 것 같지도 않습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다시 14개월 정도 지나면 배터리는 교체를 요하는 상태가 될 겁니다. 그 때의 저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디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고 알맞은 시간에 돌아와 제 모든 전뇌 기능을 수행하는 장치를 돌려받아야 할까요. 벌써 부터 걱정입니다.
아. 제가 매장에 방문했을 때는 비전 프로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제품들은 다른 제품과 달리 전시용으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합니다. 직접 사용해 보고 싶으면 체험 세션을 예약한 다음 시간에 맞춰 가면 사용해볼 수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나중에서야 곰곰이 생각해보니 매장에서 시간을 보낼 마땅한 곳이 없는 상황일 때 그 자리에서 비전 프로 체험 세션을 예약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침 비전 프로를 영상으로만 봤을 뿐 실제로 사용해본 적은 없었거든요. 1년 뒤에도 이 제품이나 이와 비슷한 체험 세션을 제공하는 제품이 있을른지 모르겠지만 만약 그렇다면 다음번에는 배터리를 교체하는 동안 저로부터 모든 통신 수단이 제거된 상태일 때 매장 안에서 일어나는 체험 세션에 참여하는 것이 어떨까 싶은 생각입니다. 14개월이 지난 다음 이 이야기를 또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 여전히 제 아이폰은 수리 모드입니다. 이 모드로부터 언제,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는지는 저도 모르고 스탭들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