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nking Machine 블로그 소개

게임 만드는 사람이 말하는 본격적인 게임 개발 이야기, 소프트웨어 개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Thinking Machine 블로그 소개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김우진이고 2005년부터 온라인 게임의 게임디자이너로 일해 오고 있습니다. 커리어 초반의 짧은 기간을 빼면 주로 시스템디자인으로 구분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중간에 석 달쯤 쉰 적이 있을 뿐 큰 공백 없이 계속 일해 와서 이제 일한 기간이 20년을 조금 넘겼습니다. 그래서 여느 게임디자이너에 비해 적어도 시스템디자인이라는 좁은 영역에 한해서는 의미 있는 경험을 제법 해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처음에는 MMO 게임을 만드는 데 기여하면서 커리어를 시작해 TPS, 모바일 수집 게임, 리니지라이크 게임 등에 참여했습니다. 주로 하던 일은 내부 고객을 대상으로 서로의 생각을 통역하고 게임을 설계하면서 프로덕션 구간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돕는 쪽이었습니다. 다만 이 '통역사'라는 자리가 요즘 어떻게 위태로워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통역사가 사라지는 자리에서'에 따로 적어 두기도 했습니다.

지금 보고 계신 웹사이트는 'Thinking Machine'이라는 이름의 블로그입니다. 어떤 새로운 사실을 전달하기보다는 제 경험에서 비롯된 생각을 나열하는 데 집중하다 보니 이 과정이 마치 계속해서 생각을 거듭하는 기계에 가깝지 않나 싶어 붙인 이름입니다. 과거에는 약 2년 동안 뉴스레터를 운영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뉴스레터를 중단하고 블로그로만 운영합니다. 뉴스레터로 전달했던 글들은 로그인하시면 모두 보실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디자인 특히 시스템디자인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글의 범위는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한계돌파'나 '여러 가지 천장', '소탕권의 역사와 미래'처럼 가챠와 라이브 서비스의 메커닉을 뜯어보는 글이 여전히 한 축이고 여기에 '개인 백업 전략'이나 '백업 전략 회고 (2025)'처럼 홈랩과 백업을 직접 돌리면서 겪은 일, 기계와 함께 일하는 방식에 대한 회고, 그리고 '지옥의 묘사'처럼 게임 바깥의 책이나 문화를 게임 만드는 사람의 눈으로 다시 읽어 보는 비평까지 함께 다루게 되었습니다. 요즘 부쩍 늘어난 것은 마지막 두 갈래입니다. 클로드 같은 기계와 함께 일하는 마음에 대해서는 '기계와 함께'에, 그동안 어디에 어떻게 기계를 써 왔는지는 'AI 활용 회고 (2025)'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글을 쓰는 방식 자체도 지난 몇 년에 걸쳐 제법 달라졌습니다. 한동안은 그날그날 떠오른 생각 하나를 짧게 적어 거의 매일 올리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발행 빈도는 줄고 한 편의 길이는 해마다 거의 두 배씩 늘어 이제는 한 주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긴 분석문을 띄엄띄엄 올리는 쪽으로 기울었습니다. '더 적게, 더 깊게'라고 줄일 수 있을 듯합니다. 관심사도 그 흐름을 따라 옮겨 다녔습니다. 초기에는 '2023년 직업생활 회고'처럼 제가 다니던 회사의 마일스톤이나 '양산형' 모바일 게임 개발을 비평하는 글이 많았다면 점차 게임 메커닉의 역사와 장르 전체를 훑는 거시적인 글로, 다시 게임 바깥의 책과 문화를 끌어오는 비평이나 홈랩·백업처럼 손으로 직접 돌리는 작업의 기록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습니다. 글의 온도도 달라졌습니다. 초기의 글은 화가 나면 화가 났다고 적고 마무리에 ':)' 하나를 붙이던 가공이 덜 된 뜨거운 쪽에 가까웠습니다. '2022년 직업생활 회고'에는 회사에서 울었던 날을 그대로 적어 두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그때보다 한결 차분하고 종합적입니다. 단정적으로 칼을 내리기보다 '이런 편이 더 잘 맞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도로 여지를 두고 닫는 글이 되었습니다. 어느 쪽이 더 나은지는 잘 모르겠고 그저 같은 사람이 나이를 먹어 가면서 쓰는 방식이 천천히 식어 온 기록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계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생긴 변화 하나는 손에 맞는 도구가 없을 때 그냥 직접 만들어 쓰는 버릇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클로드 같은 기계와 함께 일하는 방식은 '기계와 함께'에, 그 기계가 결국 다음에 올 한 조각을 맞추는 자동완성에 가깝다는 생각은 '자동완성'에 적어 두었습니다. 이렇게 코딩 에이전트에 기대다 보니 예전 같으면 불편을 참거나 남이 만든 것을 어렵게 맞춰 쓰던 일도 이제는 필요한 도구를 그때그때 직접 만들어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한두 해 동안 이렇게 만든 개인 프로젝트가 제법 쌓였습니다. 성격에 따라 크게 세 갈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제 일상을 편하게 하려고 만든 터미널 도구들입니다. 15년 넘게 맡겨 온 백업을 스스로 검증하려고 Arq 7 포맷을 바이트 단위로 해부해 만든 validator, reader, writer·TUI인 arq-backup-tui, 느리거나 끊기는 네트워크에서도 수만 파일 단위의 긴 작업을 청크로 쪼개 도중에 끊겨도 이어받는 퍼포스 클라이언트 p4v-tui, 윈도우가 섞인 원격 환경에서 tmux 를 설치·설정하기가 번거로워 파이썬만으로 돌아가게 다시 짠 tmux 유사 멀티플렉서 pytmux, 후잉 가계부를 터미널에서 빠르게 다루려고 만든 whooing-tui 같은 것들입니다. 모두 제가 겪던 구체적인 불편에서 출발했고 지금도 제 일상에서 매일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arq-backup-tui·pytmux·whooing-tui 는 깃헙에 공개해 두었고(pytmux 는 소개 사이트도 따로 있습니다) p4v-tui 는 아직 저만 쓰는 도구라 장래 공개를 준비하면서 다듬고 있는 단계입니다. 대부분 제가 쓰려고 만든 물건이라 거칠지만 같은 불편을 겪는 분께는 출발점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둘째는 홈서버 자체를 돌보는 관리 도구입니다. 맥OS 도커 데스크톱으로 돌리는 1인 홈서버의 도커 스택·디스크·백업·터널·퍼포스 서버를 한꺼번에 감시하다가 문제가 생기면 안전한 것은 스스로 복구하고 그렇지 않은 것은 텔레그램으로 알려 원격 조작을 맡기는 파이썬 수퍼바이저 docker-monitor가 그것입니다. 매주 재해 복구 드릴을 자동으로 돌려 백업이 실제로 복원되는지까지 검증합니다. 이때 앞의 arq-backup-tui 를 읽기 엔진으로 끌어다 씁니다. 지금도 제 홈서버에서 하루 종일 돌아가면서 홈랩을 지키고 있습니다. 코드는 깃헙에 단방향 스냅샷으로 공개해 두었습니다.

셋째는 저만 쓰는 도구가 아니라 누구든 브라우저로 열어 볼 수 있게 실제로 띄워 둔 서버 권위(server-authoritative) 시뮬레이션 둘입니다. 하나는 실측 천체와 궤도역학, 광속 한계·시간지연 같은 상대론까지 방치형 항해로 체험하는 우주 유영 시뮬레이션 space이고 다른 하나는 여왕개미 한 마리에서 시작해 콜로니가 굴을 파고 역할을 나누고 커지는 과정을 2D 단면·3D 그래픽으로 지켜보는 개미집 시뮬레이션 ants입니다. 물리·시뮬레이션 계산은 서버가 맡고 화면 표현만 클라이언트가 맡는 같은 골격을 공유하는 자매 프로젝트이고 둘 다 지금 각자의 주소에서 라이브로 서비스 중입니다. 다만 앞의 도구들과 달리 아직 깃헙에는 올리지 않았습니다.

이런 것들을 만든 과정의 일부는 '방주' 같은 글에 따로 적어 두었습니다.

지난 상당한 기간에 걸쳐 살펴봐도 적어도 한국어권에서는 게임 프로젝트 개발, 게임디자인, 특히 시스템디자인을 두고 저와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블로그는 많지 않아 보입니다. 정말 드물다 보니 혹시 저와 비슷한 일을 하고 계신 동업자라면 제 생각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스템디자이너라는 직군과 그 커리어에 대한 생각은 '한국 게임회사 시스템디자이너 포트폴리오와 커리어 관리'에 길게 풀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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