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lo Essential 카메라 교체는 실패했고 이 제품은 사기다

구독을 강제하는 제품을 명확한 고지 없이 판매한다면 이건 사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Arlo 제품군은 사기성이 짙습니다.

Arlo Essential 카메라 교체는 실패했고 이 제품은 사기다

공동주택에서 자기 집 외부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인 여러 가지 법률을 위반하기 때문에 함부로 결정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여러 해 전 이사해 온 집은 구조가 좀 희한한 모양이어서 공동주택임에도 불구하고 집 외부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는 장점처럼 보이지만 단점에 더 가까웠는데 보안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말은 그 공간이 보안 상 취약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가령 일반적인 복도식 아파트는 집 밖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할 수 없거나 굉장히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설치할 수 있는데 이는 달리 생각해보면 복도 공간이 완전히 노출되어 있기 때문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해야 할 필요가 적습니다. 계단식 아파트 역시 비슷한 문제가 있는제 집 밖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려면 최소한 계단을 공유하는 다른 집의 동의를 얻어야 할 뿐 아니라 설치 위치에도 큰 제한을 받습니다. 이 역시 계단이 복도식 만큼은 아니지만 노출되어 있기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할 이유가 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집 구조 상 외부에 잘 노출되지 않으면서도 집에 속하지는 않아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모호한 공간이 있다는 점은 이 공간에 대한 보안 문제를 고려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 전 이 공간에 보안 카메라를 설치하기로 결정하고 제품을 알아봤고 당시 넷기어라는 회사에서 출시한 보안 카메라인 Arlo라는 제품을 선택합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보안 카메라 및 다른 간이 보안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넷기어로부터 분리되어 회사 이름을 Arlo Technology로 바꾼 모양입니다.

한편 이 회사 제품을 선택한 이유는 일단 그 시대에 얼마 되지 않는 개인이 큰 비용을 들이지 않는 범위 안에서 설치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기도 했고 또 하드웨어 뿐 아니라 앱, 웹 모두를 제공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이런 서비스가 이 업계에서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지만 이 카메라를 구입하기 위해 조사할 때는 그저 외부 전원을 받아 상시 녹화하고 이를 메모리 카드에 저장하는 것이 고작인 제품들마저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명색이 보안 카메라인데 저장 매체에 외부에서 직접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은 제 관점에서 그냥 말도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물론 카메라를 공간의 양쪽 방향을 바라보도록 설치해 누군가 카메라에 물리적으로 접근한다면 이를 알 수는 있었지만 이 행동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면 보안 카메라로써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다행히 당시 Arlo는 카메라를 통해 얻은 영상을 클라우드 서버에 기록하고 앱과 웹을 통해 이 영상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카메라 자체에 메모리 카드를 꽂을 필요가 없었고 꽂을 방법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또 당시 비교한 제품들에 비해 하드웨어 완성도가 더 나은 편이었다는 점 역시 이 제품을 선택하게 만든 이유입니다. 그래서 Arlo Pro 카메라 두 개와 베이스 스테이션을 구입해 설치했고 이 환경은 지난 몇 년 동안 멀쩡하게 동작합니다.

이 카메라의 가장 큰 특징은 완전히 무선으로 동작한다는 점입니다. 일단 전원 없이 배터리로만 동작하는데 이를 위해 항상 녹화하는 대신 다른 센서를 사용해 움직임이나 소리를 감지할 때만 켜져 영상을 녹화하고 이벤트가 끝나면 다시 영상을 녹화하지 않는 방식으로 전원을 절약해 배터리만으로도 동작할 수 있습니다. 제조사 주장으로는 6개월쯤 동작한다고 했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니 집 앞에서 일어나는 집에서 사람이 나오고 들어가거나 뭔가 배달되거나 공과금 검침원이 계량기를 확인하러 오는 등의 일상적인 이벤트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3개월 정도는 확실히 유지되었습니다. 그러니까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살다가 약 석 달에 한 번 배터리를 충전한 다음 다시 설치해 두면 된다는 의미입니다. 애초에 이 제품이 복잡한 전기, 네트워크 배선을 하지 않고 설치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기에 본격적으로 전원을 공급하기 위한 조그만 태양광 패널을 판매하기도 했지만 태양광 패널에 대한 신뢰가 전혀 없기도 하고 또 이 제품을 구입해 실제로 사용해 본 여러 사람들이 실제 환경에서 잘 동작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태양광 패널을 구입하지는 않습니다. 보안 카메라에는 전원 뿐 아니라 네트워크 연결도 필요한데 앞서 저가 제품들이 그저 메모리카드에 영상을 기록하는 역할을 할 뿐이어서 보안 목적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카메라 자체에 영상을 기록할 곳이 없다면 영상을 어디론가 보내야 했고 여기에는 네트워크가 필요합니다. 처음 구입했던 Arlo Pro는 베이스 스테이션을 인터넷에 연결해 두면 베이스 스테이션 스스로가 네트워크를 형성해 이 반경 안에 있는 카메라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처리하는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그래서 카메라는 전원 케이블 없이, 그리고 네트워크 케이블 없이 그냥 카메라를 벽에 설치하기만 하면 동작했습니다. 벽에 붙일 여러 방법이 있었고 카메라를 안전하게 설치하기 위해서는 콘크리트 벽에 구멍을 뚫어야 했지만 좀 부담스러워서 양면테이프로 자석 방식의 마운트를 벽에 단단히 붙인 다음 카메라를 붙여 놨는데 지난 몇 년 동안 사용하면서 딱 한번 카메라가 떨어져 2미터 이상 추락해 바닥에 떨어진 일이 있었지만 문제는 이게 다였습니다.

제조사는 카메라에 마이크와 스피커가 장착되어 있어 카메라로써 동작 뿐 아니라 양방향 통신도 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한국 환경에서 이런 기능을 사용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합니다. 모든 배달원들은 너무나 바빠 카메라와 이야기할 틈 같은 것이 있을 수 없었고 또 구조 상 모호한 공간에 설치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이 공간은 근본적으로 공용 공간이므로 카메라의 존재를 대놓고 광고할 이유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메라에 있는 스피커를 완전히 끄고 단지 마이크와 카메라만 켜 뒀는데 이는 대체로 잘 동작하기는 했지만 항상 켜져 있는 카메라와는 달리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고 이를 해결할 수가 없었습니다. 일단 모션 센서와 마이크를 통해 움직임과 소리를 감지하면 녹화를 시작했는데 아무리 빨리 녹화를 시작한다 하더라도 이벤트가 시작되는 순간과 녹화가 시작되는 순간 사이에는 시차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녹화된 이벤트를 살펴보면 이벤트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영상이 시작되지 않고 약 1~2초 정도 후부터 영상이 시작됩니다. 이는 그 공간에 진입한 누군가를 보여주기는 했지만 그 누군가가 공간에 진입하기 시작하는 그 순간을 보여주지는 못합니다. 이런 특징은 종종 누군가 아주 빨리 택배 상자를 던지고 지나가는 이벤트가 일어나면 영상의 첫 프레임이 공중에 떠 있는 택배 상자로부터 시작되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그래서 총 5초짜리 영상의 첫 프레임이 공중에 떠 있는 택배 상자로 시작해 상자가 바닥에 떨어지는데까지 녹화된 영상을 만들어냈는데 이 영상은 상자가 공중에 떠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는 하지만 그 이상의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못합니다.

상시 녹화되는 카메라라면 아무런 문제가 아니었을 이벤트가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카메라는 배터리로만 동작하기에 배터리를 절약하기 위해 움직임, 소리를 감지할 때만 녹화를 시작하는데 만약 카메라에 보이는 범위 안에서 어느 집이 이사를 위해 사다리차를 걸쳐 놓고 계속해서 짐을 옮긴다면 카메라는 사다리차가 작동할 때마다 소리와 움직임을 감지해 다른 집이 이사하는 과정 전체를 녹화할 때도 있습니다. 만약 직접 전원에 연결되어 모든 상황을 녹화하는 카메라라면 이런 상황이 아무런 문제도 아니지만 배터리에 의해 구동되는 카메라 입장에서는 공간에 아무런 이벤트가 일어나지도 않았음에도 아무 의미 없이 다른 집 이사 하는 과정을 찍느라 배터리를 낭비해 버립니다. 비슷한 사례로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루 종일 공사하느라 계속해서 소음이 발생한다면 이 때마다 녹화를 했는데 실제 화면 상에는 아무 것도 움직이지 않지만 멀리서 들려오는 공사 소음 때문에 계속해서 녹화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이벤트가 일어날 때마다 앱을 통해 폰에 알림이 왔기 때문에 어느 집이 이사하는 날에는 하루 종일 알림을 받곤 합니다. 이런 일이 항상 일어나지는 않기에 배터리로 동작하는 카메라는 별 문제 없이 동작했고 초기에 설치 실수로 카메라가 2미터 이상 추락해 바닥에 처박히는 문제를 겪었고 카메라가 추락하는 모습은 이 역시 공중에 카메라가 떠 있는 첫 프레임으로 시작해 바닥에 떨어진 카메라가 큰 소리를 내고 이리 저리 굴러다니는 모습이 찍힌 영상을 만들어냅니다. 하지만 그런 추락을 겪고도 카메라는 멀쩡했고 추락 원인인 양면테이프로 붙인 마운트를 보강하고 나서는 더 이상 같은 문제를 겪지 않게 됩니다.

한편 회사는 웹 서비스를 여러 차례에 걸쳐 변경했는데 이 중 가장 큰 변경은 2FA를 적용한 것입니다. 로그인이 필요한 서비스에 2FA를 적용하는 것이 뭐가 대수인가 싶지만 2FA가 적용되기 전에는 누군가가 작성한 짧은 파이썬 스크립트를 사용해 웹 서비스를 통해 접근할 수 있는 영상을 다운로드 할 수 있었습니다. 베이스 스테이션에 메모리 카드를 꽂아 두면 모든 영상을 확보할 수 있기는 했지만 가끔씩 메모리카드를 뽑아 영상을 다른 곳으로 복사하는 과정은 굉장히 귀찮았습니다. 회사는 카메라 사용자들에게 지난 7일 까지의 영상에 무료로 접근할 수 있게 했고 그보다 더 긴 기간 동안 영상을 보관하기를 원하면 유료 섭스크립션을 구독해야 했지만 이 스크립트를 사용하면 스크립트가 알아서 웹 서비스에 접근해 로그인하고 영상을 다운로드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애용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2FA를 도입하면서 이런 방식의 접근이 완전히 불가능해져 영상을 얻고 싶으면 베이스 스테이션에 메모리카드를 사용하거나 직접 웹 인터페이스를 하나 하나 조작해 영상을 받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 변경 전까지는 카메라가 녹화한 영상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 변경이 일어난 다음부터는 그럴 수 없게 됩니다. 수 년에 걸쳐 카메라를 사용하는 동안 메모리카드는 여러 번 수명이 끝났고 메모리카드에 의존한 영상 확보다는 편안하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안정적이지도 않았습니다. 결국 모든 영상을 확보하려던 시도를 포기하고 그냥 지난 7일치 영상이 보관되었다가 사라지도록 놔두고 중요한 영상만 앱이나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별도로 저장하는 식으로 정책을 바꿉니다.

한편 회사는 이런 상황에서 수익을 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카메라 하드웨어를 판매할 수는 있었지만 하드웨어는 교체 주기가 길기 때문에 하드웨어 판매만으로는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없을 것이 분명했고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비슷한 제품을 만드는 회사가 늘어나 더 이상 하드웨어 만으로는 회사를 지탱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미 지난 7일 어치 영상을 저장해 주는 대신 지난 30일 어치 영상을 저장하기 위한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지만 아마도 이를 사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웹 로그인에 2FA를 강제하면서 이들 입장에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을 스크립트에 의한 영상 다운로드를 완전히 차단하면서 섭스크립션이 조금 더 팔렸을 수 있지만 여전히 충분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서 섭스크립션을 여러 단계로 구분하고 카메라 한 대를 사용할 때와 두 대 이상을 사용할 때 사이의 가격 차이를 두는 등 조금이라도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일단 섭스크립션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한 사용자들을 최대한 비싼 섭스크립션을 사용하도록 하는 여러 정책을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몇 년 전에 구입한 카메라는 계속해서 지난 7일 동안의 영상에 접근할 수 있었기에 굳이 섭스크립션을 사용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그래서 수 년 전 딱 한번 카메라를 구입한 다음 몇 년에 걸쳐 회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수익에 전혀 기여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카메라를 사용해 왔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배터리 수명이 점점 줄어들었고 어느 순간 카메라를 한 달에 한 번은 충전해야 하는 상황에 도달하자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이 제품은 국내에 정식 출시되지 않았고 교체 가능한 배터리를 따로 구입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배터리를 따로 구입하려다가 이 참에 카메라 하드웨어 자체를 바꾸면 어떨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카메라는 비슷한 전력을 사용하면서도 고해상도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고 더 나은 야간 녹화 성능, 더 나은 영상 품질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결정적으로 새로 나온 카메라들은 더이상 베이스 스테이션에 의존하지 않고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되어 동작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이 카메라를 처음 살 때도 그냥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되면 될 것 같은데 왜 베이스 스테이션을 따로 사용해야 하는지 의아했습니다. 베이스 스테이션은 요즘 나오는 최신 라우터 제품과 비교해 굉장히 초라한 범위에서만 동작했기에 베이스 스테이션의 위치를 잘 선택해야만 했고 베이스 스테이션까지 거리가 멀어지면 카메라는 영상을 녹화하기 시작했다가 알림을 보내 오지만 정작 몇 메가 되지도 않는 영상이 베이스 스테이션에 도달하는데 실패해 영상이 기록되지 않는 상황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더군다나 GL-MT6000 공유기 사용기에서 공유기를 교체하며 와이파이 네트워크 환경이 확실히 좋아졌음에도 베이스 스테이션은 항상 라우터와 유선으로만 연결되어야 했기 때문에 개선된 무선 네트워크의 효과를 전혀 얻을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배터리만 교체하는 대신 이참에 카메라 하드웨어 자체를 교체하기로 결정합니다. 여전히 Arlo 카메라 위주로 살펴봤는데 일단 사용하던 제품이기도 했고 또 지난 몇 년에 걸쳐 별다른 사고를 내지 않고 나름 잘 동작해 온 덕분에 신뢰를 쌓은 덕분이기도 합니다. 카메라 성능이 확실히 좋아졌지만 하이엔드 모델을 구입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기에 기존 사용하던 Arlo Pro에서 엔트리 모델인 Arlo Essential 모델로 바꾸기로 결정합니다. 대부분의 기능은 이전과 똑같았지만 베이스 스테이션 없이 와이파이 네트워크에 직접 연결되어 동작해 이전에 비해 훨씬 안정적으로 영상을 전송할 수 있었고 또 영상 품질과 해상도 역시 개선할 거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Arlo Essential 카메라는 설치부터 심각한 문제를 일으킵니다. 회사는 제품이 명시적으로 출시되지 않은 지역으로부터 시도되는 액티베이션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었는데 저는 이 카메라가 어느 지역에 명시적으로 출시되었는지에 대한 정보를 카메라를 구입할 때 전혀 얻을 수 없었습니다. 제품이 도착해 개봉한 다음 설치하려고 보니 앱에 제품 자체가 아예 나타나지 않았고 한참 검색한 끝에 제품이 명시적으로 출시되지 않은 지역에서는 액티베이션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런 정책은 저 같은 외국 사용자 뿐 아니라 미국 내에서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았는데 심지어 주 별로도 명시적 출시 여부가 달라 어떤 주에서는 액티베이션 되지만 다른 주에서는 액티베이션 되지 않아 제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글을 여럿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나마 이들 중 일부는 아마존에 반품하고 별 한 개를 주는 걸로 끝낼 수 있었지만 외국에서 구입한 저는 이렇게 간단히 상황을 마무리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선 제가 이전까지 사용하던 계정은 이미 외국 계정으로 확실히 인식된 상태였기에 무슨 짓을 해도 새 카메라를 사용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VPN을 경유해 새 계정을 만든 다음에야 간신히 카메라를 액티베이션 할 수 있었는데 이 대 당혹스러웠던 점은 제품이 명시적으로 출시된 지역으로 계정을 만들자 아이폰에서 구동되던 앱이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이전까지 이들의 앱은 좀 낡아 보이지만 최소한의 기능을 제공하고 있었는데 지역을 바꾼 계정으로 로그인하자 앱은 완전히 새로운 인터페이스와 요즘 앱들이 그렇듯 시시각각 섭스크립션 구독을 권유하고 아무때나 배너를 열어 터치를 실수하게 만드는 멍청한 앱으로 바뀌었습니다. 아마도 계정의 지역에 따라 내부적으로 완전히 다른 두 가지 인터페이스로 동작하게 만들어 놓은 것 같습니다. 이 끔찍한 인터페이스를 보고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쨌든 이 인터페이스에 기반한 앱에서는 새 카메라를 액티베이션 할 수 있었기에 잠자코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행히 카메라는 무사히 액티베이션 되었고 예상한 대로 동작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30일 후에 발생합니다. 화려한 새 앱은 계속해서 카메라를 사용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30일 동안 섭스크립션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주장합니다. 제 관점에서 섭스크립션의 기능은 기존 7일 까지 영상을 보관해 주던 것에서 최대 30일까지 영상을 보관해 주는 것 뿐이었는데 이는 지난 수 년에 걸친 사용 끝에 별로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했고 이 판단에 따라 사용 습관이 완전히 굳어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섭스크립션을 구입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저 30일이 지나 트라이얼이 끝나면 지난 7일 어치 영상을 보관해 주는 모양으로 바뀔 테고 그냥 그대로 사용하면 될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런데 30일이 가까워질수록 집요하게 섭스크립션 등록을 요구했는데 이건 좀 귀찮고 짜증 나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런데 섭스크립션이 끝난 다음 날 낮에 회사에 있다가 앱으로부터 알림을 받습니다. 카메라가 이벤트를 감지했다는 메시지였는데 그 때는 다른 일을 하느라 알림을 바로 눌러보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난 다음 알림을 눌러보니 앱은 영상 목록을 보여주는 대신 섭스크립션에 등록하라는 메시지를 보여줄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뭔가 오류라고 생각해 앱을 재시작해봤지만 똑같았고 저는 그제서야 회사 웹사이트의 지원 문서를 찾아보기 시작합니다. 지원 문서들을 찾아본 끝에 저는 회사가 최근 판매하고 있는 카메라 라인업 중 특히 ‘Essential’ 라인업은 최소한의 기능을 적당한 가격에 제공할 뿐 아니라 섭스크립션을 반드시 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됩니다. 그러니까 이 라인업이 나머지 라인업에 비해 훨씬 낮은 가격에 팔리는 이유는 최소한의 기능만 제공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반드시 섭스크립션 사용을 요구해 지속적으로 돈을 내야만 하기 때문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아마존의 제품 소개 페이지에는 이런 사실이 정확히 적혀 있지 않습니다. 그저 섭스크립션을 통해 최대 30일 까지 영상을 저장해준다고 적혀 있을 뿐 이 서비스가 강제 된다는 정보를 얻기는 어려웠습니다. 섭스크립션에 등록하지 않으면 카메라는 이벤트가 발생한 그 순간 알림을 확인하면 영상을 보여주지만 그 순간이 지나면 영상을 아무데도 저장하지 않고 그냥 없애버리는 식으로 동작합니다. 이미 베이스 스테이션이 없기에 별도로 영상을 저장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웹 서비스 전체를 섭스크립션에 기반해 제공하면 사실상 카메라는 예상한 대로 동작하지 않는 멍텅구리가 될 뿐입니다. 어쩔 수 없이 섭스크립션에 등록해야 했는데 앞서 섭스크립션에 등록하는 사용자에게 최대한 높은 가격의 섭스크립션을 구독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을 한 대로 카메라 한 대는 7달러였지만 카메라 두 대 이상은 12달러를 지불해야만 했습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월 비용 없이 사용해 온 것과 똑같은 서비스를 사용하기 위해 이제 월 12달러를 지출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 경험은 굉장히 실망스러웠을 뿐 아니라 사기 당한 것 같은 느낌도 받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제품 설명에 이 제품은 웹 서비스 사용을 위해 반드시 섭스크립션을 요구한다고 명확히 표기되어 있었다면 저는 엔트리 라인업을 구입하는 대신 좀 더 상위 라인업을 구입해 월 비용을 없애려고 하거나 아예 다른 회사 제품을 알아봤을 겁니다. 하지만 이 설명이 확실하지 않았기에 저는 엔트리 모델을 구입했고 한 달이 지난 다음에야 엔트리 모델은 시작 가격이 낮은 대신 섭스크립션을 반드시 요구한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어 예상하지 않은 비용을 지출하게 됩니다.

새 카메라는 이전 제품에 비해 배터리 수명이 더 길고 더 나은 영상을 녹화해 주지만 이를 위해 저는 예상하지 않은 월 지출을 하기 시작합니다. 얼마 동안은 이 상태를 유지할 생각이지만 이 상태를 장기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매달 지불하는 돈을 지난 카메라 사용 기간만큼 계속해서 지출한다고 하면 최상위 라인업을 구입하고도 남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최상의 라인업을 구입해 장기간 사용하나 엔트리 라인업을 구입해 섭스크립션 비용을 지불하며 장기간 사용하나 전체 비용 관점에서 차이는 그리 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돈의 가치는 달라지며 특히 환율의 영향을 받는 외국 사용자들에게는 예측 가능한 일회성 지출과 예측이 어려운 매달 지출은 그 의미가 상당히 다를 뿐 아니라 이를 제품 구입 전에 정확히 알 수 없었다는 점 역시 회사에 매달 지출이 일어날 때마다 계속해서 열 받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몇 년 만의 Arlo 카메라 하드웨어 교체는 완전히 실패했고 개인적으로 Arlo Essential 라인업의 섭스크립션 강제 방식은 사기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카메라 하드웨어를 교체하려고 할 때 지난 몇 년 에 걸쳐 신뢰를 쌓아 온 같은 회사 제품부터 살펴보게 만들었던 행동은 이제 완전히 끝났습니다. 저는 새 보안 카메라 하드웨어를 구입하는데 돈을 썼지만 이 체계를 유지하는 동안 매달 돈을 지불하다가 적당한 시점에 매 달 지불이 필요하지 않은 다른 제품으로 넘어가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과거와 달리 이제 이런 종류의 제품을 만드는 회사는 널렸고 보안 수준 역시 애플 홈킷을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최소한의 보안 수준을 제공하는 제품은 이제 드물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면 Arlo는 그 동안 쌓아 온 신뢰를 완전히 망가뜨렸고 Arlo Essential 라인업은 사기입니다. 현대에 경쟁 제품은 널려 있고 굳이 이런 제품을 구입할 이유는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