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앱의 잘못된 다이나믹 아일랜드 활용 사례
어느날 식사를 배달시킨 다음 살펴보니 배달의민족 앱이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지원하고 있었습니다. 다들 다이나믹 아일랜드가 흥미롭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정작 이 기능을 적극적으로 잘 사용하는 한국 앱을 만난 적이 없었습니다. 기껏해야 유튜브, 유튜브뮤직, 타이머 정도가 다이나믹 아일랜드에 가장 자주 나타나는 앱이었고 다른 앱은 별로 기대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종종 익숙하게 사용하던 앱이 여기 나타난 것을 보고 의외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나름 이런 반짝이는 기능도 만든다 싶어 재미있었습니다.
처음 한 30초 정도는 재미있었지만 다이나믹 아일랜드에 배달 상황이 표시됨에도 뭔가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주문성공’이라고 화면에 항상 표시되고 있는데도 계속해서 현재 상태가 궁금해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터치해 앱에 들어가 정보를 확인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애플에서 만든 다이나믹 아일랜드 광고를 떠올려 보면 앱에 돌아가지 않고서도 타임 크리티컬한 작업들의 현재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어야 했는데 정작 다이나믹 아일랜드에 정보가 표시되고 있는데도 뭔가 답답했습니다.
한참 생각하다가 배달된 음식을 다 먹고 치울때 쯤 배달 앱으로부터 어떤 정보를 얻으려고 하는지 생각해보니 다이나믹 아일랜드에 제공되는 정보로부터 왜 제가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이해했습니다. 이 배달 앱은 다이나믹 아일랜드에 마지막으로 완료된 상태를 표시하고 있습니다. 가령 주문을 넣고 업체에서 주문을 수락하면 ‘주문성공’이라고 표시합니다. 배달기사님이 음식을 픽업하면 픽업했다고 표시하고요. 하지만 제가 주로 배달 앱을 통해 확인하는 정보는 ‘이전에 성공한 상태’가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상태’와 남은 예상 시간이었습니다.
먼저 주문이 수락되면 업체에서 예상 시간을 몇 분으로 입력했는지 확인합니다. 30분쯤이라면 그리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60분쯤 된다면 날씨가 안 좋거나 주문량이 많은 상황이니 뭔가 예외상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음을 각오하게 되고요. 다음으로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관심을 가집니다. 가령 주문이 접수되었다면 더 이상 주문 접수 자체에는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일이니까요. 주문이 접수된 다음에는 그래서 언제 쯤 픽업될지가 주 관심사입니다. 배달이 시작되었다면 ‘배달이 시작되었음’ 상태 역시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시점부터는 픽업 시점에 다시 한 번 업데이트 된 배달까지 남은 예상 시간이 몇 분인지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주문이 수락된 시점에서 배달이 시작되는 시점 사이에는 계속해서 ‘주문성공’이라고만 표시되기 때문에 원하는 정보를 전혀 얻을 수가 없었던 것이었습니다. 주문에 성공한 시점부터 배달이 시작되기 전까지는 ‘조리중’이라는 현재 상태와 배달까지 남은 예상시간이 몇 분인지만 중요합니다. 또한 배달이 시작되면 ‘배달시작’ 보다는 ‘배달중’이라는 현재 상태와 여전히 배달까지 남은 예상시간이 몇 분인지만 중요하고요. 하지만 배달의민족 앱은 이미 성공했고 성공했음을 알고 있는 이전 상태를 보여줄 뿐 ‘현재 상태’를 보여주지 않아 실컷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통해 정보를 표시하면서도 그 효과를 전혀 얻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위 글을 쓰고 나서 반 년이 넘게 지난 2023년 여름 현재에도 이 상태는 똑같습니다. 다이나믹 아일랜드를 직접 조작해서 정보를 펼치지 않는 이상 이 인터페이스는 아무런 정보도 전달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