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에서 고스트로 옮기기 전에 한번 들어보세요

멀쩡한 워드프레스를 놔두고 고스트로 옮기려고 하시나요? 제 이야기를 듣고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워드프레스에서 고스트로 옮기기 전에 한번 들어보세요

작년 - 2023년 - 워드프레스 매니지드에서 고스트 매니지드로 변경했습니다. 사실 그 이전에는 개인 위키로 사용하는 컨플루언스에 공개 스페이스를 하나 만든 다음 그 자체를 글을 공유하는 웹사이트로 사용했는데 방문자들 입장에서 즐겨 사용하던 블로그 모양과는 사이트 모양이 상당히 달랐기 때문에 썩 편안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그나마 컨플루언스 위키로 만든 웹사이트의 겉모양을 바꿔 주는 기능이 있는 몇몇 서드파티 앱이 있었지만 이들 역시 컨플루언스로 만든 웹사이트가 가지는 익숙하지 않은 경험이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사실 지금도 그저 글을 써서 올릴 뿐 현대에 어울리는 미디어로 전환하려 하거나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더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글을 쓰려는 노력을 거의 하지 않는 입장에서 컨플루언스 위키를 그대로 웹사이트로 유지하는 것은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래도 누군가 글을 읽어보려고 웹사이트에 방문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불편한 웹사이트를 떡하니 걸어 놓고 누군가 글을 읽어주기를 기대하는 건 해도해도 너무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워드프레스 매니지드에 계정을 만들고 당시 컨플루언스 위키를 통해 공개하던 글 중 일부를 블로그 모양으로 공유하는 실험을 했습니다. 고작 실험에 워드프레스 매니지드를 선택할 일인가 싶었지만 이 즈음 제가 하던 생각은 제가 직접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관리하는 건 분명 재미있는 일이지만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목적의 핵심은 제가 글을 작성하는데 집중하고 그 결과를 인터넷 상에 공개해 놓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직접 웹사이트를 구축하면 여러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문제가 생길 때 제가 직접 모든 문제에 대응해야 한다는 단점도 있었고 저는 이 상황에서 글을 쓰는데 집중하는 쪽을 선택합니다. 워드프레스 매니지드는 매월 몇 달러를 결제해야 했지만 잘 동작했고 저는 글을 쓰는데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습니다. 일단 워드프레스로 만든 블로그는 오랜 세월에 걸쳐 인터넷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블로그 모양과 비슷했고 위키에 비해 훨씬 접근성이 개선되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사람들은 페이지를 스크롤 해 보고 다른 글 링크를 눌러 페이지를 탐색해 보기 시작했는데 이는 컨플루언스 위키를 그냥 쓸 때는 거의 일어나지 않던 움직임이었습니다. 하지만 워드프레스에 문제는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 있었습니다.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세계적인 CMS로 등극해 온 이유는 글을 편안하게 쓸 수 있는 점 뿐 아니라 글을 편안하게 분류하고 또 여러 글을 쉽게 선택하고 이들을 한번에 수정하는 등 컨텐츠가 늘어나더라도 이들을 잘 관리할 수 있으며 글을 쓴 다음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도 다시 이 글을 찾아내 새로운 시점에 맞는 방식으로 수정하고 분류하기에 아주 편리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워드프레스 매니지드의 관리 화면은 가장 싼 상품을 사용하는 저에게 끊임 없이 쓸데 없는 기능인 도메인, 이메일, 더 비싼 상품을 요구하며 관리 화면에서 제 주의를 끌기 위해 노력했고 이 점이 아주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글을 만들기 위해 로그인 할 때마다 워드프레스 관리 화면은 이미 가지고 있어 필요 없는 도메인을 몇 달러에 구입하게 해 준다며 그 밑에 작은 글씨로 첫 해는 싸게, 그 다음부터는 원래 가격을 받겠다고 말했고 또 다른 노티피케이션에는 이미 다른 서비스를 통해 사용하고 있는 이메일을 구입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으며 정확히 뭔지 잘 이해할 수 없는 젯팩이라는 상품을 구입하라고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분명 워드프레스는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는 CMS임에 분명했지만 관리를 그들에게 맡긴 댓가로 매번 글을 만들려 할 때마다 이런 수많은 방해 요소와 마주해야 하는 점은 고통스러웠습니다.

이 즈음 항상 모든 글을 공개하는 블로그 모양 웹사이트 대신 모양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블로그와는 달리 글을 일부 공개로 바꾸고 글 전체를 읽기 위해서는 가입을 요구하며 그 중 일부는 이메일을 통해 공유하는 뉴스레터 형식으로 웹사이트를 바꿀 결정을 합니다. 워드프레스에도 뉴스레터 기능을 제공하는 플러그인이 있었는데 워드프레스 매니지드는 가장 낮은 요금제로는 플러그인 기능을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이 시점에 결정을 해야 했습니다. 워드프레스 매니지드의 요금제를 한 단계 위로 올려 플러그인 기능에 접근하거나 아예 오픈소스 워드프레스를 직접 구축해 뉴스레터 플러그인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사실 후자의 방법을 사용할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당시 AWS에 있던 작은 장난감 인스턴스에 진지하게 워드프레스 웹사이트를 구축하기도 했었으나 여전히 한 가지 문제만 생겨도 저는 글을 쓰는데 집중하던데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유지보수하는데 집중할 것이 뻔했고 그런 일을 아예 만들지 않기로 합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영상 대신 글을 읽으려는 사람은 거의 아무도 없어 방문자가 거의 없는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 한 달에 수 십 달러를 지출하는 것 역시 썩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즈음에 알게 된 뉴스레터 기능을 기본으로 제공하는 고스트 매니지드로 블로그를 이전하기로 결정하고 워드프레스 매니지드에서 고스트로 마이그레이션 과정을 거칩니다. 링크를 클릭해 보실 필요 없이 워드프레스에서 고스트로 마이그레이션은 자동화 기능을 제공하지만 그 결과가 형편없어 결국 수동으로 모든 글을 이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약 1년 반 전에 처음 마주한 고스트는 그들이 웹사이트에 자랑하는 여러 가지 기능에도 불구하고 그냥 글 쓰는 기능과 뉴스레터 기능이 있는 거의 만들다 만 CMS 수준에 불과했습니다. 분명 그럭저럭 괜찮은 에디터, 그럭저럭 동작하는 글 목록과 태그 기능, 그럭저럭 동작하는 가입자 관리 기능과 뉴스레터 기능이 있었지만 이들 각각을 합쳐 놓고 보면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전 세계의 여러 웹사이트를 동작하게 만든 워드프레스와 비교해 형편 없는 수준입니다. 특히 그럭저럭 동작하는 에디터는 워드프레스에 비해 기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능이 꽤 제한되는데 2024년 여름 현재에도 고스트 에디터는 자체적으로 테이블을 그릴 수 없고 한 단계를 초과하는 블릿포인트 목록을 만들 수 없으며 머메이드 같은 외부 기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직접 머메이드 관련 태그를 입력해야만 하는 어처구니 없는 방식을 사용해야만 합니다. 설정 기능은 시인성이 거의 없는 동그란 아이콘 밑에 기능 이름만 적혀 있어 어떤 설정이 어느 대분류 밑에 있는지 알 수가 없어 설정 하나를 찾으려면 모든 대분류를 전부 다 눌러보고 뒤로 가기를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그럼에도 일단 뉴스레터 기능을 내장하고 있다는 단 한 가지 특징 때문에 고스트를 계속해서 사용해 보기로 확정한 다음 1년 반이 흘렀고 그러는 사이에 고스트의 몇몇 기능은 아주 천천히 개선됩니다.

일단 고스트로 1년 이상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2024년 여름 현재 고스트 웹사이트에 있는 소개의 현실을 하나하나 짚어 보겠습니다. 먼저 ‘Complete control over your website and branding.’이라고 주장하며 다양한 테마를 선택하고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일단 워드프레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테마 수가 적고 커스터마이징 범위가 좁습니다. 특히 무료 테마 수가 매우 적어 유료 테마를 기웃거려 볼 수밖에 없는데 유료 테마는 각각의 제작자들이 만든 데모 웹사이트를 살펴볼 수 있을 뿐 내 웹사이트에 직접 적용된 모양을 프리뷰 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결제하면 환불 과정은 분명 고통스러울 것이기에 내 웹사이트에 적용된 실제 모양을 본 다음 구매 여부를 판단하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어 아직도 고스트가 무료로 제공하는 몇 안되는 테마 중 하나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스트가 무료로 제공하는 테마들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업데이트 되지 않아 고스트가 새로 지원하는 기능을 그들의 공식 테마가 지원하지 않는 이상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지금 이 웹사이트에 사용하는 Ruby라는 테마는 ‘1.0.0’ 이후 업데이트 되지 않고 있는데 덕분에 이후 추가된 공지사항이나 추천 링크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음으로 ‘Manage your memberships.’라고 주장하는데 일단 멤버십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멤버십 티어는 오직 무료와 유료 구분 기반으로만 동작하기 때문에 멤버십을 무료로만 유지할 경우 멤버십 티어를 나눌 수 없습니다. 만약 멤버십 티어를 구분하고 싶으면 반드시 유료 멤버십을 만들어야만 하는데 고스트는 유료 결제를 오직 스트라이프를 통해서만 제공하고 스트라이프는 한국에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골치 아픔 - 사실상 멤버십 티어를 구분할 수 없습니다. 또 ‘Native analytics.’라고 주장하는데 이 말 자체가 거짓은 아닙니다. 애널리틱스 정보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를 유려한 화면을 통해 제공하는 기능은 전혀 없으며 그저 최근 1000개의 글에 대한 통계를 기록한 csv 파일을 다운로드 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 파일을 가지고 어떤 통계든 만들 수 있겠지만 일단 최근 글 1000개에 대해서만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고스트 자체적으로 이 정보를 표시하는 기능이 없다는 점, 또 글 각각에 대한 조회수, 가입 유도 따위의 숫자를 표시해 주지만 멤버십에 따른 조회, 미 가입 사용자들에 따른 정보는 아예 얻을 수 없고 높은 확률로 이런 정보는 아예 기록하지 않고 있으리라 예상합니다. 제대로 된 방문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글 애널리틱스 같은 서드파티 도구를 사용해야만 하며 고스트 자체 애널리틱스는 솔직히 쓸모가 없습니다.

고스트 웹사이트의 여러 기능 소개에서 가장 황당한 지점은 ‘Works with everything.’인데 여러 도구와 통합되어 동작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사실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통합해 동작하는 방식은 워드프레스를 사용하던 사람의 상상을 아득히 초월하는 비참한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가령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합해 동작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통합의 현실은 테마 에디터에 구글 애널리틱스 코드를 삽입할 수 있는 영역을 제공하는 것 뿐입니다. 정확히는 구글 애널리틱스 통합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아무 코드나 붙여 넣을 수 있는 에디터를 제공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를 통해 머메이드 같은 다른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지만 이게 전부라면 구글 애널리틱스 통합 기능이 있다고 주장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또 재피어를 통해 다양한 자동화를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이 기능을 사용하려면 또 다시 재피어에 요금을 지불해야 하며 재피어 쪽에서 볼 때는 여러 자동화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고스트 쪽에서 볼 때는 아무런 기능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재피어에 높은 사용료를 또 지불할 생각은 전혀 없어 n8n을 사용해 몇몇 자동화를 구축하고 있는데 n8n의 고스트 지원 기능은 동작하기는 하지만 꽤 한심한 수준입니다.

가령 n8n을 사용해 고스트에 새 글을 쓸 때마다 캘린더에 등록되도록 만든 다음 한 주에 네 번 캘린더 일정에 따라 글을 다른 서비스에 노출 시키고 있는데 그래서 이 기능들이 고스트의 기능인가 하면 사실 거의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고스트에 새 글을 쓸 때 웹훅 주소를 호출하는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고스트가 제공하는 것은 딱 거기까지이고 그 바깥의 모든 통합 기능은 재피어를 사용하든 n8n을 사용하든 IFTTT를 사용하든 사용자가 알아서 해야 합니다. 고스트가 자랑하는 통합 기능 전부가 이런 식입니다. 고스트는 아주 극도로 최소한의 가능성을 위한 기능만 제공하고 나머지는 직접 코드를 붙여 넣고 노드를 붙여 로직을 만들어야만 동작하는데 이를 고스트가 제공하는 폭넓은 통합 및 확장 기능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고스트는 그저 들어오고 나가는 웹훅 기능을 제공할 뿐 그 자체적으로는 더 이상 아무런 인터페이스도 제공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고스트는 통합 기능을 제공한다고 선전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또한 고스트 내부적으로도 CMS로써 동작하기에는 그리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글 관리 화면에서 여러 글을 보고 수정하고 또 글을 검색하는 인터페이스가 극도로 불편합니다. 글이 몇 개 없다면 이 인터페이스가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글이 늘어나면 글 목록에서 글 하나를 클릭해 글을 수정한 다음 뒤로 돌아오면 항상 목록이 맨 위로 돌아와 있어 이전에 봤던 목록까지 다시 스크롤 해 내려가야만 합니다. 게다가 글 목록은 그때그때 필요한 부분만 로딩해 화면에 표시하기 때문에 이전에 여러 번 로딩을 거친 위치에서 글을 봤다면 다시 그 위치까지 돌아가기 위해 여러 번 로딩을 거쳐야만 합니다. 또 조건에 맞는 글 여러 개를 검색하거나 글 여러 개를 한번에 고칠 수 있는 관리 기능이 그냥 없습니다. 존재하지 않습니다. 글 여러 개를 선택하는 방법은 애초에 글을 작성할 때 부여한 태그 단위로 선택하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검색 기능은 외부나 내부 양쪽 모두 형편 없어서 특정 키워드가 포함된 글 목록을 조회한 다음 그들을 모두 선택해 태그를 부여하거나 여러 글에 걸친 태그를 삭제하는 작업은 그냥 불가능합니다. 그저 글 하나하나를 조회해 수정하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워드프레스에서 여러 조건에 따라 글 목록을 조회한 다음 조회된 글 전체를 선택하고 한 번에 키워드를 찾아 바꾸고 태그를 넣거나 빼고 제목을 일괄로 추가하고 변경하는 등 CMS로써 컨텐츠가 많이 쌓인 상황이라도 이들에 어렵지 않게 접근하고 수정할 수 있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 받았던 것에 비해 고스트는 … 이들이 CMS로써 자각이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CMS로써 많은 컨텐츠를 쌓은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한 도구의 중요한 미덕은 검색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현대에는 구글 같은 외부 검색 서비스가 워낙 강력하기에 고스트 같은 도구 각각이 훌륭한 검색 기능을 갖춰야 할 필요가 이전보다는 현저히 낮은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워드프레스에 비해 고스트는 기본적으로 뉴스레터를 위한 도구이고 뉴스레터를 위해 글을 가입자만 읽을 수 있도록 해 글 전체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구글은 글 전체를 읽을 수 없기 때문에 CMS 도구 스스로가 구글을 대신할 강력한 검색 기능이 필요해집니다. 검색 기능이 형편 없는 도구가 가진 인터페이스 특징은 검색을 시도하면 검색 결과를 현재 주소를 유지한 채 오버레이 된 팝업을 통해 보여준다는 점인데 비슷한 사례에는 노션이 있고 노션 역시 검색 기능이 형편 없습니다. 검색 기능의 좋고 나쁨 이전에 이런 인터페이스의 나쁜 점은 본격적으로 검색을 수행하는 동작을 매우 불편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검색을 시도하면 주소를 바꿔 검색 전용 화면으로 넘어갈 경우 그 화면에서 검색 결과에 나타난 여러 결과를 빠르게 열어보고 의도에 맞는지 확인하기를 반복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고스트, 노션 양쪽 모두 검색 결과가 현재 주소를 유지한 채 오버레이를 통한 팝업에 나타나고 한 결과를 선택하면 검색 결과를 없애고 그 주소로 이동해 버립니다. 적극적으로 검색 결과를 살펴보고 판단할 수가 없도록 만듭니다.

또한 한국어를 사용하는 입장에서 한국어의 명사와 조사를 구분하지 않고 단어 하나로 인식해 검색어에 명사를 입력할 때 명사와 조사가 합쳐진 단어를 검색에 표시하지 않습니다. 가령 ‘고스트'라는 키워드를 검색한다면 ‘고스트는’, ‘고스트가’, ‘고스트로는’ 같은 조사가 붙은 키워드를 검색 결과에 표시하지 않습니다. 사실 이는 동북아시아 언어, 또는 알파벳 이외의 다른 언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서구중심적인 개발 사상에 의해 개발된 여느 소프트웨어로부터 흔히 겪을 수 있는 동작이어서 그런 소프트웨어를 이전에 수없이 겪어 온 입장에서 놀랍거나 새롭지 않긴 합니다. 하지만 명색이 CMS라는 관점에서 고스트의 검색 기능은 형편 없으며 이는 고스트가 장기적으로 CMS로써 의미 있게 동작할 수 있는 수준에 다다를 수 있을지 걱정스럽게 만듭니다.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최근 유입된 검색어 중 워드프레스에서 고스트로 이전을 검토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유입을 여러 건 봤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미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잘 운영하고 있고 이미 컨텐츠를 많이 쌓아 놓았고 앞으로 그 컨텐츠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조금씩 고쳐 가며 관리하고 싶다면 고스트로 이전은 전혀 추천하지 않습니다. 고스트 역시 겉보기에는 비슷한 웹사이트를 구축하고 뉴스레터 기능을 자체적으로 지원하기는 하지만 CMS 관점에서 글 관리 기능이 형편 없고 그들이 제공한다고 주장하는 확장 및 통합 기능은 사실상 ‘아무 기능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여러 글을 선택하고 수정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가 아예 없고 구글에 의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검색 기능마저 한국어 사용자 입장에서 형편 없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키워드 검색으로 특정 글을 찾아내기 위해 고스트 자체 검색을 신뢰할 수 없고 또 글이 일부만 공개되어 있어 구글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고스트 백업 파일을 텍스트 에디터로 연 다음 직접 키워드를 검색한 다음 키워드 앞뒤의 정확한 단어를 찾아 이를 다시 고스트 검색에 붙여 넣는 식으로 글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가령 앞에서 ‘고스트’라고 검색하면 ‘고스트로부터’ 같은 키워드가 검색되지 않기 때문에 고스트 백업 파일에 ‘고스트’라고 검색한 다음 결과 안에서 ‘고스트로부터’라는 문구를 찾아내 고스트 검색에 ‘고스트로부터’라고 검색해 나온 결과에서 정확한 글에 접근합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도구를 변경하는 것은 꽤 큰 일이고 앞에서 말한 대로 글 쓰는 일 자체에 집중하는 대신 도구에 집중해 글쓰기를 불편하게 만들기 때문에 고스트가 여러 모로 형편 없는 도구라는 사실을 지난 1.5년에 걸쳐 충분히 이해했지만 당장 도구를 바꾸지는 않을 겁니다. 고스트가 좋아서가 아니라 이전 과정이 고통스럽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고스트가 이 글에 나열한 여러 황당한 동작을 서서히 고쳐 가지 않는다면 글이 쌓이면 쌓일수록 사이트를 운영하고 컨텐츠를 관리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하며 어느 순간 한계가 분명히 올 거라고 예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잘 운영해 오고 있고 컨텐츠를 어느 정도 쌓고 있는 분이라면 고스트로 이전할 이유가 도대체 뭔지 모르겠지만 이전하지 않는 쪽을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고스트는 뭔가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하는 척 할 뿐 실제로 고스트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적으며 그나마 CMS라고 보기에 형편 없는 글 관리 기능, 한국어 사용자 입장에서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검색 기능, 한국어 사용자가 아니라도 노션만큼 형편 없는 검색 등등 추천할 이유가 없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지난 1.5년에 걸쳐 고스트를 사용하며 느낀 점을 거의 9천글자 가까이 이야기했는데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이미 워드프레스로 웹사이트를 잘 운영하고 있다면 그대로 마무르세요. 고스트는 적어도 서기 2024년 여름 현재 좋은 CMS가 아닙니다. 워드프레스가 지난 20여년에 걸쳐 가장 널리 사용되는 CMS로써 군림하고 있는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지금은 고스트로 전환할 적당한 시점이 전혀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