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이 있다는 걸 잊었나요?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며 우리들에게 손가락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 16을 발표한 애플은 우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혹시 우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이 있다는 걸 잊었나요?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 출시될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아이폰은 분명 처음 출시되었을 때 업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폭발력은 서서히 줄어들어 왔습니다. 오래 전 처음 아이폰을 발표할 때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그 발표로부터 1년 전을 기준으로 집계된 스마트폰 시장 크기를 보여주며 이 시장은 아주 크기 때문에 전체 시장의 단 1%만 점유한다 하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흐른 현대에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은 기계를 판매한 회사를 말할 때 처음 두 세 회사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입장이 되었고 그 스스로 어느 정도 시장의 표준 역할을 하는 입장이 됩니다. 현대에는 아이폰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좋은 기계가 늘어났고 또 특정 업체의 기계나 서비스에 의존적이지 않은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굳이 아이폰을 계속해서 사용할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도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기껏해야 교체 주기가 되었을 때 무지성으로 그 다음 버전의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 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럴 거면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다양한 폼팩터를 만들어낸 다른 회사 제품으로 넘어가 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결국 교체 주기가 되면 무지성으로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으로 미루어 저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새로 나온 콜오브듀티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 게임을 일단 무지성으로 구입하고 보는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겠다 싶습니다.

아이폰이 새로 나올 때마다 이를 따라 가는 분들이 계신 반면 저는 3-5년 정도의 교체 주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마지막 교체는 아이폰 11에서 14로 교체한 것이었는데 이 교체의 핵심은 마스크를 쓴 채로 페이스아이디를 언락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비드 시기를 거치며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페이스아이디를 사용할 수 없어 항상 패스코드를 직접 타이핑 해야 할 때입니다. 패스코드를 직접 타이핑 하는 행동은 정말 위험한데 특히 집 밖에서 패스코드를 타이핑할 때 이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쉽게 눈에 띄어 패스코드를 분실할 수 있습니다. 또 도시에는 수많은 CCTV가 있어 거리를 돌아다니며 무심코 아이폰에 패스코드를 입력했다가는 CCTV 중 한 대 이상에 찍혀 내 아이폰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근원인 패스코드가 어딘가의 하드디스크에 아주 안전하게 보관 되어 있는 사태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밖에서 아이폰을 언락 해야 할 때 항상 아이폰을 몸 가까이 대고 멀리서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패스코드를 입력하곤 했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그렇게 신중하게 패스코드를 입력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이미 하루에도 수 십 번, 심하면 1분에도 두 번은 언락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때마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패스코드를 입력할 만큼 신중함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폰의 연산능력이 증가해 마스크를 쓴 상태로도 페이스아이디를 언락 할 수 있고 또 아이폰이 내 얼굴을 바라보는 방향에 관계 없이 페이스아이디를 언락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굉장히 기대했지만 이 기능이 제 아이폰 11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드디어 아이폰을 교체해야만 할 이유가 만들어집니다. 여전히 아이폰 11은 훌륭하게 동작했고 딱히 느린 작업도 없었지만 기계를 바꿔야만 할 확실한 이유가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