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이 있다는 걸 잊었나요?
애플은 아이폰을 처음 발표하며 우리들에게 손가락이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아이폰 16을 발표한 애플은 우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습니다.

아이폰이 처음 한국에 출시될 때부터 사용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아이폰은 분명 처음 출시되었을 때 업계를 완전히 뒤흔들어 놓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 폭발력은 서서히 줄어들어 왔습니다. 오래 전 처음 아이폰을 발표할 때 그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그 발표로부터 1년 전을 기준으로 집계된 스마트폰 시장 크기를 보여주며 이 시장은 아주 크기 때문에 전체 시장의 단 1%만 점유한다 하더라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고 말합니다. 시간이 흐른 현대에 아이폰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많은 기계를 판매한 회사를 말할 때 처음 두 세 회사 안에 반드시 들어가는 입장이 되었고 그 스스로 어느 정도 시장의 표준 역할을 하는 입장이 됩니다. 현대에는 아이폰 말고도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좋은 기계가 늘어났고 또 특정 업체의 기계나 서비스에 의존적이지 않은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되면서 굳이 아이폰을 계속해서 사용할 특별한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도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유는 기껏해야 교체 주기가 되었을 때 무지성으로 그 다음 버전의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 밖에 남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럴 거면 다양한 시행착오를 통해 다양한 폼팩터를 만들어낸 다른 회사 제품으로 넘어가 봐도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을 해봅니다. 하지만 결국 교체 주기가 되면 무지성으로 아이폰을 선택하는 것으로 미루어 저 역시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새로 나온 콜오브듀티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 게임을 일단 무지성으로 구입하고 보는 사람들과 별로 다르지 않겠다 싶습니다.
아이폰이 새로 나올 때마다 이를 따라 가는 분들이 계신 반면 저는 3-5년 정도의 교체 주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가령 마지막 교체는 아이폰 11에서 14로 교체한 것이었는데 이 교체의 핵심은 마스크를 쓴 채로 페이스아이디를 언락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코비드 시기를 거치며 아이폰을 사용하는데 가장 고통스러운 순간은 마스크를 쓰고 있을 때 페이스아이디를 사용할 수 없어 항상 패스코드를 직접 타이핑 해야 할 때입니다. 패스코드를 직접 타이핑 하는 행동은 정말 위험한데 특히 집 밖에서 패스코드를 타이핑할 때 이 모습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쉽게 눈에 띄어 패스코드를 분실할 수 있습니다. 또 도시에는 수많은 CCTV가 있어 거리를 돌아다니며 무심코 아이폰에 패스코드를 입력했다가는 CCTV 중 한 대 이상에 찍혀 내 아이폰의 모든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근원인 패스코드가 어딘가의 하드디스크에 아주 안전하게 보관 되어 있는 사태를 맞을 수 있습니다. 이 시기에 밖에서 아이폰을 언락 해야 할 때 항상 아이폰을 몸 가까이 대고 멀리서 눈에 잘 띄지 않도록 패스코드를 입력하곤 했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매번 그렇게 신중하게 패스코드를 입력할 수는 없었습니다. 저는 이미 하루에도 수 십 번, 심하면 1분에도 두 번은 언락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때마다 최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패스코드를 입력할 만큼 신중함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폰의 연산능력이 증가해 마스크를 쓴 상태로도 페이스아이디를 언락 할 수 있고 또 아이폰이 내 얼굴을 바라보는 방향에 관계 없이 페이스아이디를 언락할 수 있게 되었을 때 굉장히 기대했지만 이 기능이 제 아이폰 11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드디어 아이폰을 교체해야만 할 이유가 만들어집니다. 여전히 아이폰 11은 훌륭하게 동작했고 딱히 느린 작업도 없었지만 기계를 바꿔야만 할 확실한 이유가 생깁니다.
아이폰 11에서 14로 교체할 때 아이폰 보상판매 경험은 그리 훌륭하지 않았지만 어쨌든 새 아이폰을 손에 넣었고 설정에 따라 마스크를 쓴 채로 페이스아이디를 언락 할 수 있게 하거나 마스크를 벗어야만 페이스아이디를 언락 할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특히 처음으로 마스크를 쓴 채로 페이스아이디가 열리는 경험을 할 때 도대체 왜 이 기능을 코비드가 창궐하던 기간 내내 사용하지 않았는지, 또 애플은 왜 이 기능을 코비드가 거의 다 지나간 너무 늦은 시점에서야 도입했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코비드 기간을 지나며 마스크를 쓰고 돌아다니는 모습이 이전에 비해 그리 이상하거나 특별해 보이지 않게 되어 독감이 퍼질 시기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또 많은 사람들과 한 공간에 있을 수밖에 없는 지하철을 탈 때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딱히 이상해 보이지 않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마스크를 쓴 채 지하철 안에서 주변을 살펴보면 마스크를 쓴 사람들은 나이 드신 분들이나 저와 비슷한 또래들이라면 감염병을 걱정할 것 같이 생긴 사람들일 뿐이었고 젊은 분들은 그 누구도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다는 점은 재미있었습니다. 어쨌든 이제 마스크를 쓴 채로 페이스아이디로 아이폰을 언락 할 수 있게 됐고 또 다시 지금의 아이폰에 완전히 만족해 새 아이폰이 나와도 딱히 아이폰을 교체해야겠다는 생각이 안 드는, 그러니까 아이폰 11을 사용하며 코비드 국면에 접어들기 전에 만족하던 것과 비슷한 상태로 돌아옵니다. 이번에야말로 어지간히 특별한 기능이 나타나지 않는 이상 아이폰을 교체할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 분명했고 그렇게 아이폰 15가 출시될 때도, 그리고 아이폰 16이 출시될 때도 딱히 거대한 금액을 들여 아이폰을 교체할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아이폰 15가 출시되며 맨 처음 아이폰이 나타났을 때부터 유지되어 온 무음 모드 스위치가 버튼 모양으로 변경되었는데 다른 회사 제품 같았으면 그냥 버튼 모양이 변경된 것 정도는 딱히 신경이 쓰일 만한 변화가 아닐 겁니다. 하지만 지독할 정도로, 정말 해도해도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버튼을 추가하는데 인색한 애플이었기에 스위치 모양을 버튼 모양으로 바꾼 의사결정은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는 변화입니다. 지금까지는 무음 스위치가 스위치 모양이어서 그냥 만져보고 아이폰의 현재 설정을 알 수 있어 편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이폰에 항상 케이스를 씌워 사용하다 보니 무음 스위치가 케이스 표면으로부터 꽤 깊은 곳에 위치해 편안하게 조작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케이스를 안 씌운다면 한 손가락으로 만져보며 상태를 확인한 다음 다시 한 손가락으로 스위치를 조작할 수 있었지만 케이스를 씌운 상태에서는 같은 조작을 할 때 조금 더 신경 써서 조작해야만 합니다. 그나마 저는 대부분 무음 모드로 설정해 놓고 이를 정말 필요한 상황이 아니면 거의 변경하지 않기 때문에 이 스위치의 존재, 그리고 케이스를 씌운 채 사용할 때 스위치 조작이 편안하지는 않다는 점이 큰 단점으로 여기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위치 모양을 버튼 모양으로 바꾸고 무음 모드 이외에 다른 기능 버튼으로도 지정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변화는 적어도 아이폰 사용자 입장에서는 천지개벽에 준하는 커다란 이벤트입니다. 버튼 추가에 정말 지독하도록 민감해 그나마 홈 버튼 하나를 기계 정면에 추가했다가 시간이 흐르며 이마저도 없애 버린 자들이 10년도 넘는 긴 세월의 흐름 끝에 드디어 버튼 하나를 추가하는 정도이기 때문에 다른 폰 사용자들은 정말 별 것도 아닌 일에 난리를 친다고 비웃을 수밖에 없겠지만 아이폰 사용자들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 애플이 아이폰에 버튼을 추가하다니! 이쯤 되면 무덤에 누운 잡스가 화들짝 놀라 일어나 뼈만 남은 채 애플 캠퍼스 문을 두드리고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앞서 설명했다시피 아이폰 14에 정착했고 마스크를 쓴 채 동작하는 페이스아이디만으로도 이미 아이폰에 충분히 만족해 무음 스위치가 버튼으로 변경된 새 아이폰을 기웃거릴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굳이 무음 스위치가 버튼 모양으로 바뀌지 않아도 여전히 무음 기능은 잘 동작했고 일단 무음 모드로 설정한 다음에는 어지간해선 이 스위치를 건드리지 않았으므로 이 스위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그 자리에 버튼이 생긴다 하더라도 크게 신경 쓸 만한 일이 아닙니다. 그러다가 아이폰 배터리 수명이 다해 배터리를 교체하러 갔을 때 배터리 교체를 기다리는 동안 매장을 기웃거리다가 문득 전시되어 있는 아이폰 15를 집어 들고 살펴봤습니다. 비록 폰을 거의 떨어뜨리지 않는 타입이어서 굳이 케이스를 씌울 필요가 거의 없었지만 어쩌면 폰을 거의 또는 전혀 떨어뜨리지 않는 이유는 케이스에 의한 마찰의 증가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케이스를 씌워 사용하는 폰을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단 한 번도 떨어뜨리지 않아 왔기 때문에 이를 믿고 케이스를 안 씌운 아이폰을 사용한다면 마찰력이 충분하지 않아서, 그리고 손에 그 모양이 충분히 익지 않아서 케이스를 씌운 채로는 절대 떨어뜨리지 않을 상황에 아이폰을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케이스 없이 만져본 아이폰은 케이스를 바꿀 때마다 느꼈던 것처럼 정말 얇고 또 선에 와서 달라 붙는 그 느낌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습관대로 폰을 왼손에 잡자 엄지손가락 근처에 만져지는 무음 버튼은 이 버튼이 생각보다 상당히 누르기 좋은 위치에 있어 무음 모드 설정 이외의 용도로 활용하기에 적당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그 다음으로 설정 앱을 실행해 이 새롭게 변경된 무음 버튼 설정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살펴봤는데 무음 버튼을 직접 만져보고 했던 기대는 설정 메뉴를 보고 약 10초만에 실망으로 변했습니다. 애초에 이 버튼이 있던 자리에는 기계식 스위치가 있었고 기계식 스위치는 의도하지 않은 조작을 일으킬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무음 모드 스위치가 의도하지 않게 반대쪽으로 조작될 만한 상황을 상상하기는 정말로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무음 스위치는 이제 그저 가방에 넣어 뒀다가 다른 물체에 눌리기만 해도 의도하지 않게 조작될 가능성이 있는 버튼으로 바뀝니다. 애플도 이 사실을 분명 모르지는 않았는지 이 버튼으로 뭔가 조작하기 위해서는 항상 버튼을 길게 눌러야 하게 만들었습니다. 아이폰에 붙어 있는 나머지 버튼의 조작 방식을 생각해보면 이 버튼만은 나머지 버튼과 완전히 다른 역할을 하고 또 완전히 다른 조작을 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령 전원 버튼은 버튼을 누르면 아이폰이 페이스아이디를 요구하는 상태가 되거나 아이폰이 잠금 상태로 바뀝니다. 이 조작은 아이폰의 상태를 바꾸기는 하지만 반드시 그 다음 조작과 연결될 때만 의미 있는 조작이 일어나기 때문에 짧게 누르도록 만들고 이에 따른 오 조작이 일어나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반대쪽에 있는 볼륨 버튼도 마찬가지인데 이들 역시 누르는 즉시 조작이 일어나지만 이 조작에 의해 어떤 큰 상태 변화가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버튼을 짧게 눌러도 조작 되도록 방치합니다. 이에 비해 무음 스위치를 대신하는 무음 버튼은 설정에 따라 아이폰의 상태를 즉시 바꿀 수 있었기 때문에 전원 버튼이나 볼륨 버튼과 달리 확실한 의사표현을 요구해야 했고 덕분에 그냥 누르면 될 것 같이 생긴 모양이지만 반드시 길게 눌러야만 동작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불편한 안전장치를 두었음에도 설정에서 이 버튼에 지정할 수 있는 조작은 기존과 동일한 무음 설정 외에는 몇몇 아이폰 기본 앱을 실행하는 것 밖에 없었습니다. 다양한 앱을 선택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껏해야 플래시 켜기, 녹음 시작, 카메라 켜기 같은 아주 간단한 기능에 접근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나마 단축어 앱을 연결할 수 있어 필요하다면 간단한 단축어를 만들어 원하는 앱을 실행하거나 특정 동작을 하도록 만들 수는 있었지만 이미 이런 설정을 할 수 있는 고객은 극 소수일 겁니다. 나머지 대다수 고객들에게 새로운 버튼은 그저 몇 가지 제한된 기능을 설정할 수 있지만 그나마 버튼을 길게 눌러야만 동작하는 이상한 제한으로 가득한 버튼일 뿐입니다. 버튼에 기능을 설정하는 화면은 여느 아이폰 설정 화면과 달리 화려한 그래픽을 동원해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었지만 그에 비해 실제 할 수 있는 설정은 거의 없었고 전체 설정을 직접 만져보고 실망하는데는 10초 정도면 충분했습니다. 그나마 무음 버튼을 길게 누르면 무음 모드에 진입하고 또 다시 버튼을 길게 누르면 무음 모드를 빠져나오며 각각의 상태 전환을 진동을 통해 알려주는 건 나쁘지 않았지만 과연 이 버튼에 다른 기능을 설정헤 사용한다면 대체 어떤 기능이어야 할지 고민해 봤고 그냥 초기 설정인 무음 기능으로 놔둔 채 이전에 모음 스위치가 그랬던 것처럼 한번 무음 모드로 설정한 다음에는 아이폰을 교체할 때까지 거의 건드리지 않는 버튼으로 남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폰을 바꾼다 하더라도 이 버튼의 편리함 때문에 바꿀 결정을 하지 않으리라는 확신을 얻고 아이폰을 내려놓을 때에 맞춰 아이폰 배터리 교체가 끝났고 건네 받은 아이폰을 사용해 애플페이로 15만 얼마를 결제한 다음 스토어를 나섭니다.
배터리 교체에 15만 얼마를 결제하며 교체된 배터리는 1년 간의 제한 보증이 제공되니 1년 안에 다시 문제가 생기면 무료로 교체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는데 1년이 거의 다 된 지금 배터리 수명은 81%로 아이폰 14의 배터리의 수명은 딱 1년이 아닐까 싶고 개인적으로는 아이폰 14 프로 모델에는 뭔가 배터리 관련의 구조적인 결함이 있지 않은가 싶은 의심을 하고 있습니다. 한편 시간이 흘러 제 아이폰 배터리 수명은 81%가 됐고 그러는 사이 아이폰 16이 출시됩니다. 지난 아이폰 15에 지난 10년이 넘는 세월에 걸쳐 유지해 오던 무음 스위치를 무음 버튼으로 변경했을 뿐 아니라 이번에는 익숙한 왼손으로 아이폰을 잡을 때 왼손 새끼손가락이 가 있을 자리에 또 다른 버튼이 추가된 모습을 보고 이렇게 애플이 매년 버튼을 하나씩 추가하면 몇 년 더 지나면 아이폰은 과거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처럼 각기 다른 기능을 가진 버튼이 쭉 늘어선 모양이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참고로 카세트 플레이어는 과거에 음악을 기록하던 한 가지 방법이었는데 하드디스크와 비슷한 기술적 기반인 자기 방식으로 데이터를 기록하되 하드디스크처럼 단단한 표면 대신 감아서 조금씩 풀며 읽어낼 수 있는 긴 테이프 표면에 데이터를 기록한 다음 테이프가 감긴 롤을 조금씩 회전 시켜 풀려 나온 테이프 표면으로부터 데이터를 읽어내 주로 음악을 재생할 수 있었습니다. 이 테이프가 감긴 롤을 조작하기 위해 재생, 정지, 앞으로 빨리감기, 뒤로 빨리감기 같은 서로 다른 기능을 하는 여러 버튼이 필요했기 때문에 카세트 플레이어에는 최소한 버튼 네 개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아이폰 15에 볼륨 버튼 두 개, 전원 버튼, 무음 버튼, 카메라 버튼이 있으니 이미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에 필요한 버튼의 최소 개수보다 버튼이 더 많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적어도 아직까지는 애플이 아이폰에 버튼을 추가하는 행동은 워낙 드문 이벤트이기 때문에 이번에는 어떤 목적으로 버튼을 추가했는지, 또 어떻게 동작하는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새로 추가된 카메라 버튼은 놀랍게도 완성되지 않은 채 출시되었는데 하드웨어를 출시해야 했기에 하드웨어적으로는 완성되어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를 의도대로 제어할 소프트웨어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로 출시됩니다. 애플의 주장에 따르면 카메라 버튼은 버튼을 눌러 카메라 앱을 불러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스와이프 조작에 따라 카메라 설정을 변경하고 또 실물 카메라에서 굉장히 유용한 동작인 반셔터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반셔터 기능이 준비되지 않은 채 출시되었고 이 글을 작성하는 2024년 가을 현재까지도 반셔터 기능이 업데이트 되지 않았습니다. 애플은 이전에 심각한 결함이 있는 하드웨어를 출시한 다음 문제를 해결하는 범퍼 케이스를 제공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한 적은 있지만 아예 소프트웨어가 완성되지 않아 광고한 기능이 빠진 상태로 제품을 출시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놓고 애플 인텔리전스와 카메라 버튼 관련 소프트웨어가 완전히 빠져 광고한 기능이 모두 동작하지 않는 상태로 제품을 출시해 버렸습니다. 이는 마치 테슬라가 오랜 세월에 걸쳐 풀 셀프 드라이빙 기능이 미래에 업데이트 되면 이를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자동차 가격에 추가로 천만원을 지불하도록 한 것과 비슷합니다. 아직 기능은 개발되지 않았고 언제까지 개발될지 알 수도 없으며 미래에 기능이 개발되더라도 현재 시대의 하드웨어로 그 기능을 지탱할 수 있을지 확실하지도 않지만 테슬라를 구입한 꽤 많은 사용자들이 아직 제공되지 않은 기능에 추가 비용을 지불합니다. 하지만 이 기능 역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2024년 가을 현재 제공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실상 미래에도 제공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 만약 근미래의 어느 시점에 이 기능이 제공된다 하더라도 이미 이 기능은 이전 수 년에 걸쳐 배포된 차량에 설치된 하드웨어로는 구동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렇게 애플은 거의 처음으로 소프트웨어가 완성되지 않은 하드웨어를 판매하고 말았습니다.
아직 아이폰 16을 직접 만져보지 않은 사람 입장에서 새로운 카메라 버튼 이야기를 하는 건 좀 이상하긴 하지만 현재 배터리 수명이 81%인 관계로 조만간 스토어에 방문해 1년 전과 마찬가지로 배터리를 교체하는 동안 매장을 둘러보며 새 아이폰을 만져볼 것이 분명합니다. 어차피 미래는 결정되어 있으니 그 전에 아이폰에 추가된 카메라 버튼 이야기를 좀 해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일단 새로 추가된 버튼이 카메라 버튼이라는 점은 결국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시나리오의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알고 있듯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스마트폰의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경쟁은 더 이상 경쟁자들에 대한 비교 우위를 가지기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같은 회사에서 만들며 생기는 매끄러운 사용 경험은 초반 몇 년 동안에는 거의 애플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현대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심지어 애플 스스로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아주 매끄럽게 연동되지 않아 삐걱거리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새 모델을 출시해야 하는 상황에서 1년 전 모델에 비해 나아질 수 있는 기능에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더 빠른 프로세서를 추가하더라도 이를 활용할 강력한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고객들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TSMC가 돈을 벌게 만들어줄 뿐입니다. 과거 더 빠른 프로세서를 통해 마스크를 낀 상태로도 페이스아이디를 통한 언락을 지원한 것처럼 최근 몇 년 동안에는 더 빠른 프로세서를 통해 계산사진을 개선하는데 집중하고 있고 또 이에 맞춰 카메라 하드웨어 역시 개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마치 더 빠른 프로세서만 들어간 것처럼 고객들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할 겁니다.
아이폰의 각 세대마다 사진 기능은 하드웨어적으로, 그리고 소프트웨어적으로 크게 개선되어 왔지만 이 기능이 고객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지는 않아 왔습니다. 애플 스스로 자신들의 카메라 기능이 얼마나 대단한지 고객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아이폰으로 영화를 찍고 이를 아이폰으로 편집하고 아이폰에서 직접 색상을 보정하고 아이폰에서 직접 렌더링 하는 모습을 광고에 활용하지만 이를 조금만 비틀어 생각하면 아이폰의 사진 기능이 훌륭하기는 하지만 더이상 컨슈머 수준에서 의미 있는 개선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자백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오히려 박물관 내부를 천천히 돌아다니며 다섯 시간에 걸쳐 고해상도 HDR 영상을 촬영하다가 배터리가 떨어져 영상이 끝나는 영상이 훨씬 더 우아한 방법으로 고객에게 아이폰의 장점을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카메라 기능의 개선이야말로 현대에 아이폰이 고객을 대상으로 광고할 수 있는 변화로써 이 기능이 고객에게 얼마나 어필하든 말든 광고에 짜낼 수 있는 얼마 남지 않은 특징입니다. 그래서 이 기능에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는 버튼을 추가하는 것이야말로 카메라 기능이 얼마나 더 개선되었는지에 관계 없이 이 기능을 광고할 수 있는 나쁘지 않은 접근입니다. 이전에는 카메라에 빠르게 접근하기 위해 홈 화면에서 화면 전체를 왼쪽으로 스와이프 하거나 홈 화면 오른쪽 아래에 있는 카메라 버튼을 눌러야만 했는데 늘 이 경험이 그리 훌륭하지 않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아이폰을 집어들면 알아서 페이스아이디에 의해 아이폰이 언락되고 반사적으로 화면을 밀어 올리면 홈 화면이기 때문에 이미 카메라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제 스스로 제거해 버렸습니다. 그래서 카메라 기능에 가장 빨리 접근하는 제 습관은 일단 본능적으로 아이폰이 언락된 상태의 홈 화면에 도달하게 만든 다음 독에 카메라 아이콘을 두고 이걸 터치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예 카메라 버튼을 만들어 락 화면을 스와이프하고 버튼을 터치하고 또 홈 화면에서 독에 카메라 앱을 갖다놓고 말고 할 것 없이 그냥 아무 상황에서나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 앱이 뜬다는 건 꽤 괜찮은 아이디어입니다. 사실 이렇게 할 수 있는 이면에는 애플의 여러 가지 앱이 아이폰을 언락 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실행되고 데이터를 기록할 수 있으며 이 데이터가 아이폰이 언락되면 아주 자연스럽게 언락 된 상태의 데이터와 통합되는 일시적인 함호화, 복호화, 그리도 기존 암호화 키를 통한 통합 과정 같은 아름다운 기술적인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또한 실제 카메라가 전원을 켜면 촬영 가능해지는 시점까지 보통 1초 내외의 시간이 필요한데 아이폰 역시 카메라 버튼을 누르면 그와 비슷한 정도의 준비 시간 안에 바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상태가 될 수 있고 이는 이전과 같이 페이스아이디를 언락하고 카메라 앱을 실행하는 절차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사진 찍을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게 해줄 겁니다. 다만 단순이 사진 앱을 실행하는 버튼을 추가하는 것 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이 버튼을 물리 버튼이 아닌 정전식 터치 버튼으로 만들어 한 버튼으로 다양한 역할을 하도록 만들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이를 추측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아직 이 버튼이 소프트웨어 관점에서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카메라 버튼이 이전 세대에 추가된 것 같은 일반적인 버튼이었다면 그냥 무음 버튼에 카메라를 매핑한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을 테고 그렇다면 그냥 무음 버튼 자리에 매핑 가능한 버튼 두 개를 매치하는 것과 전혀 다르지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이 버튼을 아이폰을 반시계방향으로 90도 돌릴 때 실제 카메라의 셔터 버튼이 있을 법한 자리에 배치하고 이를 반셔터 기능 뿐 아니라 카메라 제어 기능으로 사용한다는 발상 자체는 꽤 괜찮아 보입니다. 다만 하드웨어의 출시 시점까지 소프트웨어를 완성하지 못했다는 점을 제외하고 말입니다.

머지않아 또 1년만에 배터리 수명이 79%에 도달해 스토어에 가면 직접 만져보며 실망할 수 있을테지만 이미 카메라 버튼은 애플의 광고만으로도 암만 생각해도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는 이 카메라 버튼은 근본적으로 실제 카메라의 반셔터 기능으로 동작하고 정확히 이 기능에 충실한 동작을 하는 수준으로 출시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을 반시계방향으로 90도 돌려 쥐었을 때 실제 카메라의 셔터 버튼과 가장 비슷한 위치에 버튼이 있고 이 위치 자체가 고객들에게 이 버튼이 카메라 앱을 실행하는 버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셔터 버튼이기도 하며 실제 카메라의 셔터 버튼과 같은 방식으로 동작할 거라고 예상하게 만들었기에 이 예상을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카메라 버튼은 그 가장 중요한 실제 카메라의 셔터 버튼이 가지고 있는 두 단계의 압력을 감지해 서로 다른 두 가지 기능을 하는 가장 근본적인 기능만 제외한 채 나머지 기능만 구현된 상태로 출시되었습니다. 위 사진을 보면 카메라 버튼을 조작해 여러 가지 카메라 설정을 선택하고 설정을 조절하고 카메라 모드를 조절하는 등 여러 가지 조작을 단 한 가지 버튼을 사용해서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버튼으로 할 수 있는 조작들을 버튼 하나로부터 출발하는 트리 모양으로 상상해 보면 이 버튼은 버튼 하나로 아주 복잡하고 다양한 조작을 해야만 합니다. 일단 시작할 때는 그냥 눌러서 카메라 앱을 불러내는 아주 단순한 조작으로 시작하지만 스와이프를 통해 여러 가지 촬영 모드 중 하나를 선택하고 촬영 모드 하위에 있는 설정 메뉴 중 하나를 선택한 다음 설정을 올리거나 내리기 위해 버튼을 스와이프하고 이를 확정하고 다시 상위 메뉴로 나와 줌을 조절하고 다시 같은 버튼을 실수하지 않고 정확히 버튼을 눌러 사진을 찍는 과정은 머릿속으로 생각할 때는 말이 될 것 같지만 실제 촬영 상황에서 이를 조작하기는 그리 만만하지 않을 것임을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실제 카메라에서 이 여러 가지 수동 조작을 빠르게 해낼 수 있는 이유는 수동 조작에 필요한 각각의 버튼과 다이얼들이 서로 독립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셔터 버튼은 오직 셔터 버튼 역할만 하며 촬영 모드는 카메라 위에 달린 커다란 다이얼을 돌려 설정하고 서로 다른 수동 조작은 각기 독립된 버튼을 눌러 수동 조작 상태에 진입한 다음 어지간한 카메라에 달려 있는 독립된 다이얼을 돌려 설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조작 과정은 앞서 단 하나의 버튼으로 조작하기 위해 각각의 조작을 트리 형태로 접근해 조작을 깊고 복잡하게 만드는 대신 모든 조작을 첫 번째 단계에 모두 펼쳐 놓아 어떤 기능이든 빨리 접근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새 아이폰의 카메라 버튼은 이 모든 조작을 단 한 개의 정전식 버튼으로 처리하려고 하고 있고 단 한 개의 버튼은 셔터 버튼 역할을 하기에도 벅찬 상황입니다. 기존 카메라 앱에서 여러 가지 조작을 그나마 빠르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화면 상에 여러 컨트롤들이 각기 분리된 아이콘 모양으로 존재했기 때문인데 이를 버튼 하나에 집중 시켜 놓으면 오히려 조작 난이도는 올라가고 조작 속도는 떨어지며 조작에 익숙해지기도 어려울 거라고 예상합니다. 오히려 수동 조작은 버튼 밑에 드넓게 펼쳐진 터치스크린에 맡기고 버튼 스스로는 실제 카메라의 셔터 버튼 역할과 카메라 앱 실행 역할만 했다면 오히려 여러 가지 조작을 훨씬 단순하게 만들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위 사진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애플이 아이폰에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채용해 출시하며 그들 스스로 했던 말인 사람들 대부분은 태어날 때부터 열 개의 스타일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감압식 스크린과 이를 정확하게 조작하기 위한 별도의 스타일러스가 필요하지 않다는 말을 스스로 잊은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아이폰 이전 시대의 감압식 스크린을 사용한 스마트폰들은 손가락으로 화면을 꾹꾹 눌러야 했고 이 덕분에 화면을 보다 정교하게 조작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폰이 정전식 터치스크린을 채용하면서 비록 장갑을 낀 채로는 누를 수 없게 됐지만 적어도 맨손으로는 이전에 비해 훨씬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게 됐고 이 덕분에 이전까지는 스타일러스의 뾰족한 끝으로만 간신히 조작할 수 있었던 버튼 밀도가 높은 키보드를 직접 터치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위 사진에 카메라 버튼을 조작하는 모습을 보면 애플은 이제 아이폰을 처음 출시할 때 스스로 말했던 사람들이 스타일러스를 몸에 붙인 채 태어난다는 말을 완전히 잊은 것처럼 보입니다. 위 사진에서 카메라 버튼을 터치하고 또 스와이프 해서 버튼 바로 아래쪽에 나타난 컨트롤을 조작하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이 사진을 보며 드는 감정은 애처로움입니다. 모든 카메라가 오른손으로 조작하도록 만들어졌기에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아이폰은 실제 카메라의 셔터 버튼이 있을 법한 위치, 그러니까 오른손 검지손가락으로 카메라 버튼을 조작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바로 저 상황에서 인류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람들은 저 상황에 검지손가락 뿐 아니라 놀랍게도 엄지손가락도 가지고 있습니다. 카메라 버튼을 스와이프하고 다시 터치해 힘겹게 메뉴를 선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저 애처로운 사진은 만약 저 사진 속의 손이 나머지 인류 구성원들과 같이 엄지손가락도 함께 가지고 있다면 저 상황에서 카메라 버튼 하나만 사용하기 위해 애처롭게 노력하는 대신 그냥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저 컨트롤을 터치해 버리면 됩니다.
실제 카메라를 조작할 때도 같은 방식을 사용합니다. 검지손가락은 주로 셔터 버튼에 올려놓은 채 그 근처에 있는 수동 제어 버튼을 누르기도 하지만 실제 수동 조작을 통해 값을 변경하는 것은 주로 엄지손가락입니다. 입문용 카메라에는 종종 셔터 버튼 근처에 검지손가락으로 조작하는 다이얼이 달려 있기도 하지만 프로페셔널 그레이드로 넘어가면 여러 값을 빠르게 바꾸는 다이얼은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큼직하게 달려 있고 이 주변에 셔터를 조작할 검지손가락을 방해하지 않은 채 조작할 수 있는 다양한 버튼이 위치하고 있습니다. 아이폰 역시 본격적으로 카메라 버튼을 분리해 카메라 앱 실행과 셔터 버튼으로 사용할 작정이었다면 같은 오른손에 붙어 있는 엄지손가락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검지손가락으로 카메라 버튼을 스와이프 해 가며 애처롭게 수동 제어할 메뉴를 선택하고 값을 조절하고 다시 밖으로 빠져나오기를 반복하며 시간을 낭비하는 대신 그냥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메뉴를 터치해 빠르게 메뉴 사이를 전환하고 굳이 카메라 버튼을 스와이프 해 값을 바꾼 다음 다시 엄지손가락으로 값을 확정하고 검지손가락으로 셔터 버튼을 터치하면 굳이 바로 옆에 있는 엄지손가락을 사용하지 않고 버튼 하나만 사용해 카메라를 조작하기 위해 애처롭게 진땀 흘리지 않아도 됩니다. 만약 애플이 엄지손가락을 함게 활용하는 인터페이스를 고안하려고 했다면 카메라 버튼 아래에 나타나는 인터페이스를 저렇게 작게 만들지 않았을 겁니다. 그랬다면 엄지손가락으로 시원스럽게 누를 수 있는 좀 더 큰 메뉴를 채용하고 카메라를 전체적으로 더 빨리, 더 정교하게 조작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만들 수 있었을 테지만 저 사진만으로도 이미 애플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애플은 1년 전 무음 스위치를 무음 버튼 모양으로 변경하며 그저 그런 버튼을 추가하고 딱히 인상적이지 않은 매핑 기능을 아름다운 그래픽을 통해 설정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오랜만에 애플이 아이폰에 버튼 구성을 변경한 것은 관심 가질 만한 일이지만 애플 역시 다른 회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하드웨어 버튼을 추가하며 겪던 지독한 시행착오를 피할 수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1년 만에 또 한번 하드웨어 버튼을 추가하며 이번에는 이 버튼 하나로 온갖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가능하기는 하지만 실 사용 시나리오에는 적용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이상한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있다고 예상합니다. 이 상황은 애플이 드디어 저 버튼에 반셔터 기능을 완성해 업데이트 하더라도 별로 개선되지 않을 겁니다. 이미 모든 인터페이스는 오직 검지손가락에 집중해 버튼 하나만으로 실제 카메라의 여러 가지 독립된 버튼을 조작하고 엄지손가락으로 즉시 다이얼을 돌리는 빠른 조작을 흉내내려는데 맞춰 개발되었고 그렇게 출시되었습니다. 하지만 실제 사용 시나리오에서 이 인터페이스는 오른손에 붙어 있는 다른 손가락을 무시한 채 오직 카메라 버튼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하려고 하고 있고 이는 당연하게도 효율적이지 않은 인터페이스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애플은 우리들이 태어날 때부터 스타일러스를 여러 개나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 주었지만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은 그들 스스로가 우리들에게 엄지손가락이라는 여분의 스타일러스가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것 같아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