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e's to You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를 오랜 세월에 걸쳐 플레이하며 기억에 남는 음악을 떠올려보고 이 음악들이 사용된 기억에 남는 장면들을 살펴보겠습니다.

건물 안 복도 모퉁이에서 벽에 등을 기댄 채 모퉁이 너머로 고개를 살짝 내밀고 이어지는 복도를 살펴봅니다. 이 구역을 감시하는 병사 한 명이 복도 끝까지 갔다가 뒤로 돌아 다시 이쪽을 바라보고 걸어오기 시작합니다. 이 병사는 아마도 이쪽 끝가지 왔다가 다시 반대쪽 끝까지 오가기를 반복할 겁니다. 다행히 그 병사는 아직 제 존재를 알지 못합니다. 실제 세계였다면 이미 모퉁이에서 몰래 자신을 바라보는 제 존재를 알아봤겠지만 다행히 이 세계에서 병사들의 시야는 그리 길지 않고 또 저는 전설적인 군인으로 잠입을 전문으로 합니다. 때문에 실제 세계에서와 달리 병사는 앞으로도 얼마 동안은 제 존재를 알지 못할 겁니다. 다시 벽에 등을 붙인 채 병사가 여기까지 오기를 기다렸지만 예상과 달리 병사는 다시 저에게 등을 보이며 반대편으로 걸어가기 시작합니다. 저에게는 이제 병사 뒤를 몰래 따라가 그를 제압하는 방법과 벽을 두드려 그의 관심을 끄는 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겁 많은 소극적인 플레이어여서 그의 뒤를 조용히 따라가기보다는 벽을 두드려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고 그 사이에 그를 제압할 준비를 하기로 합니다. 벽을 두드리자 병사가 이상한 소리에 의문을 품고 다시 방향을 바꿔 이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병사가 모퉁이를 돌아 제 존재를 눈치 채려는 순간 그를 공격해 제압하 … 지 못합니다. 제 입력은 병사의 빈틈을 놓쳤고 병사는 제 존재를 눈치챕니다. 그리고 비상벨이 울립니다. 그리고 음악이 시작됩니다. ‘Encounter’[^Encounter]. 이 음악에 제목이 있다는 사실은 훨씬 더 나중에 알았지만 이 음악은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를 생각하면 맨 처음 떠오르는 음악으로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제 머릿속을 반사적으로 반응하게 만듭니다. 지난 메탈기어에서 제가 사랑하는 게임 시리즈 중 하나에 대한 경험과 제 감정을 소개했습니다. 하지만 감정은 결국 음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에도 그 이야기를 하지 않았는데 그랫거 이번에는 메탈 기어 시리즈에 대한 제 감정으로부터 이어지는 음악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게임에서 음악이 담당하는 역할은 예상보다 훨씬 복잡하고 또 다층적입니다. 가장 기본적인 차원에서 음악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플레이어를 게임 세계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합니다. 무서운 장면에서는 불안하고 어두운 음악을, 승리의 순간에는 웅장하고 또 밝은 음악으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뛰어난 게임 음악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메탈기어 솔리드 시리즈의 음악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한 분위기 연출을 넘어 스토리텔링의 핵심 장치로 기능한다는데 있습니다. 가령 메탈기어솔리드3의 ‘Snake Eater’는 단순히 화려하게 장식하는 테마곡 이상으로 1960년대 냉전 시대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재현하고 동시에 스네이크의 내적 갈등을 음악적으로 표현합니다[^Snake Eater (song)]. 제임스 본드 영화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재즈 스타일과 신시아 해럴의 매력적인 보컬은 첩보영화의 로맨틱함과 전쟁의 잔혹함을 동시에 품고 있습니다. 누군가의 말과 같이 저 역시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본드 음악은 본드 시리즈 음악이 아닙니다’라고요. 또한 시리즈 전체에 걸친 음악들은 개별 곡으로도 완성도 높을 뿐 아니라 전체 시리즈를 관통하는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전쟁이란 무엇인가, 영웅이란 무엇인가, 또 희생의 의미는 무엇인가와 같은 근본적인 질문이 각각의 곡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The best is yet to come'에서 시작된 희망의 메시지는 ‘Can’t say goodbye to Yesterday'의 혼란과 상실을 거쳐 ‘Love Theme'에서 희생과 구원으로 승화됩니다[^The Best is Yet to Come][^Can't Say Goodbye to Yesterday][^Love Theme]. 이러한 음악적 연속성과 일관성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각 게임을 개별적인 경험이 아닌 하나의 큰 서사시의 일부로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시리즈의 새로운 작품을 플레이 할 때마다 과거의 음악들이 기억 속에서 되살아나며 새로운 감정적 차원을 더합니다.
코지마 감독은 게임 개발자이기 이전에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작품 세계는 구로사와 아키라, 스탠리 큐브릭, 리틀리 스콧 등 거장 감독들의 영화적 언어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화적 감성은 특히 음악에 대한 접근 방식에 두드러집니다. 코지마는 일찍부터 게임에서 음악이 담당해야 할 역할이 단순한 배경음악 그 이상이어야 한다고 여겼다고 알려졌습니다. 그는 게임의 음악은 플레이어의 감정을 직접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실제로 그의 게임들에서 음악은 컷씬과 게임플레이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다리 역할을 하며 때로는 음악 자체가 스토리를 전달하는 주요 수단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철학의 결과물 중 하나가 메탈기어솔리드 3에서 전설적인 사다리 장면입니다. 플레이어가 긴 사다리를 오르는 동안 ‘Snake Eater’의 연주 버전이 흘러나오며 게임플레이와 음악이 완벽하게 융합되는 순간을 만들어냅니다[^Metal Gear Solid 3: Snake Eater]. 이 장면에서 플레이어는 단순히 컨트롤러를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과 함께 호흡하며 스네이크의 여정을 직접 체험하게 됩니다. 코지마는 이 장면을 기획하며 플레이어가 잠시 숨을 고르고 음악만으로 감정적 서사를 읽을 수 있도록 사운드 타이밍을 조절했다고 말했습니다. 코지마 감독의 또 다른 혁신은 세계적인 영화음악 작곡가들을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시킨 것입니다. 메탈기어솔리드 2부터 참여한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는 글레디에이터, 킹덤오브헤븐 등의 영화음악을 작곡한 거장입니다. 그를 게임 개발에 영입한 것은 당시로는 파격적인 결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게임 음악의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렉슨 윌리엄스는 코지마와 작업 과정에서 영화에서는 화면을 보며 음악을 만들지만 게임에서는 상상력과 서면 설명만으로 곡을 만들어여 했다고 회고했습니다. 이러한 독특한 작업 방식은 오히려 더욱 자유롭고 창의적인 음악을 탄생시켰습니다. 화면에 구애받지 않고 순수하게 감정과 분위기에 집중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코지마 감독의 음악 철학에서 또 다른 요소는 대비의 미학입니다. 그는 가장 잔혹한 장면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을 사용하거나 반대로 가장 평화로운 순간에 불안한 음악으로 모순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정치적인 상황에 의해 미완성으로 남아 혹평을 받은 ‘Sins of the Father’가 스컬 페이스와 어색한 지프 라이딩 장면에서 사용된 것, 그리고 그라운드제로 인트로와 잔혹한 고문 장면에서 사용된 ‘Here’s to You'가 대표적입니다[^Sins of the Father][^Here's to You]. 이러한 접근 방식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더욱 깊고 복잡한 감정적 경험을 줍니다. 단순한 선악구조나 뻔한 감정 유발을 거부하고 현실 세계처럼 복잡하고 모순적인 감정들을 게임에 구현해냅니다.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의 첫 게임이 발매된지 25년이 넘었습니다[^Metal Gear series]. 그동안 게임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수많은 명작들이 나왔지만 여전히 이 시리즈의 음악으로부터 특별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오랜 세월에 걸친 감정에 일어나는 영향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일단 음악들 각각이 곡 자체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각 게임이 발매되던 당시 기준으로 게임 음악의 한계를 넘어 순수하게 음악 작품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The best is yet to come’의 애절한 선율, ‘Snake Eater’의 세련된 재즈 음악, 'Heavens Divide'의 웅장한 선율은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도 감상할 수 있을 보편적인 아름다움을 지닙니다[^Heavens Divide][^The Best is Yet to Come]. 다음으로 이 음악들은 특정한 시대의 감성과 철학을 담고 있으면서도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인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냉전 시대의 불안감을 다룬 메탈기어솔리드 3 음악들은 오늘날의 국제정치 상황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Metal Gear Solid 3: Snake Eater]. 정보화 사회의 혼란을 다룬 메탈기어솔리드 2 음악들은 현대 상황과 아주 흡사합니다[^Metal Gear Solid 2: Sons of Liberty]. 또 이 음악들은 개인적인 추억과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여러 플레이어들에게 이 곡들은 단순한 음악이 아니라 인생의 한 페이지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며 각각의 음악을 들으며 움직인 감정의 기억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간직될 겁니다. 그리고 이 시리즈의 음악들은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음악적 우주를 만듭니다. 각각의 곡들이 독립적으로도 아름답지만 전체 시리즈의 맥락에 기반해 들을 때 더 깊은 의미를 가집니다. 새로운 게임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과거 게임들의 선율이 되살아나며 새로운 감정의 층을 더합니다.
솔리드스네이크가 셰도우모세스 섬의 임무를 마치고 진실이 밝혀지고 나서 이어지는 엔딩에는 눈 덮인 알래스카의 풍경이 펼쳐지고 스탭롤이 올라갑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서 들어본 적 없는 언어와 선율이 이어집니다. 아오이페 니 페리아는 마치 켈트족의 고대 신화에서 흘러나온 듯 신비롭고 애절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소리를 넘어 게임을 마친 플레이어의 마음 속 깊은 곳에 직접적으로 말을 걸어 옵니다. 낯선 언어인 게일어로 부르는 이 곡은 그 낯선 느낌으로 인해 보편적인 감동을 줍니다. 곡 제목은 아직 가장 좋은 순간은 오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게임에서 벌어진 모든 비극과 희생, 배신과 상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희망을 잃지 않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는 게임 스토리의 결론 이상의 플레이어 개개인에 대한 응원의 메시지이기도 합니다. 아오이페 니 페리아는 아일랜드 출신 가수로 켈트 음악계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게임 음악을 부른 것은 당시가 처음이었고 그 자신도 이 곡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 받게 될 것을 예상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의 목소리는 기술적으로 완전할 뿐 아니라 깊은 감정을 담고 있습니다. 가사를 이해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에게 그의 목소리는 순수한 감정으로 다가옵니다. 가사의 의미를 모르기 때문에 더욱 직접적으로 와 닿았을는지도 모릅니다. 이는 음악이 가진 보편성을 보여주는 완전한 사례입니다. 언어를 넘어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에 닿을 수 있는 것이야말로 음악의 힘입니다. 곡 자체도 영리하게 설계되어 있습니다. 독창으로 시작해 점차 악기들이 따라옵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게임을 진행하면서 겪은 감정의 여정을 음악으로 재현한 것입니다. 외로운 시작에서 점차 동료와 함께하며 마지막에는 모든 것을 아우르는 희망적인 결말에 도달하는 여정을 표현합니다. 이 곡의 작곡가인 리카 무라나카는 코지마 히데오와 오랜 기간에 걸쳐 협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 곡을 만들며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게임이 끝난 다음 플레이어가 느낄 복잡한 감정을 음악으로 정리해주고 싶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사의 언어 선택 과정입니다. 처음에는 영어나 일본어로 가사를 쓸 계획이었지만 코지마 감독이 너무 직접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그는 플레이어들이 가사의 의미를 즉시 이해하기보다는 음악 자체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무라나카는 여러 언어를 검토한 끝에 게일어를 선택했습니다. 게일어는 켈트족의 언어로 수 천 년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현재는 소수 사람들만이 사용하는 언어입니다. 이러한 특성이 곡에 분위기를 더해주었습니다. 또한 켈트 문화 자체가 가진 경외심, 운명에 대한 체념, 그리고 그 속에서 꺾이지 않는 희망의 정신이 메탈기어솔리드의 주체의식과 잘 맞았습니다. 아오이페 니 페리아를 섭외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고 국제적인 협력 프로젝트도 흔하지 않았습니다. 코나미 직원들은 아일랜드 음반회사들과 연락을 주고받으며 마침내 그와 연결될 수 있었습니다. 그도 처음에는 게임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에 대해 확신이 없었지만 곡을 듣고 가사를 읽어본 후 참여하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Encounter’는 적에게 발각되는 순간부터 보스전을 채우는 가장 대표적인 음악입니다. 플레이어가 잠입에서 전투로 전환되는 찰나에 신장감을 고조시킵니다. 스네이크가 적 병사의 시야에 포발견되면 ‘경계’ 표시가 나타나며 음악이 시작됩니다. 이 강렬한 리듬은 스텔스가 가진 은밀함을 갑작스러운 역동성으로 뒤집어 플레이어에게 더이상 숨어있을 수 없다는 긴박함을 단번에 체감하게 만듭니다. 작곡가 카즈키 무라오카는 이 테마를 구성하며 잠입의 정적과 전투의 폭발적 에너지를 극단적으로 대비시키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이 곡은 전투 개시 시점의 놀람과 분노, 그리고 생존을 향한 결의라는 세 가지 감정을 수직적으로 압축해 들려줍니다. 느리고 둔탁한 북 소리 위로 낮은 현악이 드문드문 깔리는 구조는 플레이어에게 전투가 시작되었음을 청각적으로 느끼도록 만드는 동시에 긴장감을 전달합니다. 이 음악은 첫 출시 이후에도 시리즈 전투 음악의 기준이 되었고 대부분의 보스전과 경계 상황에서 변주되거나 리메이크되어 메탈기어솔리드 전투 음악의 근본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메탈기어솔리드 2의 ‘Yell Dead Cell’과 메탈기어솔리드 3의 ‘Ocelot Battle’에도 타악기 중심 전개와 현악, 불협화음 포인트가 계승되었습니다[^Yell Dead Cell][^Metal Gear Solid 4 Walkthrough/Act 5]. 이러한 반복과 재해석은 적에게 발각된 순간의 감정을 언제나 같은 청각 언어로 전달해 플레이어가 본능적으로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의 전투의 심리적 폭발을 체험하게 만들었습니다. 이 곡은 단순한 전투 배경음악 이상입니다. 잠입과 전투, 스텔스 슈팅 장르 전반을 정의하는 상징이자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가 구축한 정체성의 필수 요소입니다. 처음으로 북소리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우리는 회피가 아니나 정면 대결을 선택해야 하고 게임은 그 선택의 무게를 음악으로 각인시킵니다.
‘Main Theme’은 셰도우 모세스의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 소리 위로 음악이 시작되며 게임음악 역사에 남을 상징임을 바로 증명해냈습니다[^Metal Gear Solid Main Theme]. 작곡가인 타피 이와세는 PS1의 제한된 음원 환경에서도 굵고 선명한 스트링 멜로디와 독창적인 화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코지마 감독은 이 테마에 대해 한 번 들으면 결코 잊히지 않을 영원히 시리즈를 관통할 수 있는 힘을 담아 달라고 주문했으며 클래식과 일렉트로닉의 조화를 통해 걸작을 완성했습니다. 다음 게임인 메탈기어솔리드 2에서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는 원곡을 풍성한 오케스트라 사운드로 편곡했습니다. 풍부한 현악과 브라스, 웅장한 타악이 더해지며 테마는 보다 드라마틱해졌고 플레이는 이 순간 메탈기어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감을 음악을 통해 느끼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완벽한 곡에도 암초가 있었습니다. 러시아 작곡가 게오르기스비리도프의 관현악곡 ‘Winter Road’와 멜로디 유사성 논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곡은 주요 스트링 라인이 비슷하다는 지적이 제가되었고 코나미는 법적 위험을 감안해 원곡 사용을 중단했습니다. 이후 시리즈에서도 이 곡은 공식 사운드트랙과 게임 음악에서 완전히 퇴장하게 되었습니다. 메탈기어솔리드의 정체성 그 자체로 인식한 음악이 사라진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공식 무대에서는 물러났지만 여전히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를 생각하면 이 음악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곡의 선율이 남긴 강렭한 여운은 새로운 편곡과 현대에 이어지는 팬메이드 커버로 이어지며 게임 음악 전반에 걸친 영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편 비가 내리는 어두운 밤 조지 워싱턴 다리 위를 한 사람이 걷고 있습니다. 그 아래에는 탱커가 떠 있습니다. 다리 위를 지나는 수많은 자동차들은 평소와 같은 뉴욕의 일상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그 옆을 걷고 있는 사람은 이 일상과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일어날 사건을 향해 조용히 다가가고 있습니다. 그가 피우던 담배를 던지고 달려나가며 시작되는 음악은 다리에서 탱커로 뛰어내리기 위한 아슬아슬한 묘기가 진행되는 동안 박진감을 고조시킨 끝에 스네이크가 갑판 위에 착지하는 순간과 완전히 맞아떨어집니다. 출시 당시 게임 음악이 레드 카펫을 밟고 등장하는 영화 같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장면이 지닌 힘은 단지 음악의 볼륨이나 화려함에 있지 않습니다. 이 곡이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는 불안과 기대, 그리고 미지의 음모에 대한 호기심을 한꺼번에 응축해 보여주는데 있습니다. 당시 일부 평론가들은 너무 과도한 영화적 연출이 오히려 게임플레이의 서스펜스를 가린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여러 팬들은 첫 트랙부터 이렇게 압도적인 적은 없었다는 호평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탱커 편 오프닝은 유튜브 ‘Best Game Openings’ 리스트 상위에 있으며 이후 등장하는 여러 FPS 및 액션 게임의 도입부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인게임 상황과 음악을 자연스럽게 연결하기 위해 스네이크가 다리를 걸을 때부터 서서히 고조되는 현악 리프는 탱커 갑판에 착지하는 순간까지 완전히 일치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덕분에 플레이어는 스네이크의 몸짓 하나하나가 음악과 일치되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메탈기어솔리드 2 텡커 편 오프닝은 시네마틱 게임 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연 장면으로 역사에 남았습니다. 이를 통해 게임도 영화와 같이 음악으로 플레이어의 감정을 움켜쥘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메탈기어솔리드 2는 그 첫 걸음을 내디뎠습니다.
‘Can’t say Goodbye to Yesterday'는 라이덴의 혼란과 상실을 끝없이 반추하게 만드는 깊고 슬픈 엔딩입니다[^Can't Say Goodbye to Yesterday]. 탱커 편의 강렬한 음악으로 시작된 메탈기어솔리드 2의 서사는 스네이크 임무가 끝난 뒤 가짜 뉴스와 진짜 사건 의 냉혹한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까지 치닫습니다. 그리고 선즈 오브 리버티의 엔딩에 잔잔히 음악이 깔립니다. 이 감성적인 멜로디와 매혹적인 음색은 그 자체만으로도 애절하지만 이를 라이덴의 시점과 결합하면 더욱 비참한 울림을 만들어냅니다. 플레이어는 이별을 알리지만 끝내 떠나보낼 수 없는 이전의 잔상을 매 순간 되새깁니다. 코지마 감독은 이 곡을 라이덴이 자신만의 기억을 지키려는 마지막 버팀목으로 기획했습니다. 그는 미래는 도래했지만 어제의 자신을 놓아줄 수 없는 마음을 가사와 선율에 압축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여러 팬들과 마찬가지로 저 자신도 이 곡을 메탈기어솔리드 2 최고의 곡으로 꼽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라이덴의 고통에 동화되는 감정을 느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메탈기어가 액션 게임임을 잊게 만드는 지나치게 감상적인 전환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음악을 통해 메탈기어솔리드 2는 스텔스 액션 게임 이상의 정보전과 정체성 위기가 얽힌 드라마로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이 테마는 이후 게임업계 전반에 액션 게임 엔딩에 감성적인 보컬 음악을 결합하는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지금도 메탈기어솔리드 엔딩 크레딧이 시작될 때 어디선가 들려오는 목소리만으로도 플레이어들은 라이덴의 이중적 자아와 버리기 힘든 과거의 무게를 떠올립니다. 이 곡은 그 멜라디의 아름다움, 가사의 비극적 아이러니, 그리고 엔딩 장면과 연결을 통해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의 감정적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곡으로 자리잡았습니다. 한편 ‘Plant Sneaking Theme’은 빅 셸에 잠입한 라이덴의 첫 발걸음을 재즈 클럽의 구석진 무대로 초대합니다[^Metal Gear Solid 2: Sons of Liberty]. 어둑한 컨테이너 구역을 돌아다닐 때면 낮고 부드러운 색소폰 리프가 깔리고 그 위로 드럼이 불규칙하게 흘러나옵니다. 이러한 재즈 감성과 일렉트로닉 리듬의 이질적 결합은 플레이어로 하여금 엉킨 음모와 가짜 뉴스의 미로 속을 탐험하는 이중적 감각을 체험하게 만듭니다. 작곡가 히비노 노리히코는 전통적인 재즈의 감성을 브레이크비트의 불안정한 박자로 깨뜨리며 현대적 음향의 긴장감을 더했습니다. 특히 정규 사운드트랙에 수록된 확장 버전은 작곡가의 야심을 돋보이게 만듭니다. 메인 테마가 한 차례 완성된 뒤에도 다시 색소폰과 베이스 솔로를 추가하고 마지막에 전자음 파편들이 섞여나오며 서서히 사라집니다. 이 확장판은 인게임에서는 들을 수 없던 경험을 제공해 작곡가의 의도가 살아있는 버전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곡은 메탈기어솔리드 2에서 라이덴이 탐정 같아지는 순간이기도 하고 또 재즈바에서 정보원과 만난 기분이 든다는 평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긴장감 있는 스텔스 게임에서 너무 느긋하다는 비판도 있었습니다.
‘Snake Eater’는 메탈기어솔리드 3 스네이크 이터의 오프닝입니다. 이 곡은 메탈기어솔리드 3의 시작이자 메탈기어 사가 전체의 시작이기도 합니다[^Metal Gear Solid 3: Snake Eater]. 이 곡의 시작과 함께 우리는 1960년대 냉전의 비장함과 첩보원의 외로움을 동시에 느끼게 됩니다. 신시아 해럴의 보컬이 노래를 시작하는 순간 마치 본드 영화의 타이틀 시퀀스를 보는 듯한 화려한 여운이 온몸을 감쌉니다. 이 목소리는 전설적인 본드 테마를 오마주하면서도 이국적인 타악기 리듬과 섬세한 스트링 편곡 위에서 자신의 색을 분명히 드러냅니다. 히비노 노리히코는 이 곡을 작곡하며 본드 시리즈의 우아함과 메탈기어솔리드 3의 야수 같은 정글 생존기를 결합하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는 매번 다른 감정선을 타기 위해 가사 없는 버전과 보컬 버전을 번갈아 배치했고 보컬 녹음 때도 스네이크의 고독과 사명감을 함께 노래해달라는코지마 감독의 디렉션을 받았습니다. 실제 녹음 세션에서 신시아 해럴은 본드풍의 경쾌함과 정글의 긴장감을 동시에 살리기 위해 여러 테이크를 소화하며 보다 절제된 보컬과 폭발적 고음 사이를 오가며 곡의 진폭을 극대화했습니다. 사다리 장면은 이 곡의 인스투르멘탈 버전이 빛나는 순간입니다. 미션 중 긴 사다리를 천천히 오르는 동안 가사 가사만으로 절제된 곡이 흘러나오는데 이 절제된 버전은 이 순간에 감정의 깊이를 한층 배가합니다. 플레이어는 외롭게 끝없는 사다리를 오르며 자신의 숨소리와 음악이 빈 공간을 매우는 몰입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 장면은 음악과 게임플레이의 완벽한 융합으로 여러 평가에 회자되었습니다. 긍정적인 평가로 예술과 게임플레이가 만나는 경이로운 지점이라는 것으로 요약됩니다. 반면 부정적인 평가에는 본드 오마주가 너무 뚜렷해 원본성을 흐릴 수 있다는 것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사다리를 오르는 경험은 이 순간조차 오래도록 기억될 만큼 완전한 감정적 전환을 만들어냈습니다. 한편 ‘Virtuous Mission’은 메탈기어솔리드 3의 버추어스 미션 오프닝을 장식하는 서곡입니다[^Virtuous Mission]. 해가 뜨기 직전 가장 어두운 밤 소련 상공을 수송기가 날고 있습니다. 지난 담배연기 속 게임에서 소개한 관망과 개입의 경계에서 스네이크가 시가를 바닥에 튕겨내고 그러는 사이 제로 소령과 패러메딕이 상황을 살피는 동안 음악이 공간을 채우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마침내 비행기 후면 해치가 열리는 순간 태양이 떠오르며 어두운 비행기 안을 빛으로 가득 채울 때 본격적으로 음악이 시작됩니다. 음악은 스네이크가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순간 클라이맥스에 다다르고 소네이크가 정글 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까지 압도적으로 흐르며 냉전 시대 스파이 첩보전의 긴장감을 완벽하게 이끌어냅니다. 이 오프닝은 플레이어에게 이곳이 보통의 전장이 아니라 권력과 이데올로기가 충돌하는 최전선임을 직관시킵니다. 깊은 현악 리프가 이 미션에는 실패할 권리가 없다는 비장함을 속삭이고 트럼펫이 울릴 때마다 스네이크의 투명한 체온이 전장에 배출되는 듯한 몰입감을 줍니다. 하지만 이 곡이 게임에서 사용될 때 이 곡이 가진 서사적 웅장함을 구축하기에 클라이맥스를 지나자마자 시작된 인게임 대화 때문에 고조된 감정을 이어주지 못해 정서적 연결이 끊겨 큰 아쉬움을 남깁니다.
마이크로웨이브 복도는 메탈기어솔리드 4의 끝부분에서 스네이크가 마주하는 가장 절망적이면서도 숭고한 순간입니다. 리퀴드 오셀롯의 함선 내부, GW 서버룸에 도달하기 위해 마이크로웨이브로 가득 찬 좁은 복도를 통과해야 합니다[GW]. 문이 열리는 순간부터 열기가 스네이크를 덮치고 그는 숨을 헐떡이며 복도 안으로 발을 내딛습니다. 이 때 ‘Love Thene’이 차츰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Love Theme]. 이 장면의 천재성은 분할된 화면 구성에 있습니다. 위쪽에는 메릴과 라이덴, 그리고 동료들이 무수한 메탈기어 레이와 절망적인 전투를 벌이는 모습이 펼쳐지고 하래쪽에는 점차 쓰러져가는 스네이크가 바닥을 기어가는 모습이 함께 나타납니다. ‘Love Theme'의 애절한 바이올린 솔로가 계속되는 가운데 플레이어는 버튼을 연타하며 스네이크와 함께 고통을 나눕니다. 마이크로웨이브가 그의 체력을 갉을 때마다 심작 박동이 점점 더 빨라지고 화면이 흔들리며 제 손목의 힘도 빠져 갑니다. 이 장면에서 ‘Love Theme'은 단순한 배경음악이 아니라 스네이크의 내면을 직접 대변하는 목소리입니다. 히브리어로 불리는 가사에는 전장에서 본 여성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절망과 죽음, 그리고 슬픔을 중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재키 프레스티의 절제된 노래는 화려하지 않지만 깊은 절망감을 표현하며 현악의 선율과 어우러져 전쟁의 참혹함을 바라본 시선을 완성합니다. 이 장면은 이전의 사다리 장면과 같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최고의 순간입니다. 메탈기어솔리드 1의 고문 장면에서 스네이크와 함께하던 것과는 또 다른 관점으로 스네이크와 함께 고통을 나눕니다. 코지마 감독 자신도 이 장면을 가장 좋아하는 메탈기어 순간 중 하나라고 언급하기도 합니다. 물론 지나치게 감상적이어서 액션의 흐름을 방해한다는 지적이 있고 이 관점에도 일리가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장면이 시리즈의 정서적 클라이맥스를 완전하게 구현해냈다고 봅니다. 인게임에서 이 연출이 가능한 이유는 음악과 플레이어 행동의 완전한 동기화에 있습니다. 스네이크의 움직임이 느려질수록 음악의 선율이 더욱 애절해집니다. 마침내 서버룸에 도착해 스네이크가 바닥에 쓰러질 때 음악이 잦아들며 평온한 침묵이 찾아옵니다.
‘Metal Gear Saga’는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가 작곡한 메탈기어솔리드 4의 대표적인 테마로 시리즈 전체의 서사를 하나의 찬가로 승화시킨 곡입니다[^Metal Gear Saga]. 이 곡이 가장 극적으로 사용되는 순간은 두 번인데 첫 번째는 최종 보스전 직전 스네이크와 리퀴드 오셀롯이 각자 나노머신을 주입하는 장면이고 두 번째는 엔딩에서 빅 보스가 더 보스의 부덤 앞에서 스네이크와 재회하는 순간입니다. 나노머신 주입 장면에서 이 곡이 시작되는 순간 운명적 대결의 서막을 직감합니다. 스네이크와 오셀롯이 서로를 마주보며 주사기를 들어올리는 순간 메탈기어 사가의 음악이 주변을 가득 채웁니다. 여러 게임의 흔한 보스 전투와 비슷하지만 한편으로는 두 전설적 존재가 마지막으로 함께하는 숙명의 순간임을 음악을 통해 선언합니다. 브라스 섹션의 웅장한 등장과 현악의 드라마틱한 상승음계는 이것이 모든 것의 끝임을 말해줍니다. 두 번째로 사용된 빅 보스와 재회 장면은 또 다른 감동을 줍니다. 알링턴 국립묘지의 더 보스 무덤 앞에 빅 보스가 나타나 스네이크와 마주하자 곡의 후반부가 천천히 흘러나옵니다. 이 때는 이전의 격앙된 버전과 달리 절제되고 성찰적입니다. 이는 복수와 증오의 연쇄를 끊고 화해와 용서로 나아가는 순간의 숭고함을 드러냅니다.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는 이 곡을 시리즈 전체의 비극적 서사를 하나의 음악으로 압축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는 메탈기어솔리드 1부터 메탈기어솔리드 4까지 이어진 스네이크들의 이야기, 빅 보스와 제로의 갈등, 그리고 전쟁이 만들어낸 비극을 모두 담으려 노력했다고 밝혔습니다. 실제 이 곡은 이전 작품들의 주요 부분이 교묘하게 삽입되어 있어 팬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이 곡을 통해 20여년의 여정이 완성되었으며 그동안 함께해 온 메탈기어솔리드의 이야기를 끝맺으며 이전을 돌아보는 특별한 의미를 지녔습니다.
한편 ‘Here’s to You'는 메탈기어솔리드 4 엔딩에 처음 등장한 곡입니다[^Here’s to You]. 이 곡의 선택은 단순한 음악적 결정이 아니라 코지마 감독의 철학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원곡은 1920년대 미국에서 일어난 사코와 반제티 사건을 다룬 영화 ‘사코와 반제티’를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니콜라 사코와 바르톨로메오 반제티는 이탈리아계 이민자이자 아나키스트로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되어 사형당했지만 실제로는 그들의 정치적 신념과 이민자 신분 때문에 희생된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 사건은 미국 사법제도의 편견과 부정의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코지마 감독이 이 곡을 선택한 배경에는 원래 기획한 스네이크의 처령 엔딩과 연관이 있습니다. 초기 구상에서 메탈기어솔리드 4는 스네이크가 전범으로 처형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세계를 구원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살인자이기도 했습니다. 이는 사코와 반제티가 무죄임에도 불구하고 편견과 오해로 처형 당한 것과 유사한 구조입니다. 게임에서는 스네이크가 처형되지 않지만 이 곡의 사용은 여전히 강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이 곡은 정의로운 일을 했음애도 오해받고 희생된 이들에 대한 진혼곡입니다. 역사의 진실을 기억하자는 의미입니다. 스네이크 역시 세계를 구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희생을 치렀고 결국 그는 다음 세대에 아무 것도 전하지 못하고 외롭게 생을 마감해야 하는 운명에 처했습니다. 사실 역사적 사건과 게임 스토리의 연결과 빅 보스의 등장이 지나치게 인위적인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빅 보스의 등장과 그의 죽음은 메탈기어 사가를 끝맺기에 적절한 설정이지만 지난 메탈기어에서 살펴봤듯 빅 보스가 이 시점까지 살아있는 것 자체가 몰입을 깨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시리즈 전체에 걸쳐 계속되는 반전 메시지와 평화주의적 철학이 훌륭하게 표현된 것은 사실입니다. 사코와 반제티 사건이 메탈기어에 던지는 메시지는 명확합니다. 진정한 영웅은 때로 세상의 오해와 편견 속에 외롭게 희생될 수밖에 없으며 그들의 진실은 후세에 가서야 인정받는다는 것입니다. 스네이크와 빅 보스, 그리고 시리즈의 모든 등장인물들이 겪은 비극적 운명이 바로 이러한 역사의 반복임을 노래합니다.
메탈기어솔리드 그라운드 제로의 오프닝은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 역사상 가장 충격적이고 또 어두운 장면입니다[^Ground Zeroes Incident]. 캠프 오메가의 새벽 어둠 속 경비견들이 울부짖고 서치라이트가 기지를 훑는 가운데 방금 메탈기어솔리드 4의 끝을 장식한 같은 곡이 사용됩니다. 기지에 도착한 스컬 페이스는 우리에 갇혀 있는 치코에게 반역자가 된 기분이 어떻느냐고 물으며 테이프가 들어있는 워크맨을 우리 안으로 던져 넣습니다[^Skull Face][^Chico]. 치코는 워크맨을 집어 들고 귀에 이어폰을 꽂은 다음 재생하기 시작합니다. 그러자 방금까지 주변을 매우고 있던 빗소리와 개 짖는 소리 따위가 한번에 확 멀어지며 엔니오 모리코네의 ‘Here’s to You'가 차분하게 흘러나옵니다. 그리고 처음 화면에 나타나는 스컬페이스는 영화적 연출의 걸작입니다. 스컬페이스는 먼저 반사된 모습과 뒷모습으로만 등장합니다. 경비병의 헬멧 바이저에, 지프의 백미러에, 건물의 유리창에 그의 모습이 파편적으로 비춰지며 정체를 알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코지마 감독은 이 연출에 대해 관객이 악역의 진면목을 보기 전에 먼저 그의 존재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설명합니다. 경비견들이 짖어대는 이유 역시 동물의 본능이 이 인물이 다른 존재임을 감지하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마치 영화 한니발에서 멧돼지들이 한니발 렉터 박사를 피해 지나가는 것과도 비슷합니다. 그리고 음악이 잦아드는 순간 마침내 스컬페이스가 처음으로 모자를 벗으며 모습을 드러냅니다. 중절모를 쓰고 정장을 차려 입은 그의 실루엣은 마치 타란티노 영화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킬빌이나 펄프픽션에서 볼 수 있는 스타일리시한 악역과 비슷한 연출입니다. 클래식 팝송이 잔혹한 장면과 대조를 이루는 아이러니한 구성도 그의 시그니처와 일치합니다. 여기서 ‘Here’s to You'의 가사는 스컬페이스가 파즈와 치코에게 행한 잔혹한 고문과 기묘한 대비를 이룹니다[^Paz Ortega Andrade]. 니콜라와 바트에 대한 추모의 노래가 흐르는 가운데 파즈와 치코의 비극적 운명을 마주하게 됩니다. 사코와 반제티가 무죄임에도 판견과 증오로 인해 처형된 것처럼 파즈와 치코 역시 거대한 음모의 희생양이 되어 끔찍한 고통을 겪급니다. 스컬페이스가 치코에게 워크맨을 건네며 말합니다. ‘니콜라, 파트. 부당하게 처형당한 이민자들.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다른 이들에게 메시지가 되었다. 우리가 무고한 자들을 살해하는 사회라는 것을. 너 역시 네 희생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 믿나?’ 이 대사는 사코와 반제티 사건의 본질을 직접 언급하며 동시에 파즈와 치코의 운명을 예고합니다. 이 지점의 재미있는 점은 이전 시대의 코지마 감독이라면 스컬페이스의 입을 통해 이런 자세한 배경을 설명하지 않았을 거라는 점입니다. 당장 같은 곡이 사용된 메탈기어솔리드 4에서도 등장인물들의 입을 빌려 이 곡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현대에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인식한 것 같습니다. 이 오프닝은 개인적으로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 전체 역사상 가장 훌륭하고 또 가장 지독하며 가장 독특하고 아름다운 컷씬입니다. 다만 지나치게 잔혹하고 절망적인 이야기라는 점은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특히 나중에 들을 수 있는 파즈와 치코의 고문 과정이 담긴 오디오 테이프는 이 게임 뒤에는 여전히 잔혹한 음모가 존재하고 있음을 도저히 잊을 수 없게 만듭니다. 코지마는 이 장면을 기획하며 의도적으로 타란티노의 영화 기법을 차용했다고 밝혔습니다. 차분한 음악과 폭력의 대조, 스타일리시한 악역의 등장, 그리고 역사적 사건을 현재의 이야기와 연결하는 방식은 그의 영화의 특징입니다. 특히 인글로리어스 바스터즈에서 나치의 만행을 다루면서도 미학적 완성도를 추가한 것과 비슷한 접근입니다. 이 연출이 성공한 이유는 음악과 영상의 완전한 동기화에 있습니다. 치코가 직접 워크맨의 플레이 버튼을 눌러 시작한 ‘Here’s to you'의 각 구절과 스컬페이스의 움직임이 맞아떨어지고 그가 헬리콥터의 XOF 표식을 제거하는 순간 음악이 멈추는 것 역시 절묘합니다[^XOF].
그라운드 제로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역설적으로 음악이 없는 순간들입니다. 오디오테이프로부터 파즈와 치코의 고문 과정을 들을 때 아무런 배경음악 없이 오직 고통의 소리만이 들려옵니다. 이 의도적 침묵은 오프닝의 아름다운 선율과 극명한 대조를 이루며 감정적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마치 그 장소에 함께 있는 듯한 두려움을 줍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할 수 없고 배경에는 아무런 음악적 완충도 없습니다. 오직 날것 그대로인 현실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감독은 이러한 연출을 통해 의도적으로 플레이어를 불편하게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는 빅 보스가 스컬페이스에 대해 느끼는 분노와 복수심을 플레이어도 함께 체험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통해 메탈기어솔리드 5 팬텀 페인을 대하는 플레이어들의 자세가 달라지며 단순한 게임플레이를 넘어 감정적 모입을 극대화하는 코지마 감독의 실험입니다. 침묵의 공포와 ‘Here’s to You'의 아름다운 선율 사이의 대조는 계산된 연출입니다. 오프닝의 평화로운 음악과 대비되는 화면은 곧이어 밝혀질 참혹한 진실을 잔혹하게 느끼도록 만듭니다. 마치 타란티노 영화에서 경쾌한 팝송이 흐르는 가운데 잔혹한 폭력이 벌어지는 것과 같은 아이러니입니다. 이는 게임이 다룰 수 있는 주제의 경계를 확장한 시도이기는 하지만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불쾌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여성 캐릭터에 대한 성적 폭력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는 현실의 잔혹함을 직시하게 만드는 강력한 메시지이며 그들은 전쟁과 폭력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반전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볼 수 있으나 오락물에 고문과 폭력을 일정 수준 이상 소재로 삼는 것은 부적절하기도 합니다. 코지마 감독 자신도 이러한 논란을 예상한 것 같습니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는 것이 예술의 역할이라고 말하며 플레이어가 단순한 오락이 아닌 깊은 사유를 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한 빅 보스의 타락을 설득력 있게 그리기 위한 충분한 동기가 필요했다고도 설명했습니다.
‘Sins of the Father’는 메탈기어솔리드 5의 메인 테마입니다[^Metal Gear Solid V Original Soundtrack]. 작곡가 루드비히 포르셀은 이 곡을 통해 아버지의 죄를 물려받은 자들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이 곡이 사용된 지프 라이딩 장면은 완전히 어색하게 연결됩니다. 스네이크가 스컬페이스와 함께 지프에 올라 사막을 달리는 동안 이 곡은 고조된 감정을 유지하지만 화면 속의 소박한 모험감은 이질적입니다. 음악이 게임플레이와 전혀 어울리지 않아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나중에 알려진 이 게임이 제작될 때 회사와 제작자 및 제작팀 사이의 정치적인 문제를 고려하면 이런 이상한 부분이 포함된 미완성된 게임이 출시된 것도 납득할 수 없지 않지만 다른 시리즈에서 음악과 화면의 조화를 통해 놀라운 연출을 만들어 오며 게임 업계에 표준을 제시한 게임이 이런 어색하다못해 이상한 장면을 포함한 것은 당혹스럽습니다. 한편 ‘V has Come to’는 메탈기어솔리드 팬텀 페인의 병원 오프닝을 관통하는 불안한 연주로 시작됩니다[^V Has Come To]. 기계음 같은 딜레이와 리버브, 그리고 낮게 깔리는 베이스 노이즈가 뒤섞이며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주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혼돈 속으로 빨려들어갑니다. 이 곡은 정체성과 기만이라는 게임의 핵심 주제를 즉각적으로 제시합니다. 9년 전의 폭발 사고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게임을 시작할 때 설정한 외형에 의해 자신이 누구인지 헛갈린 상태로 게임을 시작하게 만듭니다. 불협화음이 반복될수록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상황이 엉키며 곧 다가올 복수의 여정이 얼마나 필연적이고도 비극적인지 서서히 암시됩니다. 이 테마가 병원 장면과 결합되어 스네이크의 죽음과 재탄생을 상징적으로 경험합니다. 깨어나자마자 ‘V has come to’라는 메시지가 들려오며 이전의 고통과 배신, 복수의 복잡한 감정이 몰아칩니다. 이 곡은 단순한 오프닝 이상으로 메탈기어솔리드 5 전체 서사의 출발로써 혼란과 감정적 긴장을 한 번에 끌어올립니다. 또한 ‘Quiet's Theme'는 메탈기어솔리드 5에서 대사가 사라진 채 스테파니 요스턴의 절제된 보컬이 흐르는 애절한 이별가입니다[^Quiet's Theme]. 바위 위에 홀로 선 콰이어트의 실루엣이 한 발씩 뒤로 물러날 때마다 그의 목소리는 숨소리처럼 멀어지며 잔잔한 피아노 리프 위에 얹힙니다. 이 곡은 말없이 손끝으로 전해지는 작별의 순간을 음악 그 자체로 구현해냅니다.콰이어트의 이별 장면에서 음악은 그 어떤 대사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보스가 손을 내밀고 그가 조용히 고개를 들어 눈빛으로 마지막 인사를 선네는 순간 이 곡은 슬픔으로 가득 찬 공기를 더욱 무겁게 만듭니다. 대화 없이 눈빛과 손짓으로만 이루어진 장면이 플레이어의 가슴에 새겨지는 것은 음악이 전하는 여백의 미학 덕분입니다. 또한 ‘The Man Who Sold the World'는 메탈기어솔리드 5 팬텀 페인의 오프닝과 엔딩을 관통하며 정체성 혼란의 완전한 상징으로 기능합니다[^The Man Who Sold the World]. 데이빗 보위의 원곡이 담고 있는 진짜와 가면, 자아와 타자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철학적 질문은 베놈 스네이크의 이야기와 절묘하게 이어집니다. 오프닝 병원 장면에서 들려오는 보위의 낮고 중성적인 목소리는 정체성 혼란 이전에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주인공의 혼란을 대변합니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다시 한번 흐르는 커버 버전은 음악적, 서사적 완결성을 보여줍니다. 플레이어는 이미 베놈이 빅 보스가 아니라는 진실을 알지만 이 멜로디가 반복될 때마다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세상에 판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음악의 잔잔한 멜로디 속에 메아리칩니다. 코지마 감독은 이 곡을 메탈기어솔리드 5를 해석하는 열쇠로 택했습니다. 그는 게임 곳곳에 모조품과 원본의 대비를 배치해 플레이어가 게임플레이 내내 정체성의 가면을 의심하도로 설계했습니다. 이 곡은 그러한 주제를 응집해낸 상징적 요소로 보컬의 몽환적 음색과 반복되는 리프가 게임이 끝난 후에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 곡은 베놈의 환상통과 함께 비극적 자아 탐구 여정을 완성하는 결정적 서사 장치입니다.
게임음악이 할리우드 영화 수준으로 진화한 것은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가 본격적인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메탈기어솔리드 2에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라는 세계적 영화음악 거장을 영입해 오케스트라 편곡을 도입한 것은 게임음악 제작의 예산과 방식에 대한 근본적 패러다임 변화를 불러왔습니다. 이전까지는 한정된 음원과 소규모 신디사이징으로 구현되던 배경음악이 코지마 히데오와 해리 그렉슨 윌리엄스의 협업을 통해 풀 심포니와 대규모 녹음 스튜디오를 활용한 본격 영화음악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 혓긴은 이후 여러 대형 타이틀이 할리우드 영화음악 작곡가를 잇따라 기용하도록 유도했고 게임 예산의 상당 부분을 사운드트랙 제작에 재투자하는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보컬 트랙의 대중화 또한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가 이끈 변화 중 하나입니다. 007 영화의 본드 테마를 오마주한 ’Snake Eater'에서부터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의 기나긴 서사시를 노래한 ’Sins of the Father'에 이르기까지 시리즈는 게임 사운드트랙의 보컬곡이 차트 진입과 대중음악으로써 성공을 거둘 수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실제로 ’Snake Eater'는 오리콘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Heavens Divide'와 ’Can’t Say Goodbye to Yesterday'는 팝 차트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이 성과는 제작사로 하여금 사운드트랙 발매와 라이브 콘서트 투어를 기획하게 만들었으며 팬 커버와 2차 창작 문화를 폭발적으로 활성화했습니다. 한편 인터랙티브 뮤직 시스템의 발전도 메탈기어솔리드 5에서 정점을 맞이합니다. 카세트 플레이어를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 배경음악을 선택하면 미션의 긴장감과 분위기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러한 시스템은 오픈월드 게임에서 음악 선택권이 단순한 즐거움 이상의 서사적 도구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후 여러 현대 오픈월드 타이틀이 유사한 동적 음악 시스템을 도입하며 플레이어의 행동과 감정에 맞춰 음악이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설계를 표준처럼 채택했습니다. 메탈기어솔리드는 이렇게 음악을 단순한 배경으로부터 게임의 본질적 표현 수단으로 격상시켰습니다. 할리우드급 예산과 예술가 영입, 보컬의 대중화, 인터랙티브 시스템까지 시리즈가 과감히 혁신한 모든 요소는 이후 게임 산업 전반에 걸쳐 음악이 게임의 또 다른 주인공이라는 인식을 확산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첫 만남의 순간에는 언제나 특별한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건물의 모퉁이에 몸을 숨기고 다가오는 적 병사를 긴장된 시선으로 바라보다가 ‘Encounter’가 나오기 시작할 때 폭발하는 긴장감, 엔딩 크레딧을 잔잔히 밀어올리던 ‘The Best is yet to come'의 서정적 선율을 듣던 순간은 지금도 게임에 관심을 가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그리고 더 나은 날이 올 거라는 메시지는 그 후로 작은 위로와 희망으로 언제나 함께했습니다. 시간이 흘러 메탈기어솔리드 3의 ‘Virtuous Misson'을 통해 냉전 시대로부터 메탈기어 시리즈 전체의 시작을 여는 가장 비밀스러운 미션이 떠오르는 태양과 함께 시작되는 그 숨막히는 순간과 사다리를 기어오를 때 ‘Snake Eater’가 좁은 통로를 메울 때 통로 안을 스치는 바람이 게임패드를 쥔 저에게까지 와 닿는 듯한 일체감을 느꼈습니다[^Virtuous Misson]. 그리도 그라운드제로 인트로에서 치코의 워크맨을 통해 시작된 ‘Here;s to You'와 함께 이어지는 스컬페이스가 캠프 오메가를 가로지를 때의 섬뜩함은 이어지는 파멸의 전조로 느껴졌습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처참한 현실을 관통하며 게임 속에서 빅 보스를 조작하는 나 자신조차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함과 마주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이는 이제 세상은 돌이킬 수 없게 변했다는 무언의 경고이기도 했습니다. 스컬페이스가 헬리콥터 동체로부터 XOF 표식을 지우는 순간 뚝 그친 음악은 그들이 떠난 다음 캠프 오메가에 도착한 빅 보스가 이 상황을 희망적으로 바꿀 수 있을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만들었지만 결국 그 바램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은 팬텀 페인으로 이어지는 분노에 가득 찬 복수심으로 이어질 뿐이었습니다. 이러한 여러 순간들은 게임을 넘어 삶의 한 페이지가 되었습니다. 희망과 절망, 상실과 재생과 같은 극단의 감정을 음악으로 교차시키며 성찰을 이끌어냈습니다. 메탈기어솔리드 시리즈는 게임 음악의 현대적인 기준을 제시했고 우리들은 그 뒤를 따릅니다. 메탈기어솔리드 4 엔딩에서 오타콘이 스네이크에게 더 이상 미래에 남길 유전자도, 밈도 없다는 말처럼 뭔가 세상에 남길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이 거대한 서사를 뒷받침하는 음악들이 저와 비슷한 경험을 한 누군가, 혹은 아직 이 시리즈를 경험하지 않은 누군가의 인생에 작은 기억을 만들어낼 수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