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모드를 안전하게 설정하는 방법
처음 아이폰에 포커스 모드가 소개될 때는 좀 열 받았습니다. 여러 앱들이 무분별하게 알림을 남발하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이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별도로 복잡한 설정을 해야 하는 현실을 납득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림은 이미 세상에 풀려났고 다시 원자로 안으로 돌려보낼 방법은 없습니다. 이제 알림과 함께 잘 살아가는 요령을 익힐 수밖에 없습니다.
알림으로부터 내 주의력과 내 생활을 보호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방해금지 모드입니다. 적어도 잘 시간에 가까운 시점부터 자고 일어날 때까지는 알림을 받지 않도록 설정해 한밤중에 쓸 데 없는 알림을 받아 생활을 망치지 않도록 할 수 있습니다. 방해금지 모드를 설정하고 나면 온갖 게임을 시작할 때 실수하도록 만들어진 야간 푸시 광고 수신에 실수로 동의하더라도 크게 동요하지 않게 됩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간 푸시 광고 수신 동의를 별도로 받도록 만들 분들을 마땅히 비유할 표현을 모르겠네요.
여기서 좀 더 나가면 포커스 모드가 있습니다. 포커스 모드는 상황 별로 받을 연락과 받지 않을 연락을 구분해 설정한 다음 포커스 모드를 변경해 작업에 필요한 연락만 받는 기능입니다. 가령 집에서는 회사로부터 온 메일, 슬랙 메시지, 노션 알림 따위롤 별로 받고 싶지 않을 겁니다. 물론 강제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아야 하는 상황에는 대응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업무지시를 카카오톡으로 받고 있다면 포커스 모드 검토 이전에 회사 저체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업무용 앱과 업무용 연락처로부터 오는 알림을 무시하도록 설정하면 이 포커스 모드를 켜고 있는 한 집에서 집 다운 정신 상태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회사에서는 그 반대로 설정하고 싶을 수도 있습니다. 트위터와 유튜브 앱에 알림 숫자를 표시하지 않도록 하고 캘린더에 개인 일정을 표시하지 않고 또 메일 앱에 개인 메일을 표시하지 않도록 하면 업무에 덜 방해 받을 수 있습니다. 집에서는 연락을 받지 않던 연락처로부터 연락을 허용하고 슬랙 메시지가 잠금 화면에 나타나도록 설정하면 자리를 떠나 있어도 계속해서 상황에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설정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연락을 받고 싶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방해금지와 포커스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모두 무시할만한 대상을 VIP로 지정하면 집중할 곳에 집중하고 필요하지 않은 대상으로부터 오는 방해를 효과적으로 줄이면서도 받을 연락은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설정 방법을 아이폰 사용자들에게 설명해보니 포커스 모드를 설정하는데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상황에 따라 연락을 필터링 하면 예상하지 못한 필요한 연락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걱정이었습니다. 또 어떤 연락은 분류가 모호할 수 있어 함부로 연락처나 앱을 필터링 하는데 부담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접근 방법은 처음부터 연락을 차단하려고 하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포커스 모드를 만들기만 하고 아무 설정 없이 시작합니다. 그 다음 각 모드에서 연락을 받을 때마다 이 연락을 이 모드에서 받을지 말지를 하나 씩 정합니다. 회사 모드로 설정한 다음 트위터 멘션 알림을 받으면 이 멘션을 회사 모드에서 허용할지를 판단한 다음 그 결과를 포커스 모드에 설정합니다. 다른 알림이나 전화나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같은 판단과 설정을 반복하고 이를 다른 모드에도 똑같이 반복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상황에 필요한 연락 위주로 받게 됩니다.
포커스 모드는 지금처럼 알림이 넘치는 세계의 필요악입니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설정하려고 하면 스트레스를 받게 됩니다. 처음에는 그냥 포커스 모드만 만들어 놓고 아무 설정도 안 한 채로 시작해 연락을 받을 때마다 천천히 판단해 적용하기를 반복하면 안전하게 포커스 모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