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노트 사용 경험의 몰락
오래 전 사용하던 도쿠위키를 컨플루언스에 마이그레이션 하려다가 문득 그보다 더 오래 전 사용하던 원노트 기록을 보고 원노트 사용 경험을 정리해 봅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원노트는 2002년 11월 빌 게이츠의 발표로 시작되어 2003년 첫 출시 이후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발전해 온 디지털 노트 소프트웨어입니다. 초기 단독 제품으로 시작해 오피스 제품군에 통합되었고 2014년 무료화되어 지금은 클라우드 서비스인 원드라이브 기반의 크로스 플랫폼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원노트는 전통적인 선형 텍스트 방식의 기을 탈피해 이차원 페이지 기반의 노트 작성 방식을 도입했으며 멀티미디어 기능과 협업 도구를 통해 개인과 기업 사용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생산성 도구로 발전해 왔습니다. 원노트의 개발은 2000년 11월 크리스 프래틀리와 스티븐 시노프스키 간의 이메일로부터 시작됩니다. 당시 오피스 담당 수석 부사장이던 시노프스키는 일시적인 정보와 아웃라이닝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워드 그룹 프로그램 미너저인 프래틀리는 기존 문서 도구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의 필요성을 인식했습니다. 프래틀리는 회의나 전화엣허 얻는 대량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도구에 대한 아이디어를 발전시켰으며 이것이 원노트 개발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개발 초기에는 ‘스크리블러'라는 이름을 고려했으나 결국 ‘원노트’라는 명칭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 시기 개발은 기존 워드프로세서의 선형 문서 구조를 벗어나 사용자가 캔버스 아무 곳을 클릭해 텍스트 박스를 생성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 개념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새로운 도구가 기존의 워드프로세서나 위키와 달리 미발행 자료의 수집, 정리, 공유에 특화된 애플리케이션 개발을 목표로 했습니다.
2002년 11월 빌게이츠가 원노트를 공식 발표한 후 2003년 11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원노트 2003이 출시됩니다. 이 첫 버전은 오피스 제품군에 포함되지 않은 독립 제품으로 판매되었으며 윈도우 XP와 윈도우 2000, 마이크로소프트 태블릿 PC에 호환되었습니다. 이 때 원노트는 주로 비즈니스 도구보다는 학생용 도구로 설정되었습니다. 2007년 1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원노트 2007이 출시되면서 처음으로 오피스 제품군에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이 버전은 오피스 2007 홈 앤 스튜던트, 엔터프라이즈, 얼티밋 에디션에 포함되었습니다. 2010년 7월에는 원노트 2010이 출시되며 오피스 2010에 포함되었는데 이를 통해 원노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내에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 잡기 시작했습니다. 2013년 1월 출시된 원노트 2013은 모든 오피스 2013 에디션에 포함되면서 오피스 제품군 내에서 위상이 공고해졌습니다. 이 시기 원노트는 전자필기장, 섹션, 페이지로 구성된 계층 구조를 완성했으며 이는 실제 링바인더를 모방한 인터페이스로 구현되었습니다. 사용자들은 이 구조를 통해 업무 회의나 강의에서 노트 필기, 각종 자료 수집과 정리, 초안 작성 등 다양한 용도로 원노트를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시기에 원노트의 주요 특징은 무제한에 가까운 캔버스와 자유로운 형태의 정보 수집 기능이었습니다. 사용자는 텍스트, 그림, 표, 도면 뿐 아니라 오디오, 하이퍼링크를 포함할 수 있었습니다. 또 원노트는 강력한 검색 기능을 통해 텍스트 뿐 아니라 이미지 내의 문자, 필기, 음성 녹음을 검색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4년 3월 원노트 무료 버전을 공개했습니다. 이는 원노트가 유료 소프트웨어에서 무료 서비스로 전환하는 계기가 됩니다. 무료 버전에는 몇몇 제약이 있었습니다. 로컬에 파일을 저장할 수 없고 반드시 원드라이브를 통해서만 저장할 수 있었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 계정 하나와 연결 가능했고 영상 녹화와 음성 녹음 기능이 제공되지 않았습니다. 이와 동시에 마이크로소프트는 원노트릐 크로스 플랫폼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윈도우 폰, 윈도우 RT를 비롯 iOS, 안드로이드 버전을 제공했으며 맥OS 버전을 지원함으로써 다양한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2015년 7월 원노트가 윈도우 10 모든 버전에 기본 탑재되기 시작했습니다.
2025년 여름 현재 사용자들은 두 가지 버전 중 한 가지 원노트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기존 원노트 2016으로부터 이어져 단순히 ‘원노트’라고 부르는 제품으로 오피스 2019와 마이크로소프트 365의 일부로 제공되며 독립 실행되는 앱을 다운로드 할 수 있습니다. 이 데스크탑 버전은 지난 2007년 도입된 리본 인터페이스를 포함하며 원드라이브 스토리지 외에도 로컬 스토리지에 노트를 저장할 수 있는 유일한 버전입니다. 두 번째는 윈도우 10에 기본 탑재된 원노트 앱으로 ‘원노트 스토어 버전’이라고도 부릅니다. 이 스토어 버전은 인터페이스가 단순하고 일부 기능이 부족하지만 원드라이브와 긴밀한 통합과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제공합니다. 윈도우 10용 스토어 버전 원노트가 2025년 10월 지원이 종료될 예정이라고 발표하며 사용자들에게 ‘원노트’로 전환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현재 윈도우는 개인 사용자부터 기업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교육 분야에서 교사들이 수업 계획을 정리하고 학생들과 컨텐츠를 공유하는데 활용됩니다. 또 최근 원노트에 코파일럿 기능을 도입해 사용자들이 메모를 더 효과적으로 활용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20년이 넘게 이어진 원노트의 역사는 개인적인 노트 작성 경험의 꽤 오랜 기간을 함께하며 개인적인 사용, 프로젝트에서 여러 사람에 걸친 사용, 강력한 필기 도구로써 사용, 원드라이브 통합에 따른 절망적인 사용 경험, 미래를 담보할 수 없는 불행한 필기 도구의 느린 발전 등을 경험하게 만들며 종국에는 몇 년 동안의 도쿠위키 사용을 거쳐 현재의 컨플루언스 위키에 완전히 정착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사용 기간을 살펴보면 원노트를 가장 오랫동안 사용해 왔는데 이는 본격적으로 노트 또는 메모를 작성하기 시작하던 시점에 원노트가 거의 유일하게 규모가 큰 기록을 생성하고 텍스트, 드로잉, 핸드라이팅, 이미지, 비디오 등을 제한 없이 기록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도구였으며 다른 도구들이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하는 상황 속에서도 오랜 세월에 걸쳐 신뢰할 수 있는 형태로 개발을 계속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런 원노트 역시 원드라이브의 도입, 데스크탑 버전과 스토어 버전의 양립, 느린 기술 발전 등의 약점을 보이며 몇 년에 걸쳐 저 자신을 포함한 원노트 사용자들에게 꽤 절망적인 시간을 보내도록 만들었고 이 기간 동안 쌓인 불신은 결국 그들이 혁신하고자 했던 선형적인 노트와 전통적인 텍스트와 이미지가 핵심이 되는 형식의 노트 방식으로 돌아서게 만들었습니다. 오늘은 컨플루언스에 기존 도쿠위키 기록을 통합하는 마이그레이션 스크립트를 작성하다가 문득 원노트로부터 옮겨 온 페이지를 열어보게 된 김에 원노트의 역사, 개인적인 경험, 발전의 지체와 노트 요구사항의 불일치 등을 아는 대로 설명하며 최근 원노트에 도입된 여러 기능들이 10년 이상 전에 도입되었더라면 아마도 원노트를 떠나지 않았을는지도 모르겠을 이야기를 해 볼 작정입니다.
개인적으로 처음 원노트 제품군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원노트 2003 출시 시점부터입니다. 당시 윈도우 환경에서 메모나 노트를 체계적이고 또 안전하게 저장할 방법이 드물었습니다. 가령 컴퓨터로 일기를 작성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워드 문서를 만들어 작성한 다음 보안을 걱정해 패스워드를 입력하도록 설정하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워드는 문서 내부외 외부를 향한 하이퍼링크를 만들 수 있었지만 문서 내부라면 몰라도 문서 외부를 향한 하이퍼링크는 윈도우 파일시스템의 절대경로에 기반했기 때문에 운영체제를 재설치하며 계정 이름이 바뀌거나 다른 기계에서 파일을 열면 하이퍼링크가 오동작했기 때문에 본격적인 메모 도구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외에는 개인 개발자 수준에서 만들어졌을 어설픈 도구가 대부분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본격적인 노트 테이킹 소프트웨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링바인더의 체계를 본딴 계층 구조는 나중에 완성되기는 하지만 이미 이 시점의 원노트는 새 노트를 만든 다음 캔버스의 아무 곳을 클릭하면 텍스트박스가 만들어져 바로 타이핑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워드에서도 비슷한 요구사항이 늘 있었습니다. 문서를 작성하다가 문서에는 직접 포함되지 않는 코멘트를 현재 내용에 붙여서 기록하고 싶었는데 워드에는 ‘코멘트’ 기능이 이런 요구사항과 가장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워드의 코멘트 기능은 워드 파이프라인 상에서 일시적으로 문서에 추가되었다가 문서가 작성되어 감에 따라 코멘트의 요구사항을 처리해 결국 최종 문서에서는 모든 코멘트가 정리되어 사라질 것을 고려해 만들어졌습니다. 또 당시 워드의 코멘트 기능은 텍스트만을 입력할 수 있을 뿐이었고 또 항상 문서의 한쪽 구석에 작성할 수 있을 뿐이어서 코멘트가 본격적으로 길어지면 사용하기 상당히 불편했습니다. 반면 원노트는 애초에 워드 같은 메인 문서 영역과 코멘트 영역의 구분 없이 그냥 캔버스의 아무데나 텍스트박스를 생성할 수 있었기 때문에 메인 문서와 코멘트의 직접적인 구분 개념 자체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코멘트가 길어지면 텍스트박스를 오른쪽으로 길게 만들어 충분히 내용을 기입할 수 있어 편리했고 또 이런 식으로 노트를 확장해 나가는 요구사항을 잘 만족했습니다. 다만 이 시기에도 이미 워드에서 코멘트가 이 코멘트를 포함한 내용을 이동시키는데 따라 함께 연결되어 따라다녔던 것에 비해 원노트의 텍스트박스는 서로 간에 연결 관계를 설정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런 요구사항은 현대에 리퀴드텍스트 같은 혁신적인 노트테이킹 앱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원노트 2003은 개인적으로만 사용했는데 원노트 2007은 회사 프로젝트를 진행하는데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회사는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개인용 장비를 지급했지만 통합된 정보시스템의 필요성을 잘 인지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는 개인 장비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라이선스를 함께 부여했지만 이들 중 모든 직군에 걸쳐 가장 널리 사용된 제품은 아웃룩 정도로 특히 게임디자인 직군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등 오피스 스위트의 나머지 핵심 소프트웨어는 거의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프로젝트를 효과적으로 수행해 나가기 위해 적어도 프로젝트 수준에서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는 문서를 작성하고 모든 사람이 문서 작성과 편집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분명히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솔루션의 조사와 도입을 회사에 요청하기에 우리들은 너무 바빴고 또 회사에 그런 솔루션을 도입해 달라고 요청하기에는 개발비 상승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고민 끝에 그 즈음에 출시되어 있던 원노트 2007이 공유디렉토리에 있는 원노트 파일을 여러 사람이 동시에 열어 편집하는 사용 시나리오를 지원한다는 점에 착안해 원노트를 프로젝트 공식 문서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공유디렉토리에 쓰기 권한을 주고 원노트로 이 경로에 있는 전자 필기장을 열어 자유롭게 문서를 작성하게 했는데 유려와 달리 상당히 잘 작동했습니다. 특히 당시 다른 팀에서 팀 전체에 걸쳐 정보를 공유할 목적으로 활용하곤 하던 내부 웹 게시판 같은 솔루션은 그 시대의 웹 편집기가 현재 기준으로는 놀라울 정도로 초보적인 기능을 제공할 뿐이어서 이미지를 포함하기 상당히 불편했던 것에 비해 원노트는 그냥 복사해서 붙여넣기만 하면 되었고 이 상태가 굉장히 빨리 서버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공유되었습니다. 그래서 프로젝트 몇 개에 걸쳐 원노트를 핵심 문서 작성 및 공유 도구로 사용하기에 무리가 없었습니다.
원노트 2007은 이전 버전과 비교해 파일을 쉽게 첨부할 수 있고 또 앞서 설명한 링바인더 형식의 4단계에 걸친 계층형 구조를 완성했습니다. 사실 원노트 출시 이후 원노트 2007 버전에 이르러 처음으로 현대적인 원노트의 기반에 도달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원노트 2007에서 처음으로 간단한 테이블을 첨부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엑셀로부터 간단한 모양의 테이블을 붙여넣거나 그 반대 방향으로도 작업할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미지 뿐 아니라 아무 파일이나 ‘파일’ 모양으로 첨부할 수 있게 됐는데 이는 온보딩 문서를 작성할 때 실행파일을 노트 상에 첨부한 다음 ‘이 프로그램을 설치하세요’라고 적어 놓을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원노트가 아니었다면 윈도우 공유디렉토리 경로를 붙여넣고 ‘여기 있는 파일을 설치하세요’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을 테지만 원노트 덕분에 노트를 읽다가 노트에 첨부된 실행파일을 그냥 더블클릭해서 실행할 수 있었습니다. 또 체크박스, 태그를 지원했는데 이는 꼼꼼하게 챙겨야 할 일의 주요 단계를 나열하고 그 진행상황을 아무나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흐르며 별도의 이슈트래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컨플루언스의 체크박스 기능은 함정이다에 언급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기는 합니다.
원노트 2007 버전부터 섹션 단위로 패스워드 수준의 암호화가 가능해져 몇몇 사람들이 개인 섹션을 암호화 해 사용하며 공개하기 이전 상태의 노트를 기입하기 시작했으며 공유디렉토리 상에 있는 원노트 파일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접근해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지원하면서 충돌 병합 기능도 생겼습니다. 이는 여러 사람이 같은 노트를 편집하면 각각의 편집을 두 개의 노트에 별도로 저장한 다음 충돌을 표시해 각각을 살펴본 다음 내용을 병합하고 충돌 표시된 노트를 삭제하는 충돌 해결 시나리오를 제공했습니다. 이는 노트에 크기가 큰 이미지를 여러 사람이 붙여 넣기 시작하면서 업로드와 동기화 과정에서 잦은 충돌이 일어나는 상황을 그리 편안하지는 않지만 어쨌든 해결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앞서 회사가 구입해 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스위트에서 여러 직군에 걸쳐 가장 널리 사용된 소프트웨어가 아웃룩이라고 소개했는데 원노트 2007에서는 아웃룩 연동 기능이 생겨 노트를 아웃룩 태스크로 만들거나 아웃룩의 일정과 노트를 연결하는 기능도 생겼습니다. 개인적으로 노트를 아웃룩 태스크로 만드는 기능을 즐겨 사용했는데 이는 현대에 컨플루언스 페이지를 작성하다가 즉시 지라 태스크를 만드는 방식과 사실상 동일합니다. 사실 편리하기로 말하면 원노트와 아웃룩 사이의 관계가 훨씬 나았습니다. 그 외에 파워포인트나 PDF 파일을 첨부하면 이들을 노트에 프린트 된 모양으로 첨부할 수 있어 앞서 소개한 리퀴드텍스트 같은 현대적인 인쇄물 필기 환경을 이미 이 시대부터 사용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드로잉 도구가 추가되어 펜 입력을 지원했습니다. 이 시대에는 펜 입력에 관심이 없었지만 이후 수 년에 걸쳐 펜 입력을 즐겨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결국 대량의 필기 노트를 다른 어떤 도구로도 이전할 수 없는 막다른 골목에 자신을 몰아 넣은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후 여러 프로젝트에 걸쳐 핵심 정보시스템으로 원노트를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원노트 2003에서 2007로 업그레이드 할 때 공유디렉토리를 통한 협업이 가능해진 것 만한 핵심적인 변화가 2007에서 2013으로 넘어갈 때 일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때문에 근본적으로 원노트를 통한 프로젝트 단위의 협업 경험에 큰 변화 역시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먼저 원노트 2013은 원드라이브의 전신인 스카이드라이브 연동을 통해 로컬 네트워크 바깥으로도 연동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회사의 보안 정책, 동기화 기능의 부실함, 당시 시대의 모바일 인터넷 속도 등의 요인 때문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는 어려웠습니다. 특히 여러 사람이 협업하는 시나리오에서 원노트는 셰어포인트 서버를 요구했는데 당시 여러 회사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스위트를 제공했지만 셰어포인트 서버를 제공하지는 않았고 스카이드라이브는 여러 사람에게 공유된 디렉토리가 잘 동작하지 않아 결국 이전과 똑같이 공유디렉토리에 원노트 파일을 보관했고 이는 우연히 회사의 보안 정책을 위반하지도 않았습니다. 또 스카이드라이브는 동기화 가능한 파일 크기에 제한이 있었는데 우리들이 사용하던 원노트 파일은 수많은 이미지와 첨부파일로 인해 이미 섹션 파일 하나가 수 기가에 달했습니다. 시험 삼아 시작한 스카이드라이브에 대한 동기화는 영원히 끝나지 않거나 항상 실패하는 동기화로 이어졌고 이건 도저히 사용할 수 없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당시 스카이드라이브에는 한 파일 당 2기가바이트의 제한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는데 원노트와 스카이드라이브 애플리케이션 양쪽 모두 이 상황을 사용자에게 정확히 알려주는 대신 그냥 ‘동기화에 실패했다’고만 말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게 했습니다. 이 경험은 이후 몇 년에 걸쳐 계속되며 여러 사람에 걸친 협업 시나리오에서 원노트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하게 만든 계기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편집할 때 이전 노트 상태와 비교해 새로 업데이트 된 부분을 하이라이트 해 주고 그 부분을 누가 업데이트 했는지 표시해 주면서 확실히 협업이 더 편리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여기에 펜 입력 기능이 더 견고해져 이전에는 필기처럼 빠르고 복잡한 펜 입력을 똑바로 저장하기 어려웠지만 이제는 핸드라이팅이 본격적으로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원노트는 핸드라이팅을 드로잉으로 처리해 검색은 불가능했고 또 기존 텍스트박스와 완전히 별개로 처리해 앞서 소개한 리퀴드텍스트처럼 필기 메모와 텍스트를 함께 옮겨 다닐 수는 없었습니다. 텍스트박스로부터 화살표를 그려 작성한 핸드라이팅은 텍스트가 변경되고 나면 엉뚱한 메모로 바뀌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개인 용도로 사용할 뿐 협업 환경에서는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이윽고 회사에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는 좀 더 제대로 된 정보시스템인 컨플루언스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문에 원노트는 개인 수준의 기록으로 그 용도가 격하되었습니다. 컨플루언스는 원노트에 비해 오래 전 워드에 일기를 쓰던 시대처럼 선형 문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지만 워드, 공유디렉토리에 기반한 원노트가 항상 가지고 있던 이식이 불가능한 하이퍼링크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컨플루언스 위키에 작성하는 문서는 기본적인 형식이 선형 구조이기는 했지만 하이퍼링크와 매크로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원노트에 비해 그렇게까지 불편하거나 원노트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을 컨플루언스에서 할 수 없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또 이 즈음부터 앱을 실행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원노트에 비해 그냥 브라우저 기반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컨플루언스 쪽이 더 편리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또 초기 웹에디터에 비해 이 시대의 컨플루언스 웹에디터는 꽤 편리했습니다. 이 시기에 개인 용도로 사용하는 원노트는 이전의 텍스트 중심에서 핸드라이팅 중심으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이 시기에 삼성전자에서 발매한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는 약 12인치쯤 되는 윈도우 기반 태블릿 PC를 구입했는데 여기에는 와콤 펜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펜은 일정 기간마다 화면의 다섯 포인트를 찍어 정렬하지 않으면 눈에 보이는 펜 위치와 실제 선이 그려지는 위치에 오차가 커지는 문제가 있었지만 반응이 빨라 빠른 필기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또 키보드를 타이핑하는데 비해 손으로 글씨를 쓰는 속도가 더 느려 생각의 속도를 더 느리게 조정하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여전히 원노트는 핸드라이팅을 ‘드로잉’으로 판정했기 때문에 텍스트 검색으로부터 완전히 무시되었습니다. 이런 단점은 처음에는 딱히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핸드라이팅 한 노트의 양이 점점 늘어나자 핸드라이팅을 통한 기억력에 한계가 드러났고 어느 시점부터는 오래된 핸드라이팅은 그냥 스토리지를 차지하고 있는 데이터 덩어리에 불과하고 현 시점의 문서 작성이나 정보 검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태가 되어 버렸습니다.
원노트 2007에서 필기 인식 기능이 도입되어 핸드라이팅을 텍스트로 변환할 수 있긴 했지만 한국어 지원은 충분하지 않았고 또 핸드라이팅을 하는 이유가 ‘텍스트로 변환하기 위함’은 아니었기 때문에 이 기능은 거의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먼 옛날 PDA 시대에 펜으로 작은 키 하나하나를 누르기 불편해 핸드라이팅을 텍스트로 바꾸는 기능을 사용하기는 했었지만 핸드라이팅으로 노트를 작성하는 이유는 핸드라이팅 자체를 다시 찾아보기 위함이었습니다. 핸드라이팅의 극적인 장점은 문서를 선형으로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점, 그리고 내비게이션이 대단히 편리하다는 점입니다. 키보드로 텍스트를 타이핑한다면 항상 문서는 문자의 진행 방향으로만 작성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인라인에 수식을 포함하려 하거나 그림을 포함하려 하면 원활한 내용 작성을 멈추고 수식 입력 모드로 전환하거나 그림을 만들기 위해 다른 앱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또 문서 아래쪽을 수정하다가 위쪽을 수정하고 싶으면 페이지 업 키를 여러 번 눌러 원하는 위치를 찾아 가야 합니다. 하지만 핸드라이팅으로 노트를 작성하면 글시를 쓰다가 그림을 그리고 싶으면 그냥 글씨를 쓰던 그 모드 그대로 손그림을 슥슥 그리면 됐고 또 수식을 넣고 싶으면 그냥 그 모드 그대로 수식을 작성하면 됐습니다. 또 문서의 다른 부분을 수정하고 싶으면 다른 손으로 문서를 스코롤 해 순식간에 원하는 부분을 찾을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핸드라이팅을 텍스트로 바꿔 주는 기능은 핸드라이팅의 용도와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한 이상한 기능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합니다. 또 파워포인트 프리젠테이션이나 PDF 파일을 노트에 프린트 모양으로 첨부한 다음 그 옆에 텍스트, 핸드라이팅 등으로 메모할 수 있는 기능은 당시로써는 강력했지만 프린트 퀄리티에 한계가 있었고 핸드라이팅은 그냥 절대좌표 상에 존재하는 백터의 집합일 뿐이어서 인쇄물을 이동할 때 핸드라이팅이 함께 이동하지 않아 이들을 함께 선택해 이동하는 과정은 상당히 불편하고 또 불안했습니다. 참고로 인쇄물의 낮은 퀄리티는 결국 원노트 사용을 중단하는 시점까지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원노드 2016부터 핸드라이팅, OCR을 통한 검색 기능이 보강되었다고 주장했지만 현대적인 핸드라이팅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이미 PDF 파일로 변환할 때 A4 종이로 환산하면 수 만 페이지에 달하는 핸드라이팅 중 극히 일부만 검색 가능했습니다. 우연히 텍스트가 인식되면 검색 되는 수준의 핸드라이팅 인식은 사실 없는 것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검색 기능은 일단 검색이 모든 데이터를 커버한다는 믿음이 생긴 다음에야 활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노트 2016 버전이 제공하는 핸드라이팅 및 OCR은 솔직히 형편 없는 수준이어서 전혀 이를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물론 2025년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에 기반해 높은 필기 인식률을 보여준다는 점을 알고 있습니다. 가끔 손으로 쓴 문서를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다음 ‘모든’ 텍스트가 제대로 인식되며 굳이 이를 텍스트로 변환해 놓지 않아도 검색된다는 사실에 처음에는 놀랐지만 이제는 이 정도는 별로 놀랍지 않습니다. 만약 지금까지 계속해서 원노트를 신뢰하며 핸드라이팅을 계속했다면 그 많은 핸드라이팅이 모두 검색 가능하게 되어 극적인 생산성 향상을 거둘 수 있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핸드라이팅 검색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나 다름 없다는 사실에 절망하고 또 이 즈음 회사에서는 이미 컨플루언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어 원노트 같은 단일 페이지 안에서도 비선형으로 작성할 수 있는 문서 도구보다 컨플루언스 같은 단일 페이지는 선형으로 작성하고 페이지 사이의 연결만 비선형으로 하는 형태의 노트 작성에 더 익숙해졌고 이 즈음에는 굳이 원노트를 고집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원노트가 핸드라이팅을 이렇게 엉망인 상태로 방치한 기간은 10년에 이르는데 이 사이에 다양한 현대적인 도구가 등장했기 때문에 마냥 원노트를 신뢰하며 기다리기는 어려웠습니다. 현대에는 원드라이브에 기반해 같은 노트에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필기할 수 있고 당연히 이미지, 웹페이지, PDF를 동시에 첨부할 수도 있을 뿐 아니라 이 모든 것을 꽤 높은 신뢰도로 검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미 텍스트 기반의 위키 시스템으로 전환했다가 컨플루언스에 안착했고 그 다음으로도 오랜 시간이 지나며 현대적인 원노트의 여러 가지 기능이 썩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오래 전 거의 10년 이상 사용하던 원노트 파일은 그냥 다른 아무 솔루션에도 잘 연동되지 않는 30기가를 좀 넘는 바이너리 덩어리로 남겨져 있을 뿐입니다. 이들을 컨플루언스 형식에 통합할 방법이 없을지 살펴봤지만 PDF로 만들어 첨부하거나 이미지 모양으로 만들어 첨부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었고 당시 컨플루언스는 이미지를 검색 대상으로 취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합하더라도 별 의미는 없었습니다. 최근에는 컨플루언스도 클라우드 버전에 한해 이미지를 검색 대상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원노트 데이터를 이전해 올 만한 명분이 생겨 이를 천천히 고민해볼 작정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지난 오랜 세월 동안 핸드라이팅에서 키보드를 타이핑하는 방식으로 노트 작성 방법이 완전히 바뀌어 자리잡은 덕분에 똑같이 텍스트를 타이핑할 거라면 원노트를 사용할 이유를 찾기는 어렵습니다.
한편 원노트는 2015년부터 두 가지 버전을 개발해 발표하며 한동안 사용자들을 헛갈리게 만들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는 이런 사례가 여러 개나 있습니다. 가령 윈도우 9x와 윈도우 NT 버전을 별도로 개발하다가 윈도우 XP에 이르러서야 이들을 통합한 것, 원노트 데스크탑 버전과 원노트 스토어 버전을 별도로 개발하다가 통합 계획에 대한 사용자들의 반발에 의해 계획과 반대 방향으로 진행 중인 통합, 지금도 진행 중인 아웃룩과 아웃룩(New) 버전 등이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또 경험 측면에서도 좌절하게 만드는데 원노트는 지난 10여년에 걸쳐 두 가지 버전을 만들고 또 통합 계획을 뒤집는 등 난리를 겪다가 올해 2025년에 드디어 한 가지 버전의 지원을 완전히 중단하고 나머지 한 버전만 남기기에 이릅니다. 먼저 원노트 2016은 처음 출시된 원노트가 계속해서 발전해 온 버전으로 오피스 스위트에 통합되어 있었습니다. 이 버전은 ‘당연하게도’ 로컬에 노트를 저장할 수 있었고 애드온을 통해 편리한 추가 기능에 접근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VBA를 통한 자동화를 제공했습니다. 또 앞서 잠깐 소개한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아웃룩 등의 나머지 오피스 소프트웨어와 연동 기능을 사용할 수도 있었습니다. 원노트에서 만들어진 아웃룩 태스크는 아웃룩 쪽에서 완료하더라도 원노트에 반영되었는데 이런 기능들이 오피스 스위트를 더 강력하게 만들었습니다.
한편 2015년에 출시된 원노트 스토어 버전은 이름 그대로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를 통해 배포되었는데 기존 오피스 스위트와는 분리된 별개의 버전이었습니다. 터치 입력에 더 잘 대응하고 원드라이브기반의 클라우드 동기화 기능, 간결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했습니다. 사실 처음 원노트로 핸드라이팅을 시작한 것은 이 원노트 스토어 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버전은 유려한 인터페이스 외에는 장점이 없었는데 하다못해 원노트 2016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펜 입력 도구에 비해 스토어 버전의 펜 입력 도구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당시 이미 원드라이브에 의존하고 있어 원노트 2016의 핵심 기능인 - 이걸 기능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이없지만 - 로컬 스토리지 사용 기능이 그렇게까지 절실하지는 않았지만 핸드라이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입장에서 부실한 펜 도구는 도대체 이 스토어 버전은 무엇을 위해 만들어진 것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게 만들었습니다. 2018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원노트 단일화 전략을 발표하고 스토어 버전을 기본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당시 마지막 데스크탑 버전이던 원노트 2016의 신기능 개발이 중단되었습니다. 하지만 로컬 스토리지 저장 불가능, 기존 워크플로우 단절, 부실한 기능 때문에 커뮤니티의 반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원노트 스토어 버전은 예뻤지만 되는게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이 버전을 앞으로 개발 기반으로 삼겠다는 발표는 원노트 사용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습니다. 2020년 데스크탑 버전 개발이 재개되었습니다. 그리고 2021년 이후 스토어 버전에 추가 개발되었던 기능을 기존 데스크탑 버전에 도입하고 이를 ‘OneNote for Windows’로 변경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향후 두 가지 버전 통합의 기반으로 변경하고 2025년 현재 2025년 10월 14일에 원노트 스토어 버전의 지원 중단을 발표한 상태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인 고급 기능, 오프라인 저장, 오피스 연동, 대용량 노트 처리 기능의 복원을 통한 긍정적인 방향이라고 생각하지만 과거처럼 프로젝트 수준에서 여러 사용자가 동시에 사용하는 시나리오에 잘 대응하지 못하는 부족한 대용량 데이터 처리 성능, 현대적이지 못한 인터페이스 등은 비판의 여지가 있습니다. 또 원노트 스토어 버전 사용자들은 간결한 인터페이스의 소멸에 대한 불만과 이 버전에 의존한 워크플로우 전환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대체로 두 가지 버전이 어느 하나로 통합될 필요성에 공감하고 또 그 방향이 로컬 저장과 클라우드 저장의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방향이라는 점에는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10년 이상에 걸친 혼란은 원노트 스토어 버전의 지원 종료로 마무리되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런 혼란을 여러 차례 야기했다는 점에서는 각각의 앱에 대한 개선 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의 개발 전략 자체에도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령 원노트 스토어 버전은 UWP 전략을 실험한 사례입니다. 현대에 이르러 결과를 보면 이 실험은 결국 실패한 것으로 보이는데 실패의 원인이 UWP 전략 자체에 있다기보다는 명백히 열등한 기능의 앱을 출시한 다음 이를 기준으로 지난 십 수년 동안 사용되며 워크플로우를 구축해 온 앱을 대체하려고 한 폭력적인 접근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개인 사용자와 기업 사용자의 서로 상당히 다른 요구사항을 한 가지 원노트 앱으로 소화하기에 한계가 있었을는지도 모릅니다. 또한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도 모바일, 클라우드 전환기에 전통 데스크탑 개발팀과의 경쟁이 존재했으며 이는 고스란히 사용자들의 혼란으로 이어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원노트 2016과 스토어 버전을 같은 시대에 출시한 것은 기술 실험, 시장 다각화, 플랫폼 전환기에 일어난 일종의 해프닝입니다. 이로 인해 10년에 달하는 세월에 걸쳐 버전 간 기능 격차, 사용성 문제, 동기화 문제 등 여러 가지 혼란이 일어났습니다. 2025년 현재 마이크로소프트는 데스크탑 앱 단일화와 기능 통합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기존 강점에 기반해 터치 최적화된 인터페이스, 인공지능, 교육 요구사항을 데스크탑 버전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여전히 서로 다른 기대와 요구를 보이고 있어 완전한 세대 전환과 통합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멀리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원노트로부터 도쿠위키로, 또 도쿠위키에서 컨플루언스로 핵심 기록 도구를 전환하게 된 그 시작은 개인적으로 원노트 사용 경험의 몰락으로부터 비롯됩니다. 원노트 사용을 중단하기로 결정할 때 이미 대량의 핸드라이팅 노트와 더 오래된 텍스트 및 이미지 노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미 텍스트 노트만으로도 검색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핸드라이팅 노트가 전혀 검색되지 않는 상황에서 기억으로 이들을 유지하려 하던 시도는 굳이 핸드라이팅을 디지털 형식으로 유지할 이유가 되지 못했습니다. 물론 종이에 기반한 핸드라이팅은 물리적인 종이를 잘 보관하고 정리하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디지털 노트는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장점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왕 디지털 기반으로 핸드라이팅을 한다면 이 기록이 앞으로 장기간 유지되고 또 검색 가능한 정도는 최소한의 요구사항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원노트는 그러한 기능이 도입될 것을 신뢰하고 기다릴 결정을 하기 어려운 행보를 보였습니다. 일단 CJK 언어의 OCR, 핸드라이팅 인식 기능은 처참하다못해 이 기능을 테스트 해 본 저 자신을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어쩌다 인식되는 글자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글자도 있다는 사실, 글자와 밑줄, 화살표가 섞여 있으면 글자로 인식하지 않는 현상, 가끔 방금 작성한 문단 전체의 좌표가 제멋대로 바뀌며 앞서 작성한 문단에 겹쳐지며 복구 불가능해지는 문제 등 원노트를 사용해 오랜 기간 핸드라이팅으로 노트를 유지해 오던 입장에서 과연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이 솔루션을 제 남들보다 분명히 떨어지는 두뇌 기능을 보조하는 역할로 계속해서 남겨둘 결정을 하기에는 너무나 위험했습니다. 분명 원노트의 단일 노트 내에서 비선형적인 메모를 만들 수 있는 개념, 핸드라이팅과 텍스트를 뒤섞어 작성할 수 있는 자유로움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현대적인 노트 솔루션의 핵심이 기록 자체에 있지 않으며 기록을 재발견하고 나아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내용을 생성하거나 기존 내용을 검증하는데도 활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시 원노트를 버릴 결정을 내린 것은 그 시점의 혼란스러움과 더해져 당연한 결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사실 현대에 컨플루언스를 핵심 기록 도구로 활용하면서도 비슷한 불만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경쟁 제품에 비해 한 발 늦은 구조화된 데이터 기록 기능의 도입, 한발 늦은 인공지능 기능 통합 등은 컨플루언스를 앞으로도 장기간에 걸쳐 핵심 기록 도구로 유지하는 것이 올바른 결정일지 자문하게 만들었고 이는 원노트 사용을 중단할 때와 비슷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컨플루언스에 외부 인공지능 모델이 통합되며 검색 가능한 기록에서 새로운 기록을 만들어내거나 검증하거나 기계에 의해 재작성될 수 있는 기록으로써 의미가 확장되고 있고 지금과 같은 상태라면 이 도구를 앞으로 더 오랜 기간에 걸쳐 신뢰하고 사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개인적인 관점에서 원노트 사용 경험의 몰락은 그 시점까지 10여년에 걸친 노트를 포기하고 그 다음으로 넘어갈 결정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의 행동은 그런 결정을 내리게 만들었고 올바른 결정으로 돌아오는데까지 너무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현대에 컨플루언스 역시 잠깐이나마 이런 사용 경험의 몰락을 경험할 위기에 처했었지만 다행히 그런 상태를 마이크로소프트보다는 훨씬 빠른 시점에 벗어나는 중인 것 같습니다. 언젠가 원노트 앱이 더 발전하고 대용량 노트를 안정적으로 인공지능에 기반해 처리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 원노트는 컨플루언스가 몰락할 경우를 대비한 보험의 하나로 생각할 여지가 있을는지도 모릅니다. 그 때를 대비해 원노트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원노트의 변화를 지켜볼 작정입니다.
참고자료
- 기원: 개발, 최초 아이디어, 코드네임, 주요 인물
- 최초 발표 및 주요 연혁
- 오피스 제품군 통합·진화
- 주요 기능 및 특징: 캔버스·검색·협업·멀티미디어
- 무료화, 크로스 플랫폼, 클라우드(원드라이브) 기반 전환
- 2015년 이후: UWP 스토어/데스크탑(2016) 버전 분화·통합 혼란·지원 종료
- 교육 및 협업 현장 활용 및 변화
- 필기 인식, 검색, 멀티미디어, OCR 등 기술적 특징
- 커뮤니티의 장기적 평가 및 기능 발전
- 영상, 공식 문서,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