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컨플루언스에 같은 이름 파일을 올리면 문제가 생길까
이전에 컨플루언스와 노션을 사용하며 서로의 특징을 비고한 적이 있습니다. (내가 노션을 싫어하는 이유, 내가 컨플루언스를 싫어하는 이유) 개인적으로 이런 도구들을 위키의 한 종류라고 보고 도구의 특징을 쉽게 받아들여 왔습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도구가 위키라는 개념으로부터 시작된 문서 관리 도구라고 모두가 받아들이기를 기대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구의 특징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위키의 한 종류라고 대강 설명하는 대신 도구의 목적과 특징을 직접 설명하는 편이 낫습니다. 컨플루언스가 전통적인 위키의 특징으로부터 시작한 동작을 현대에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불편한 점들이 있는데 이 중 당장 생각나는 두 가지를 설명하겠습니다.
첫째. 같은 스페이스(공간) 안에 이름이 같은 문서를 둘 이상 만들 수 없습니다. 컨플루언스에서 문서를 생성한 다음 주소를 살펴보면 문서마다 새로운 번호로 된 주소가 발급됩니다. 문서 이름이 같아도 서로 구분할 수 있으니 굳이 이름이 같은 문서 생성을 막을 이유가 없어 보이지만 같은 스페이스 안에는 같은 이름으로 된 문서를 생성할 수가 없습니다. 이 특징은 초기 위키가 파일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같은 디렉토리에 이름이 같은 파일을 둘 이상 생성할 수 없습니다. 이 제한이 초기 위키의 특징으로 굳어져 지금까지 이어졌고 이 특징에 기반한 기능이 늘어나면서 현대에는 더 이상 파일시스템에 의존하지 않음에도 같은 제한을 유지할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가령 한 문서 안에서 다른 문서에 링크를 걸거나 다른 문서의 일부를 인용하려면 매크로를 사용해야 하는데 이 매크로들이 모두 ‘문서 이름’을 키로 사용하게 되어 있습니다.
컨플루언스는 처음부터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해 파일시스템의 제한을 받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초기 위키의 특징에 기반한 다양한 매크로들의 사용 방법을 한번에 수정할 만한 강한 동인이 없어 그냥 같은 스페이스에 이름이 같은 문서를 생성하지 못하는 제약을 지금도 그냥 놔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매크로를 사용한 문서의 서로 다른 버전을 비교해 보면 이미 매크로 내부는 문서 이름에 의존하지 않고 문서의 고유 번호를 사용해도록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으로 미루어 컨플루언스는 멀지 않은 미래에 같은 스페이스에 같은 문서 이름이 여럿 등장하도록 허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둘째. 한 문서에 이름이 같은 이미지를 계속해서 올리면 앞서 올린 이미지가 나중에 올린 이미지로 대체됩니다. 한번은 팀원님이 컨플루언스로 문서를 만들어 검토 요청을 해 주셨는데 열어 보니 분명 서로 다른 이미지가 나타나야 할 것 같은 곳에 모두 같은 이미지가 사용되었고 이 이미지는 맨 마지막에 추가된 이미지 같았습니다. 원인은 다른 저작도구에서 이미지를 만든 다음 파일 이름을 ‘제목 없음’으로 저장한 다음 이 파일을 반복해서 추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런 동작을 한 원인은 이전과 같이 초기 위키가 파일시스템에 기반한 것과 컨플루언스가 문서의 첨부파일 역시 버전을 관리하기 때문입니다. 초기 위키가 파일시스템을 사용했기 때문에 문서에 이미지를 첨부하면 이 이미지 역시 내가 올린 그 이름 그대로 파일시스템에 저장되었습니다. 같은 파일 이름을 다시 올리면 앞서 올린 파일을 덮어 쓰게 됩니다. 때문에 앞서 올린 이미지가 나중에 올린 이미지로 변경됩니다.
시간이 지나며 문서 뿐 아니라 파일도 버전 관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컨플루언스에서도 이름이 같은 파일을 반복해서 올리면 파일 이름 기준으로 이전 파일을 보관하고 새 파일로 버전을 올려 줍니다.문서에 올린 모든 이미지가 맨 나중에 올린 같은 이미지로 표시되고 있었지만 이이미지 파일의 히스토리를 살펴보니 앞서 올린 각각의 다른 이미지가 모두 다른 버전으로 보관 되어 있었고 이 파일을 각각 저장해 다시 이름을 바꿔 올려 이미지를 복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피하려면 이미지를 파일로 올리는 대신 클립보드에 복사해 그냥 붙여 넣으면 됩니다. 붙여 넣을 때마다 새로운 파일 이름을 생성하기 때문에 이전에 올린 파일을 덮어 쓸 일이 없어집니다. 물론 같은 파일 이름을 반복해서 올려 히스토리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현대에는 문서에 포함된 이미지 하나하나의 독립된 히스토리를 유지하기보다는 이들이 포함된 문서 자체의 히스토리에만 집중하는 편이 더 편리하고 또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구식으로 문서의 모든 구성요소의 히스토리를 관리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없습니다.
위키로부터 시작된 특징을 지금까지 그대로 이어 온 도구의 몇몇 동작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지만 현대에는 이를 위키의 특징과 분리해서 설명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습니다. 요약하면 같은 스페이스 안에 같은 문서 이름을 중복해 생성할 수 없는 특징과 같은 문서 안에 같은 파일 이름을 반복해서 사용할 수 없는 특징은 초기 위키가 파일시스템에 의존하며 자연스럽게 나타난 동작의 제한이 현대까지 특징으로써 이어져 온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