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토돈의 계정 이동성에 대한 걱정
몇 주 째 마스토돈을 사용하다가 문득 마스토돈이 주장하는 계정 이동성에 의문이 생겼습니다. 마스토돈은 서버를 운영하기를 원하는 누구나 서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서로 다른 서버에 있으니 우선 같은 서버에 있는 사람들끼리 가장 가깝게 서로의 글을 읽고 또 서로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서로 다른 서버에 있더라도 아무 제약 없이 서로를 팔로우하고 서로의 글을 읽고 서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종종 서버 이름이 재미있는 서버에 가입하는 분들이 눈에 띄는데 maratang.life 같은 이름이 너무 재미있어서 직접 서버를 만드는 대신 저기 가입할지 한참 고민하게 만들었습니다.
누구나 서버를 만들 수 있다는 말은 동시에 내가 사용하던 서버가 없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지금으로는 서버 운영자가 운영 비용을 충당할 마땅한 방법이 없어 서버를 지속해서 운용할 동인이 별로 없습니다. 서버 운영자와 사용자 모두 지금은 트위터의 새 소유주의 변덕 때문에 만약을 대비해 마스토돈에 새로운 소셜 그래프를 구축하고 글을 작성하며 서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만약 트위터가 어느 정도 안정된다면 새로운 사용자들은 쉽게 이전 습관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서버 운영자가 서버 운영을 중단하기로 결정하면 사용자들은 다른 서버로 옮길 수 있지만 서버를 옮길 때 잃는 것 없이 모든 것을 새 서버로 옮길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새 서버로 계정을 옮기면 계정 이름과 소셜 그래프만 옮겨지고 이전에 작성한 글, 서로 나눈 대화는 옮겨지지 않습니다. 이들이 공개되어 있다면 옮기기 전 서버가 없어지기 전까지 이전 주소에서 볼 수 있긴 하지만 서버가 없어지면 이전 기록은 사라집니다. 이런 특징은 서버 운영 측면에서 갑작스레 많은 사람이 이동해 올 때 생길 수 있는 부하를 없애기 위한 대책일 수 있습니다. 텍스트는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여기 딸린 미디어 파일이 한꺼번에 옮겨 오면 굉장히 부담스러울 겁니다. 이런 특징 때문에 새 서버로 이동하는 과정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가능하지 않아 오갈 곳 없어지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용자 개인 입장에서 소셜 그래프만 옮겨지는 동작은 이동성이라고 납득하기 쉽지 않습니다. 트위터나 마스토돈 같은 서비스에서 내 계정의 평판은 소셜 그래프와 그동안 작성한 글, 주고받은 메시지에 의해 구성됩니다. 어떤 계정을 팔로우 하려고 할 때 이 계정과 연결 되어 있는 내가 알고 있는 다른 계정 목록 뿐 아니라 이 계정이 그 동안 작성한 글을 함께 살펴봐야 문제를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생각은 최근 블록체인 세계에서 소울바운드토큰을 통해 지갑 주소의 평판을 관리하고 평가하려는 움직임과도 비슷합니다. 이전에 작성한 글이 이전 서버가 운영되는 동안에만 유효하다면 마스토돈 서버를 선택할 때 서버의 영속성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으며 이는 서버 운영을 시도해 볼 동기를 없애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마스토돈의 글은 영속성을 가질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렇게 설계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그럴 수 있습니다. 트위터에서 쓴 글 대부분은 시의성이 커 며칠 지나면 의미를 잃고 데이터베이스에 쌓인 텍스트 뭉치가 됩니다. 한편으로는 ‘마이크로블로그’의 ‘블로그’에 집중해 짧고 시의성이 큰 글이라도 이들을 보관해 두면 시간이 흘러 의미를 가질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트위터나 마스토돈에 쓴 짧은 글에 대한 너절한 생각을 정리해 긴 글로 만들기는 하지만 긴 글의 시작이 된 짧은 글을 다시 보며 다른 아이디어를 얻기도 해서 그냥 없애기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백업을 통해 글을 완전히 오프라인으로 분리했다가 다시 온라인에 등록할 때 글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고 이를 걱정해서 지금의 디자인이 됐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글이 변경될 가능성을 염려했다면 글을 오프라인으로 분리할 때 글 각각에 대한 사이닝을 여전히 온라인에 두고 이후 이를 기준으로 변경 여부를 평가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없어진 서버에 남겨진 글을 그냥 버리는 결정은 온라인 세계에서 계정을 평가할 두 가지 큰 요소 중 하나를 쉽게 얿애버린 결정입니다. 한편으로는 마스토돈 서버를 열기로 결정했다면 좀 더 책임감 있게 서버를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분산된 시스템을 통해 운영될 것을 가정한 서비스라면 서버가 나타나고 사라짐에 따라 서비스를 사용하는 개개인의 계정이 쉽게 영향 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개인이 서버의 영속성을 걱정하기 시작하면 이 서비스는 분산 운영되어서는 안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처음에는 블록체인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서로 별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특징 중 하나인 같은 데이터베이스의 사본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디어가 분산 서비스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서버 운영 종료 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별 영향 없이 동작하게 만드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스토돈의 계정 이동은 서버 운영 종료에 따라 이전 글을 온라인에서 모두 잃을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글은 소셜 그래프와 함께 온라인에서 계정을 평가하는 두 가지 요소로 함부로 없애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다른 서버로 소셜 그래프와 계정을 옮길 수는 있지만 평판의 상당 부분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며 이 특징을 이해하고 서비스를 사용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