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블로 4 주요 성장 시스템 살펴보기
개표 방송 보다가 심심해서 디아블로 4의 주요 성장 시스템을 간단히 살펴봤습니다.

지난 아이소메트릭 뷰 게임 돌아보기에서 어쩌다 보니 비슷한 뷰 게임 개발에 여러 차례 참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헌데 그렇다 보니 비슷한 뷰의 다른 게임 중 가장 유명한 게임 중 하나인 디아블로 시리즈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과거의 어느 프로젝트에서는 아무도 디아블로를 복제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결국 자신들이 집에 가서 플레이 하던 게임의 스타일, 디자인 의사결정 등을 회사에서도 반복한 끝에 결국 게임 전체가 디아블로와 너무 비슷해졌고 디아블로와 비슷해 보이지 않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는 회의가 생길 정도였습니다. 그 시대에는 디아블로 3 위주로 게임디자인 의사결정을 참고하려고 노력했는데 MMO 게임을 만들며 디아블로 3의 여러 게임디자인 의사결정을 참고하려 한 것은 썩 좋은 생각이 아니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듭니다. 또 시간이 많이 지난 다음에도 여전히 디아블로 4를 살펴보고 있는 자신을 보며 결국 비슷한 장르와 형식의 게임을 개발하면서 디아블로의 손바닥을 벗어날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자조도 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를 좋아하고 또 하드코어 플레이어는 아니지만 가벼운 수준으로 한동안 재미있는 시간을 보낸 입장에서 과연 오랜 세월에 걸쳐 일하는 내내 참고해야만 하는 바로 그 게임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의문에 맞춰 디아블로 4를 기준으로 제가 과연 이 시리즈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알아보고 또 디아블로 4의 특징, 배울 점 따위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디아블로 4는 전작들과 다른 오픈월드와 환경 기반의 서사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전작들은 주로 액트 기반으로 세계를 확장해 나갔습니다. 지역 별 로딩 화면으로 구분된 경험 위주로 구성했는데 디아블로 2의 액트 별 세계 구분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디자인 의사결정이라기 보다는 기술적인 제한 때문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는 반 강제적으로 고정된 진행 경로를 가지게 만듭니다. 메인 퀘스트에 종속적이고 또 선형적인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한편 던전의 경우 디아블로 1의 단위 블록 단위의 무작위 생성 기반이었던 것에 비해 디아블로 3은 타일 기반 무작위 방식을 체택했습니다. 한편 디아블로 4의 오픈월드는 기본적으로 비선형적인 진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물론 여전히 메인 퀘스트에 종속적인 진행을 통해 전작들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지만 이를 따르지 않더라도 접근할 수 있는 컨텐츠가 널려 있습니다. 메인 퀘스트에 관계 없이 다섯 가지 주요 지역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습니다. 또 오픈월드를 구성할 때 시작 지점으로부터 멀어질수록 더 강한 몬스터를 배치해 물리적으로는 개방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접근 불가능한 지역이 생길 수밖에 없는 한계를 완화하기 위해 레벨 스케일링을 도입하되 25레벨 이하 구간은 몬스터의 강함을 고정해 극초반 구간에 성장 체감을 강화했습니다. 또 타일 세트 조합을 통해 던전 배경 연결이 자연스러워졌습니다. 존작들에 비해 무작위 생성이라는 느낌이 훨씬 덜 들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이 무작위 생성됩니다.
서사 구현 방식을 개선했고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한계를 완화한 환경을 사용한 내러티브 전달을 시도했습니다. 전작들은 주로 텍스트 중심으로 서사를 구현했습니다. 이들은 게임 상에서 책, 기록, 대화 따위로 나타나는데 근본적으로 이들은 텍스트에 강하게 기반합니다. 많은 스토리를 전달하면서도 제작 비용이 가장 낮은 방법이어서 서사 구현 방식의 개선에 별다른 요구사항이나 개선 의지가 없다면 간단히 선택할 수 있는 쉬운 방법입니다. 또 싱글플레이의 특성을 강하게 나타내면서도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사용자마다 각기 다른 배경을 통한 서사 전달에 한계를 가진 것과 마찬가지의 고정된 배경을 사용했는데 디아블로 2의 칼데움 시장처럼 배경이 장식적인 역할을 뛰어넘는 뭔가를 해내지는 못했습니다. 디아블로 4 역시 이러한 특징으로부터 크게 벗어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물리 기반 환경을 구현해 비에 젖은 환경이나 파괴할 수 있는 물체를 이전에 비해 더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또 오픈월드에서 흔히 사용하는 다이나믹 이벤트를 도입해 정적인 배경의 한계를 완화하려고 했고 또 디아블로 2 수준의 지역 별 차이를 사실적인 표현으로 달성하기 쉽지 않음에 따라 지역에 따라 특징적인 색체를 사용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전작은 주로 던전 중심의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차원 균열의 반복 플레이를 시작하면 지금까지 경험해 온 나머지 배경이 무의미해집니다. 또 게임 활동의 근본적인 루프인 보스를 처치하고 장비를 파밍하는 패턴을 반복합니다. 본격적인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과 비교해 획일화된 목표와 다양하지 않은 플레이 양식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지만 어쩌면 이는 폐지 줍기 장르의 근본적인 특징이기도 합니다. 캐릭터를 성장 시켜 이어서 할 일이 균열을 돌아 파밍을 반복하는 것 뿐이라는 점은 오히려 패턴을 단순하게 만들어 복잡한 전투와 성장 과정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디아블로 4는 오픈월드에 근거해 여느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 적용해 온 메커닉을 일부 도입했습니다. 가령 PvP 기반의 지역 점령 메커닉이 추가되었고 2시간 주기로 열리는 지옥 물결에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또 PvP 시스템의 경제를 분리하기 위해 붉은 가루를 획득해 증오의 파편으로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다만 본격적인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과 비교하기에 한 화면에 동시에 약 40명의 플레이어를 렌더링 할 수 있는 한계로 인해 전통적인 MMO의 규모가 큰 플레이를 만들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오픈월드 측면에서도 월드 곳곳이 비어 있어 월드의 대부분이 이동을 위해 시간을 소모시키는 역할 이외에는 별다른 특징을 드러내지 못하는 한계도 있습니다.
디아블로 4의 오픈월드에 대해 이야기한 김에 전작들의 세계 탐험 방식의 변화를 잠깐 살펴보겠습니다. 초기 던전 중심의 폐쇄적인 구조에서 현대의 오픈월드 기반의 비교적 자유로운 탐험에 이르기까지 시리즈를 거듭하며 탐험 방식은 조금씩 변해 왔습니다. 먼저 디아블로 1은 단일 마을과 단일 던전으로 구성됩니다. 이는 당시의 기술적 한계, 개발 규모의 한계, 예산의 한계 등으로 인해 더 확장된 구조를 상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에 기인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단조로운 월드는 스토리라인을 단순하게 만들고 집중할 곳과 집중할 필요 없는 것을 확실히 구분할 수 있어 도리에 사용자를 게임에 집중 시키기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던전은 최소 단위에 기반해 무작위로 생성되었지만 무작위성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시작 지점의 주요 특징을 통해 던전 전체 구조를 예측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무작위성의 한계는 이벤트가 열리는 핵심 장소의 위치가 항상 고정되어야 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용자가 던전 구조를 예측해 무작위 구조에 기반하면서도 사용자가 성장 체감을 할 수 있는 요소로 동작하기도 합니다. 디아블로 2는 5막 구조로 지역을 분할했습니다. 각 액트 별로 특징이 강한 배경, 몬스터를 완전히 차별화했습니다. 전작에서 하나의 마을과 한 가지 던전을 선보였기 때문에 이러한 횡적인 배경 확장은 신선함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반면 이번에는 타일 기반의 무작위 던전을 생성해 전작보다 무작위성이 약해진 느낌을 줍니다. 가령 액트 1 던전 대부분의 진행 방향이 11시 방향인데 이런 결과는 분명 무작위로 던전을 생성했음에도 그 무작위성이 희석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한편 세계가 횡적으로 넓어졌기 때문에 원활한 이동을 위한 계정 단위 웨이포인트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액트 별로 6-8개의 웨이포인트가 있으며 한 캐릭터로 웨이포인트를 개방하면 같은 계정의 다른 캐릭터가 즉시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메커닉은 여러 캐릭터를 경험할 소극적인 이유를 제시합니다.
한편 디아블로 3은 전작과 비슷한 세계를 유지하지만 보다 근대적인 퀘스트 위주의 선형 진행을 도입했습니다. 이전에도 비슷한 선형 진행 방식을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명시적인 퀘스트를 통해 사용자를 가이드합니다. 미니맵에 퀘스트 목표 지점을 표시하는데 이는 근대적인 퀘스트 위주 게임들이 제공하는 비슷한 가이드 방식이지만 확장된 세계를 감안할 때 탐험보다 목표 달성에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를 만들었으며 개인적으로 이는 확장된 세계에 대한 역효과라고 생각합니다. 한편 디아블로 4는 본격적인 오픈월드를 도입했습니다. 퀘스트에 의해 선형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이를 반드시 따를 필요는 없습니다. 레벨 스케일링에 의해 물리적으로, 그리고 현실적으로 오픈월드 전체를 탐험하는데 큰 무리가 없습니다. 또한 근대적인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높은 비용을 들여 만든 던전 밖 세계를 활용하기 위해 연구해 온 대로 월드 전체에 걸쳐 일정 시간 단위로 일어나는 이벤트, 실시간 보스 등장 같은 이벤트를 비슷하게 도입했습니다. 사실 디아블로 4는 전작들과 비교해 오픈월드를 도입했다는 특징 뿐 아니라 사실상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과 아주 비슷한 모양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높은 비용을 들인 넓은 세계를 ‘어쩔 수 없이’ 활용하게 만드는 멀티플레이 요소의 도입이 특별히 독특해 보이지도 않습니다.
디아블로 4는 전작들의 성장 시스템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했습니다. 특히 디아블로 2의 직관성, 디아블로 3의 복잡성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 성장 경험을 개선하려고 했습니다. 또 레벨 스케일링이 성장 체감을 방해하는 현상을 문제로 정의해 이를 해결하려 했고 또 균열의 반복으로 귀결되는 단조로운 플레이를 완화하려고 했습니다. 디아블로 4는 근대적인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도입한 여러 단계로 구성된 성장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60레벨까지는 기본 레벨 구간으로 플레이어는 스킬 포인트를 획득해 스킬 트리를 선택하고 빌드를 발전시킵니다. 60레벨에 도달하면 정복자 레벨이 개방되어 정복자 보드를 통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에 접근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장 메커닉을 선형 성장, 계단형 성장, 그리고 비효율 성장으로 구분할 때 정복자 시스템은 대체로 비효율 성장에 해당하기 때문에 많은 커스터마이징 요소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이들 사이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스킬 시스템은 디아블로 2의 트리 구조를 디아블로 4의 서사에 맞춰 재해석한 형태입니다.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해 강화할 수 있고 하위 스킬에 일정 포인트를 투자해야만 상위 스킬이 열리도록 해 복잡성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구조를 사용했습니다.
아이템 강화는 마법 부여, 위상 각인, 담금질, 명품화의 네 가지 강화 방식을 사용합니다. 담금질은 시즌 4에 추가되어 대장장이를 통해 최대 다섯 가지 옵션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방어도, 대미지 증가 뿐 아니라 스킬 범위 증가, 투사체 개수 증가와 같은 새로운 옵션을 함께 제공해 빌드의 다양성을 확장했습니다. 명품화는 총 12단계까지 강화할 수 있으며 매 4단계마다 옵션이 크게 증가합니다. 이는 선형 성장과 계단형 성장을 함께 제공해 지속적인 성장 체감을 달성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디아블로 4 시즌 5의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레벨 스케일링의 개선입니다. 이전까지 몬스터의 난이도가 플레이어 레벨에 따라 변화해 성장 체감이 불가능한 형태였습니다. 이러한 레벨 스케일링은 과거 싱글 플레이 롤플레잉 게임에서 여러 캐릭터를 성장 시켜야 할 때 예상하지 않은 조합으로 캐릭터를 성장 시켰을 때 플레이가 어려워지거나 심지어 불가능해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도입되었습니다.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물리적으로 개방된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탐험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로 동작하기도 했지만 성장 측면에서는 플레이어가 강해짐에 따라 몬스터도 함께 강해져 성장 체감이 불가능해지는 문제를 유발합니다. 개선된 시스템은 몬스터들의 레벨이 고정된 구간을 도입해 레벨업에 따른 실질적인 성장감을 제공합니다. 이는 전통적인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몬스터의 레벨이 고정된 사냥터를 제공하고 진행과 성장에 따라 직접 다음 사냥터를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난이도를 플레이어가 직접 선택하도록 함으로써 성장 체감과 난이도 상승을 자연스럽게 만든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또 흔히 ‘수면블로’라고 불리던 큰 성장 이후 급격히 성장이 느려져 게임이 지루해지는 문제를 완화했습니다. 문제 완화를 위해 완만한 곡선에 기반한 성장이 도입되었는데 아이템 옵션이 다양해지고 또 위상, 담금질, 명품화 등 여러 단계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최적의 아이템을 획득하기 어렵게 만들어 지속적인 목표가 유지됩니다. 다만 옵션이 다양해질수록 이들 사이에 확연히 구분되는 특징을 만들어내기 점점 어려워지는 문제가 남아 있고 특성에 따라 성능의 상승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는 문제 역시 남아 있습니다.
기존 난이도 체계인 모험가, 베테랑, 악몽, 고행에서 일반, 어려움, 전문가, 참회자, 고행 1-4로 세분화 되었습니다. 일단 난이도 수가 증가해 난이도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원활하게 플레이 할 수 있거나 도전적으로 플레이 할 수 있는 적당한 수준을 좀 더 원활하게 선택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난이도에 따라 더 많은 경험치와 금화를 얻을 수 있지만 캐릭터의 방어도와 저항이 감소합니다. 고행 난이도는 나락 플레이에 따라 이루어집니다. 총 150단계 중 20단계에서 고행 1, 35단계에서 고행 2, 50 단계에서 고행 3, 65단계에서 고행 4가 열립니다. 이 메커닉을 통해 플레이어의 실력과 성장 수준을 객관적으로 검증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해 무리한 난이도 설정으로 인해 흥미가 떨어지는 상황을 완화하고 단계적인 성장을 유도합니다. 이는 여러 근대적인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나 모바일 롤플레잉 장르에서 ‘탑'으로 끝나는 배경 제작비가 낮은 '탑’으로 끝나는 이름의 컨텐츠와 완전히 동일한 역할을 합니다.
이제 기본 레벨과 정복자 레벨의 차이와 성장에 따른 의미를 생각해 보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대로 디아블로 4는기본 레벨 60과 그 이후로 구분되며 각 단계마다 성장 목적과 체감이 달라집니다. 만렙 이전과 이후의 차이는 단계적 상취감과 엔드게임의 깊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만렙 이전 초반은 레벨 당 스킬 포인트 1점을 획득해 총 59점의 스킬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이를 통해 하위 스킬에 포인트를 투자해 상위 스킬을 계층적으로 개방합니다. 여기에 지역 진척도 달성에 따라 지역 별 최대 12점의 추가 스킬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어 탐험 행동을 스킬 성장에 연결했습니다. 이 구간에서는 매 레벨업마다 새로운 스킬이 열리고 또 기존 스킬을 강화하는 방식을 통해 즉각적으로 성장을 체감합니다. 또 25, 35, 45, 55레벨 구간에 따라 장착 가능한 아이템 등급이 상승합니다. 그리고 50레벨이 되면 악몽 난이도가 해금되고 60레벨에 도달하면 고행 난이도에 진입할 수 있게 되는데 이는 직접적인 성장 체감 요소로 보기는 어렵지만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사용자에게 알려주는 역할을 합니다.
만렙 이후에는 전문화 과정을 시작합니다. 매 레벨업 당 4점의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고 앞서 스킬 포인트와 유사한 방식으로 지역 진척도를 올려 추가 24점의 포인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정복자 보드는 최대 다섯 개 까지 보드를 연결할 수 있고 보드 별로 일반, 마법, 희귀, 전설의 총 88개 노드가 있습니다. 정복자 보드는 계정 단위로 공유되어 다른 클래스 혹은 다른 캐릭터를 새로 플레이 할 때 성장을 완전히 바닥부터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는 앞서 웨이포인트의 계정 공유를 통해 소극적으로 여러 캐릭터를 플레이 하도록 만든 것과 비교해 훨씬 더 적극적으로 여러 캐릭터를 플레이 하도록 유도합니다. 노드 유형에 따라 효과가 달라지는데 일반 노드는 1차 스탯을 올려 주고 마법 노드는 조건부 옵션을 추가합니다. 희귀 노드는 빌드 특화 효과, 그리고 전설 노드는 보드 당 1개로 클래스 시너지 효과를 부여합니다. 여기에 문양 시스템은 악몽 던전에서 획득한 문양을 장착할 때 추가 효과를 제공합니다. 초기 80레벨까지 플레이를 통해 보드 확장과 핵심 노드를 활성화 합니다. 주당 약 8시간 플레이로 약 2주에 걸쳐 5개 보드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이후 100레벨 구간에서는 레벨업 당 필요 경험치가 이전 대비 300% 증가해 정복자 포인트 획득에 45분의 플레이를 요구합니다. 100레벨부터는 노드 초기화에 50만 골드를 요구해 단일 캐릭터로 시행착오를 반복하는데 압력을 가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이 기본 레벨은 직접적인 성장에 따른 만족감을 제공하고 정복자 레벨은 장기적인 목표 설정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마지막으로 디아블로 시리즈가 대대로 가장 약했던 엔드 게임을 살펴보겠습니다. 디아블로 4에 이르러 여느 근대적인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과 비슷한 지속적인 할 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는 과거에 가까워질수록 싱글플레이게임의 특징에 가까워져 끝이 있는 플레이를 감안한 구조에서 보다 현대적인 라이브 서비스를 염두해 둔 형태로 변화한 결과입니다. 악몽 던전은 악몽 인장으로 일반 던전의 난이도를 올립니다. 단계 별 난이도 설정에 따라 단계 별로 몬스터 체력이 서서히 증가합니다. 악몽 던전을 클리어 하면 문양 경험치를 획득해 최대 45레벨까지 강화할 수 있습니다. 이 컨텐츠를 통해 신화 아이템을 파밍하고 문양 최대 레벨을 달성하면 효과 범위가 확장됩니다. 또한 악몽 50단계를 클리어 하면 고행 3단계가 열리는 역할도 합니다. 지옥물결은 65분 주기로 발생하며 5분 쿨타임 후 주기가 재시작됩니다. 변종 잉걸불을 수집해 수수께끼 상자를 열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즌 5 추가 화폐, 상급 속성 아이템이 확정 드랍 되며 시간 당 45만 골드를 수급할 수 있습니다. 속삭임의 나무는 고행, 악몽 난이도에 진입하는 플레이어들이 기본 장비를 파밍하는 역할을 합니다. 섬뜩한 축복 10개를 얻어 보상을 획득하면 먼저 보상 목록으로부터 한 가지 보상 계열을 선택하면 선택한 카테고리에서 무작위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특히 여기서 획득한 장비는 계정 귀속으로 다른 캐릭터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증오의 전장은 PvP 플레이에 따라 붉은 가루를 수집해 추출의 제단으로부터 증오의 씨앗 아이템으로 변환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증오의 씨앗을 NPC에게 주고 저주받은 두루마리, 잡동사니, 특이한 탈것 방어구, 불쾌한 잡동사니 등으로 교환할 수 있는데 이들의 핵심은 아이템을 구매하거나 아이템 가챠를 돌리는 것입니다.
디아블로 4는 전작들과 비교해 좀 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요소를 많이 도입했습니다. 다른 플레이어들과 함께 플레이 하는 오픈월드, 제한적인 레벨 스케일링을 통해 기초적인 탐험 가능성을 제공하는 메커닉, 성장 구간과 엔드 컨텐츠 구간의 명확한 구분, 성장을 위해 여러 엔드 컨텐츠를 지속적으로 플레이 하도록 요구하는 것 까지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시행착오를 겪어 온 요소들을 도입해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를 유지하면서도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으로써 이후 라이브 운영에 더 잘 어울리는 모습이 되었습니다. 성장 구간과 엔드 게임 구간, 다양한 엔드 게임 제공, 신규 던전과 보스 제공 등은 여느 라이브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여기에 시즌 구분을 추가해 라이브 서비스를 시작한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게임들이 신규 컨텐츠와 성장 요소를 도입할 때 기존 캐릭터들을 마이그레이션 하기 위해 대단한 고생을 하는 것과 달리 이 문제를 상당히 간편하게 해결하는 모습은 참고할 만 합니다.
시장에서 게임에 대해 말하는 여러 빅 마우스들이 전통적인 싱글플레이 프랜차이즈들이 온라인화, 라이브화 되는 것에 대해 상당한 반감을 표현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 차례에 걸쳐 지적된 것과 같이 현대 개발 비용은 싱글플레이 게임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퍼스트 파티 게임들조차 제작비 문제로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라이브 서비스 가능성을 지닌 게임을 개발해야만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데 근본적으로 우리들은 상업용 게임을 개발하는 사람들이고 스폰서에게 돈을 받아 개발하는 댓가로 스폰서에게 돈을 벌어 내야 하는 입장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지금까지 온라인 멀티플레이 환경 위주로 게임을 개발해 왔는데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는 이전의 보다 싱글플레이에 가까운 모습으로 시작해 이제 근대적인 온라인 멀티플레이 환경에 가까운 모습으로 변해 왔습니다. 우리들이 이러한 변화 과정에 놓여 있을 때는 전체적인 모습을 인식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바깥에서 그러한 변화 과정을 살펴보면 전체적인 모습을 훨씬 더 잘 인식할 수 있고 디아블로 프랜차이즈는 그런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앞으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새로운 디아블로 시리즈를 열심히 살펴보고 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