섯다 규칙을 게임디자인에 적용하기

고포류 규칙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갈고닦여 현재에 이르렀습니다. 이들이 그 긴 세월에 걸쳐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를 살펴보면 이를 현대 게임디자인에 적용할 여러 가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섯다 규칙을 게임디자인에 적용하기

섯다를 계속하게 만드는 힘은 규칙이 아니라 반복되는 감정 리듬에 있습니다. 카드를 두 장 쥐고도 마음이 들썩이고 베팅 버튼이 한 번 눌릴 때마다 사람 사이 분위기가 바뀝니다. 이 느낌이 유지되는 이유는 한 판의 흐름이 짧고 판단이 자주 강요되고 결과가 빨리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짧다고 해서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작은 정보로 큰 결정을 하게 만들어서 실수도 기억에 남습니다[^섯다모드]. 섯다의 코어 루프는 먼저 손에 쥔 패가 적을 때는 내가 강한지보다 상대가 약하게 보이느냐에 먼저 신경을 쓰게 됩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삥이나 체크 같은 가벼운 액션이 분위기를 만들고 누군가 하프나 따당을 치는 순간부터는 판이 본격적으로 무거워집니다. 이 액션들이 아무 때나 가능한 게 아니라 룰에 의해 가능한 시점이 시작되고 끝난다는 점 때문입니다. 한게임에서는 111, 222, 333, 444 같은 베팅룰을 걸면 초반 몇 명은 하프나 다이만 가능하게 막아두고 베팅 한도에 도달하면 하프 버튼이 풀로 바뀌며 가능한 버튼만 남습니다. 이런 식의 제한은 플레이어가 자신이 선택한다기보다 지금 가능한 것 중에 고른다는 느낌을 주고 이 특징이 생각보다 판을 빠르게 만듭니다[^섯다 게임방법]. 이 루프를 게임디자이너 관점으로 옮기면 세 가지에 집중하게 됩니다. 첫째, 정보는 적게 주되 단계적으로 풀면 긴장감이 오래 갑니다. 둘째, 선택지는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버튼 몇 개로 압축돼야 손이 빨라집니다. 셋째, 규칙이 허락하는 범위가 대화의 소재가 됩니다. 방금 하프가 강해서 하프가 아니라 그 사람이 하프 말고는 할 수 없어서 하프였을 수도 있다고 설명할 수 있게 되면 플레이는 단순한 확률 게임이 아니라 사람 읽기 게임이 됩니다. 이런 작은 오해와 해석이 반복될 때 게임에 더 몰입하게 됩니다.

여러 판을 반복하다 보면 제일 먼저 눈에 남는 건 카드가 아니라 반응입니다. 두 장밖에 안 들고도 사람들이 이건 가야지 혹은 이건 죽어야지 같은 말을 쉽게 꺼냅니다. 이 지점이 설계 관점에서 매력적으로 볼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의 근거가 얕아도 말이 나오고 그 말이 다음 판의 분위기를 바꿉니다. 게임이 오래 살아남는 경우는 이런 식으로 판 밖의 이야기가 계속 생길 때가 많았습니다. 섯다의 규칙의 특징에 기반해 게임 규칙을 설계한다면 일단 상태공간을 작게 잡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섯다는 1월부터 10월까지를 쓰고 보통 같은 월이 두 장씩 있어서 20장 안에서 조합 가능합니다. 그래서 족보를 외우기 전에도 땡은 세다, 갑오면 나쁘지 않다 같은 감을 빨리 잡을 수 있습니다. 프로토타이핑 할 때 이런 접근을 씁니다. 카드 종류를 늘려서 깊이를 만드는 대신 조합 수를 줄여서 판정의 속도를 확보하는 쪽이 초반 재미를 빨리 찾을 수 있습니다. 다만 너무 작게 잡으면 금방 질릴 수 있으니 예외패나 라운드 구조로 변주를 넣습니다[^섯다]. 다음으로 최강은 있지만 완전무적은 아니닌 상태를 만드는 시도입니다. 섯다에는 광땡이 있고 많은 룰에서 광땡은 땡보다 위입니다. 그런데 암행어사라는 특수패는 특정 광땡을 잡는 식으로 설계됩니다. 여기서 재미는 상위 랭크가 항상 안전하지 않다는 데서 생깁니다. 이런 설계를 할 때 카운터가 상위권을 전부 무너뜨리게 하지 않습니다. 섯다에서도 암행어사가 모든 광땡을 잡는 형태로만 굴지 않고 룰마다 예외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좋은 패를 먹어도 조심해야 한다는 긴장감이 남고 게임 입장에서는 한 종류의 강패가 판을 결정해버리는 상태를 늦출 수 있습니다[^섯다 족보].

승패 말고도 판을 흔드는 이벤트를 고려해야 합니다. 섯다에서 구사나 멍텅구리 구사가 나오면 이기는 사람이 생기는 대신 판돈을 그대로 두고 재경기를 하는 식으로 흘러갑니다. 이를 무승부 이벤트라고 이해합니다.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플레이어가 손해를 봐도 완전히 끝난 느낌이 덜하고 반대로 이기고 있던 쪽도 확정처럼 느끼지 못합니다. 실제로 테스트를 해보면 재경기는 판을 리셋하는 게 아니라 긴장을 한 번 더 연장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재경기가 너무 자주 나오면 사람들이 피곤해하고 너무 드물면 시스템이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가니 발생 빈도와 발동 범위를 조절해야 합니다[^섯다 족보 멍텅구리 구사(사구) 차이점 및 재경기 룰]. 다음으로 액션을 버튼으로 고정해 속도를 얻는 방식을 고려합니다. 섯다에서 하프, 따당, 콜, 다이 같은 말은 미리 정해진 크기의 행동입니다. 한게임처럼 버튼을 제공하는 환경에서는, 이 버튼이 플레이어의 사고를 대신 정리해 줍니다. 가령 숫자 입력이 가능하면 사람은 계산을 하려다 멈춥니다. 반면 하프 버튼이 있으면 반 갈래?라는 질문으로 생각이 줄고, 판단이 빨라집니다. 비슷한 게임을 설계할 때 액션을 자유롭게 풀기보다 몇 개의 강한 버튼으로 묶어두는 편이 초반 유지율에 도움이 됩니다. 물론 버튼이 강할수록 운빨로 느껴질 위험도 커져서 정보 공개나 선택권 같은 보정 장치가 같이 필요해집니다[^한게임/피망 섯다 족보 순서 및 하는 방법/ 규칙(용어) 총정리]. 그리고 초반을 묶어서 게임의 리듬을 정한다는 발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한게임 섯다에는 111, 222, 333, 444처럼 초반 몇 명의 선택을 하프나 다이로 제한하는 룰이 있습니다. 이런 제한이 재미를 만드는 이유는 초반이 너무 자유로우면 판이 빨리 깨지거나 반대로 큰 베팅으로 바로 고정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플레이를 보면서 이런 제한이 있으면 초반 액션이 정보로서 가치가 내려가고 중반 이후 행동이 더 중요해집니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진짜 승부는 2라운드에서 보자는 식으로 긴장 구간을 뒤로 미룹니다. 이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의도적으로 긴장을 배치하는 결과로 돌아옵니다[^한게임 섯다&맞고 한 판 하자고!].

섯다를 설계 관점에서 살펴보면 카드 한 벌이 룰 설명 역할을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어떤 패를 쓰느냐가 곧 게임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플레이테스트에서 특히 자주 이런 느낌을 마주합니다. 같은 족보표를 붙여도 덱을 20장으로 잡느냐 40장으로 잡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감으로 치는 게임이라고 느끼는지 계산이 되는 게임이라고 느끼는지가 꽤 갈립니다. 20장 섯다는 대체로 1월부터 10월까지에서 피를 빼고 20장만 쓰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40장 섯다는 1월부터 10월 패를 4장씩 전부 쓰는 방식으로 소개됩니다. 이 차이가 분량 차이가 아니라 같은 족보가 나오는 빈도와 상대가 들고 있을 법한 패의 범위를 크게 바꿉니다. 20장은 패가 적어서 특정 조합이 나올 가능성을 눈으로 감 잡기 쉽고 그만큼 베팅이 심리 쪽으로 기우는 판을 자주 만듭니다. 반면 40장은 같은 월이 4장씩이라 조합이 넓어지고 땡이 뜰 만한 판 같은 느낌이 더 자주 생기면서 계산이 끼어들 틈이 조금 늘어납니다[^20장 섯다와 40장 섯다]. 이 덱 크기 레버를 더 구체적으로 만지려면 딱 하나만 잡고 테스트해도 됩니다. 땡이 뜨는 빈도가 체감 난이도와 판의 폭발력을 결정하는데 20장에서는 땡 확률이 약 5.3% 정도이고 40장에서는 약 7.7% 정도입니다. 이 수치를 보고 40장은 땡이 더 흔해서 중간패 가치가 상대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가설을 세우고 테스트 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땡이 더 자주 보이는 환경에서는 사람들이 끗으로 끝까지 가는 걸 더 꺼리고 애매한 구간에서 다이가 빨라지는 경향이 나옵니다. 반면 20장에서는 광땡 같은 최상위 패의 존재감이 더 강하게 느껴지고 그 기대감 때문에 무리한 콜이 늘어나는 판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덱 구성에 또 다른 레버는 희귀 카드의 얼굴입니다. 섯다에서는 1광, 3광, 8광처럼 상징성이 강한 카드가 있고 사람들은 그걸 보면 감정이 바뀝니다. 이들은 희귀 카드입니다. 게임 디자인에서 희귀 카드는 대개 두 가지 일을 합니다. 하나는 룰을 몰라도 강함을 알려주는 교육 역할이고 다른 하나는 판의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스트리밍이나 구경 요소를 키우는 역할입니다. 섯다에서 광은 두 역할을 동시에 합니다. 이게 꽤 큰 장점인데 텍스트를 읽지 않아도 카드 그림만으로 플레이어가 반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40장으로 갈 때는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패가 많아지면 희귀 카드가 상대적으로 묻힙니다. 그래서 어떤 커뮤니티 룰에서는 40장에서 세 장이 같은 월로 맞는 상황을 봉으로 따로 인정해서 다시 하이라이트를 강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아이디어는 흥미롭습니다. 덱이 커져서 희귀 카드의 존재감이 약해졌을 때 아예 새로운 최상위 사건을 추가해 감정의 피크를 다시 세우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봉 같은 규칙은 한 방이 너무 세다로 느껴질 여지가 있어서 도입하면 베팅 한도나 재경기 규칙 같은 안전장치도 같이 만지는 편이 낫습니다. 덱을 설계할 때 카드 수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같은 카드의 존재도 같이 봐야 합니다. 가령 20장에서는 같은 월이 두 장이라서 상대가 같은 월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낮음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40장에서는 같은 월이 네 장이라서 같은 월이 겹칠 가능성이 올라갑니다. 이 변화는 땡 빈도뿐 아니라 블러핑의 감각도 바꿉니다. 복제가 많아지면 사람들은 그 패가 있을 법하다라고 느끼고 그래서 큰 베팅을 더 자주 콜하는 쪽으로 기울 수 있습니다. 반면 복제가 적으면 저건 거의 없다는 판단이 작동해서 큰 베팅이 오히려 더 잘 먹히는 판도 나옵니다. 이 차이를 카운터의 설득력입니다. 카운터 규칙이 있어도 사람들이 그 카운터가 실제로 존재할 법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잘 작동하지 않습니다. 덱 설계의 마지막 레버는 쓰지 않는 카드를 빼는 선택입니다. 섯다에서 피를 빼는 행위는 단순 정리가 아니라 게임 속도를 올리는 조정입니다. 쓰레기 카드를 덱에 섞어두면 분산이 커지고 결과가 뭉개집니다. 반면 쓸모 없는 카드를 빼면 결과가 또렷해지고 베팅 판단이 빨라집니다. 프로토타입에서 일부러 완전 쓸모 없는 카드를 넣고 사람들이 족보를 잡아도 의미가 흐려져서 재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자주 일어납니다. 그래서 섯다처럼 쓰지 않는 카드를 과감히 빼는 방식은 짧은 판을 목표로 할 때 꽤 안전한 출발점이 됩니다. 물론 너무 깎아버리면 반복성이 커져 금방 질릴 수 있으니 그때는 라운드 구조로 변화를 주는 쪽이 자연스럽습니다.

같은 족보를 쓰는데도 2장 섯다와 3장 섯다는 체감이 꽤 다릅니다. 이 차이는 정보가 언제 들어오느냐로 느낄 수 있습니다. 2장 섯다는 패를 다 받은 뒤에 승패가 거의 정해지고 그 사이에서 베팅이 감정을 흔듭니다. 3장 섯다는 승패가 정해지기 전에 일부 정보를 공개하고 그 공개가 베팅과 엮이면서 사람 읽기가 더 길게 이어집니다. 이 변화는 룰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몇 판만 하면 손에서 바로 느껴집니다. 한게임 섯다모드의 3장 섯다는 두 장을 받고 그중 한 장을 오픈패로 골라서 공개한 뒤 1구 베팅을 하고 추가패를 받은 뒤 2구 베팅을 한 다음 마지막에 세 장 중 두 장을 골라 최종패로 승부를 봅니다. 반면 2장 섯다는 오픈패 선택 없이 바로 베팅을 진행하고 패 선택 과정도 없이 오픈으로 끝난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이 단계 구분이 설계에서 큰 힌트입니다. 긴장감을 한 번에 몰아치기가 아니라 두 번에 나눠치기로 배치해둔 형태로 한 판이 조금 길어져도 지루해지기 전에 다시 사건이 하나 생깁니다. 오픈패는 단순한 공개가 아니라 말 그대로 판의 대화를 여는 버튼처럼 작동합니다. 사람들은 오픈패를 보면 두 가지 반응을 합니다. 하나는 저 사람은 이걸 왜 깠지? 같은 해석이고, 다른 하나는 그럼 남은 한 장은 뭐지? 같은 추리입니다. 이는 재미인 동시에 위험이기도 합니다. 오픈패를 잘못 설계하면 강한 사람만 더 강해지거나 약한 사람은 아무 것도 못 하고 접기만 하는 게임이 되기 쉽습니다. 섯다의 오픈패는 한 장만 공개하게 해서 정보를 주되 다 주지 않습니다. 이 정도가 사람 읽기 게임에서 꽤 좋은 균형입니다.

1구와 2구는 같은 베팅인데도 분위기가 다릅니다. 1구는 보이는 것과 안 보이는 것이 섞여 있어서 작은 베팅으로 상대를 떠보는 행동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2구는 추가패를 본 뒤라서 플레이어가 스스로도 어느 정도 결심이 서 있는 상태가 됩니다. 그래서 2구에서 하프나 따당 같은 큰 액션이 나올 때는 1구 때보다 신호로서 무게가 커집니다. 물론 이런 해석은 룰마다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테스트에서 2라운드 베팅이 들어가면 플레이어가 한 판을 두 개의 장면으로 기억하는 경향이 늘어납니다. 첫 장면은 오픈패와 1구, 둘째 장면은 추가패와 2구입니다. 이렇게 기억이 장면 단위로 남으면, 게임이 반복될 때도 지루함이 늦게 옵니다. 마지막의 최종패 선택은 3장 섯다의 맛을 완성하는 부분입니다. 세 장이 손에 들어오면 가능한 조합이 세 가지가 됩니다. 대부분은 가장 센 조합을 고르지만 섯다에는 암행어사나 땡잡이 같은 특수패가 있어서 어떤 판에서는 일부러 약해 보이는 길을 선택하는 선택지가 생깁니다. 이 선택이 최적화 문제가 아니라 상대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반응이라고 느낍니다. 상대가 광땡을 믿고 밀어붙이는 분위기면 암행어사를 노리는 선택이 의미를 갖고 상대가 땡을 세게 믿으면 땡잡이를 노리는 선택이 의미를 갖습니다. 이런 상황이 자주 나오면 플레이어는 족보표를 외우는 게 아니라 상대가 어떤 세계관으로 베팅하고 있는지를 보게 됩니다[^모바일 3장 섯다]. 이 라운드 구조 레버를 새 게임으로 옮길 때 세 가지를 먼저 실험합니다. 오픈 정보량을 한 장으로 제한했을 때 블러핑이 살아나는지 베팅 라운드를 두 번으로 늘렸을 때 판이 길어지는 대신 기억에 남는 사건이 늘어나는지 그리고 마지막에 선택권을 넣었을 때 초보가 선택 때문에 못 하겠다가 아니라 선택 때문에 더 하고 싶다를 느끼는지입니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만족되면 3장 섯다 같은 설계를 다른 테마로 옮겨도 비슷한 맛을 만들 수 있습니다.

섯다 족보를 외우는 표로만 보면 나머지 재미를 놓치기 쉽습니다. 실제 판에서는 족보가 점수표라기보다 서로가 같은 말을 하도록 만들어주는 공용 언어처럼 동작합니다. 누가 알리라고 말하면 그 순간부터 사람들 머릿속에 알리보다 위가 뭐였지가 자동으로 펼쳐집니다. 이 순간이 설계에서 가장 유용합니다. 룰을 읽게 하지 않고 판 위 대화로 룰을 떠올리게 만드는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기본 랭킹은 단순합니다. 광땡이 있고 그 아래 땡이 있고 그 아래에 알리부터 세륙까지의 고정 조합이 있고 그 아래는 끗으로 떨어집니다. 한게임 족보 안내는 이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알리(1월+2월), 독사(1월+4월), 구삥(1월+9월), 장삥(1월+10월), 장사(4월+10월), 세륙(4월+6월) 같은 조합을 명확히 고정합니다. 이런 고정 조합 구간은 좋은 발명입니다. 끗은 계산으로 이기고 지는 느낌이 강해서 차갑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알리 같은 이름 붙은 조합은 이야깃거리를 붙여줍니다. 1+2면 왜 알리냐 같은 뒷말도 생기고 그게 초보에게도 기억 장치가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설계 감각은 중간 조합이 몇 개냐입니다. 중간 조합이 너무 적으면 게임이 땡과 끗의 싸움으로 빨리 굳어집니다. 중간 조합이 너무 많으면 족보표가 길어지고 초보가 중간에서 그냥 포기해버립니다. 섯다는 알리부터 세륙까지 딱 여섯 개만 고정 조합으로 두고 그 아래는 끗으로 단순화합니다. 이런 숫자 감각을 자주 활용합니다. 중간 조합은 사람이 한 번에 외울 수 있는 정도를 넘기지 않는 선에서 그래도 판에 표정을 만드는 정도로만 두는 게 좋았습니다.

기본 랭킹만 있으면, 메타는 대개 한 방향으로 흐릅니다. 강패를 잡은 사람이 그냥 크게 베팅해서 가져가게 됩니다. 섯다는 이 흐름을 완전히 막지는 않지만 한 번씩 뒤집는 구멍을 일부러 남겨둡니다. 암행어사와 땡잡이가 대표적입니다. 암행어사는 특정 광땡을 잡고 땡잡이는 구땡 이하 땡을 잡습니다. 이런 예외 규칙의 매력은 강패가 베팅만 크게 하면 되는 패로 굳지 않게 만든다는 데 있습니다. 예외 규칙이 없으면 섯다는 훨씬 빨리 질립니다. 반면 예외 규칙이 너무 강하면 강패를 먹어도 허탈해지고 운빨이 심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늘어납니다. 그래서 암행어사도 광땡 전부를 잡는 식으로만 쓰지 않고 어떤 광땡까지 잡는지에 예외가 붙는 경우가 많습니다[^섯다 공식족보 특수 패 정리 및 땡 장땡 잡는 패 암행어사 땡잡이 구사 멍구사 용어정리]. 구사와 멍텅구리 구사는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이 둘은 이기기가 아니라 판을 다시 한다는 쪽으로 사건을 만듭니다. 이런 규칙을 참고할 때 승률 변화보다 분위기 변화를 더 봐야 합니다. 재경기는 테이블의 호흡을 한 번 끊고 판돈이 남아 있으니 긴장감을 다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재경기가 너무 자주 터지면 사람들은 피곤해하면서도 이상하게 떠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재미라기보다 묶임이 생기는 느낌입니다. 이런 상태를 좋아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섯다 변형을 만들 때는 구사류를 넣더라도 발동 범위를 좁히거나 발동해도 판돈 일부만 남기게 하는 식으로 강도를 낮추는 편이 안전했습니다. 멍텅구리 구사가 일반 구사보다 더 넓은 범위에서 재경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도 이런 강도 조절이 실제 룰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줍니다[^섯다 족보 멍텅구리 구사(사구) 차이점 및 재경기 룰].

섯다를 오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족보가 세다는 말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광땡이라도 판에서 돈을 다 못 빨아먹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애매한 패가 판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차이가 상성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상성이 강하면 강패가 있어도 안심이 안 되고 그 불안이 베팅을 더 흥미롭게 만듭니다. 다만 상성이 너무 강하면 강패가 허무해져서 판이 짜증으로 굴러가기도 합니다. 그래서 섯다의 상성은 명확하지만 적용 조건이 까다로운 쪽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암행어사는 대표적인 광땡 카운터입니다. 4월 열끗과 7월 열끗 조합이고 상대에게 일삼광땡이나 일팔광땡이 있을 때 그걸 잡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상대에게 광땡이 없으면 암행어사는 1끗 취급으로 떨어집니다. 이 설계를 좋아합니다. 카운터가 항상 좋은 카드가 아니라 특정 판에서만 갑자기 의미가 생기는 카드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러면 암행어사를 잡았을 때 플레이어는 두 가지 선택을 합니다. 광땡이 실제로 있을 것 같으면 버틸 이유가 생기고 광땡이 없을 것 같으면 괜히 들고 가다가 망통처럼 죽을 수 있습니다. 판에서 이런 갈림길이 나오면 사람들은 족보를 외워서 이기는 게 아니라 서로의 베팅을 보고 추리하게 됩니다. 땡잡이도 비슷한 방식으로 땡을 카운터합니다. 3월과 7월 조합이고 구땡 이하 땡을 잡을 수 있지만 장땡이나 광땡은 못 잡습니다. 그리고 상대에게 땡이 없으면 끗수로 내려가거나 망통 취급이 되는 룰이 함께 따라옵니다. 이 지점이 메타를 만듭니다. 테이블에 땡이 자주 등장하는 환경에서는 땡잡이의 가치가 올라가고 땡이 잘 안 뜨는 환경에서는 땡잡이가 쓸데없는 카드로 취급됩니다. 그러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덱 환경과 인원수에 맞춰 베팅 습관을 바꾸게 됩니다. 게임디자이너 입장에서는 같은 카드가 환경에 따라 가치가 변하는 모습을 만들 수 있고 장기적으로 반복 플레이에 도움이 됩니다.

구사와 멍텅구리 구사는 상성이라기보다 메타 브레이크에 가깝습니다. 이들은 특정 족보를 잡아 이기는 게 아니라 조건이 맞으면 재경기를 걸어서 승부 자체를 뒤로 미룹니다. 일반 구사는 살아남은 플레이어의 최고 족보가 알리 이하일 때만 재경기를 만들 수 있고 멍텅구리 구사는 더 넓은 범위에서 재경기를 만듭니다. 이 규칙이 판을 이상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기고 있던 판이 다시 시작된다는 감정이 사람마다 다르게 받아들여서 어떤 테이블에서는 환호가 나오고 어떤 테이블에서는 싸움이 납니다. 그래서 실제 서비스 룰이나 하우스 룰에서는 재경기 때 참가 조건, 판돈 처리 같은 걸 더 명확히 정해 놓아야 합니다[^재경기]. 상성을 설계할 고려할 점중 하나는 상성이 상대의 상태에 따라 유요해지느냐입니다. 암행어사와 땡잡이가 이 타입입니다. 반면 어떤 게임은 카운터 카드가 그냥 그 자체로도 강합니다. 이는 만들기 쉬운데 비해 금방 밸런스가 무너집니다. 섯다 쪽은 카운터가 조건부로만 강해지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상대의 패를 추정해야 하고 그 추정이 베팅과 심리전으로 이어집니다. 이 연결고리가 섯다를 섯다답게 만드는 부분입니다. 이 상성은 확률과도 연결됩니다. 광땡 자체가 흔한 패가 아니고 땡도 판마다 매번 나오진 않습니다. 그래서 카운터는 자주 쓰이는 스킬이 아니라 가끔 등장하는 사건이 됩니다. 이런 사건 빈도가 너무 낮으면 카운터가 의미 없는 지식이 되고 너무 높으면 카운터가 짜증이 됩니다. 테스트할 때 카운터가 10판에 한 번 정도는 이걸 알아서 살았는 경험을 만들고 10판에 한 번 정도는 이걸 믿고 갔다가 망하게 만들면 테이블이 꽤 살아납니다. 물론 이 감각은 개인의 취향이라서 목표하는 게임 톤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

섯다가 널리 플레이되는 이유를 룰이 쉽기 때문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부족합니다. 룰이 쉬운 게임은 많고 쉬운 것만으로는 오래 붙잡기 어렵습니다. 섯다는 쉬운 데서 끝나지 않고 쉬운 만큼 빨리 감정을 움직이게 만듭니다. 두 장만 쥐면 바로 승부를 상상하게 되고 그 상상이 베팅으로 이어지고 베팅이 사람 사이 말로 이어집니다. 이 흐름이 짧게 반복되기 때문에 초보도 참여하기 쉽고 구경하는 사람도 끼어들기 쉽습니다. 섯다의 강점은 패만 보고는 예측이 어렵다는 성격이 자연스럽게 심리전을 만들었다는 데 있습니다. 광땡이나 땡처럼 강한 족보가 있긴 하지만 대다수 판에서는 끗 싸움이 나오고 끗은 상대도 비슷하게 들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베팅이 단순히 돈을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내 패를 강하게 보이게 하거나 약하게 보이게 하는 언어로 작동합니다. 사람들은 숫자를 올리면서 동시에 표정을 바꿉니다. 이런 게임은 룰을 몰라도 분위기만 알면 참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고스톱처럼 패를 놓는 순서, 먹는 법, 피 계산 같은 것들이 많으면 초보가 더 많은 설명을 필요로 하고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판이 식는 경우가 많았습니다[^Best Online Poker Sites to Play for Real Money in 2026]. 오프라인에서 섯다가 퍼진 배경에는 화투 자체의 접근성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명절이나 모임에서 사람들이 즐긴 오락으로 화투가 많이 언급돼 왔고 이런 환경에서는 한 판이 짧고 중간에 끼어들 수 있고 구경해도 재미있는 게임이 강합니다. 섯다는 그 조건에 잘 맞습니다. 고스톱은 한 판이 길어질 때가 있고 초보가 끼면 진행이 느려집니다. 섯다는 빠르게 끝나고 족보만 대충 알면 나도 한 번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런 성격이 커뮤니티에서 가볍게 치는 판과 진지하게 치는 판을 동시에 허용했습니다.

온라인으로 오면 이 장점이 더 증폭됩니다. 오프라인에서는 룰을 아는 사람이 중간에서 설명을 해줘야 하고, 족보표를 찾거나 헛갈리면 흐름이 끊깁니다. 온라인에서는 인터페이스가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특히 한게임처럼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면 게임이 단순히 매칭해서 치고 끝나는 게 아니라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됩니다. 공개형 친선대전이 생기면 친구만 모이는 게 아니라 새로운 사람이 섞이고 보이스톡이 붙으면 오프라인에서 하던 말로 흔들기가 그대로 들어옵니다. 쪽지나 프로필 설정 같은 기능은 게임 실력과 상관없는 관계를 만들고 관계가 생기면 게임에 더 오래 머물 이유를 만듭니다. 이런 요소가 섯다의 반복 플레이를 습관 수준으로 만들기도 합니다[^NHN '한게임 섯다&맞고', 친구 커뮤니티 기능 강화]. 또 3장 섯다 같은 진행 방식이 온라인에 맞습니다. 오프라인에서 3장 규칙을 하려면 오픈패, 1구, 2구 같은 단계를 사람들이 기억해야 하고 딜러 역할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화면이 단계 자체를 안내합니다. 단계가 눈앞에 뜨면 초보도 지금은 오픈패 고르는 타이밍이구나 하고 그냥 따라갈 수 있습니다. 이는 학습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판의 감정을 두 번 살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모바일에서 3장 섯다가 인기 있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복잡해진 게 아니라 복잡한 걸 인터페이스가 대신 처리해주면서 재미만 남긴 쪽에 가깝습니다. 물론 섯다 규칙이 항상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베팅이 있는 게임은 한 번 분위기가 과열되면 감정 소모가 커지고 같은 테이블에서 싸움도 나기 쉽습니다. 오프라인에서는 그만 치기가 비교적 쉽지만 온라인은 버튼 몇 번이면 다시 큐가 돌고 과몰입을 부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서비스로 만들 때는 베팅 한도, 휴식 유도, 매너 시스템 같은 안전장치를 같이 설계해야 합니다. 이런 장치를 잘 넣으면 섯다의 장점은 유지하고 피로한 부분을 줄일 수 있습니다.

실전 전략을 고려하려면 사실 족보가 뭐냐보다 판돈이 지금 어느 정도냐가 먼저인 경우가 많습니다. 섯다를 오래 본 사람들일수록 승률 얘기보다 수익 얘기를 더 자주 하곤 합니다. 한 판을 이기는 것보다 한 번 이길 때 크게 이기고 질 때는 작게 지는 쪽이 체감 실력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공략처럼 보이지만 디자이너가 밸런스나 리스크를 점검할 때도 같이 쓸 수 있는 관찰 포인트를 살펴봅시다. 가장 먼저 내 패를 등급으로만 나누는 것입니다. 광땡이나 높은 땡 같은 최상위, 알리부터 세륙 같은 중상위, 갑오나 8끗 같은 상위 끗, 7끗 이하의 애매한 끗, 그리고 망통 쪽입니다. 이 등급은 족보표를 머릿속에 두면 금방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확률을 빠르게 쓰는 법은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희귀한 패는 희귀한 정도를 숫자로 한 번만 확인해두면 됩니다. 예를 들어 20장 2장 섯다에서 광땡이 나올 확률이 1.58%, 땡이 나올 확률이 5.26% 같은 값이 정리돼 있습니다. 이런 수치를 보고, 평소에는 상대가 광땡일 거라고 과하게 가정하지 않습니다. 반면 판에서 누가 갑자기 과하게 밀어붙이면 그때는 이 숫자를 거꾸로 씁니다. 희귀한 걸 들었을 가능성은 낮지만 들었으면 내 끗으로는 답다는 식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 감각이 생기면 애매한 패에서 큰 판돈을 태우는 실수가 줄어듭니다[^섯다확률표 | 섯다 족보확률과 이기는법]. 이 관점은 게임디자인에도 바로 연결됩니다. 땡이 자주 나오는 룰로 바꾸면 플레이어는 자연스럽게 끗을 가볍게 봅니다. 3장 섯다에서 광땡과 땡이 2장보다 더 자주 나온다는 설명도 있는데 이런 변화가 중간패의 가치를 낮추고 극단 패의 충돌을 늘리는 방향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게임은 더 자극적이지만 피로도도 같이 오흡니다. 그래서 3장으로 갈수록 재화 소모가 커지거나 올인 성향이 늘어나는 걸 막는 안전장치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실전에서 경험이 갈리는 구간은 중상위 패입니다. 알리나 장사 같은 패를 잡았을 때 사람은 본능적으로 좋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테이블 인원이 많거나 3장처럼 상위 패가 더 자주 뜨는 환경이면 좋다가 충분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습니다. 내가 이 판에서 이길 확률이 높은가가 아니라 내가 이 판에서 크게 잃을 확률이 높은가 입니다. 애매한 중상위로 큰 베팅을 콜하는 순간 그 판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작은 베팅에서는 중상위로도 충분히 수익이 납니다. 같은 패라도 팟 크기에 따라 가치가 바뀌는 걸 몸으로 익히는 게 꽤 중요합니다. 베팅을 행동으로 바꿔 말하면 강패는 상대가 따라오게 약한 패는 내 돈이 안 들어가게라고만 정리해 둡니다. 강패에서 사람들이 자주 하는 실수는 너무 빨리 크게 올려서 다 죽여버리는 겁니다. 그렇게 하면 이기긴 하는데 이길 때 얻는 돈이 작습니다. 반대로 약한 패에서 자주 하는 실수는 기분 때문에 콜을 하는 것입니다. 이미 낸 돈이 아까워서 혹은 상대가 마음에 안 들어서 혹은 한 번은 맞춰보고 싶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이런 콜은 대개 장기적으로 손해가 됩니다. 섯다에서 제일 비싼 감정은 오기입니다.

실전에 도움이 되는 계산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추가로 내야 하는 돈이 현재 팟에 비해 커질수록 내 패는 더 확실해야 합니다. 반면 추가로 내는 돈이 작으면, 애매한 패로도 경험을 사는 정도는 가능합니다. 이 원리는 포커도 같은데 섯다에서는 정보가 적어서 더 강하게 적용됩니다. 그래서 누가 하프를 연속으로 치고 내가 7끗 같은 애매한 구간이면 지금은 경험을 사는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상대가 블러핑을 많이 하는 테이블에서는 예외입니다. 그런 테이블은 보통 말과 리듬이 다르니 몇 판 보면 감이 옵니다. 실전에서 자주 사용하는 메타 팁은 내 이미지를 한 가지로 고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이미지는 복잡한 심리 기술이 아니라 상대가 내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매번 강할 때만 크게 베팅하면 상대는 강할 때만 콜을 합니다. 그러면 내 강패 수익이 줄어듭니다. 매번 약할 때만 작게 베팅하면 상대는 작은 베팅을 그냥 따라옵니다. 그러면 내 블러핑이 안 먹힙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비교적 단단하게 가다가 중간에 한두 번만 리듬을 바꾸는 정도가 가장 무난합니다. 지나치게 변화가 많으면 오히려 내 플레이가 무너집니다. 게임디자이너의 업무로 돌아오면 이 전략들이 룰에 의해 강제되거나 유도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가령 특정 베팅룰이 초반에 하프만 강제하면 초반의 베팅 크기로는 심리전이 잘 생기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럼 심리전은 2라운드로 밀리고 게임의 재미 지점도 같이 이동합니다. 이런 이동이 의도인지, 우연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플레이어의 좋은 습관이 룰 때문에 막히면 사람들은 재미가 없다고 말하기보다 그냥 떠납니다.

오프라인에서 섯다는 사람이 규칙을 굴리는 게임입니다. 누가 선인지 어디까지 올릴지 땡값을 할지 같은 게 말로 정리되고 그 말이 곧 룰이 됩니다. 온라인으로 오면 반대로 규칙이 사람을 굴리는 느낌이 강해집니다. 버튼이 눌리느냐 안 눌리느냐가 곧 가능 행동이고 그 제한이 플레이 성향을 바꿉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실력 차이가 족보 암기보다도 인터페이스가 강요하는 리듬에 빨리 적응하느냐에 따라 갈립니다. 한게임의 111, 222, 333, 444 베팅룰은 이를 아주 잘 보여줍니다. 111에서는 선을 잡은 사람의 버튼이 하프와 다이만 열리고 222는 선과 그 다음 사람까지, 333은 그 다음 두 사람까지, 444는 그 다음 세 사람까지 같은 방식으로 제한됩니다. 이 룰이 적용되면 초반 액션은 정보로서 가치가 떨어집니다. 저 사람이 하프를 쳤으니 강패라는 단정이 잘 안 먹힙니다. 하프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전에서 사람들은 초반을 탐색 구간으로 쓰고 중간 이후에 패를 드러내는 쪽으로 흐릅니다. 이런 흐름 변화가 게임의 재미 지점을 뒤로 미루는 대신 초보가 초반에 실수로 크게 망하는 상황을 줄여줍니다. 이 제한은 블러핑의 질도 바꿉니다. 오프라인에서 블러핑은 작게 던져 보고 반응 보고 키운다가 가능할 때가 많습니다. 111 같은 룰에서는 그 작은 던지기가 막힐 수 있습니다. 그래서 블러핑은 빈도가 줄고 대신 중간 이후에 한 번 세게 하는 형태로 바뀝니다. 이 변화가 좋은지 나쁜지는 게임이 목표하는 톤에 따라 다릅니다. 캐주얼 환경에서는 초반 제한이 꽤 좋았고 하드코어 환경에서는 답답함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특히 고수들은 초반 제한 때문에 상대를 읽을 재료가 줄었다고 느끼면서 게임이 단조롭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면 초보는 초반에 큰 실수를 덜 하기 때문에 판에 더 오래 남을 수 있습니다.

하프가 풀로 바뀌는 규칙도 체감에 큰 영향을 줍니다. 한게임 설명에 따르면 한 판에서 개인이 베팅할 수 있는 최대치가 있고, 하프를 눌러도 그 최대치를 넘기면 남은 한도만큼만 베팅되면서 버튼이 풀로 바뀝니다. 그리고 최대치에 근접하면 가능한 금액 버튼만 활성화되는 식으로 제한이 걸립니다. 이는 손이 먼저 나가도 시스템이 한 번 잡아줍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이런 브레이크가 없어서 감정이 뜨거워지면 판이 그대로 폭주합니다. 온라인에서는 이 한도와 버튼 제한이 판을 조금 식힙니다. 다만 이러한 안전장치가 너무 강하면 큰 판의 쾌감이 줄고 어차피 시스템이 막는다는 체념이 생길 수 있습니다. 서비스 운영에서는 이 조절은 꽤 민감한 요소입니다. 한게임 섯다모드에서는 족보 확인과 예상족보 확인 같은 인터페이스도 있습니다. 이런 인터페이스가 실력 격차를 줄이기보다 체류 시간을 늘리기에 더 직접적으로 작동합니다. 족보를 몰라서 멈칫하는 순간이 줄어들면 사람은 생각할 틈이 줄고 손은 계속 버튼을 누르게 됩니다. 한 판이 빨라지면 한 판만 더가 더 쉽게 붙습니다. 다만 이런 보조 인터페이스는 플레이어가 스스로 조합을 계산하는 재미를 깎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할 때 전부 보여주기보다 일부만 보여주는 방식도 실험해볼 수 있습니다. 가령 현재 족보는 보여주되 가능한 모든 예상족보는 숨기고 대신 힌트 한두 개만 주는 식입니다. 그러면 초보는 길을 잃지 않고 고수는 여전히 계산할 자리가 남습니다. 이런 서비스 룰을 새 게임에 가져올 때 가장 흔한 함정은 룰과 인터페이스가 서로 다른 목표를 지향하는 것입니다. 룰은 심리전을 만들려고 하는데 인터페이스가 너무 친절해서 심리전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룰은 캐주얼을 노리는데, 인터페이스가 너무 많은 버튼과 정보로 꽉 차서 초보가 겁을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 플레이어가 실제로 보는 화면을 기준으로 룰을 다시 줄이거나 버튼을 묶거나 단계 안내를 더 분명히 하는 식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매뉴얼을 읽고 게임을 하는 게 아니라 화면이 열어주는 선택지를 보고 게임을 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방식의 테스트는 보통 정산까지 다 정한 완전한 방식이 아니라 테스트를 빨리 돌릴 수 있는 뼈대로 사용해야 합니다. 카드와 족보는 그대로 두고 판의 리듬을 바꾸는 요소만 바꿔서 비교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설명할 세 가지 사례는 섯다를 참고해서 만들 수 있는 템플릿입니다. 그대로 섯다로 써도 되고 테마를 바꿔서 다른 카드게임으로 이식해도 동작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족보는 광땡, 땡, 알리, 독사, 구삥, 장삥, 장사, 세륙, 갑오, 끗, 망통을 쓰고, 암행어사, 땡잡이, 구사, 멍텅구리 구사는 선택 옵션으로 둡니다[^섯다 족보 섯다 룰 한장 정리]. 방식 A는 2장, 정보 최소, 판 빨리 끝내기입니다. 이 방식은 오프라인 명절판 같은 느낌을 목표로 합니다. 진행은 한 장 받고 베팅, 한 장 더 받고 베팅, 오픈으로 끝냅니다. 베팅은 삥, 체크, 콜, 다이, 따당, 하프, 쿼터를 쓰되, 삥과 체크는 선만 가능하게 두는 것이 보통 자연스럽습니다. 특수패는 암행어사와 땡잡이만 넣고 구사류는 빼는 편이 판이 덜 늘어집니다. 이 방식에서 재미가 잘 나는 이유를 정보가 적어서 말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패가 적을수록 사람은 더 떠들고 그 말이 또 액션을 부릅니다. 단점은 운빨이 세다고 느끼는 사람이 빨리 생긴다는 점인데 베팅 한도는 낮게, 판 회전은 빠르게 잡아 완화할 수 있습니다. 방식 B는 3장, 오픈패, 2라운드 베팅, 선택권 넣기입니다. 이 방식은 온라인식 심리전과 기억에 남는 장면을 목표로 합니다. 진행은 두 장을 받고 오픈패를 한 장 선택해 공개한 뒤 1구 베팅을 합니다. 그 다음 추가패를 한 장 받고 2구 베팅을 합니다. 마지막에는 세 장 중 두 장을 골라 최종패로 승부를 봅니다. 이 방식에서 중요한 건 오픈패라는 공개를 단순한 정보 제공이 아니라 발언권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입니다. 오픈패를 강하게 보이게 까느냐 혹은 일부러 애매하게 까느냐에 따라 1구의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2구에서는 추가패 때문에 플레이어가 갑자기 확신을 가지거나 반대로 확신을 잃고 접는 장면이 자주 나옵니다. 이 흐름은 한게임 섯다모드의 3장 섯다 단계 설명과 잘 맞습니다.

방식 C는 2장인데 예외패를 강화해서 메타를 흔드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반복 플레이에서 질리지 않게 만들고 싶을 때 쓰기 좋습니다. 기본 진행은 방식 A처럼 2장으로 빠르게 가되 특수패를 적극적으로 씁니다. 암행어사와 땡잡이는 그대로 넣고 구사와 멍텅구리 구사를 넣되 발동 범위를 주의해서 설정해야 합니다. 여기서 재경기를 그대로 넣으면 피로가 늘기 쉬워 변형을 한 번 섞는 것이 좋습니다. 가령 구사류가 발동하면 재경기 대신 판돈 일부만 남기고 리셋 같은 식으로 변형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정산 변형은 섯다 원형과는 다르지만 판을 한 번 더 끌어당기는 사건이라는 역할은 유지됩니다. 그리고 땡값 같은 하우스 룰은 이 방식에서 조심해야 합니다. 강패가 떴을 때 추가로 돈이 이동하는 규칙은 한 번만 잘못 넣어도 게임이 재미보다 손해로 기억될 수 있습니다. 방식 A, B, C를 실제로 써보면 같은 족보인데 플레이가 상당히 달라집니다. 이 차이를 세 가지 질문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한 판에 기억에 남는 장면이 몇 번 생기는지, 초보가 언제 멈칫하는지, 플레이어가 판을 내가 선택해서 졌다고 느끼는지입니다. 방식 A는 장면이 한 번이고 멈칫이 적고 운빨로 졌다고 느끼기 쉽습니다. 방식 B는 장면이 두 번 이상이고 멈칫이 오픈패 선택에서 생기지만 인터페이스가 있으면 줄고 선택해서 졌다는 느낌이 늘어납니다. 방식 C는 장면이 늘어나지만, 피로도도 같이 오를 수 있어서 밸런싱이 어렵습니다. 프로토타입 단계에서는 방식 A로 감을 잡고 방식 B로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을 찾고 방식 C로 라이브 운영의 메타 변주를 시험하는 순서가 안전합니다.

테스트 규칙을 만들 때는 플레이어가 어떤 순간에 표정이 바뀌는지 어떤 순간에 손이 멈추는지부터 시작합니다. 그 다음에 그 감정 변화를 다시 만들기 위해 숫자를 붙입니다. 섯다처럼 빠른 게임은 특히 그렇습니다. 지표를 너무 일찍 정하면 그 지표를 맞추느라 재미를 깎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서 저는 관찰 기록을 먼저 남기고 그 기록에서 반복되는 사건을 지표로 바꾸는 것이 좋습니다. 첫 번째로 보는 것은 판의 길이입니다. 평균 판 길이는 단순히 몇 초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멈칫하는 구간이 어디인지까지 같이 봐야 합니다. 예를 들어 3장 섯다에서는 오픈패 선택에서 멈칫이 생기고 2구에서는 큰 베팅에서 멈칫이 생깁니다. 2장 섯다에서는 멈칫이 거의 베팅 버튼에서만 생깁니다. 이 멈칫이 많아지면 그 구간이 난이도 병목이라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인터페이스에서 현재 족보와 예상족보를 확인하게 해주는 기능이 있는 이유도 여기와 연결됩니다. 게임 화면에서 족보를 확인할 수 있고 조합으로 달성할 수 있는 족보와 달성된 족보를 보여준다고 안내돼 있습니다. 이런 도움은 멈칫을 줄이고, 판 길이를 안정시키는 쪽으로 작동합니다. 다음으로 보는 것은 베팅 분포입니다. 평균 베팅액 하나만 보면 안됩니다. 삥 같은 소액이 얼마나 자주 나오고 하프 같은 강한 베팅이 언제 나오며 연속 강베팅이 얼마나 자주 나오는지를 같이 봐야 합니다. 한게임은 하프가 한도에 걸리면 풀로 바뀌고 한도 근처에서는 가능한 버튼만 활성화되는 식으로 작동합니다. 이런 제한이 들어간 시스템에서 실제로 제한이 플레이를 바꾸는가를 봐야 합니다. 제한이 있어도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폭주합니다. 가령 하프가 막히면 따당으로 밀거나 초반엔 죽고 후반에 한 번에 올인 성향으로 바뀌는 식입니다. 반대로 제한이 너무 강하면 강베팅이 거의 사라지고 게임이 밋밋해집니다. 이 균형을 확인하려면 강베팅의 빈도를 시간대별로 쪼개 관찰하는 접근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보는 건 리드 체인지입니다. 이걸 판을 보던 사람이 갑자기 환호하거나 탄식하는 순간으로 기록합니다. 리드 체인지가 너무 적으면 강패가 뜨는 순간부터 끝까지 그냥 밀어버리는 게임이 됩니다. 리드 체인지가 너무 많으면 무엇을 해도 결과가 뒤집힌다는 느낌이 들어서 허탈해질 수 있습니다. 섯다에서 암행어사, 땡잡이, 구사류가 들어가면 리드 체인지가 늘어나는 쪽으로 기울기 쉽습니다. 그래서 예외 규칙을 넣을 때는 리드 체인지가 늘어나는 대신 플레이어가 그래도 내가 선택해서 당했다고 느끼는지가 중요합니다. 재경기 이벤트가 리드 체인지를 만들어도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면 불쾌감이 빨리 쌓입니다.

다음으로 보는 것은 초보의 이탈 지점입니다. 섯다에서 초보가 떠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자꾸 지는 것도 있지만 지는 이유를 모르겠는 경우가 더 큽니다. 그래서 인터페이스가 족보를 보여주거나 버튼이 행동 가능한 것만 밝게 보이도록 하는 설계가 중요합니다. 버튼 옆 숫자가 단축키로 대응되는 것처럼 입력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도 초보의 부담을 줄입니다. 이런 기능을 넣은 프로토타입에서 초보가 게임이 빠르다가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알겠다라고 말할 때 잔존이 올라갑니다. 다음으로 보는 건 과몰입 징후입니다. 이는 재미와 종이 한 장 차이라서 민감합니다. 과몰입을 연속 플레이 시간만으로 보지 않고 판돈이 커졌을 때 멈추는가로 봅니다. 한게임이 1판 1인 최대 베팅 한도를 두고 거기에 맞춰 버튼을 제한하는 건 이런 문제를 시스템 레벨에서 다루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그런데 한도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테스트에서 큰 판이 생겼을 때 다음 판에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까지 봐야 합니다. 큰 판 직후에 바로 또 큰 판을 노리는 행동이 늘어나면 게임이 자극을 너무 자주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큰 판 직후에 소액 판으로 자연스럽게 내려오면, 리듬이 건강하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보는 건 채팅과 리액션의 양입니다. 섯다 같은 게임은 말이 많아질수록 유지율이 오르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이건 돈 때문이 아니라 같이 놀고 있다는 느낌 때문입니다. 이모티콘 버튼이나 채팅창 배치 같은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프로토타입에서 리액션 수를 카운트해보고 리액션이 특정 상황에서만 터지는지 평소에도 가볍게 오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정 상황에서만 터지면 게임이 한 방 의존이라는 뜻이고 평소에도 오가면 루프가 안정적이라는 뜻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이 게임에서 실력이 늘었다고 느끼는 지점은 어디인가 하는 것입니다. 섯다는 족보를 외우는 게 아니라 상대의 베팅과 판의 흐름을 읽는 쪽에서 실력 감각이 생깁니다. 그래서 테스트에서도 족보를 맞췄다보다 잘 죽었다, 잘 키웠다 같은 발언이 늘어나는지 보는 게 유용합니다. 이런 말이 늘어나면 플레이어는 결과가 나빠도 게임을 떠나지 않습니다. 뭔가를 배웠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게임디자이너 입장에서 게임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면 흐름은 복잡하지 않습니다. 섯다에서 가져온 요소들을 순서대로 얹어 가면서 어느 단계에서 재미가 생기는지, 어느 단계에서 피로가 오는지 체크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하는 일은 덱을 고르는 일입니다. 20장으로 갈지, 40장으로 갈지, 혹은 전혀 다른 구성으로 갈지를 정합니다. 섯다식 20장을 기본으로 두고, 족보는 광땡, 땡, 알리, 독사, 구삥, 장삥, 장사, 세륙, 갑오, 끗, 망통 정도를 먼저 적용합니다. 특수패는 비워둔 상태에서 2장 섯다처럼 한 번에 승부 보는 코어 루프를 먼저 완성합니다. 이 단계에서 보는 것은 룰이 아니라 감정입니다. 사람들이 패를 보고 바로 반응하는지 베팅 버튼을 누르는 속도가 달라지지는 않는지 한 판 끝나고 한 판 더?가 자연스럽게 나오는지 정도입니다. 그 다음에는 라운드를 늘릴지 말지 결정합니다. 2장으로 충분히 재미가 나면 그대로 가도 되고 심리전을 더 길게 가져가고 싶으면 3장 구조를 붙입니다. 두 장을 받고 오픈패를 고르고, 1구, 추가패, 2구, 최종패 선택으로 가는 흐름은 한 번 써보면 손이 기억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초보가 오픈패 선택에서 너무 오래 멈추지 않도록 돕는 인터페이스를 같이 생각하는 것입니다. 가능한 족보를 보여주거나 현재 조합의 강도를 간단하게 시각화해주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 번째로 하는 일은 예외 규칙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고르는 것입니다. 암행어사와 땡잡이는 상위 족보를 카운터하면서 판에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패라서 저는 가능하면 한 번쯤 사용할 수 있습니다. 구사류는 재경기라는 무거운 사건을 만들어서 게임의 분위기를 많이 흔듭니다. 초판에서는 이 둘을 빼고 나중에 이 게임이 너무 단조롭다라는 피드백이 나오면 시험적으로 넣어볼 수 있습니다. 이때도 원본 섯다에서처럼 발동 조건을 좁게 잡아야 합니다. 조건이 넓으면 예외가 아니라 새로운 기본이 돼버립니다.

네 번째는 베팅 액션을 버튼으로 만들고 그 버튼에 룰을 묶는 작업입니다. 숫자 입력을 없애고, 삥, 체크, 콜, 다이, 따당, 하프, 풀 정도로 고정합니다. 하프는 판돈의 절반, 따당은 앞 사람의 두 배, 풀은 한도까지 같은 의미로 정리하고, 111, 222 같은 초반 제한 룰을 옵션으로 둡니다. 한게임 가이드처럼 1판 1인 최대 베팅 금액을 정해놓고, 그 한도에 따라 하프가 풀로 바뀌거나 버튼이 비활성화되는 식으로 안전장치를 넣는 것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설계는 인터페이스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버튼이 켜지는지, 어디서 꺼지는지, 그리고 그 변화가 플레이어에게 지금 이만큼까지는 해도 된다는 신호로 읽히는지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테스트와 수정입니다. 이 단계에서 숫자를 지나치게 밎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평균 판 길이, 평균 베팅 액수, 리드 체인지 빈도 같은 것도 보지만 실제로는 채팅 로그와 리액션 떠나는 타이밍을 먼저 봐야 합니다. 섯다는 사람들이 말하고 웃는 게임이라서 말이 줄어들면 그게 곧 위험 신호입니다. 반대로 과도하게 과열된 판이 이어지면 아무리 지표가 좋아도 장기적으로 피로도가 쌓입니다. 그래서 한 판 크게 터진 뒤 다음 판이 어떻게 흐르느냐를 보고 필요하다면 한도, 예외 규칙, 베팅 버튼을 조정합니다. 이 과정은 한 번에 끝나는 일이 아니라 섯다같이 단순한 게임도 여러 번의 미세 조정 끝에 지금의 형태로 굳은 것처럼 반복이 필요합니다.

섯다는 복잡한 수학이 아니라 잘 다듬어진 선택지와 예외 몇 개로 만들어진 놀기 좋은 규칙입니다. 게임디자이너 입장에서는 이 판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보다 여기서 뽑아낸 레버인 덱 크기, 정보 공개 타이밍, 예외 규칙의 범위, 베팅 버튼 구성, 한도와 재경기 같은 것을 새 테마와 섞어보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실험 결과를 테이블에서 사람들 표정으로 확인할 수 있다면 그 순간이 바로 섯다라는 오래된 게임이 아직도 리퍼런스로 남아 있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