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퀘스트 퀘스트가이드 상태 정리
웃기고 쪽팔리는 이야기를 하나 해 드릴께요. 이전에 참여했던 한 프로젝트에서는 자동퀘스트를 높은 수준으로 만들기를 원했습니다. 가령 자동퀘스트 전투 스텝을 자동전투에 의존하는 사례 같은 것을 절대 용납할 수 없었어요. 꽤 골아팠지만 목표한 대로 자동퀘스트를 꽤 높은 수준으로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그런데 자동퀘스트에 집중하다 보니 당연히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에도 집중하게 됐는데 이쪽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사실 핵심은 간단했습니다. 자동퀘스트 스텝이 끝나면 다음으로 넘어가야 할까요?에 설명했던 대로 지금 수행중인 목표를 표시했다가 목표를 달성하고 나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서 대기하기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사람에 따라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의 동작을 서로 다르게 해석하고 자신이 맞다고 생각하면서 작은 비극이 일어났습니다.
작은 비극은 몇 개월에 걸쳐 일어났고 결국 제대로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짧게 늘어놓아 보면 누군가는 이번 스텝 목표가 끝나고 바로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 대기하는 동작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터치해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동작이 옳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몬스터를 다 잡으면 이번 스텝이 완료되었다는 상태를 만들어 대기했고 이 상태를 터치하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 바로 자동퀘스트를 진행하도록 했습니다. 이 동작이 이상한 건 바로 다음이 보상을 받는 스텝일 때였는데 이번 스텝의 몬스터 10마리 처치를 완료한 상태로 대기하다가 이를 터치하면 바로 터치해서 보상받는 스텝이 나타나 연속으로 두 번 터치해야 했습니다. 또 이번 스텝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플레이어에게 잘 전달해야만 해서 퀘스트가이드가 번쩍거리게 만들었고 새로운 퀘스트가 튀어나오는 것도 잘 인지시키기 위해 이것도 번쩍거리게 만들었고 또 다른 게임들처럼 이번 스텝을 직접 터치해서 자동퀘스트를 시작하도록 바꾸기도 하기를 반복했는데 항상 요구사항은 작은 조각으로만 도착했고 이 요구사항을 반영한 전체 규칙을 손 볼 시간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이 짓을 수 개월에 걸쳐 반복하며 담당자가 여러 번 바뀌며 퀘스트가이드는 엉망진창이 되고 말았습니다. 일에 관여했던 스탭들은 지칠대로 지쳐 이제 이 개짓거리를 그만 두고 오딘 퀘스트가이드 동작을 그대로 복제할 테니 이제 더 이상 요구사항을 내지 말라고 하며 마무리지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오딘 퀘스트가이드 동작을 살펴보겠습니다. 모바일 리니지 시리즈들의 플레이와 동작을 복제하려고 하면서 그때 만들던 게임과 안 맞는 부분들 때문에 고생을 했는데 오딘은 여러 측면에서 잘 정리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그 중 하나는 퀘스트가이드 동작입니다. 오딘의 퀘스트가이드는 겉보기에 다음 네 가지 상태가 있습니다.
- 추가: 새로운 퀘스트가 추가됨.
- 정지: 자동퀘스트 진행중 아님.
- 자동: 자동퀘스트 진행중.
- 업데이트: 목표 일부를 달성해 정보가 업데이트 됨.
- 보상: 터치해서 보상수령
‘추가’는 퀘스트가이드 목록에 새로운 퀘스트가 나타날 때 퀘스트가이드 왼편에 잠시 동안 나타납니다. 이 상태에서 조작해 다른 상태로 바로 전환되거나 조작하지 않으면 ‘정지’상태가 됩니다. ‘정지’는 퀘스트가이드에 퀘스트가 표시되어 있지만 이를 자동으로 수행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상태에서 수동으로 게임을 진행해서 퀘스트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퀘스트가이드는 조용한 상태입니다. 이 상태를 터치하면 자동 상태로 바뀝니다. ‘자동’은 자동퀘스트가 동작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 퀘스트가이드에 의해 캐릭터가 제어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플레이어에게 잘 알려줘야 합니다. 퀘스트가이드 주변에 하이라이트가 생깁니다. 또 텍스트로 퀘스트 진행중이라고 표시해줍니다.
‘업데이트’는 스텝 목표가 여러 단계일 때 각 단계가 업데이트 될 때 나타납니다. 몬스터 10마리를 처치해야 할 때 몬스터 한 마리를 처치해 숫자가 올라갈 때 이를 강조하기 위한 표시입니다. 이 강조는 퀘스트가이드를 스쳐 지나갑니다. 마지막으로 ‘보상’ 상태는 퀘스트 목표를 완료해 보상을 수령하는 단계입니다. 터치하면 보상을 받으므로 중요한 단계여서 플레이어에게 빨리 터치해 달라고 보상을 받을 때까지 강조해서 보여줍니다. 다른 인터페이스에서 보상은 빨간점으로도 표시하기 때문에 꽤 요란하게 보여줘도 상관 없습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짧은 요구사항을 반복해서 적용해 너덜너덜해진 이전 프로젝트의 퀘스트가이드를 생각하다가 오랜만에 잘 정리된 오딘의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를 보고 있으니 과연 그때 우리는 왜 그렇게밖에 일할 수 없었나 하는 의문이 듭니다. 사실 왜 그런지는 이 글에도 이미 조금 이야기했고 실은 잘 알고 있지만 요구사항을 내는 사람을 통제할 수가 없었는데 그 이야기는 언젠가 다른 글에서 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