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적 ○○ 만들기
직업으로 프로그램을 작성하는 분들이 어려워한다고 알려진 일 중 하나는 뭔가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요소에 이름을 붙이는 요령이나 좋은 이름과 나쁜 이름에 대한 사례를 검색해낼 수 있는 것으로 미루어 가독성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해 시간이 흘러 사람의 기억이 희미해진 다음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아니지만 좋지 않은 태스크 이름 같은 주제를 통해 뭔가에 이름을 붙이는 일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있고 별 생각 없이 붙인 이름이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할 때 생산성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나아가 일의 의미와 목표 자체를 좌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 지난 몇 년 동안 온라인 상에서 기사 제목, 블로그 글 제목, 영상 제목을 접하며 생산성을 위한 이름 붙이는 일 말고도 보는 사람의 궁금함을 노골적으로 유발하는 제목을 만드는 분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처음에는 호기심을 노골적으로 유발하도록 만들어진 제목을 좋게 평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런 글일수록 제목으로 유발한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했던 경험이 더 많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이런 제목이 붙은 글, 영상을 웬만하면 피해 다니곤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온라인 상에서 만나는 거의 모든 제목이 이런 모양으로 만들어져 있어 애초에 이렇게 제목을 만들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가 싶은 생각도 들고 또 온라인 상에서 무료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로부터 유의미한 정보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자신이 잘못된 접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온라인에는 유의미한 정보가 거의 없고 유의미하지 않다면 호기심을 노골적으로 유발하는 선정적인 제목으로 도배 되어 있어도 그리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기사가 이런 제목을 선택하는데 대해 반감이 컸지만 한동안 생각해보니 결국 이들도 역사적으로 언론으로써 지위를 가지고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보다는 조회수를 올려 광고를 팔아야 하는 입장에 더 가깝기 때문에 소식이나 사실을 전하는 기사라도 선정적인 제목을 선택할 수 없겠다 싶었습니다.
취미로 머리 속 생각을 쏟아내는데 가까운 방식으로 오랜 동안 글을 써 왔는데 글을 쓰면서 가장 어렵게 느끼는 부분이 바로 제목을 정하는 것입니다. 글을 쓰기 시작할 때는 주제에 대한 키워드를 정한 다음 키워드로부터 시작해 거의 머리 속에 떠오른 생각을 쏟아내다시피 해서 글을 쓰는데 그렇게 해서 나온 글은 처음 생각한 키워드와 거리가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키워드로 글 제목을 만들면 제목과 내용이 일치하지 않기도 하고 또 글 제목이 내용을 잘 설명하지 않거나 심지어 아예 동떨어진 정보를 전달하게 됩니다. 그래서 글 제목과 내용을 어느 정도 일치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중인데 이렇게 글 제목을 만드는데 추가로 노력을 기울이는 김에 최근 몇 년에 걸쳐 체감한 온라인에서 일반적인 제목 짓는 방식을 연습해 여기에 익숙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핵심은 제목을 읽는 사람들이 제목에 의문을 가지게 만드는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그 글이 제목과 관계가 있거나 말거나, 제목으로부터 가진 의문을 글이 설명하건 그렇지 않건 간에 제목으로부터 의문을 가지게 만들어 내용을 훑어보게 만들면 성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일 하며 배운 대로 결론이 글 앞에 있거나 제목에 글 내용을 요약하는 방식은 개인적으로는 올바르다고 생각하지만 글을 열어볼 호기심을 느끼지 못하게 하니 올바르지 않습니다. 제목은 호기심을 유발해야 하고 내용은 제목의 의문을 반드시 달성할 필요는 없으며 결론을 배치하기는 하겠지만 글의 맨 처음에 등장해 의문을 빨리 해결하게 해서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주 글 쓰는 날에는 선정적인 제목 만드는 연습을 하려고 하고 이 글 자체가 그 첫 번째 시도입니다. 만약 선정적인 제목이 이전에 비해 조회수를 올린다면 모두가 이런 제목을 만드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한동안은 좀 경멸해 왔지만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