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퀘스트에서 지역이동 만들기
자동퀘스트를 지원하는 게임에 완전히 적응해 플레이 하다가 갑자기 자동퀘스트가 지원되지 않는 상황을 마주하면 어쩔 줄을 모르겠습니다. 마치 그 전까지는 완전히 잘 작동하다가 충돌 1초 전에 제어권을 운전자에게 돌려주고 알아서 잘 해보라고 말하는 테슬라 자동차 같습니다. 자동퀘스트에 의존하면서 나는 왼쪽 V패드를 ‘지점 간 이동’을 위해 조작해본 적이 없었고 오른쪽 아이템 자동사용 인터페이스를 직접 눌러 아이템을 사용해본 적도 없었습니다. 평타 버튼 근처에 있는 퀘스트 아이템 버튼 역시 단 한번도 눌러본 적이 없었고 지역 사이를 어떻게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에 나타난 다음 목표를 수행하려고 눌렀는데 갑자기 자동으로 이동할 수 없는 지역이라는 메시지가 나왔습니다. 퀘스트가이드를 몇 번 더 터치하며 같은 메시지가 여러 번 나오는 것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짜증이 밀려왔습니다.
실은 자동퀘스트를 만들며 이런 문제가 왜 일어나는지 머리로는 알고 있습니다. 머리의 제어를 잘 받지 않는 몸은 이 상황을 맞이하자마자 답답한 기분을 느꼈지만 머릿속으로는 순간적으로 말하는 섬에서 글루딘까지 걸어서 이동할 경로를 찾아보고 지역이동 연출에 만족했던 기억을 떠올렸습니다. 네. 걸어서 이동할 방법이 없습니다.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는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왜 퀘스트 가이드 인터페이스에 순간이동 버튼이 있나요?에서 설명했는데 넓은 부분은 걸어서 이동, 구석에는 순간이동 버튼이 있습니다. 순간이동은 기본 재화를 소모하므로 시간이 많고 가난한 저는 대체로 걸어 다닙니다. 그래서 이 퀘스트는 기본 재화를 소모하지 않고서는 계속할 수가 없는 겁니다. 실은 기본 재화를 소모하지 않고서도 아마 진행할 수 있을 겁니다. 시도하지는 않았지만 처음 지역이동을 할 때와 똑같이 직접 부두까지 걸어가서 NPC와 대화하고 다시 지역이동 연출을 본 다음 대륙까지 이동하고 나면 거기부터는 목적지까지 걸어서 이동할 수 있을테니 자동퀘스트를 사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하지만 간만에 말하는 섬 마을에 온 김에 자동사냥을 길게 돌려놨습니다.
그건 그렇고 자동퀘스트에 의해 지역 간 자동이동을 만드는 요령을 설명하려고 합니다. 이게 본론인데 이제서야 시작이네요. 하지만 길지 않을 겁니다. 자동퀘스트를 통한 자동이동의 핵심은 ‘걸어서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곧이곧대로 ‘걷기만 할’ 필요는 없지만 이동 과정에 다른 인터페이스를 통해야 하거나 배삯을 지불해야 하거나 NPC와 이야기해야 하는 동작이 없어야 합니다. 이들을 수동으로 진행할 때는 이런 동작들이 자연스러웠겠지만 자동퀘스트의 세계에서 이런 동작은 시스템을 복잡하게 만들 뿐입니다. 부두에서 타는 배는 사람을 통해 요금을 정산하지 말고 하이패스를 흉내내야 합니다.
배에 올라 타 배가 출발하면 알아서 비용을 지불하고 비용이 모자라면 그때서야 예외처리를 시작하면 어지간한 상황에서는 자동으로 배를 탈 수 있을 겁니다. 또 의미 없는 NPC와 대화를 지양해야 합니다. 던전에 입장하려고 던전 앞에 있는 관리인과 인사말을 주고받은 다음 던전 입장 인터페이스를 열어주는 것도 전통의 게임에서는 별로 이상하지 않지만 자동퀘스트 게임에서는 이상합니다. 던전에 자동으로 입장하려면 대화를 제거하고 입장 인터페이스 역시 기본값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해 인터랙션 없이 입장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러면 퀘스트 목적지가 바다 건너 또는 던전 내부이더라도 자동퀘스트가 동작하지 않아 ‘자동 이동을 지원하지 않습니다’ 같은 부끄러운 메시지를 표시해 플레이어를 답답하게 할 필요가 없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