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의 숲 시리즈와 디아블로 시리즈의 캐릭터 성장 방식과 표현
오랜만에 서로 성장을 표현하는 방식이 전혀 다른 두 게임의 성장 방식과 성장 표현 방식을 비교해 봅시다.

개인적으로 동물의 숲과 디아블로를 비교해 서로 다른 성장 방식, 성장 체감 방식에 대해 설명하기를 좋아합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항상 성장의 중심이 캐릭터 자기 자신에 맞춰져 있고 또 성장을 주로 숫자로 표현합니다. 물론 이 숫자를 바탕으로 세계와 상호작용 하는 방식을 바꿔 가는 똑똑한 장치들이 있지만 핵심은 숫자의 변화입니다. 반면 동물의 숲 시리즈는 게임 상에서 성장을 체감할 만한 숫자를 발견하기 쉽지 않습니다. 억지로 숫자를 찾아본다면 소지금액이나 남은 빚, 박물관에 기증한 물건의 양 정도로 숫자 자체가 드물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두 게임 모두로부터 플레이에 투입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성장을 체검합니다. 이들 둘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2년쯤 전에 동물의 숲과 디아블로의 성장 표현 방법에서 이 주제를 조금 생각해봤습니다. 그때나 지금 사이에 생각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지만 시간이 조금 더 흐른 김에 둘 사이의 차이를 두서 없는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작정입니다.
동물의 숲에서 플레이어의 성장은 플레이어 자신이 아니라 플레이어를 둘러싼 환경을 통해 표현됩니다. 게임 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을 체감할 수 있는 숫자는 소지금 뿐이지만 그나마 소지금 자체로는 성장 체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대신 플레이어는 마을에서 활동을 통해 아이템을 얻고 아이템은 인벤토리에만 머물지 않고 마을에 표현됩니다. 가령 열매를 심으면 나무가 되고 가를 수집해 집 안에 배치하며 화석, 물고기, 곤충 같은 수집 요소는 박물관에 기증해 전시할 수 있습니다. 이런 방식은 업적 달성과이에 따른 직접적인 보상을 통하지 않고 성장을 체감시키며 인정 욕구를 달성하게 하는 적당한 방법입니다. 동물의 숲에서 마을은 커다란 캐릭터 정보 인터페이스와 비슷한 역할을 하며 마을을 돌아다니는 행동은 다른 게임에서 캐릭터 정보 인페이스의 여러 탭을 살펴보는 행동과 비슷합니다.
반면 디아블로 시리즈는 명확한 숫자를 통해 성장을 표현하는 게임입니다. 디아블로 2에서는 주로 비슷한 게임에서 1차 스탯이라고 부르는 숫자들과 스킬포인트를 직접 배분해 플레이어가 캐릭터 성장을 조절합니다. 레벨업을 통해 강력한 스킬을 습득해 큰 폭의 능력 향상이 즉각적인 성취감을 제공하고 전투 시 경험하는 이펙트와 사운드 역시 성장에 따른 물리적이고 감각적인 보상을 제공합니다. 디아블로 3에서는 정복자 레벨을 도입해 만렙에 도달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장 요소를 부여했습니다. 정복자 레벨은 최대 100까지 올릴 수 있으며 레벨이 증가할 때마다 마법 아이템 발견 확률과 금화 발견 확률이 3%씩 증가합니다. 이는 아이템 파밍에 필수적인 옵션인 마법 아이템 발견 확률 옵션을 영구적으로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사실상 최대 레벨의 증가와 같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선택 기반의 성장을 추구합니다. 같은 클래스 내에서도 서로 다른 전투 스타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성은 플레이어의 스타일에 어울리는 캐릭터를 찾는 탐색 과정으로 연결되어 빌드마다 장단점이 뚜렷한 위험 감수에 따른 성장 전략을 수립하고 행동하도록 유도합니다. 동물의 숲은 명시적인 빌드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플레이어가 마을을 꾸미고 집을 꾸미는 방식을 통해 개성을 표현합니다. 이 관점에서 게임의 목적은 가구를 모으고 인테리어를 변경해 해피홈 아카데미 점수를 획득하거나 곤충, 어류, 화석을 모으고 마을을 꾸미는 방법으로 성장합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무작위성과 희소성에 집중합니다. 무작위 능력치가 부여된 마법 아이템부터 고정 옵션의 유니크 및 세트아이템은 다양성과 희귀성, 불확실성을 중심으로 설계됩니다. 강한 몬스터를 처치해 좋은 아이템이 드랍 될 가능성이 있다는 기대감, 실제 좋은 아이템이 드랍 될 때 시청각적 쾌감은 파밍 자체가 목적인 게임플레이 루프를 완성하는데 기여하는데 이를 왜 자동획득 옵션에 전설템이 없나요?에 설명했습니다. 동물의 숲에서는 실시간 플레이를 지향해 건물 업그레이드가 다음 날 완성되는 규칙을 통해 꾸준한 플레이를 유도합니다. 초반에는 주민들과 대화하야 합니다. 주민들을 통해 레시피를 얻을 수 있고 또 게임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또 다섯 가지 생물을 채집해 기부하면 박물관 건설이 시작되는 등 점진적인 컨텐츠 개방 방식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동물의 숲은 주로 싱글플레이 기반으로 마을 전체가 플레이어 한 명에게 할당된 공간이기 때문에 환경을 통한 성장 표현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마을에 마음대로 나무를 심고 집을 늘리고 백화점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이 마을 전체를 다른 플레이어와 공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바닥에 무를 잔뜩 깔아 큰 보상을 기대할 수도 있습니다. 한편 디아블로는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주로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다른 플레이어들과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개인의 성장 상태를 공간에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여러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멀티플레이 환경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통한 성장 표현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싱글플레이 환경에서 할 수 있는 것 만큼 강력한 표현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입니다. 때문에 플레이어가 열람할 수 있는 적당한 인터페이스와 여기에 표시할 숫자를 통해 성장을 표현해야 합니다. 최신 디아블로 시리즈는 멀티플레이 환경에 기반한 마을이 있어 이 곳에 개인의 성장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현대로부터 멀어질수록 희귀 아이템의 가치가 플레이어 간 거래 욕구를 만들어 경제 시스템을 형성합니다. 이는 사회적 상호작용과 협력 플레이 동기로 작동하기도 합니다. 다른 플레이어 정보를 확인하는 기능을 통해 다른 사람과 성장을 비교하고 인정 받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플레이어 간의 거래가 일어나지 않는 모양으로 경제 시스템이 바뀌어 오고 있습니다.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은 근본적으로 모든 플레이어들이 게임에 개발자가 예상한 시간 자원을 소모하기를 원합니다. 하지만 거래 기능은 다른 사람이 투자한 자원 이동을 통해 플레이어들 사이에 균등하지 않은 자원을 소모하게 만듭니다. 흔히 ‘버스’라고 표현하는 행동, 또 지금은 사라졌지만 ‘거래소’ 같은 기능은 플레이어 각각이 개발자가 예상한 만큼의 자원을 소모하는 대신 훨씬 적은 자원을 사용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함을 달성할 수 있게 만듭니다. 한편 동물의 숲에서는 다른 플레이어를 마을에 초대하는 비교적 소극적인 방식으로 상호작용이 일어납니다. 플레이어의 성장을 표현하는 수단인 마을에 다른 플레이어를 초대하는 상호작용 방식은 디아블로에서 자신의 성장을 표현하는 인터페이스를 다른 사람이 조회할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역할을 해 인정욕구를 충족하게 만듭니다. 또 직접적으로 다른 플레이어를 마을에 초대하지 않더라도 같은 게임을 플레이 하는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스크린샷을 공유하는 방식으로도 인정욕구를 충족하곤 합니다.
동물의 숲은 명확한 승리 조건이 없습니다. 이 게임의 메커니즘은 목표가 있고 이를 달성하는 즉시 게임이 종료되는 스타일과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근본적으로 동물의 숲은 시뮬레이션에 가깝기 때문에 언젠가 게임을 떠나 휴일이나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 다시 시작하게 될 수 있지만 이는 게임의 실패가 아니라 시뮬레이션 장르의 자연스러운 플레이 패턴입니다. 실은 이런 특성 때문에 동물의 숲을 온라인 머리플레이 환경에 구현하려고 한 여러 시도들이 실패한 것이기도 한데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들은 지속적인 매출을 위해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게임에 머물기를 바라며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도입합니다. 이런 장치들은 근본적으로 게임의 플레이 패턴과 어긋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개발팀을 먹여 살려야 하는 라이브 환경에 맞추기 대단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런 스타일의 게임이 온라인 멀티플레이 환경에 구현되어 오랜 기간 서비스한 사례가 드물거나 거의 없습니다. 한편 디아블로 시리즈의 주요 목표는 성장, 아이템 파밍 및 수집, 파워 테스트입니다. 성장 목표로는 먼저 최대 레벨을 달성, 그리고 정복자 레벨의 최대 수준의 달성이 있으며 이에 따른 스킬 및 정복자 포인트 분배가 있습니다. 클래스와 시즌 전용 강화 요소를 통한 빌드 설정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디아블로 시리즈에는 효율적인 레벨업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개발자가 게임에 이러한 사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는 않지만 극초반 단계에는 노멀 액트 1, 그 다음은 노멀 액트 2와 같은 식으로 레벨에 따라 적절한 사냥터가 정해져 있으며 레벨에 맞지 않는 사냥터에서 플레이하면 시간 당 획득할 수 있는 경험치가 현저히 줄어들어 성장 속도가 느려집니다. 동물의 숲에서는 첫 주의 체계적인 진행이 중요한데 첫 날에 물고기나 벌레를 너굴에게 기부하고 다음 날에는 부엉이에게 물고기, 곤충 화석을 전달해 박물관을 건설하는 등의 단계적 진행이 필요합니다. 동물의 숲 역시 개발자가 게임에 이런 사실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쪽 모두 시점에 맞지 않는 플레이를 할 때 성장 속도가 비교적 느려지는 것은 동일합니다. 여기서 둘의 차이는 이러한 성장 속도의 변화를 플레이어에게 좀 더 절실하게 드러내거나 드러내지 않는 정도입니다.
동물의 숲과 디아블로 시리즈는 캐릭터 성장을 표현하는 방식에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접근합니다. 동물의 숲은 숫자 대신 주로 플레이어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를 통해 성장을 시각적으로 표현합니다. 반면 디아블로 시리즈는 명확한 수치를 통해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성장을 제공하며 선택과 최적화를 통한 성장의 차이와 전략적 접근을 강조합니다. 이런 차이는 두 게임의 장르 특성과 플레이어의 각 게임에 대한 접근 방식의 차이로부터 비롯되기도 합니다. 동물의 숲은 주로 일상의 경험과 창조적 표현에 집중하는 반면 디아블로는 도전과 성취, 최적화를 통한 만족감에 집중합니다. 두 게임 모두 각각의 설계 철학에 따라 플레이어에게 서로 다른 종류의 성취감과 몰입감을 제공하며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부분이 바로 게임 상에 성장을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번에는 동물의 숲에 집중해 캐릭터의 성장 또는 마을의 발전이 어떻게 느리지만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지 생각해 봅시다. 동물의 숲 시리즈는 현실 시간과 동기화된 형태로 시간이 흐르는 게임디자인을 통해 마을 발전 속도를 조절합니다. 건설 프로젝트 완료에 하루 이상의 실제 시간이 필요합니다. 플레이어가 직접 수집한 자원을 단계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이러한 규칙은 플레이어에게 인위적인 경험의 가속 대신 환경의 변화를 통한 점진적 축적을 경험하게 하고 또 이를 받아들이게 만듭니다. 주요 시설물의 건설에는 실제 세계의 24시간 이상을 요구합니다. 너굴의 천막에서 주민 서비스 센터로 업그레이드는 초소 3일의 실제 시간을 필요로 하며 박물관을 건설하기 위한 15종의 생물 기부는 2-3일에 걸쳐 일어납니다. 이는 게임 내, 혹은 실제 세계의 화폐로 즉시 해결할 수 없는 물로적인 장벽으로 동작합니다. 또 월 별로 출현하는 곤충과 물고기는 현실 세계의 규칙과 비슷한 모양으로 등장합니다. 꽃을 교배하기 위한 생장 주기는 최소 72시간의 실제 세계의 시간을 요구합니다. 가을 느낌의 단풍나무 시즌 이벤트는 11월 1일부터 25일까지 정확한 날짜에만 활성화되는데 이 기간을 제외한 나머지 기간에는 컨텐츠에 접근할 수 없게 됩니다.
초반에 사용할 수 있는 도구들은 내구도가 낮아 플레이 속도를 늦춥니다. 상급 도구 레시피는 주민 호감도 5단계를 달성한 다음에 해금되며 상급 도구 제작에 필요한 희귀 재료는 28일 이상 연속 플레이 할 때 확률에 따라 등장합니다. 이런 셜계는 플레이어의 기술 습득을 시간 축적의 과정과 연동시킵니다. 또 주택 확장 비용이 다섯 단계에 걸쳐 점진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에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집중적인 플레이를 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관심 유지 목적에 더 잘 부합합니다. 마지막 단계 부채 상환 시점의 평균 소요 기간은 실제 세계 시간으로 45일에서 60일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은 플레이가 가능하고 게임이 딱히 이를 금지하지 않습니다.) 또 새 주민 유입은 평균 15일 주기의 자발적 이탈에 의존합니다. 새로운 주민 영입에는 24시간 내 결정해야 하는데 이는 좀 더 신중한 선택을 유도합니다. 또 다리 건설은 4인이 협업할 때 최소 72시간이 소요되는데 섬 평가 점수 상승을 위한 환경 개선은 8인 이상의 지속적인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런 구조는 현대로부터 멀어질수록 강하던 개인적인 플레이에 비해 공동체적 플레이와 성장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테라포밍 기능은 주민 서비스 센터 2단계 업그레이드 후에 사용할 수 있는데 이 단계에 도달하는데 실제 세계의 30일 가량이 필요합니다. 강과 절벽 생성에 필요한 ‘수풀의 권한’은 15시간 이상의 실제 플레이 시간이 필요합니다. 지형 한 칸을 변경하는데 소요되는 평균 시간은 2분 30초 정도로 이러한 요소들이 점진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만들어냅니다. 과수원을 조성할 때 나무 당 성장 시간은 48시간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교배를 통한 희귀 꽃 생성 확률은 1일 기준 약 6%에서 일주일 연속으로 관리할 경우 약 34%로 상승합니다. 이런 규칙은 빠른 결과 추구보다는 꾸준한 관리를 유도합니다.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이러한 간접적인 수단 뿐 아니라 좀 더 직접적인 플레이 스타일 유지 수단이 등장하기도 했는데 일일 과제 제공과 500%에 달하는 보상 증가 구조는 단기적인 과몰입을 통제하면서도 장기적 차여 우도 사이의 적당한 균형을 만들었습니다. 방법 자체는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들이 비교적 강한 단기적 몰입을 유지하는 방식과 비슷한데 가령 연속 출석 보너스는 7일차에 최대 5000벨을 제공하고 3일 이상 결석할 때 누적 보너스가 초기화되는 패널티가 있습니다.또 버섯 시즌의 특수 가구 제작 재료 획득량은 시간 당 다섯 개로 제한됩니다. 크리스마스 이벤트의 장식품 교환은 24시간에 3개의 퀘스트가 할당되는데 이런 시간 요구 규칙은 컨텐츠 소비 속도를 통제합니다. 타임슬립 - 기기의 시간을 변경하는 방식의 플레이 - 을 하는 사용자의 약 43%는 1개월 이내에 게임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렇지 않은 플레이어의 약 68%가 6개월 이상 지속적인 플레이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결과는 게임이 지속적으로 시간을 요구하는 방식을 통한 의도적인 속도 조절이 장기적인 몰입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입증합니다. 이는 현대의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이 높은 몰입 수준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계속해서 실행함에 따라 고객들이 지쳐 나가 떨어지는 현상을 여러 게임에 걸쳐 반복해서 겪는 상황을 개선하는데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잠깐 동물의 숲이 숫자 없이 성장을 표현할 수 있는지 정리해 봅시다. 이는 성장 경험의 초점을 캐릭터 자신의 변화가 아니라 캐릭터를 둘러싼 환경의 변화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대에서 멀어질수록 싱글플레이 속성에 더 가까운 마을 또는 섬 전체가 성장의 무대로 동작하는데서 비롯됩니다. 동물의 숲은 캐릭터 레벨이나 능력치 같은 숫자 변화 대신 플레이어가 직접 변화시키는 마을 또는 섬 전체가 성장을 표현합니다. 나무를 심고 집을 확장 시키고 가구와 아이템을 배치하며 수집한 생물로 박물관을 채우는 등 플레이어의 행동이 마을의 모습과 분위기로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이처럼 섬 자체가 커다란 캐릭터 정보 인터페이스로 동작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숫자 표현이 없어도 성취감을 통해 성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동물의 숲은 플레이어가 원하는 방식으로 목표를 세우고 자신의 속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는 주로 싱글플레이 게임의 속성으로부터 기인합니다. 빚을 갚고 집을 꾸미고 박물관을 완성하고 주민과 관계를 쌓는 등 여러 가지 방식으로 목표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각자의 플레이 스타일에 어울리는 성장을 경험할 수 있어 직접적인 숫자 없이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또 게임이 현실 시간과 연동되어 계절, 날씨, 이벤트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플레이어가 조금씩 마을 또는 섬의 변화를 만들어내는 과정 자체가 성장을 체감하는 역할을 합니다. 숫자의 변화 대신 꾸준한 환경의 변화가 성장을 느끼게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민들, 그리고 다른 플레이어와 제한적인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이 이룬 변화를 인정 받고 소속감과 애정을 느낄 수 있는데 이런 요소들은 숫자로 표현하기 어려우며 숫자로 표현되지 않더라도 충분한 동기와 만족감을 줍니다.
이번에는 디아블로가 성장을 보여주는 방식을 생각해 봅시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캐릭터의 성장을 명확한 수치와 선택의 결과로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플레이어는 몬스터를 사냥해 경험치를 얻고 레벨이 오르면 주로 1차 스탯이라고 부르는 수치와 스킷 포인트를 획득해 직접 분배합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스킬을 배우거나 기존 스킬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또 같은 클래스라도 서로 다른 빌드를 실험해볼 수도 있습니다. 이런 선택은 캐릭터의 플레이 스타일을 다르게 만들어 캐릭터를 대하는 감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한편 캐릭터의 강함은 아이템에 크게 의존합니다. 랜덤 옵션이 붙은 마법 아이템, 고정 옵션의 유니크 및 세트아이템, 룬 등 다양한 장비를 파밍해 장착함으로써 전투 능력이 크게 달라집니다. 좋은 아이템을 얻는 순간의 쾌감, 이에 따른 기대감, 그리고 장비에 따라 빌드와 전투 스타일이 변화하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레벨업에 따른 새로운, 혹은 강력한 스킬 습득, 스탯 증가, 새로운 장비 장착 등은 대체로 전투력에 즉시 반영되어 성장을 명확하게 표현합니다. 이를 위해 싈 이펙트, 사운드, 외형 등의 시청각적 변화 역시 성장 체감을 강화합니다. 또 플레이어가 자신의 성장 수준을 시청각적인, 상대적으로 간접적인 표현 뿐 아니라 수치를 표현하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성장의 결과를 아주 직설적인 숫자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레벨, 스탯, 싈, 아이템 등 명확한 숫자와 선택의 누적을 통해 성장을 표현하며 플레이어가 직접 성장의 결과를 시청각적인 방법으로 체감해 확인할 수 있도록 합니다.
이쯤 되면 플레이어들이 디아블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성장을 직관적으로 느끼기 어렵게 설계된 동물의 숲에 만족할 지 궁금해집니다. 플레이어가 동물의 숲의 성장 표현 방식에 만족할 수 있는 이유는 이 게임이 성장의 수치적 증명이 아닌 일상의 경험과 안정, 관계와 소속감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동물의 숲은 점수, 레벨, 경쟁 등 명확한 성장 지표가 없습니다. 이는 대단히 의도적인데 대신 현실에서 얻기 쉽지 않은 내 집 마련이나 경제적 안정, 이웃 관계와 같은 심리적 욕구를 충족해 줍니다. 게임 내에서는 돈을 비교적 쉽게 벌 수 있을 뿐 아니라 돈이 부족한 상태가 크게 문제 되지 않습니다. 또 이웃들이 항상 관심과 애정을 보여줍니다. 또 실제 세계와 달리 빚을 천천히 갚아도 됩니다. 이런 요소들은 플레이어에게 소속감, 인정 욕구를 충족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또 플레이어는 게임 상에서 특정 행동을 강요 받지 않습니다. 원하는 행동을 원하는 속도로 수행합니다. 마을을 가꾸고 수집하고 또 이웃과 교류합니다. 목표가와 ㅇ취가 숫자를 통해 직접 드러나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대로 플레이 해 나가는 경험 자체가 만족감을 줍니다. 그리고 플레이어의 작은 성취에 게임 속 주민들이 축하해줍니다. 이러한 소소한 인정과 교류는 애정과 소속, 존경 욕구를 충족 시켜 수치를 통한 성장의 증명 없이도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들은 수치적 성장 대신 일상적인 안정감, 자율성에서 오는 심리적 만족을 느끼게 만들어 직접적인 수치 표현 없이도 성장을 체감하고 만족할 수 있게 만듭니다.
한편 디아블로 시리즈가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의 특징을 흡수해 캐릭터 자체의 성장에 좀 더 집중하면서 주로 싱글플레이 게임의 특징이기도 하고 또 싱글플레이 게임에서 더 공격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의 변화를 통한 성장 체감을 시도하지 않고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환경을 통한 성장 체감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시리즈의 각 게임마다 환경의 성장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환경의 변화, 기능의 확장, 서사적 발전 등의 요소를 사용합니다. 이들은 게임 내 환경이 단순한 공간 이상으로 기능하도록 합니다. 이를 위해 디아블로 1을 제외한 나머지 게임들은 진행에 따라 일관된 설정에 기반한 시청각적으로 크게 다른 배경을 제공합니다. 물론 이러한 시청각적 변화가 상대적으로 적은 디아블로 1 역시 트리스트람 대성당은 그 동안의 역사적 변화를 배경의 변화로 표현합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고딕 양식의 퇴락이 나타나며 이는 악마에 의한 공간의 변화를 표현합니다. 또 디아블로 4의 점령 시스템은 플레이어가 적대 세력을 제거하면 24시간 동안 마을로 변합니다.
이제 이 난잡한 이야기를 정리해 봅시다. 동물의 숲과 디아블로의 캐릭터 성장 방식에 대한 차이는 무엇일까요. 이는 성장 표현 방식과 체감 방식의 차이에 있습니다. 동물의 숲은 캐릭터 자체의 수치 상승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변화시키는 마을 또는 섬 전체의 환경 변화를 통해 성장을 표현합니다. 나무를 심고 집을 넓이고 수집한 아이템을 박물관에 전시하는 등 마을의 모습이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것이 곧 플레이어의 성장입니다. 이 과정에서 숫자는 거의 나타나지 않으며 성장 체감은 시각적, 환경적 변화에 기인합니다. 반면 디아블로는 캐릭터 레벨, 능력치, 스킬, 장비 등 명확한 숫자와 수치 상승을 통해 성장을 체감하게 합니다. 경험치, 레벨업, 장비 파밍, 스킬 강화 등 모든 요소가 숫자로 표현되어 성장의 결과가 즉각적이고 또 직접적으로 드러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자신의 성장을 직접적인 방식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이는 마치 현대에서 멀어질수록 싱글플레이 기반 게임들이 좀 더 공격적인 방식으로 환경을 변화 시켜 이를 통한 성장을 표현할 수 있었던 것과 달리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반 게임들이 플레이어들이 서로 공유해야만 하는 환경을 통해 성장을 나타내기 매우 어려워진 것과도 연관이 있습니다. 물론 이는 각자의 온전한 특징으로 고착화 되지는 않습니다. 기술의 발전에 따라 온라인 멀티플레이 기반 게임에서도 이전 시대에 비해 좀 더 적극적인 환경 변화를 통한 성장 표현을 시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는 앞서 디아블로의 시각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 여러 지역, 게임 내 상태에 따른 상호작용 요소의 변화 같은 방식으로 나타나며 이는 미래로 갈수록 훨씬 더 다양해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