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휴먼 API (2025)
일상적인 일을 수행하는데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와 소프트웨어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작년과 비교해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는데 주된 원인은 홈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 그리고 AI에 더 많이 의존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1년 전 2024년 말에 디지털 - 휴먼 API (2024)라는 글을 만들었습니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제가 작업할 때 어떤 프로그램들을 사용하는지 용도 별로 소개하는 글입니다. 글을 쓰면서 아마 시간이 지나면 변화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과연 1년쯤 지나고 보니 지금도 같은 용도에 같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도 있지만 같은 용도에 사용하는 프로그램이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1년만에 어떤 것들은 그대로이고 또 어떤 것들은 달라졌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작년과 같은 것들은 할 이야기가 별로 없을 것 같으니 빠르게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먼저 이메일 클라이언트는 여전히 구글 워크스페이스 웹 인터페이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건 지메일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부터 사용해 오던 거라 이 인터페이스가 편리하다기보다는 익숙하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해서 유지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코비드 시대를 지나오면서 구글이 임의로 계정을 정지시키고 어떤 요청도 받지 않고 또 아무 정보에도 접근할 수 없도록 만드는 사례가 제법 있었다는 말을 듣고 우선 메일을 계속해서 구글 워크스페이스와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사용하기는 하겠지만 홈랩에 메일서버를 열고 이쪽으로 모든 메일을 복제해 두도록 하면 어떨지 검토중입니다. 생각과 글 작성에는 여전히 컨플루언스를 사용합니다. 종종 다른 위키를 사용해 지금까지 버텨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볼 때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컨플루언스는 상용 프로그램이고 개인이 로컬에서 구동할 수 있는 방법을 사실상 제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만약 미래에 컨플루언스 대신 다른 도구를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그 다른 도구가 무엇이든 굉장히 고통스러운 이전 과정을 겪어야만 할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월 약 2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페이지를 마구 만들 수 있고 또 작업에 사용한 파일들을 얼마든지 아카이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현대적이고 사용하기 편한 위키를 끝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동안은 컨플루언스 말고 다른 도구를 고려할 일은 없어보입니다. 실은 지금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컨플루언스 클라우드에 장애가 생기면 거에 연동된 뇌가 함께 정지되어 아무 일도 할 수 없게 되는 점은 유감이지만 그만큼 컨플루언스에 월 2만원 가량을 지불하고 그 이상의 가치를 잘 뽑아내고 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여전히 뒤쳐지는 지능을 보강하는데 월 약 2만원을 내고 컨플루언스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할일 관리에 여전히 지라를 사용합니다. 작년에도 대략 설명했지만 일단 지라를 선택한 이상 다른 어지간한 할일 관리 도구의 특징이 도구를 바꿀 결정을 하도록 만들 수가 없습니다. 지라는 꽤 깊은 곳까지 커스텀 할 수 있어 어지간한 할일 관리 도구들이 새로 들고 나오는 여러 가지 특징들을 별로 어렵지 않게 흉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개인 할일과 업무 할일, 블로그 글쓰기 할일 등을 각기 다른 프로젝트로 만들어 놓고 관리합니다. 사실 무슨 거창한 관리를 한다기보다는 작은 할일들을 지라 태스크로 만들어 놓고 완료하면 그냥 완료 처리할 뿐입니다. 여전히 그날 그날 할일을 하나씩 해결해 가는 GTD에 가까운 관리 방법을 유지하고 있고 그나마 최소한의 우선순위에 따라 중요한 일을 앞에 끼워 넣어 수행하면서도 이 때문에 뒤로 밀려난 일을 놓치지 않는 정도의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또 지라는 애초에 여러 사람이 함께 일하고 또 전체 업무 구조를 구축하고 파악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에 태스크들을 서로 연결해 두면 나중에 이 일이 어떤 태스크들을 거쳐 수행되었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고 개선 여지를 검토할 수 있어 좋습니다. 특히 이제는 코멧 같은 AI 에이전트를 내장한 브라우저를 사용해 특정 지라 태스크를 열고 다른 태스크와 연결 관계를 그려달라고 하면 어떤 일의 하위 구조와 여기에 사용한 컨플루언스 페이지를 아름다운 그래프로 그려주기까지 해서 굉장히 만족하며 사용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지라는 첨부파일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개인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할일관리 프로그램보다 압도적으로 훌륭한데 무료입니다. 파일 저장소는 여전히 퍼포스를 사용합니다. 제가 일하는 업계에서는 형상관리도구로 퍼포스를 워낙 흔하게 사용하기 때문에 이 도구를 여러 사람들이 알 거라고 생각했지만 이 업계 밖에서는 거의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이런 형상관리도구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시는 경우가 많은 점이 재미있었습니다. 실은 지곰도 종종 그냥 파일을 운영체제의 파일시스템 기반으로 관리했더라면 모든 일이 훨씬 단순해지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없지는 않습니다만, 퍼포스를 통해 파일을 관리하면 일단 모든 파일의 모든 변화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경로를 변경하더라도 그 이전에 어느 경로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동되어 현 상태에 이르렀는지에 대한 모든 기록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록은 평소에는 대부분 쓸모 없지만 이 기록이 필요한 순간에 저를 지옥 밑바닥으로부터 구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제 작년과 비교해 변경된 것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캘린더는 이전에 사용하던 컨플루언스 팀 캘린더에서 구글 캘린더로 교체했습니다. 컨플루언스 팀 캘린더는 그 부실한 기능에도 불구하고 컨플루언스 위키에 워날 편리하게 잘 붙어 참고 사용해 왔는데 아무래도 한계가 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외부 일정과 연동 기능이 거의 없다시피 해서 한동안은 컨플루언스 오토메이션과 다른 외부 자동화 도구로 연명했습니다만, 이 모든 요구사항을 기본 제공하는 구글 캘린더와 비교해 별 장점이 없으며 요구사항을 지탱하기 위한 자동화 방법들을 관리하는 부담을 만들어낼 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래서 구글 캘린더로 바꿨습니다. 그 댓가는 컨플루언스에서 구글 캘린더를 편안한 모양으로 보여주는 별도의 유료 플러그인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인데 다행히 10명 이하 컨플루언스 사이트에는 무료여서 아무 문제가 없어졌습니다. 오프사이트 백업 서비스를 기존 크래시플랜에서 Arq Backup과 Hetzner로 변경했습니다. 크래시플랜은 고정 비용에 무제한 용량을 제공한다고 광고했지만 제가 이 서비스 사용을 포기하는 시점까지 백업 클라이언트는 여전히 자바 기반으로 고작 100만 파일 정도를 백업하는데 문제를 일으켰고 그들의 데이터센터는 너무 느렸습니다. 그들의 FAQ에는 속도를 제한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업로드 및 다운로드 모두 어처구니 없이 느려 고작 한 자리 수 테라바이트 수준의 백업을 다루기도 힘들었습니다. 특히 백업 용량이 커지만 ‘무제한’이라고 주장하던 것과 달리 임의로 계정의 일부 경로를 백업 목록에서 제거하거나 임의로 계약을 종료해 버리는 사례가 있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또 가장 근본적으로 백업 클라이언트는 운영체제의 스냅샷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 항상 동작하고 있는 홈랩을 백업하는데는 결코 적절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백업 소프트웨어로는 Arq Backup을, 오프사이트 스토리지에는 Hetzner를 사용해 지금은 안정된 상태입니다. Arq Backup은 맥OS 환경에서 파일시스템의 스냅샷을 만들어 백업하기 때문에 서버 상의 데이터베이스를 파일 수준으로 백업하는데 문제가 없고 몇몇 마음에 안 드는 동작이 없지 않지만 대체로 안정적으로 동작합니다. 또 Hetzner는 가장 저렴한 오브젝트 스토리지에 비해서도 약 3분의 1 수준의 비용으로 같은 스토리지 크기를 제공해 백업 스토리지로 사용하기에 굉장히 적합합니다.
사진 관리에는 큰 변화가 있습니다. 작년에는 아이클라우드와 구글포토, 그리고 퍼포스를 사용했습니다.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폰을 들고 있으니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아이폰 사진 앱을 사용하고 있고 이와 별개로 머신러닝의 도움을 받기 위해 스토리지 세이버 때문에 파일 크기가 줄어듦에도 불구하고 구글포토를 무료 버전으로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퍼포스는 어떤 사진 관리 소프트웨어나 서비스를 사용하더라도 언젠가 옮겨야 할 때가 오고 그 때 어느 한 서비스에 완전히 의존하고 있으면 상당히 골아프다는 사실을 오래 전에 깨달았기 때문에 모든 사진 파일을 서비스에 관계 없이 별도로 보관하고 있는데 여기에 퍼포스를 사용합니다. 사실 파일을 그냥 덤프해 놓을 뿐이어서 퍼포스에 넣을 이유는 전혀 없지만 어쨌든 모든 파일을 형상관리도구에 던져넣는다는 관점에서 퍼포스를 사용했다고 보면 됩니다. 하지만 이 파일들은 버전이 변경될 일이 없거나 거의 없기 때문에 형상관리도구의 도움은 사실 필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퍼포스 수준에서 파일의 손상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 정도가 억지로 찾은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관리해 오다가 아이클라우드는 아이폰을 사용하는 이상 그냥 똑같이 동작하고 있지만 구글포토는 더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일단 구글포토가 계정에 남은 스토리지가 부족하다는 경고를 보내 왔는데 지금까지 스토리지 세이버로 사진이 리사이즈 되어 저장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와서 스토리지를 추가로 구입해 원본 크기를 올리는 것도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큰 맘 먹고 홈랩에 immich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도커에서 동작하는 이 서비스는 사실상 머신러닝이 좀 부족한 구글포토 얼터너티브입니다. 웹 서비스, 서버 측 관리 기능, 오픈소스 수준에서 구할 수 있는 머신러닝 기능, 여러 기계에서 구동되는 네이티브 앱을 통한 사진 업로드 등 구글포토에서 사용하던 모든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스토리지를 포함한 하드웨어를 제가 직접 통제하므로 구글포토의 스토리지 세이버처럼 파일을 원하지 않게 리사이즈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서비스가 훌륭하다는 건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오랜 세월에 걸쳐 쌓은 사진을 모두 이전하는데 큰 부담을 느꼈지만 서비스를 구동하고 짧지 않은 시간을 들여 기존의 모든 사진, 애플 기계들로부터 사진을 업로드하는 파이프라인, 백업, 머신러닝에 기반한 중복 제거, 얼굴 인식 등이 모두 잘 작동하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글 테이크아웃으로부터 모든 파일을 꺼내 immich에 넣고 중복 제거 기능을 돌려 마이그레이션을 마치면 구글 포토는 제거할 예정입니다. immich가 구글 포토와 굉장히 비슷하게 동작해 만족스럽지만 여전히 사진 파일을 그냥 보관하는 것은 그대로 유지할 겁니다. 또 수 년이 흐른 다음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요. 하지만 그 동안에는 immich에 머무를 겁니다.
웹 브라우저는 이전 마이크로소프트 엣지에서 퍼플렉시티 코멧으로 바꿨습니다. 사실 이건 그냥 크롬 브라우저와 똑같습니다. 다만 브라우저에 AI 에이전트가 내장되어 있어 에이전트 프롬프트를 열고 명령해 에이전트가 브라우저를 직접 통제해 여러 가지 일을 시킬 수 있습니다. 가령 일반적인 AI 프롬프트에 질문하면 이미 AI가 알고 있는 정보를 기반으로 답하거나 퍼플렉시티 스타일은 현재 시점에 웹을 검색한 결과를 반영한 답변을 합니다. 그런데 코멧 브라우저의 프롬프트에서는 좀 더 적극적으로 답변 도출 방식을 지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회식 장소를 검색할 때 AI 프롬프트에 그냥 질문하는 방법도 있지만 네이버맵 웹사이트를 연 다음 네이버맵에 검색해 적당한 조건에 맞는 가게 목록을 도출해달라고 하면 브라우저가 직접 네이버맵 웹사이트 인터페이스를 사용해 검색하고 리뷰를 읽어 요구사항에 맞는 가게들을 나열해줍니다. 또 앞서 컨플루언스 팀 캘린더에서 구글 캘린더로 이전했다고 했는데 이 때 실수해서 중복 일정이 여러 개 생겼는데 다른 때 같으면 중복을 해소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했겠지만 그냥 코멧 브라우저에 상황을 설명하고 직접 이 상태를 정리해달라고 말하면 비록 속도는 좀 느리지만 직접 브라우저를 조작해 목표한 작업을 해 냅니다. 또 블로그 글을 만들 때 컨플루언스에 초안을 작성한 다음 이 상태를 여러 탭으로 중복해서 열고 각 탭마다 코멧 브라우저 프롬프트를 열어 하나는 오타 검사, 다른 하나는 출처 확인을 통한 내용 검증, 또 다른 하나는 출처를 문장 도중에 포함하는 작업 등등을 동시에 시키고 마지막 탭 하나는 그 모든 작업을 모니터링하는데 사용하면 동시에 여러 에이전트가 글을 고치고 내용을 검증하고 설명이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고 근거 자료를 연결하는 모습을 한번에 지켜볼 수 있습니다. 브라우저 자체는 크롬과 똑같지만 에이전트가 붙어 있는 점은 웹브라우저를 통하는 모든 작업을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끌어올려줍니다.
작년에는 북마크와 읽기목록을 퍼포스를 사용해 관리했습니다. 관리했다기보다는 나중에 읽을 웹사이트를 SingleFile 익스텐션으로 저장해 퍼포스에 던져 놨다가 나중에 읽은 다음 삭제하는 식이었습니다. 한 번 읽고 난 파일은 삭제되었고 나중에 검색할 수는 없었습니다. 퍼포스 상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삭제한 파일을 안전하게 복원할 수는 있지만 편안하게 검색하고 특히 모바일 기계에서 사용하는건 사실상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서비스에 의존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이전에 북마크를 관리하던 Pocket 서비스가 종료되면서 웬만하면 이런 앱에 의존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 서비스 이전에도 비슷한 역할을 하던 여러 서비스가 차례로 서비스를 중단해온 역사가 있습니다. 또 같은 일을 겪으며 데이터를 날리고 마이그레이션을 하더라도 웹사이트 중 시간이 흐른 다음에도 내용을 유지하는 곳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Karakeep (당시 이름 Hoarder)이라는 맵을 알게 되었습니다. 도커 컨테이너 상에서 깔끔하게 돌아가고 웹페이지를 스크랩하면 주소를 스크랩할 뿐 아니라 페이지를 저장하고 또 이미지로도 저장해줍니다. 헤드리스 크롬을 사용해 사이트에 직접 방문해 페이지를 스크랩하는데 이 모든 작업이 홈랩 로컬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서비스 종료 같은 문제에 신경 쓸 필요가 완전히 없어졌습니다. Karakeep 앱의 강력한 점 중 하나는 유튜브 페이지를 스크랩하면 영상을 mp4 파일로 저장해 준다는 점입니다. 이 기능은 평소에는 필요 없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다음 다시 영상을 보려고 할 때 영상이 삭제된 다음일 때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상을 파일로 저장해 두면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문제 없습니다. 재생 인터페이스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영상을 아예 찾을 수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스마트폰 앱이 있어 모바일에서도 바로바로 스크랩 할 수 있도 웹 브라우저를 통해 읽기도 편안하게 지원해 도커 컨테이너를 운영하는 수준의 적당한 귀찮음을 감내할 수 있다면 장기간에 걸쳐 북마크 관리 도구로 추천합니다. 또 로컬 AI나 외부 AI 서비스를 연결해 자동 태그 설정, 요약도 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로컬에 올라마 기반의 DeepSeek를 사용해 태그 설정과 요약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여러 가지 자동화에 애플 숏컷 앱, n8n, AutoIt을 사용한다고 소개했습니다. 이 자동화는 꽤 많이 바뀌었습니다. 애플 숏컷 앱과 n8n은 여전히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작년만큼 적극적으로 숏컷을 작성하는데 시간을 보내거나 n8n을 사용해 요구사항을 그래프 모양으로 나타내려고 하는 노력이 훨씬 줄어들었습니다. 또 AutoIt은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애플 숏컷은 아이폰에 포함된 여러 센서에 기반해 이벤트를 받아 뭔가를 실행하는 게이트웨이로 사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도구입니다. GPS를 통해 어느 위치에 도달할 때, 와이파이 네트워크를 통해 특정 네트워크를 사용할 때 등 다른 장치들로부터 얻기 어려운 이벤트로부터 어떤 동작을 수행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숏컷 앱은 로직이 길어지면 작성도 어렵고 디버깅도 어렵고 버전 관리도 안 되기 때문에 본격적인 작업은 n8n에서 하고 아이폰은 이벤트를 시작하는 게이트웨이 역할만 합니다. 이벤트가 시작되면 애플 숏컷 앱이 n8n 웹훅 주소를 호출하고 이 다음부터는 모두 n8n이 처리합니다. 하지만 이것 만으로는 부족한 상황이 많습니다. 특히 AutoIt을 사용하는 상황은 로컬 파일에 어떤 작업을 하거나 별다른 자동화 인터페이스를 제공하지 않는 앱의 GUI를 직접 조작하는 자동화를 만들 때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변해 이런 종류의 자동화를 파이썬 기반으로 AI에게 작성해 달라고 하면 순식간에 작성해주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AutoIt 스크립트가 화면 상의 GUI 위치를 조작하도록 한땀한땀 좌표를 구해 입력하는 대신 파이썬 스크립트가 직접 화면 상의 구성요소를 찾아 직접 조작하는 스크립트를 AI에게 작성해달라고 요청하면 이전보다 훨씬 더 잘 할 수 있습니다. 퍼플렉시티는 ChatGPT, Gemini 등의 다른 도구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데 경험 상 특정 회사 제품이 코드를 좀 더 잘 만드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특정 도구에 자동화할 요구사항을 입력하고 파이썬 스크립트를 만들라고 하면 순식간에 꽤 잘 동작하는 스크립트를 만들어줍니다. 그래서 AutoIt은 굳이 삭제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자동화를 파이썬 스크립트 기반으로 옮겨오면 생긴 장점에는 이전에는 같은 작업을 여러번 해야 할 때 곧이곧대로 작업을 매번 반복했다면 이제는 중간에 sqlite를 끼워 재작업이 필요 없는 상황일 때 작업 결과를 데이터베이스에 기입했다가 같은 작업이 필요할 때 데이터베이스에 캐시한 작업 결과로 대신해 재작업을 없애 자동화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제 자동화는 AI가 작성해 준 파이썬 스크립트와 n8n에 의존합니다.
보안 관련 서비스는 작년과 라인업이 거의 같습니다. 패스워드 관리는 여전히 1Password를 사용합니다. 홈랩에 여러 가지 서비스를 올려 놓고 있어 패스워드 관리도 빗워든으로 바꿔 직접 호스팅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패스워드 관리는 단순해 보이면서도 상당히 미션 크리티컬합니다. 만약 이 서비스가 정상 동작하지 않거나 데이터를 잃거나 하면 상당히 끔찍한 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패스워드 관리는 외부 서비스에 여전히 의존하고 있습니다. 윈도우 기계 보안에는 여전히 Kaspersky 안티바이러스를 사용중입니다. 하지만 국내 유통사의 이랬다 저랬다 하는 가격 정책이 상당히 마음에 안들어 이번 섭스크립션이 끝나면 연장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이들은 신규 고객에게 공격적인 할인을 제공하지만 기존 고객의 연장에는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기존 섭스크립션을 연장하지 않고 신규 고객용 웹사이트에서 주문해 키를 구입한 다음 기존 계정에 연결하면 할인된 금액으로 이어 사용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이는 사용자들에게 꼼수로 할인 받는 것 같은 느낌을 줄 수도 있지만 제 입장에서 이는 기만처럼 보입니다. 현대에 윈도우 디펜더는 상당히 훌륭해졌고 장기간 사용해 왔음에도 이런 대우가 반복되는 이상 별도의 안티바이러스 소프트웨어는 사용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VPN 서비스로 여전히 터널베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서비스가 다른 수많은 VPN 서비스와 비교할 때 어떤 대단한 장점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그냥 익숙해서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종종 접속이 불안정하고 적대적인 네트워크 환경과 적대적인 기계에서 브라우저에만 VPN을 적용하는데 사용하는 브라우저 익스텐션의 완성도가 훌륭하지 않고 거의 아무 것도 제어할 수 없어 불만이 한참 쌓이는 중이었습니다. 또 최근 우연히 살펴본 다양한 VPN 서비스에 대한 감사 자료를 살펴보다가 그들이 주장하는 것 만큼 열려 있지도 않다는 점을 알게 되어 다음 섭스크립션 갱신 때는 다른 VPN 서비스를 알아보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작년에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덜 적대적인 네트워크에서는 테일스케일을 간이 VPN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애플티비에 테일스케일을 설치하면 애플티비를 엑싯 노드로 설정할 수 있는데 테일스케일이 설치된 다른 기계에서 애플티비를 엑싯 노드로 설정하면 통신 내용을 노출하지 않는 수준의 간이 VPN 용도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단 적대적인 네트워크 환경에서는 애플티비를 경유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으므로 별도의 VPN을 사용하는 것이 보안 상 이득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별도로 소개하지 않았지만 올해에는 홈랩에 의존성이 높아졌으니 여기서 돌고 있는 서비스들을 잠깐 소개해보면 아무 파일이나 때려넣고 또 아무 파일로나 변환하는 ConvertX, PDF 파일들을 나누고 붙이고 기타등등 아무 작업이나 할 수 있게 해주는 Stirling PDF를 사용합니다. 특히 AI를 사용하면서 LLM의 특성 상 단일 스레드가 길어지면 답변 퀄리티가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까지 주고받은 스레드를 저장해 이후 맥락 보존에 사용하기 위해 PDF 파일을 자주 사용하게 되는데 이들을 붙이거나 분리하는데 유용합니다. 블로그 도구에 여전히 Ghost를 사용합니다. 이전에는 고스트 호스팅을 사용했지만 한참 전부터 홈랩에서 직접 호스팅합니다. 이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메일을 통한 뉴스레터를 더이상 지속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고스트 최근 메이저 버전업데이트는 놀라울 정도로 형편없었는데 앞으로는 어떨지 기대중입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로 Hollo를 호스팅합니다. 나쁘지 않지만 종종 홈랩이 장애 상황일 때 홈랩이 장애라고 칭얼거릴 곳도 함께 사라져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Stiring PDF처럼 로컬에 실행해놓고 자잘한 작업에 긴요하게 사용할 수 있는 IT-TOOLS도 직접 띄워 놓고 사용합니다. 이런 서비스는 인터넷에 널리고 널렸지만 함부로 제 개인 정보를 서브밋하는데 상당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직접 서비스하고 있어 두려움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파이썬 스크립트 배포에 JupyterLab을 호스팅하고 있고 주로 블로그 방문 통계 집계에 matomo를 사용합니다. 구글 포토 대신 immich로 옮겨 왔고 마지막으로 구글 포트를 테이크아웃 해 마이그레이션 하고 있습니다. matomo는 약 2년 전 Google Analytics를 대체할 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결국 얼마 전 Google Analytics를 삭제하면서 완전히 직접 호스팅으로 대체했습니다. 장기적으로 온라인에서 별 생각 없이 사용하는 최대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홈랩으로 가져와 비용을 줄이고 보안을 강화하려고 합니다. 이 모든 서비스들이 인터넷에 노출할 때는 Cloudflare Tunnel을 통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클라우드플레어 장애 때 모든 웹서비스가 한방에 중단되는 사태를 겪었습니다만, 그럼에도 클라우드플레어 터널 없이 인터넷에 서비스를 직접 노출하는 것은 이 일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사람 입장에서 지나치게 위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클라우드플레어 터널 덕분에 홈랩을 운영하면서도 외부에 아무 포트도 노출하지 않을 수 있어 마음의 안정에 큰 도움을 줍니다.
작년과 올해(2025년) 사이에 거의 변하지 않은 것은 구글 워크스페이스 이메일과 캘린더 서비스, 그리고 컨플루언스입니다. 이들은 제가 일하고 생각하는 가장 핵심적인 도구인데 이들을 대체할 여러 가지 도구가 있지만 이들만큼 강력하고 확장성 있고 꽤 높은 수준의 요구사항도 잘 수용하는 도구는 드물어 보입니다. 특히 컨플루언스는 종종 서비스가 중단될 때마다 욕하곤 하지만 개인적인 모든 작업으로부터 생성되는 온갖 기록을 유지하는 과정을 잘 뒷받침하는 서비스는 거의 없습니다. 한편 작년과 비교해 큰 변화를 만들어낸 두 가지 요인은 홈랩과 퍼플렉시티입니다. 퍼플렉시티는 SKT에서 1년 사용권을 줘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지난 1년 간에 걸친 사용은 굉장한 유인 효과를 달성했습니다. 다른 회사의 AI 제품에 비해 퍼플렉시티 자기 자신은 그리 뛰어나지 않지만 퍼플렉시티 한 곳에만 돈을 내면 OpenAI나 구글 등 다른 회사 제품을 골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은 개인적으로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AI는 이제 제 글쓰기의 고질적 문제이던 오타를 상당 부분 해결하고 또 출처 관리, 내용 검증 같은 좀 더 인간이 해야 했을 것 같은 일을 적극적으로 도와줍니다. 또 다량의 문서를 던져 넣고 그 문서 전체에 기반해 내용을 생성하거나 질의응답을 하는 요구사항도 스페이스 기능을 통해 잘 달성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자동화 요구사항의 아주 많은 부분을 퍼플렉시티를 통해 생성한 파이썬 스크립트로 대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업무에 사용할 게임디자인을 엔지니어에게 전달하기 전 미리 검증해볼 수 있는 시뮬레이션 시각화 스크립트를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등 굉장히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AI를 사용해 글쓰기, 자동화, 업무 대응 등 광범위한 영역의 작업 방식이 작년에 비해 크게 바뀌었습니다. 물론 그 댓가로 이전까지는 한달에 약 2만원을 아틀라시안에 지불하면 됐지만 이제는 여기에 또 다른 약 2만원을 퍼플렉시티에도 지불해야 해서 제가 온라인 세계와 실제 세계 사이의 경계에서 아슬아슬하게 사람 구실을 하려면 작년에 비해 두 배의 돈을 지불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이 비용을 더 늘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홈랩에 대한 의존성은 앞으로 더 상승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년 사이에 여러 가지 솔루션에 변화가 있었는데 홈랩과 AI에 의한 변화가 대부분입니다. 이런 추세라면 내년에는 또 어떤 서비스 사용을 중단하고 또 무엇을 사용하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그럼 이 주제는 또 내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