팰월드 모듈 건축 살펴보기

팰월드의 모듈 기반 건설은 단순한 규칙과 자유도 사이에 찾은 적절한 타협입니다. 하지만 조금 더 들여다보면 단순해 보이는 건설 메커닉에도 적지 않은 디테일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팰월드 모듈 건축 살펴보기

팰월드 서버 운영과 라이브 서비스 운영에 소개한 대로 2023년에 한동안 팰월드를 꽤 열심히 플레이 했습니다. 함께 플레이 하던 멤버들 모두 일이 슬슬 바빠지고 각기 다른 게임, 다른 일을 시작하면서 좀 시들해져 지금은 서버를 열고 있지 않아 최근의 업데이트는 잘 모르지만 한동안 열심히 플레이 할 때는 게임의 여러 메커닉의 동작 방식을 열심히 살펴보곤 했습니다. 팰월드의 모듈 단위 건설 방식은 꽤 단순해 보이지만 더 복잡한 모양의 건설과 건물 단위로 건설하는 훨씬 더 단순한 모양의 건설 사이에 적절한 타협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자유도가 높지는 않지만 어쨌든 멀티플레이 가능한 세계에 동적으로 건물을 생성할 수 있고 건물의 배치와 구조에 따라 팰들이 건물에 상호작용합니다. 만약 자유도를 올려 모듈을 더 복잡하게 배치할 수 있었다면 더 흥미로운 건물을 만들어낼 수 있었겠지만 팰과 상호작용 난이도는 훨씬 더 높아져 적절한 시점에 개발해내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최근에는 사용자가 스팀 워크샵을 통해 모듈을 직접 만들어 배포할 수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쯤 되면 단순해 보이던 모듈 단위 건설 방식은 더 이상 단점이 아닐 겁니다. 한편 오늘은 한동안 열심히 플레이 했던 팰월드의 모듈 단위 건설 규칙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팰월드의 건설은 크게 미리 만들어진 건물을 한 번에 배치하고 시간을 들여 건설하는 방식과 모듈을 이어 붙여 건설하는 방식이 있습니다. 전자는 배치 후 완성하는데까지 시간을 요구하지만 후자는 모듈을 배치하는 즉시 건설이 완료되는데 이는 모듈 배치가 즉각적인 피드백이 더 적합한 메커닉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모듈 방식 건설에 각 모듈을 배치할 때마다 필요 이상의 시간을 요구한다면 실수에 취약해지고 고객들은 더 소극적으로 건설을 대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모듈 배치에 따른 시행착오를 통해 자원을 약간이나마 감소시키기 위해 팰월드는 한 번 배치한 모듈을 파괴할 때 자원 모양으로 되돌려주고 또 모듈을 배치할 때 사용했던 자원의 70%만을 돌려줍니다. 이 과정은 일정 수준 이상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면 모듈 건설에 방해 받지 않을 수 있지만 건설과 파괴를 반복하며 서서히 자원이 감소해 건설을 마무리하고 자원을 수급하는 적절한 플레이 사이클을 만들어내고 또 닫힌 경제 시스템에서 자원 팽창을 어느 정도 완화해 줍니다.

먼저 팰월드의 자원 수급과 건설의 특징을 대략 살펴봅시다. 먼저 재료를 확보해 미리 외형이 정의된 건물을 건설하거나 모듈을 선택해 자유롭게 건설할 수도 있습니다. 모듈 기반 건설의 경우 모듈 각각을 별도로 제작하거나 모듈을 배치한 다음 시간을 요구하지 않고 모듈을 배치할 때마다 즉시 자원을 소모하고 모듈 배치를 완료합니다. 모듈은 기반, 벽, 지붕 순으로 쌓아 올리는 구조로 폴아웃4나 스페이스 엔지니어, 노맨즈스카이의 메커닉과 비슷합니다. 특히 이들 모두는 게임 세계의 특별히 금지되지 않은 위치라면 자유롭게 모듈을 배치할 수 있습니다. 오늘 살펴볼 주제와 직접적인 연관은 적은 편이지만 이러한 건설 규칙을 지탱하기 위해 단순한 자동화 형태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팰을 적절한 시설에 배치하면 팰들이 생산, 운반 등의 주요 업무를 자동으로 수행합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탐험, 전투, 건설 같은 덜 반복적이고 더 흥미로운 행동에 집중하게 만들고 주로 반복적으로 만들어져 여러 고객들에게 고통을 주곤 하는 생산 과정을 자동화 구축 및 관리 모양으로 바꿔 고통을 완화합니다. 모듈 기반 건설은 기반, 계단, 벽을 사용해 수직 구조물이나 지형을 활용한 입체 구조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건물을 세워 낭떠러지 지형을 극복하거나 건물이 없었다면 멀리 돌아와야 하는 지형에 지름길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제 팰월드의 건설 메커닉을 조금 더 살펴봅시다. 플레이어는 제한적인 모듈을 배치해 구조물을 만들고 이미 완성된 형태의 건물과 아이템 모양의 가구를 배치해 기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생산, 방어, 연구 등 여러 가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폴아웃4, 발하임, 스페이스엔지니어 등의 기반 건설과 비슷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다만 마인크래프트나 테라리아와는 상당히 다른데 이들은 건축물을 항상 고정된 단위 크기를 가진 육면체 또는 직사각형 단위로만 배치할 수 있습니다. 벽, 바닥, 지붕 등의 구분 없이 항상 동일한 단위 크기 블록을 배치해 구조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반면 팰월드는 단위 크기가 고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구조물에 벽, 바닥, 지붕 모듈이 서로 분리되어 있어 위치에 맞는 모듈을 사용해야만 구조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는 현실 세계의 건물과 가까운 모양을 만들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떨어집니다.

모듈 기반 건설의 핵심은 토대, 벽, 지붕의 계층 구조로 이루어집니다. 플레이어는 여러 가지 자원을 수집해 서로 다른 외형과 특성을 가진 모듈을 조립하는데 사용합니다. 모듈 자체는 별도의 제작 과정을 요구하지 않지만 앞서 설명한 대로 모듈을 배치할 때 자원을 차감합니다. 모듈을 수직 방향으로 쌓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다층 구조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벽을 기어 오를 수 있기 때문에 계단을 만들지 않더라도 다층 구조물을 건설하고 사용하는데 큰 지장이 없지만 계단을 배치해 좀 더 그럴듯한 구조물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초반에는 스태미너가 부족해 높은 벽을 기어오르기 어려울 수 있지만 초반을 지나고 나면 더 이상 스태미너가 부족하지 않기 때문에 계단이 없는 높은 구조물을 사용하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다만 팰들은 그럴 수 없기 때문에 팰을 통한 자동화를 염두해 둔다면 계단을 배치해 팰들이 구조물 내부를 이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모듈 각각의 특징과 이들의 상호작용 방식을 살펴봅시다. 먼저 기반(파운데이션)은 모든 구조물의 기반으로 사용되며 돌, 나무, 철, 유리 등 서로 다른 재료로 만들 수 있습니다. 지형의 경사도에 따라 기반 아래에 지지대가 생겨 평평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너무 급한 지형에는 기반을 배치할 수 없습니다. 사실 초기에는 경사가 급한 지형이나 아주 높은 곳에도 기반 모듈을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기반 아래쪽에 생성되는 지지대는 규칙적인 모양으로 아주 높이까지도 만들어져 기반 모듈만 사용해 두 절벽 사이를 오가는 다리를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성능 문제를 야기해 일종 높이 이상의 지지대가 생성되지 않도록 변경되었습니다. 그래서 기반 모듈 만으로는 이전과 같이 높은 구조물을 만들 수 없게 되었습니다. 다음으로 벽은 수직 방향의 구조물로 전체가 막혀 있는 벽과 창문이 나 있는 벽, 그리고 문이 나 있는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됩니다. 벽 모듈 한 개 높이로 층을 만들어도 무리 없이 플레이 할 수 있지만 벽 모듈을 수직으로 쌓아 더 높은 층고를 가진 공간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다만 벽은 최대 3층 높이까지만 쌓을 수 있으며 그 이상 쌓으려면 바닥이 필요합니다. 지붕은 양쪽 모서리가 45도인 직각삼각형 모양으로 박공지붕의 경사면과 박공지붕과 벽 사이를 마감하는 삼각형 모듈을 함께 사용합니다. 실제 세계의 박공지붕과는 차이가 있지만 기반, 벽 모듈의 규격에 맞추면서도 박공지을 만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처럼 보입니다. 천장 모듈은 기반 모듈과 비슷하지만 더 얇고 직접 지형에 배치할 수 없습니다. 벽 위에 배치해 아래층 천장, 위층 바닥으로 기능합니다. 또 계단 모듈은 직선형과 나선형이 있으며 기반 블록 없이도 벽에 직접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경사 지형으로부터 기반을 높여 배치한 경우 지형과 기반 모듈 사이의 높이 차이를 계단으로 극복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 배치한 모듈과 새로 배치할 모듈은 그리드에 의해 자동으로 정렬됩니다. 최소 그리드 간격은 2미터로 기반 모듈 모서리를 기준으로 15도 이내에 벽 모듈을 설치하려고 하면 기반 모듈에 맞춰 정렬됩니다. 지붕 모듈은 벽 상단과 일정 거리 이내로 접근하면 벽에 스냅 됩니다. 또 높이 차이가 있는 구조물의 위쪽으로부터 계단을 설치하려고 하면 계단이 연결될 하단 모듈의 위치에 따라 높이가 자동으로 조절됩니다. 가령 앞서 잠깐 예를 든 경사 지형에 높이 차이를 두고 배치한 기반 모듈로부터 지형까지 이어지는 계단을 설치하려 할 경우 계단 아래쪽이 지형에 묻혀 필요한 길이만큼만 노출되며 반대의 경우 최대 1.5층 높이까지 연결할 수 있습니다. 다만 지형이 45도 이상의 경사인 경우 스냅 시킬 수 없는데 이는 앞서 성능 문제를 야기했던 너무 긴 구조물의 발생을 막기 위한 조치로 예상됩니다.

초기에는 기반 모듈만으로 두 낭떠러지를 잇는 다리나 큰 높이차를 극복하는 구조물을 만들 수 있었지만 이후에는 이를 허용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현대에 가까운 버전에서는 이런 구조물을 만들기 위해 임시 구조물을 만들어야 합니다. 벽은 연속으로 3층 높이까지만 쌓을 수 있는데 이보다 더 높은 벽을 아예 쌓을 수 없지는 않습니다. 이 규칙은 단지 배치할 때만 동작하기 때문에 규칙을 우회해 구조물을 만든 다음에는 더 이상 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가령 3층보다 더 높은 구조물을 만들거나 절벽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려면 먼저 지형 위에 기반 모듈을 배치한 다음 벽을 쌓아 올려 천장 모듈을 배치합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지형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높은 구조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원하는 높이까지 구조물을 올린 다음 목표로 삼은 구조물을 만듭니다. 마지막으로 목표로 삼은 구조물을 제외한 나머지 구조물을 제거해 완성합니다. 이는 실제 세계의 건설 과정에서 사용하는 비계의 사용과 비슷합니다. 이런 건물은 나중에 건물을 해체하거나 수정하기 위해 비슷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비슷한 사례로 대규모 마인크래프트 건설 프로젝트에서 구조물을 건설하기 위해 구조물 외부에 비계를 전문적으로 배치하는 별도의 담당을 지정하기도 합니다.

팰월드의 모듈 기반 건설은 단순한 모듈을 조합해 적당한 수준의 자유도를 가진 구조물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 제한적인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이렇게 동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물이 다른 플레이어 및 팰들에 의한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온라인 멀티플레이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도달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기도 합니다. 만약 이러한 온라인 멀티플레이의 기술적 제약을 덜 받는다면 기본적인 그리드 기반의 건설을 유지한 채 더 큰 모듈이나 더 작은 모듈의 도입을 고려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미 단위 그리드 크기인 2미터보다 더 큰 모듈이 등장했습니다. 하지만 단위 크기보다 더 작은 모듈의 도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닌데 이는 싱글플레이 환경에서도 플레이어 뿐 아니라 팰들 역시 구조물과 상호작용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팰들은 최소한 높이가 2미터인 공간에서 구조물과 상호작용 할 수 있고 대형 팰은 높이가 4미터 이상인 공간을 요구합니다. 때문에 단위 그리드 크기보다 더 큰 모듈은 상대적으로 쉽게 등장할 수 있지만 단위 그리드 크기보다 더 작은 모듈은 모듈 자체를 투입할 수는 있겠지만 게임 진행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런 제약이나 한계에도 불구하고 팰월드는 단순한 모돌을 조합해 적당한 수준의 구조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마인크래프트나 테라리아처럼 완전한 단위 그리드 크기에 맞춰 모듈의 종류를 구분하지 않는 방식의 자유로운 건설보다는 단순하고 처음부터 형태가 결정되어 있는 건물을 그저 배치하는 것 보다는 훨씬 흥미로운 건설 규칙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보다 더 큰 규모의 멀티플레이 환경에서 이와 비슷한 규칙을 적용한 뭔가를 만들어내려면 마인크래프트 수준의 자유도와 복잡도 보다는 팰월드 수준의 자유도와 낮은 복잡도를 기반으로 삼는 편이 더 나은 결정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