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는 이유를 생각해봤나요?

사람들이 귀를 막고 다녀 위험할 수 있다는 뉴스를 봤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위험에도 불구하고 귀를 막는데는 다른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귀를 막는 이유를 생각해봤나요?

에어팟이 처음 출시될 때 그 모양이 익숙하지 않아 꺼리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또 선 없이 귀에 꽂기만 하는 모양 때문에 확실히 잃어버릴 걱정을 안 할 수가 없었는데 오죽하면 초기에 Apple's New AirPods Ad | CONAN on TBS 같은 영상이 있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본 에어팟은 생각보다 귀에 잘 붙어 있었고 꽤 격렬하게 머리를 흔들거나 뭔가와 부딪치지 않는 이상 귀에서 잘 떨어지지 않습니다. 처음에 에어팟을 사 들고 갔을 때 ‘으앜’ 하는 반응을 보이던 분들도 결국 시간이 흐르자 에어팟을 사용하기 시작하셨는데 모양이 익숙하지 않은 것은 사실 월마트의 바퀴 달린 쇼핑카트와 비슷한 반응일 거라고 예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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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s New AirPods Ad | CONAN on TBS

오히려 제 관점에서 에어팟은 분실 가능성이 문제가 아니라 짧은 배터리 성능이 문제였는데 케이스에 넣어 충전하면 최대 24시간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 사용 시나리오에서는 그 비슷한 수준에도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음악 외에도 영상을 듣거나 책을 TTS로 듣는 입장에서 하루 중 짧지 않은 시간에 걸쳐 에어팟을 사용하다 보니 배터리는 항상 부족했고 나중에는 너무 시끄러운 장소가 아닌 이상은 에어팟을 한쪽씩만 사용해 배터리 시간을 늘렸는데 이 방법은 꽤 괜찮았습니다. 이런 단점에도 에어팟에 익숙해지자 너무나 편해서 안경에 종종 그렇듯 에어팟을 착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기도 하고 에어팟을 빼고 있다가 다시 귀에 끼우는 동작이 귀찮아졌습니다. 한번은 회사에서 주변 분들께 도대체 왜 에어팟을 머릿속에 이식할 수 없는지 투덜거렸는데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을 들을 것을 기대했지만 의외로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분이 계셔서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에어팟은 착용하고 있지 않으면 지금 걸려오는 전화를 받기는 좀 어렵기 때문에 에어팟으로부터 뭔가 소리를 듣고 있든 듣고 있지 않든 습관적으로 귀에 그냥 붙여 뒀는데 충전할 때와 잠 잘 때를 제외하면 그냥 영원히 귀에 붙여 뒀을 겁니다.

시간이 흘러 에어팟 외에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있는 큼직한 헤드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헤드폰에는 크게 세 가지 기능이 있습니다. 하나는 에어팟과 똑같은 역할입니다. 무선으로 동작하며 페어링 된 아이폰에서 일어나는 여러 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들리지 않도록 귀까지 전달해 주고 때에 따라 제가 하는 말을 주변의 소음과 분리해 아이폰에 전달해 연결된 다른 사람들에게 들리게 하는 역할입니다. 다른 하나는 겨울에 귀를 따뜻하게 해 주는 역할입니다. 기후 변화로 날씨의 변화가 점점 극명해져 겨울이라도 안 추울 때는 초가을 같은 날씨를 보이다가도 바로 그 날 저녁 순식간에 수온주가 10도 이상 떨어지기도 하는 나날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럴 때 밖에 그냥 나가 있으면 귀가 떨어질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럴 때 굳이 전원을 켜지 않더라도 헤드폰을 귀에 착용하고 있으면 귀를 따뜻하게 보관할 수 있어 좋았고 전원을 켜면 아이폰에서 나는 소리를 전달해 주는 첫 번째 역할도 할 수 있어 더 좋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역할입니다. 첫번째 에어팟은 노이즈 캔슬링 기능이 없어 밖에서 나는 소리가 그대로 들어왔는데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은 주변 소음을 어느 정도 감소 시켜 듣고 싶지 않은 소리를 줄여줍니다.

출퇴근 할 때 오랫동안 헤드폰을 쓰고 다녔는데 일단 헤드폰을 쓰면 주변에서 들리는 원하지 않는 소음을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훌륭하게 줄여줬기 때문입니다. 가령 지하철을 타면 전동차가 선로와 부딪치며 나는 덜컹거리는 소리, 주변 사람들이 웅성이는 소리, 의도적으로 그랬겠지만 도착 역을 안내하는 성우가 녹음한 광고 같은 소리는 헤드폰 없이는 웬만해선 피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나마 전동차가 덜컹거리는 소음은 화이트노이즈 취급 할 여지라도 있었지만 사람들이 이어폰을 사용하지 않고 조작하는 폰으로부터 나는 온갖 소리, 큰 소리로 나누는 대화 소리, 심지어 이번 도착 역 주변에 있지도 않은 무슨 병원 광고 따위를 듣고 있으면 머릿속이 복잡해져 이동하는 동안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눈 앞에 펼쳐진 온갖 시각 광고는 눈을 감으면 안 볼 수 있지만 귀로 들리는 광고는 귀를 틀어 막지 않는 이상은 피할 수가 없었고 이런 광고는 상호를 머릿속에 각인하는데는 성공했지만 그 각인이 부정적인 회로와 연결되어 상호를 듣는 순간 일단 기분이 나빠지게 됩니다.

헤드폰을 쓰고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켜면 일단 규칙적으로 덜컹거리는 지하철 소음이 아주 멀어지고 사람들이 나누는 대화 같은 불규칙적인 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작게 들리며 광고 소리 역시 들리기는 하지만 이전처럼 머리통을 뚫을 듯 쩌렁쩌렁하게 들리는 대신 저 멀리서 들릴락 말락 하는 수준으로 들릴 뿐이어서 훨씬 나아졌습니다. 근본적으로 노이즈 캔슬링은 대화나 광고 같은 규칙적이지 않은 소리를 차단하는데 뚜렷한 한계가 있어 이런 소리가 멀어지는 이유는 노이즈 캔슬링 기능의 도움이 없지는 않겠지만 귀 전체를 물리적으로 덮은 이유가 더 클 겁니다. 어쨌든 헤드폰을 쓰고 출퇴근 하면서 여러 가지 소리로부터 멀어질 수 있었고 덕분에 머릿속이 그 이전처럼 복잡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생각에 집중해 출퇴근 시간을 흘려보내지 않게 됩니다. 또 음악이나 영상을 듣거나 책을 들을 때 더 조용한 가운데 듣게 되어 내용을 더 잘 받아들일 수도 있어 좋았습니다.

또 에어팟에 비해 물리적으로 훨씬 크고 눈에 잘 들어오는 헤드폰은 길에서 마주치는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피하는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전단지를 나눠주는 분들은 양쪽 귀를 막고 전단지를 받을 손에 폰을 들고 있으면 이내 제게 전단지를 건네기를 포기하고 제 다음 사람으로 타겟을 변경합니다. 또 무슨 이벤트라며 원하는 쪽에 스티커를 붙여달라든지 자신과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선물을 주겠다든지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람들도 헤드폰 없이 지나가면 뒤를 따라와 여러 번 자기 말을 좀 들어달라고 말했지만 헤드폰을 쓰고 있으면 애초에 말을 걸지 않아 걸어다닐 때 훨씬 더 쾌적해집니다. 그와 동시에 도로를 가득 채운 자동차들이 운전자 자신에게는 크게 들리지 않을 것 같은 경적을 주변에 마음껏 눌러 대고 또 지나가는 사람들이 큰 소리로 나누는 별로 듣고 싶지 않은 대화 역시 완벽하지는 않지만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소리가 멀어져 훨씬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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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현장검증] 침묵의 공포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 실험해 보니 더 아찔 (2023.11.27/뉴스데스크/MBC)이라는 영상을 봤는데 사람들이 귀를 막고 거리를 걸을 때 여러 위험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입니다. 마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며 걷다가 사고를 당하는 것과 비슷해 보입니다. 현대에 가까워질 수록 노이즈 캔슬링 장비의 성능이 좋아지고 자동차는 전기로 바뀌며 소음이 줄어들었으며 이런 장치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이 상황들이 모이면 사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내용이었는데 내용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면 사람들이 왜 점점 더 노이즈 캔슬링 되는 음향장치를 착용하고 다니는지를 조금 더 생각해봤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마트폰이 사람들에게 널리 퍼진 이유는 그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건보다 스마트폰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에 더 관심이 있고 흥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주변을 가득 매운 사람들의 옷차림이나 표정, 그들의 행동은 사실 꽤 재미있기는 하지만 출근하자마자 바로 시작할 일에 대해 이미 대화하고 있는 사람들의 슬랙 채팅창은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또 귀로 들리는 며칠 전부터 듣기 시작한 책 쪽이 사람들의 표정 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또 앞부분에서 설명한 대로 현대에 가까워질 수록 주변에서 들리는 원하지 않는 소음은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주변을 지나가는 자동차와 오토바이 소리, 주변 사람들이 큰 소리로 나누는 대화, 인도 옆 매장에서 이벤트를 홍보하기 위해 마이크를 들고 홍보 멘트를 날리는 사람들, 아무 이유 없이 음악을 큰 소리로 켜 둔 휴대폰 매장, 지하철에서 행선지 안내와 구분하기 어렵게 만들어진 광고, 역사 내 벽면 광고에서 들려오는 광고 소리, 꽉 막힌 도로에서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나와 관계 없는 자동차들의 경적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알 수 없는 말을 던져 당황하게 만드는 선택적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분들의 외침, 온갖 안내방송 등등 주변은 소리로 가득 차 있고 이 모든 소리를 듣고 이를 뇌에서 처리하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옵니다. 만약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이를 사용할 수 있다면 돈을 들여 이 모든 소리로부터 조금이라도 멀어질 방법을 선택하는 것은 딱히 이상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에 사람들이 이전에 비해 더 많이 주변 소리를 차단하는 장치를 사용하는 이유는 그 장치들이 발전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온 세상이 사람들이 별로 원하지 않는 소리로 가득하고 이 소리들에도 불구하고 바깥을 나다녀야만 하는 사람들이 이 소리들로부터 조금이라도 거리를 둘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다만 영상에서 말하듯 그런 장치를 사용할 때 위험에 처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만드는 것 자체에는 동의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주변을 가득 채운 원하지 않는 소음에 대한 생각, 또 사람이 자동차를 피해야 하는가 같은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의 근처에도 가지 않은 점은 또 조금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