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cket 서비스 종료를 바라보며
한때 열심히 사용했던 서비스인 Pocket의 서비스 종료 안내를 보며 그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또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간단히 생각해봅니다.

‘Pocket’은 지난 2007년에 시작되어 2025년 종료되기까지 ‘Read-it-Later’ 카테고리의 대표 서비스였습니다. 오늘은 Pocket 서비스의 종료 소식을 보고 ‘Read It Later’로부터 시작된 Pocket의 발전 과정과 모질라에 의한 인수, 그리고 서비스 종료에 이르는 과정을 살펴보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잠깐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모바일 인터넷의 확장과 함께 성장한 Pocket은 기술 발전과 시장의 변화에 따른 서비스 지속의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Pocket은 2007년 ‘Read It Later’라는 파이어폭스 확장프로그램으로 시작됩니다. 이 해는 비슷한 시기에 아이폰이 출시되었습니다. 아직 애플 앱스포터가 등장하기 전, 또한 아마존의 킨들, 아이패드가 출시되기 이전입니다. 개발 의도는 사용자가 웹 컨텐츠를 저장해 모든 장치에서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초기 이 서비스는 주로 텍스트 아티클을 주 목표로 제공되었지만 사용자들이 단순히 아티클을 읽기 위해서 뿐 아니라 비디오, 이미지, 구매 예정인 물건 정보 등 다양한 정보를 저장하기 위한 용도로 활용한다는 점은 리브랜딩의 계기가 되었습니다.
2012년 Read It Later는 ‘Pocker’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합니다. 리브랜딩 후 Pocket은 기존 유료 기능을 무료로 제공해 광고 없는 서비스로 변경되었습니다. 리브랜딩 이후 Pocket은 큰 성장세를 보입니다. 약 600만명의 사용자가 하루에 100만 개의 항목을 저장하는 서비스로 발전했는데 특히 비디오 저장이 두 배로 증가하는 등 초기의 텍스트 위주에서 다양한 미디어 저장 플랫폼으로 변화했습니다. 2년 뒤에는 서버 측에 저장된 컨텐츠에 대한 강력한 검색을 제공하는 ‘Pocket Premium’ 유료 서비스를 도입했습니다. 또 플립보드, 트위터 등 주요 서비스들이 Pocket API를 사용하며 생태계를 확장했습니다. 2017년 Pocket은 모질라에 인수됩니다. 인수 후 Pocket은 여전히 독립적인 자회사로 운영되었으며 컨텐츠 큐레이션과 추천 기능에 집중했습니다.
Pocket의 가장 큰 경쟁 서비스는 ‘Instapaper’였습니다. 두 서비스는 컨텐츠 분류 방식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Pocket은 태그 시스템을 통해 한 기사에 여러 태그를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Instapaper는 디렉토리 시스템을 통해 컨텐츠를 배타적인 카테고리로 분류했습니다. 이런 차이는 사용 목적에 따른 서비스 선택의 차이로 이어졌습니다. Instapaper의 디렉토리 시스템은 캐주얼한 읽기에 알맞았습니다. 사용자는 특정 주제의 디렉토리에 컨텐츠를 저장한 다음 읽고 나서 아카이브 디렉토리로 이동 시켜 분류 디렉토리를 아직 읽지 않은 컨텐츠만 남겨 정리된 상태로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Pocket의 태그 시스템은 연구와 참조 목적에 더 적합했는데 컨텐츠의 아카이브 상태와 태그 부여 상태가 서로 독립되어 검색과 참조가 더 쉬웠습니다. Pocket Premium의 백업 기능은 중요한 차별 요소였습니다. 이 기능은 무료 버전에서 컨텐츠 주소만 저장한 다음 그때그때 컨텐츠를 새로 가져오는 반면 컨텐츠를 저장하면 실제 원본 사이트의 컨텐츠를 저장해 페이지가 삭제되거나 변경된 다음에도 계속해서 접근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Pocket이 단순한 읽기 도구를 넘어 개인 데이터베이스이자 연구 도구로 활용될 수 있게 했습니다.
가격 정책 측면에서 Pocket은 더 경쟁력 있었습니다. Pocket 무료 버전은 무제한 스크랩, 오프라인 읽기, 기기 간 동기화, 태그 생성, 검색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유료 버전은 월 5달러에 방금 설명한 백업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반면 Instapaper의 무료 버전은 월 5개 노트 제한이 있었습니다. 또 주요 유료 기능들이 횟수가 제한된 무료 버전으로 제공되어 사용자들이 실제 유료 업그레이드의 필요성을 인식하기까지 시간이 걸렸습니다. 또 Pocket은 플랫폼 지원 측면에서 Instapaper에 비해 장점이 있었는데 맥, 윈도우, iOS, 안드로이드, 윈도우폰, 블랙베리, 웹 브라우저 등 거의 모든 플랫폼을 지원했습니다. 이 서비스가 처음 출시된 시점의 시장을 생각하면 윈도우폰이나 블랙베리를 초기부터 지원한 것이 딱히 신기한 일은 아닙니다.
모바일 인터넷 시대 초기에 3G 네트워크의 불안정성과 높은 데이터 요금으로 인해 웹페이지 텍스트 저장 기능이 가장 중요했습니다. 또한 아이폰, 아이패드 등의 신규 디바이스 출시에 따라 여러 플랫폼 지원 및 기기 간 동기화 기능의 필요성이 높아졌습니다. 또한 태그 시스템을 지원하던 초기와 달리 사용자들이 더 익숙하게 여기던 디렉토리 기반 분류 체계를 수용했습니다. 이는 구체적으로 HTML 페이지를 평균 약 78KB로 압축해 저장하고 자바스크립트 지원 없이 웹사이트를 재구성했으며 와이파이 동기화 기능으로 모바일 데이터 사용량을 크게 줄였습니다. 반면 이 시기에는 한계도 뚜렷했는데 텍스트 위주로 시작한 서비스는 비디오 저장 기능이 미흡했고 낮은 섬네일 해상도를 제공했습니다. 이후 LTE 보급으로 인해 실시간 스트리밍이 증가했고 또 소셜 미디어가 확산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이미지, 비디오 등 다양한 미디어를 저장하려는 요구가 있었고 소셜 네트워크에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기능에 대한 요구도 있었습니다. 가령 트위터에 붙여 넣을 때 카드를 생성하거나 인스타그램에 공유할 때 이미지 크롭 기능이 요구되었습니다. 또한 기계학습 기반 컨텐츠 추천 기능이 도입되었습니다. 이후 유튜브 링크를 저장할 때 자막을 추출해 저장하고 또 팀 폴더 기능으로 업무용 사용자가 증가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모바일 인터넷의 급격한 확장과 클라우드 인프라의 등장, 소셜 네트워크의 확장 등에 의해 일어났는데 출시 당시 사용자 당 약 15개 정도의 항목을 저장하던 것에서 현재는 약 1200개의 항목을 저장하고 있으며 클라우드 스토리지 비용이 급격히 낮아졌습니다. 또 현대의 사용자는 하루 평균 약 7개에 달하는 플랫폼을 사용함에 따라 크로스플랫폼 컨텐츠 수집 필요성이 증가했습니다. 이런 사용 습관의 변화에 따라 평균 주의 집중 시간이 8초 수준으로 줄어들어 컨텐츠 필터링 기능의 강화가 필요했습니다.
Pocket 서비스가 종료된 근본적인 원인은 웹 사용 방식의 변화에 있습니다. 모질라는 공지를 통해 ‘사람들이 웹을 사용하는 방식이 진화했으므로 사용자의 탐색 습관과 온라인 요구사항에 더 잘 맞는 프로젝트에 리소스를 집중하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Pocket이 처음 등장했던 2007년과 2025년의 모바일 인터넷 환경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과거에는 스마트폰의 원활한 인터넷 접속이 어려웠습니다. 이 시기에는 인터넷 사용이 제한적인 외부에서 링크를 저장했다가 와이파이가 제공되는 실내에서 한 번에 컨텐츠를 다운로드 해 읽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이 즈음에 개인적으로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사용했는데 - 아이폰은 이후 한참이 지나서야 한국에 출시됩니다 - 월 추가 요금 2만원을 내면 2GB의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 시대 기준으로는 꽤 넉넉한 용량이었지만 추가 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 신경 써서 데이터를 아껴 사용해야 했기 때문에 이런 사용 형태가 자연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통신 기술 발전과 웹사이트의 모바일 우선 개발이 주류가 되며 이런 서비스의 필요성이 줄어들었습니다. 또한 과거 Pocket이나 Instapaper에서 제공되던 컨텐츠 필터링, 읽기 모드 같은 기능이 점차 다른 최신 브라우저에 기본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모질라의 Pocket 인수는 파이어폭스 이외의 수익원을 찾고 있던 시기에 일어났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모질라는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의 경쟁력이 다른 브라우저에 비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사업 역량에 집중해야 하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입니다. 모질라는 이제 파이어폭스 브라우저에서 탭 그룹, 스마트 북마크, AI 기반 도구 등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략 변화의 일부로 2023년에 인수한 가짜 리뷰 감지 도구인 Fakespot도 함께 서비스를 종료합니다. Read It Later 계열 서비스의 지속 가능성 문제도 있었습니다. 모바일 인터넷 초기에 존재할 수 있었던 서비스 모델은 기술 발전과 함께 필요성이 줄어들었습니다. 여러 사용자들이 컨텐츠를 저장했지만 다시 읽지 않는다는 언급처럼 사용 패턴의 변화도 서비스 종료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게다가 ‘검색할 수 있게 정리한다’에서 ‘검색하면 되니 정리할 필요 없다’는 사용 습관 변화도 서비스 필요성 감소에 기여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Pocket의 문제가 아니라 같은 카테고리 전체 서비스의 변화를 반영하는 것입니다.
Pocket은 모바일 인터넷 시대의 시작과 함께 성장하고 인터넷 환경의 변화와 함께 쇠퇴한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Read It Later에서 시작되어 Pocket으로 발전한 다음 모질라에 인수되기까지 과정은 모바일 인터넷 초창기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경쟁 서비스와 비교해 태그 시스템, 광범위한 플랫폼 지원, 경쟁력 있는 가격 정책을 통해 우위를 점했습니다. 특히 연구 도구로써 활용 가능성과 백업 기능은 단순한 읽기 앱 이상의 기능을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통신 기술의 발전, 웹사이트의 모바일 우선 개발, 웹 브라우저의 기능 향상으로 인해 ‘나중에 읽기’ 서비스의 필요성이 근본적으로 줄어들었습니다. 2025년 현재 평균 주의 지속 시간이 약 8초 정도로 단축되면서 ‘나중에 읽기’ 대신 즉시 컨텐츠를 소비하는 형태가 우세해졌습니다. Pocket 사용자의 저장 대비 재방문률이 10년 전 34%에서 2024년 7%로 감소한 사실이 이를 설명합니다. 주변의 여러 사용자들이 ‘열심히 저장했지만 거의 다시 읽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것이 그리 특이한 일이 아닙니다. 또 추천 알고리즘이 발전해 사용자들은 능동적으로 저장하고 분류하기 보다는 자동으로 수행되는 큐레이션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틱톡이나 유튜브와 같이 플랫폼이 자동 추천하는 컨텐츠 소비 비중이 높아져 수동 저장 도구의 입지가 좁아졌습니다. 개인 지식 관리 도구와 통합 필요성도 대두되었는데 이는 단순 저장과 분류를 넘어 컨텐츠 분석, 요약, 재구성 기능이 필요해짐을 의미했습니다. Pocket의 기능 범위는 이러한 체인의 일부로 동작할 수 있었지만 이 체인 전체를 수용할 수 있지는 않았습니다. 이 사례는 서비스의 생애주기와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거리를 부여합니다. 특정 시점에 시장의 필요에 의해 나타난 서비스라도 그 필요가 사라지면 시장에서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대안 서비스와 기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차별화와 변화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한편 Pocket의 서비스 종료에 따라 클라우드 기반 유사 서비스의 기능을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이들 역시 어쩌면 Pocket과 비슷한 운명을 맞이할 수도 있지만 기능을 살펴보면 그런 일이 당장 일어날 것 같지는 않습니다. Matter는 아티클의 음성 변환, 유튜브 영상 자막 추출, 킨들 연동을 핵심 기능으로 제공합니다. Instapaper는 빠른 읽기 기능, 킨들 연동을 핵심으로 무제한 저장, 월 50GB의 비디오 저장 기능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Readwise Reader는 옵시디언, 노션 연동과 ChatGPT 기반 자동 요약을 제공합니다. 이런 여러 서비스들의 기능을 살펴보면 ‘Read-It-Later’ 서비스가 처한 현실과 발전 방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가령 유튜브 영상의 자막 추출 기능은 사용자들이 주로 접하는 미디어가 이러한 서비스들이 처음 나타날 때 목표로 삼은 텍스트에서 동영상으로 완전히 넘어갔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개인적으로도 과거에 텍스트 위주 페이지를 스크랩 하던 습관으로부터 시작해 이제는 유튜브 영상을 스크랩하는데 거리낌이 없습니다. 이전에는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혹은 아이폰 TTS 기능으로 읽을 수 없어 영상을 기피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습니다. 옵시디언이나 노션 연동 기능은 Pocket 서비스 종료와 같이 유사한 서비스의 수명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사용자들의 걱정을 덜어 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또 이러한 외부 서비스들 역시 검색, 분류, 요약 등의 현대적인 기능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에 Read-It-Later 서비스 스스로의 기능이 부족하더라도 이를 보완해 서비스가 지속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겁니다.
Pocket과 같은 독립 서비스는 점차 플랫폼 내장 기능으로 흡수되는 추세입니다. 애플의 Reading List, 구글의 ‘Save to Drive’ 기능처럼 운영체제 수준의 통합 저장 기능이 보편화되면서 독립된 서비스 형태의 시장이 축소되었습니다. 2025년 현재 iOS,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73%가 운영체제 기본 저장 기능을 주로 사용한다는 조사 결과가 이를 입증합니다. 또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인해 셀프호스팅 솔루션의 수요가 증가했습니다. 오픈소스 대안이 성장하며 기업 종속성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트랜드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또한 AI의 발달로 단순 아카이빙을 넘어 저장한 컨텐츠의 자동 재구성이 가능해졌습니다. Readwise Reader의 요약 기능은 과거와 같은 아카이브 서비스의 종말을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Pocket이 남긴 유산과 영향력은 컨텐츠 관리 방식에 대해 큰 의미를 남겼습니다. 이 서비스는 웹에서 정보를 저장하고 언제든 다시 읽을 수 있는 ‘나중에 읽기’ 개념을 대중화했습니다. 이 방식은 유사 서비스의 확산을 촉진했고 이후 웹 브라우저의 기본 기능으로 내장되는 등 웹 사용 습관에 일종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모질라에 의해 인수된 다음에는 단순 저장을 넘어 컨텐츠 추천과 큐레이션에 집중했습니다. 다섯 개 언어로 확장된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들에게 신뢰할 수 있는 스토리를 제시했습니다. 이를 통해 Pocket은 컨텐츠 큐레이션 컬렉션을 발행해 ‘발견’ 플랫폼으로 변화했습니다. 또 직관적이고 깔끔한 인터페이스, 다양한 플랫폼 지원, 안정적인 동기화 기능을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수많은 사용자가 효율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관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는 점에서 정보 과잉 시대의 의미 있는 도구로 평가 받았습니다. Pocket 서비스 종료는 시대 변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아카이브 개념과 컨텐츠 큐레이션 철학은 이메일 뉴스레터, 웹 브라우저의 기본 기능 등 여러 형태로 계승되고 있습니다. 모질라 스스로도 뉴스레터, 새 탭 등에서 이러한 형태를 이어 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