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ke Call-Recording Great Again!

모든 스마트폰에 통화 녹음 기능을 부여해 국가 안보에 이바지합시다!

Make Call-Recording Great Again!

오래 전에 한동안 블랙베리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 시대에도 저는 여전히 사무직에 종사하며 딱히 블랙베리 스마트폰이 자랑하던 기능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강력한 암호화를 포함한 메시징 기능, 초보적인 웹 브라우징 기능 같은 것은 사실 아무래도 상관 없었습니다. 메시징은 여전히 건 당 요금을 지불하는 SMS를 주로 사용하고 있었고 한국 문화 상 이메일이 핵심 업무 도구이자 커뮤니케이션 도구도 아니었습니다. 일을 처음 시작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조직에 따라 조금씩 달랐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의 조직에서 이메일은 핵심 커뮤니케이션 도구가 아니었고 또 메일을 핵심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사용하는 조직에서도 블랙베리를 사용해 이메일에 즉시 회신하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지도 않았습니다.

그 때 사용하던 블렉베리 9000운 순전히 플라스틱 키보드와 독특한 뒷판 디자인 때문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정확히 고백하면 그 모양이 뽀대 나 보였습니다. 그 생김새는 그 시대에 널리 사용되던 다른 폰에 비해 뭐라도 있어 보였는데 특히 플라스틱 키보드로 빨리 텍스트를 입력할 수 있는 점은 메시징에 사용하지 않더라도 그냥 폰을 손에 들고 적당히 주물럭거리기만 해도 긴 텍스트를 만들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 플라스틱 키보드 덕분에 꽤 오랫동안 폰으로 꽤 긴 글을 작성하며 그 사용 경험에 무척 만족했습니다. 또 아주 빠른 메일 전송, 서로 다른 메시지 플랫폼의 메시지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통합 메시징 앱은 여러 메신저 사이를 오가는 환경에서도 한 앱에서 메일, 메시지를 모두 보고 답할 수 있어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장점은 딱 여기까지였고 그 외에 나머지 모든 환경은 고통의 연속이었습니다. 일단 인조가죽 모양의 뒷판을 열어 배터리를 교체할 수 있었는데 그 예쁜 디자인과는 별개로 뒷판은 아주 튼튼하지 않아 종종 휘어졌고 그 때마다 그 안에 들어있던 배터리와 본체 사이의 접속이 헐거워지며 폰이 재시작되기 일쑤였습니다. 나중에는 원하지 않게 폰이 재시작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뒷판 안쪽에 포스트잇 여러 장을 붙여 뒷판이 헐거워지더라도 배터리를 계속해서 단단히 누르도록 했는데 같은 폰을 사용하는 다른 분들을 만나보니 이 분들도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또 마우스 커서를 움직일 수 있는 트랙포인트는 꽤 그럴싸해 보이지만 물리적인 공이 회전하는 구조 상 먼지가 들어가 감도가 나빠졌는데 트랙포인트 안쪽을 청소하기 어려워 트랙포인트에 계속해서 딱밤을 때려 관성으로 먼지가 튀어나오게 만드는 청소 방법이 널리 공유되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블랙베리에 가장 좋은 기억은 바로 통화 녹음과 정리 기능이었습니다. 기본 전화 앱 기능으로 자동 통화 녹음 기능이 있었는데 단순히 통화를 녹음할 뿐 아니라 통화 기록을 캘린더에 등록하고 캘린더 아이템을 선택하면 여기에 연결된 전화 앱의 통화 기록과 통화 녹음에 바로 접근할 수 있었습니다. 이 캘린더를 구글 캘린더에 연동하면 구글 캘린더 상에서 통화 기록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통화 시작, 종료 시각 뿐 아니라 걸려 온 통화인지, 내가 건 통화인지 알 수 있었고 일정을 편집해 일정에 이름과 설명을 입력하면 동기화 되어 이게 무슨 통화였는지 시간이 지난 다음에도 쉽게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블랙베리 캘린더에서 통화 기록을 조회하면 여기 연동된 녹음 데이터에 바로 접근할 수 있어 메모를 충분히 하지 못한 통화를 다시 들으며 통화 내용을 빠뜨리지 않을 수 있어 훌륭했고 게다가 이런 기록이 오랜 기간에 걸쳐 쌓이면 ‘그 이야기를 몇 달 전에 누구와 했던 것 같았는데…’ 같은 모호한 상황을 순식간에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이 등장하며 카카오톡과 왓츠앱의 블랙베리 버전이 정말 눈 뜨고는 못 봐줄 것 같은 낮은 퀄리티로 출시되는 꼴을 보고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해 더 늦기 전에 블랙베리를 팔아 버렸는데 이 순간 편리하게 사용하던 통합 메시지 환경, 그리고 자동으로 녹음되고 또 캘린더에 기록되던 통화 앱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됩니다. 물론 동시에 블랙베리 인포메이션 시스템이라는 일종의 블랙베리 서비스 월 구독요금을 통신요금과는 별개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벗어나 통신요금이 줄어드는 결과로 이어지기는 했지만 통화가 오직 통화 앱 자체의 기록에만 남고 통화를 녹음할 수 없는 환경이 되어 이전에 비해 답답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통화 목록을 조회할 수는 있었지만 캘린더에 일정 모양으로 정리된 환경을 사용하다가 단순 목록으로만 나타나니 같은 정보라도 잘 파악하기 어려웠고 통화 단위로 메모를 남기기도 어려웠으며 통화가 녹음 되지도 않아 놓친 내용을 다시 확인하거나 시간이 지난 다음 이전에 한 이야기를 다시 확인할 방법도 없었습니다.

세월이 흘러 아이폰을 아주 오랫동안 사용해 오는 사이에 통화 녹음이 얼마나 편리하고 유용한지 잊고 살다가 작년 연말에 특이한 방식으로 통화를 녹음하는 장치를 발견해 사용해 보고 아이폰 통화 녹음기 magmo 사용기를 통해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 장치는 아이폰에 완전히 독립적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아이폰의 환경 변화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지만 아이폰의 사운드 시스템에 직접 연동되지도 않기 때문에 녹음 품질이 훌륭하지 않고 또 녹음 데이터에 접근하려면 상당히 불편한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또 블랙베리 시대처럼 그냥 통화를 하면 자동으로 녹음 되는 대신 통화 전에 먼저 장치의 전원을 켠 다음 통화를 하고 또 통화가 끝나면 장치의 전원을 꺼야만 했을 뿐 아니라 이 녹음 데이터는 통화 기록, 캘린더 등 그 무엇과도 자동으로 연동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연결 관계를 직접 메모로 만들어 기록해야만 했고 또 이런 기록을 캘린더에 연동하기를 원한다면 수동으로 일정을 만들고 메모를 웹 주소를 통해 남겨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종종 중요한 통화를 녹음할 때 이는 없는 것 보다는 나았고 몇 달 동안 사용하며 아이폰 통화녹음기 magmo 긴 기간 사용기에 경험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2023년 가을 현재 솔직히 항상 이 장치를 들고 다니지는 않고 있습니다.

한편 최근에 SKT의 아이폰용 앱이 서버 기반의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는데 일단 아무 설정이나 조작 없이도 통화를 녹음해 준다는 점에서 이전에 사용하던 블랙베리와 비슷한 사용 경험을 줄 것 같아 보였습니다. 다만 블랙베리는 내 기계 상에서 녹음하고 녹음 파일 역시 내 기계 상에 보관되지만 위 앱을 사용하면 서버 기반으로 녹음해 내 기계 상의 환경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지만 녹음 파일이 서버에 위치하므로 개인정보 처리에 작은 문제나 실수, 또 느슨한 개발환경의 접근 같은 여러 가지 경로를 통해 녹음 파일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문제는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이 기능이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을 어기고 있지는 않은지 조사할 계획이라는 소식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아이폰이 아닌 다른 스마트폰에서 편안한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동안에는 별다른 개입이 없다가 아이폰에서 사용 가능한 편안한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순간 정부의 개입이 일어나는 모습은 이 상황에 연관된 여러 사람들의 순수한 의도에 관계 없이 지금까지 국내에서 종종 일어나던 갤럭시 스마트폰을 국가 단위로 지원하던 전례가 반복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근거 없는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개인정보보호 규정이 기계 자체에서 일어나는 녹음과 서버에서 일어나는 녹음 사이에 어떤 차이를 두고 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서버에서 일어나는 통화 녹음은 분명 기계 자체에서 일어나는 녹음에 비해 보안 상 문제가 더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래서 아이폰은 보안 상 서버에서 처리하면 훨씬 경험을 편안하게 만들 수 있는 여러 기능을 기계 자체에서 처리하게 만들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화 녹음만은 제공하지 않아 오히려 서드파티 앱이 서버 측에서 통화를 녹음하게 만드는 오히려 안전하지 않은 서비스가 나타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 입장에서 과연 이 상황을 개인정보보호 규정 위반 여부를 검토하는 방식을 통해 적대적으로 접근해야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서버 기반의 통화 녹음이야말로 전통적인 도청을 국가 단위로 합법화 할 아주 중요한 기회이며 이번 기회를 잘 사용하면 지금까지 정보기관의 사전 준비에 의한 장비에만 가능했던 도청을 국가 단위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수행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이 기회를 잘 살린다면 2차대전과 냉전시대에 광범위하게 일어나던 개인에 대한 도청을 통해 개개인의 현황을 파악하고 정부에 유리한 프로파간다를 설계하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또한 정부 입장에서 반정부 인사들의 전화통화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상대보다 한 발 앞선 전략을 구사하고 혹시 발생할 수도 있는 불법 행위에 앞선 대응으로 권력을 공고히 만드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Make Call-Recording Great Again!

먼저 서버 기반의 통화 녹음 기능에 대한 조사를 이미 시작했으니 조사 자체를 중단 시키면 안됩니다. 딱 봐도 정부가 개입해 뭔가 구린 일을 할 것처럼 보일 테니까요. 하지만 조사 결과를 개인정보보호 뿐 아니라 개인의 편리한 통화녹음 기능 사용의 두 가지 관점에서 서술해 현대에는 전화 통화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여서 통화 하나하나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 통화 내용을 안전하게 서버에 보관함으로써 사용자 개개인에게 극도로 편리한 사용 경험을 부여할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버 기반의 통화 녹음 서비스를 국내에 모든 스마트폰에 확대하고 또 지금은 특정 서비스 회사의 특정 앱을 통해서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이를 여러 회사에서 같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지원을 해야 합니다. 결국 카카오톡처럼 국내에서 전화를 사용하려면 이 서버 기반의 통화 녹음 기능을 제공하는 앱을 사용하게 만들고 이를 사용하지 않으면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영화 본 얼티메이텀은 한동안 카메라를 직접 들고 대상을 따라가며 장면을 연출하는 방식의 촬영을 유행 시킨 장본인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정보시스템이 실제 정보시스템과 무척 비슷하게 보인다는 점에서 감명을 받았습니다. 영화에 종종 등장하는 아주 예쁜 은행 송금 화면이나 조작할 때마다 미래적인 삐빅 거리는 소리를 내는 딱 봐도 그래픽 리소스에 상당히 신경을 쓴 절대 실제로는 있을 것 같지 않은 인터페이스 대신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여러 인터페이스는 실제 저 기능을 수행하는 앱을 만든다면 저렇게 만들 것 같다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가령 특정 인물의 정보를 화면에 표시할 때 정보는 마치 실제 이런 정보를 표시하는 앱이 있을 것처럼 군더더기 없이 주요 정보를 GUI 기반으로 표시하고 있어 영화 중 CIA 오피스 장면들에 더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CIA 런던 지부에서 불특정 다수의 전화 통화를 도청하는 시스템을 통해 CIA의 극비 작전 이름을 감지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데 이 시스템은 불특정 다수의 수많은 통화를 거의 실시간으로 감시하며 음성을 텍스트로 바꿔 미리 설정한 여러 단어와 일치하는지를 검사합니다. 감시 시스템은 CIA의 극비 작전 이름을 감지하고 알림을 띄우는데 이는 즉시 책임자에게 보고되고 이 통화를 한 사람의 개인정보, 현재 위치 따위를 즉시 확인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전화 통화 도중 극비 작전 이름을 언급한 사람은 영국인 기자였고 이 사람은 열차를 타고 다시 런던으로 돌아오는 중이었습니다. 영화 속에서 CIA 작전 책임자는 이 기자 자리에 있는 전화 도청을 준비하고 또 기자가 사용하는 전화 역시 도청을 준비했으며 회사 주변에 요원을 배치해 실시간으로 기자의 행동을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이런 시스템은 영화가 개봉될 시대를 생각하면 존재하지 않았거나 엄청나게 비쌌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23년 가을 현재 이런 시스템은 정부 차원에서 마음 먹으면 아주 비싼 비용을 치르지 않고서도 만들 수 있습니다. 현대에 음성을 텍스트로 바꾸는 기능은 일반 기업에서 기계학습 기술 기반으로 개발되어 널리 활용되고 있고 그 정확도 역시 이전 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에서 소개한 서버 기반 통화 녹음 기능은 현대에 비용이 낮아진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는 기능과 함께 사용되어 이전에 비해 훨씬 낮은 비용으로 자동화된 광범위한 감청을 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특정 스마트폰 사용자들에 한해 통화 녹음 기능을 제한적으로 제공해 좀 더 광범위한 감청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제 서버 기반의 통화 녹음 기능을 조사한 다음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이를 허용하고 이 기능이 더 넓은 사용자들에게 퍼질 수 있도록 지원하면 이 기능에 기반해 전 국민의 통화를 실시간에 가깝게, 그리고 자동화 되었으면서도 이전에 비해 대단히 정확하게 감청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이런 엄청난 기회를 놓쳐서는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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