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표시 옵션의 의미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게임을 살펴보면 항상 내 머리 위에 내 이름과 길드 이름이 표시되어 있습니다. 꽤 오랫동안 표준처럼 생각됐지만 사실 지난 오랜 기간에 걸쳐 출시된 게임들을 살펴보면 더이상 게임 화면 어디에도 내 이름을 표시하지 않기도 합니다. 이 변화의 의미를 남은 점심시간 30분을 활용해 지난 몇 주 사이에 플레이하고 있는 디아블로 이모탈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기본적으로 내 머리 위에 내 이름을 표시합니다. 클랜에 가입했다면 클랜 이름도 표시하고요. 그런데 옵션을 살펴보면 내 이름과 길드 이름 표시 여부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기본으로 켜져 있지만 이들을 쓰면 더이상 아무것도 표시되지 않습니다. 이 옵션은 종종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적용되는데 게임 화면을 공개해야만 하는 사람들이 화면을 공개하면서도 플레이어 캐릭터의 익명성을 유지하도록 해줍니다.
네. 익명성. 이름을 숨기는 옵션이 있는 이유입니다. 디아블로 이모탈은 사실 익명성에 대한 요구가 높은 게임은 아닙니다. 이 기능이 중요한 것은 특히 필드 PvP를 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가령 내가 게임 진행상황을 스크린샷으로 찍어 커뮤니티에 올리거나 내 게임 화면을 스트리밍 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게임 화면에 내 캐릭터 이름과 클랜 이름이 공개되면 게임 플레이에 상당한 방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필드 PvP를 허용하는 게임이라면 대번에 나와 내 클랜은 불특정 다수의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처지가 됩니다. 실제 세계에도 무서운 사람들이 많지만 이들은 게임 속에서 더 무섭게 행동합니다. 게임 플레이를 스트리밍 하는 캐릭터라고요? 내가 그 사람을 괴롭히면 그 사람의 스트리밍에 등장해 더 유명해질 수 있겠군요!
또 웬만한 게임의 커뮤니케이션 기능은 예상보다 훨씬 허술합니다. 게임의 채팅 기능은 꽤 유용하지만 널리 사용되는 진짜 채팅 앱만큼 정교하지는 않습니다. 개개인의 도배를 막고 비속어를 필터링하는 수준의 기능이 들어있을 뿐 그보다 복잡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트롤링에는 취약합니다. 때문에 플레이어 캐릭터 이름이 공개되면 허술한 커뮤니케이션 기능에 의해 플레이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쉴 새 없이 올라오는 귓속말 때문에 다른 중요한 메시지를 못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익명성이 중요한 플레이어들이 이런 기능이 없는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의도적으로 화면을 가리는 장치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불편하기도 하고 실수했을 때 타격도 크며 보기에도 나쁩니다. 때문에 게임 화면을 공개할 때 익명성을 유지하는 장치를 도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