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에게 진 빚
사실 저는 둠보다 퀘이크를 더 오래, 더 감명깊게 플레이 한 세대의 사람입니다. 하지만 존에게 깊은 빚을 지고 있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은 업계의 전설의 이름을 이렇게 불러도 될 지 의심스럽습니다. 한편 한국에서는 성과 이름을 부르는 문화가 서구권과는 달라 성을 불러야 할 상황과 이름을 불러야 하는 상황이 확실히 구분된다고 알고 있고 만약 제가 실제 세계에서 존과 마주친다면 저는 분명 존을 존이라고 불러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도 제가 실제 세계에서 존과 마주친다면 마치 오래 전 아주 먼 발치에서 새 아이패드를 발표하러 온 스티브 잡스를 본 것처럼 그를 카맥씨라고 부르기는 커녕 말조차 걸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앞으로 제 평생에 존을 만날 일도 없을 테고 또 그 사람 앞에서 얼어 붙어 그의 성조차 부르지 못할 상황을 맞을 일도 없을 테니 이 글에서는 편하게 존이라고 부르려고 합니다.
둠의 창조자들이라는 책을 읽었습니다. 최근에 나온 책일까 하고 살펴보니 첫 출간은 이 글을 타이핑 하고 있는 2024년 초여름으로부터 20여년 전이었고 이 시대는 개인적으로 아직 게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생각을 진지하게 하던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두 존으로부터 시작해 현대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산업의 뚜렷한 일부를 창조해냈고 또 제 인생의 경험을 하게 만들어 준 두 사람, 그 중에서도 다른 한 존과 구분되는 존에게 진 빚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