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화면 팝업의 위험성
사실 ‘위험성’이라고까지 할 건 아닙니다. 그냥 단점이라고 하면 적당할 것 같은데 이렇게 시작했으니 이대로 가보죠. 스크린샷처럼 한방에 화면 전체를 덮는 인터페이스를 전체화면 팝업이라고 합니다. 언리얼 UI에서 이렇게 전체화면을 덮는 인터페이스를 씬이라고 하는데 그 씬 위에 다시 전체화면을 덮는 뭔가를 올리려면 팝업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화면 전체를 덮지만 팝업이라고 부릅니다. 플레이어에게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할 때, 또 플레이어가 이 메시지를 중요하다고 느끼도록 만들기 위해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런 팝업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달리 이 정보를 전달할 마땅한 장소가 없어서 입니다. 이 정보는 그림자단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달하거나 버프 인터페이스를 통해 전달할 수 있지만 모두 썩 마음에 드는 장소는 아닙니다. 그림자단 인터페이스에는 이 정보를 전달할 곳이 마땅찮고 버프 인터페이스에 넣자니 이름은 버프와 비슷하지만 속성은 버프라고 보기엔 애매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체화면 팝업은 썩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일단 이 화면을 통해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더라도 플레이어는 이 정보를 빠르게 지나가 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모바일 환경에서 플레이어는 이런 인터페이스가 나타날 때 빠르게 터치해서 넘기도록 훈련되어 있습니다. 인게임에서 레벨업 토스트가 튀어나오면 얼른 터치해서 없애고 그 뒤에 있는 자동이동 버튼을 터치하고 싶어합니다. 이 팝업이 그냥 넘어가기를 원하지 않는다면 화면 아무데나 터치해서 없애도록 하는 대신 버튼을 만들어 버튼을 터치할 때만 없앨 수도 있지만 그럼 이 팝업에 대한 평가가 엄청나게 나빠질 겁니다. 화면을 계속해서 터치하는데 팝업이 바로 안 없어지면 굉장히 답답합니다. 리뷰에 별 하나를 받을 만큼 답답합니다. 그래서 중요한 정보를 이런 팝업을 통해 보여주면 이 정보는 거의 전달되지 않는다고 보면 됩니다.
개발자 입장에서도 이런 팝업은 함부로 사용하기 어렵습니다. 이 팝업은 일시적으로 게임 전체의 조작을 막기 때문에 아무데서나 쓸 수도 없습니다. 이 팝업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전투 중에는 절대로 띄울 수 없습니다. 안전지역이라도 팝업 뒤에서 일어나는 정보를 통제하므로 잠재적으로 플레이어캐릭터를 의도하지 않은 상황에 처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가령 파티 던전 입구에 사람들이 몰려오는 광경을 못 보고 지나쳐 파티를 만들 기회를 놓칠 수도 있어요. 그나마 이 스크린샷은 다른 씬 위에 띄운 팝업이고 이 인터페이스는 대부분 안전지대에서 조작하므로 큰 문제가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이 게임이 필드 PvP를 허용한다면 이런 팝업은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그래서 필드 PvP를 허용하는 게임은 전투 중에 조작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인터페이스가 절대로 화면을 가리지 않도록 설계합니다. 장착한 장비는 화면에 반투명으로, 인벤토리는 화면 한쪽만 가리도록 만듭니다. 이런 게임에서는 화면을 넓게 사용하는 인터페이스가 반투명이라면 전투 도중에 사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 불투명이라면 안전지대에서 조작할 것을 가정하고 만든 것으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위 스크린샷을 찍은 디아블로 이모탈은 PvP가 있긴 하지만 필드 PvP는 없어 화면을 가리는데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습니다.
자. 그러면 전체화면 팝업을 피하려면 뭘 해야 하는가. 일단 전체화면 팝업의 정보가 플레이어에게 전달될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이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더라도 팝업을 닫으면 팝업이 그냥 사라지는 대신 팝업이 접혀 화면 어딘가에 들어가는 애니메이션을 보여주고 이 ‘어딘가’를 조작해 이 팝업을 다시 띄울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이 팝업을 불러낸 씬 안에 이 팝업이 제공한 것과 같은 정보를 상시 제공해야 합니다. 그러면 팝업 대신 ‘레벨업’ 같은 토스트 형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게 됩니다. 더 이상 화면 전체를 가릴 필요가 없어집니다. 요약하면 전체화면 팝업은 중요한 정보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와 달리 잘 작동하지 않으며 게임의 종류와 상황에 따라 온갖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니 가능하면 피해야 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