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랙이라는 메신저의 설계 철학

서로 다른 업무용 메시징 소프트웨어는 비슷해 보이지만 서로 조금씩 다른 철학을 의도했든 그렇지 않든 가지고 있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입장이라면 이를 조금 파악하고 있으면 좋을 겁니다.

슬랙이라는 메신저의 설계 철학

가장 최근에는 슬랙을 프로젝트 전체의 업무용 메시징 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를 사용했는데 저는 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극도로 싫어했습니다. 어느 정도로 싫어했느냐 하면 그들도 기껏해야 돈 받고 일하며 생계를 꾸려 가는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팀즈 만든 놈들은 지옥에나 가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그들은 지구에 산소가 고갈되는 미래까지 지옥에서 끝없이 고통 받아야 마땅합니다. 인터넷에 자주 나타나는 힙한 회사들은 더 이상 윈도우 기반 운영체제를 제공하지 않고서도 개발할 수 있는 것 같지만 적어도 제가 경험해 온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업계에서는 아직까지 윈도우 이외의 운영체제를 각자가 사용할 메인 워크스테이션으로 제공한 적이 없습니다. 어느 회사의 어느 프로젝트에 출근하더라도 항상 처음 받은 기계에는 윈도우 운영체제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가 기본 제공되었는데 먼 과거에는 종종 팀마다 윈도우 운영체제를 설치하는데 사용할 미디어를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어지간하면 회사에 수직계열화 되어 있거나 계약직으로 고용된 IT 부서에서 바로 로그인 해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든 다음 책상 위에 올려 놓아 주곤 합니다. 윈도우 11은 첫 출시 때 그들이 과거 인터넷 익스플로러나 엣지 브라우저를 그렇게 했던 것과 같이 팀즈 앱을 운영체제에 기본 탑재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팀즈는 이 분야에 아주 늦게 진입한 경쟁자이지만 윈도우 운영체제와 함께라면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윈도우 11이 출시될 무렵 저는 매터모스트라는 슬랙 얼터너티브를 사용하는 프로젝트에 소속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업무용 메시징 시스템으로 당연히 슬랙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고 의견을 모았지만 당시 우리들의 사정 상 회사에 함부로 고가의 소프트웨어를 구입해 달라고 요청하기에는 좀 애매한 상황이었습니다. 회사는 직원들이 한 달 단위로 최대 52시간으로 제한된 초과근무시간을 거의 채우기를 요구했는데 물론 여기에 제대로 보상을 해 주었습니다. 모르긴 몰라도 회사는 이 초과근무 시간 전체를 채우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하고 있었을 것 같습니다. 특히 이렇게 초과근무를 만성적으로 유지하면 어지간히 건강을 유지하던 사람들도 점점 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지기 때문에 회사에서 허용하는 가장 늦은 시간에 출근하게 되는데 그러면 퇴근 시간은 거의 대부분 회사에서 택시 비용을 제공하는 시간 이후가 되기 십상입니다. 그러면 회사는 초과근무 수당을 지불해야 하고 그 시간 중 상당 부분은 야간 근무로 계산되어 더 높은 수당이 책정되며 거기에 택시비까지 지불해야만 합니다. 밤 11시가 넘은 시간에 회사 앞은 회사까지 올라오는 언덕 저 아래에서부터 언덕 위까지 늘어선 택시들로 불야성을 이루었는데 우리들은 회사 앞까지 이어지는 오르막길을 ‘판교 택시 언덕’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시간대에 이 언덕에 차를 세우고 대기하던 기사님들 일부도 이곳을 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상당히 재미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누군가 그 이름을 말했을지 아니면 기사님들 사이에 자연스레 만들어진 이름일지 굉장히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