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소유하려는 욕구와 NFT를 지갑에 넣고 싶은 욕구
요새 트위터의 새 주인으로부터 지난 십 수년에 걸쳐 사용하던 서비스에 불안한 기운이 감돌고 이 기운이 실질적인 문제로 닥쳐 오기 시작함에 따라 마스토돈 계정을 만들고 만약을 대비한 새로운 소셜 그래프를 만들고 있습니다. 핵심은 내가 아무 말이나 지껄이면 지나가는 누군가는 이 말을 볼 수 있고 또 나 역시 다른 사람들의 말을 지켜보며 느슨하게 연결된 환경을 만들어 놓는 것입니다. 마스토돈을 사용하면서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그에 반응하고 또 내가 글을 쓰면서 새 주인으로부터 별로 안정감 있지 않게 바뀐 트위터와는 달리 이전과는 다른 안정감을 느꼈습니다. 단지 서비스와 데이터를 내가 직접 제어할 수 있고 또 변덕스러운 새 소유자로부터 영향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문득 내가 온라인에 작성한 글을 실제로 내가 소유하고 제어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NFT는 초반에 돈이 된다는 평가 때문에 순식간에 시장이 부풀어 올랐다가 금리 인상과 함께 여러 가지 사건 사고를 거치며 순식간에 쪼그라든 것처럼 보입니다. 초반의 고평가 덕분에 이 개념의 실질적인 효과와 이득을 평가해 보기도 전에 그리 좋지 않은 인상을 강하게 남겼습니다. NFT의 핵심 아이디어는 온라인 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같은 복사본을 가지고 있는 블록체인이라는 데이터베이스가 있을 때 이 곳에 어떤 항목에 대한 권한이 나에게 있음을 기록하는 것입니다.
이 기록 자체가 ‘소유’의 의미와 같다고 말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는 ‘소유’의 본질에 다다르는 법적이고 또 철학적인 질문으로 이어지며 지금 제가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내 프라이빗 키를 제시함으로써 블록체인 상에 기록된 어떤 대상에 대한 내 권한을 통해 이 권한을 다른 사람에게 보내거나 판매하거나 나에게 권한이 있음을 기술적으로 증명할 수는 있습니다. 이를 간단히 표현하면 내가 소유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보입니다.
기존 온라인 상에서 어떤 대상을 구입하면 이 대상에 대한 내 권한을 주장하기는 아주 어려웠습니다. 특히 게임 상에서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구입하더라도 약관에 의해 회사가 서비스를 지속하는 동안 사용 권한을 획득하는 것일 뿐 서비스가 중단되면 사용권이 끝나고 구매자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실은 상품에 돈을 지불할 때 약관에 동의했으니 문제가 될 것은 없지만 내가 돈을 지불하고 바꾼 온라인 상의 대상이 회사의 서비스 지속 여부에 따라 통제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비해 온라인 상의 대상을 NFT 형태로 구입하면 게임 서비스가 사라지더라도 블록체인 상에 이 데이터에 대한 권한이 나에게 있음을 증명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이 데이터를 통제할 수 있습니다. 이를 서비스 종료 후 NFT의 가치 관점으로 본다면 이 역시 의문의 여지가 있지만 대상에 대한 권한을 증명하고 권한 보유 여부를 증명하고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면 시장 가치와 무관하게 이를 소유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런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미래에 다른 서비스가 이 NFT를 호환 가능하도록 만들 여지가 충분합니다.
마스토돈에 글을 쓰면서 느낀 안정감 역시 어떤 대상에 대한 내 권한을 내가 직접 증명하고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마스토돈에 계정을 만들고 글을 쓰면 서버의 영속 여부에 관계 없이 계정을 옮겨 다닐 수 있습니다. 이 때마다 소셜 그래프가 그대로 유지되는데 현대의 온라인 세계에서 ‘나'를 구축하는 방법 중 하나는 내가 다른 사람들과 연결된 관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서버 변경에 관계 없이 기존에 구축한 '나'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소셜 그래프만 유지되고 글은 유지되지 않기는 하지만 이런 한계는 장기적으로 극복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굳이 여러 가지를 새로 배우고 익숙해져야 하는 마스토돈 환경에 글을 쓰는 이유는 트위터의 불안함에 대응해 온라인 상의 또 다른 내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려는 의도가 있음과 동시에 블록체인 상에 대상에 대해 내가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욕구와 비슷한 온라인 상에 쓴 글에 대한 내 권한, 일종의 소유권을 가지고 싶다는 욕구와 비슷합니다. 마스토돈 서버를 만들고 이를 통해 글을 쓰면 외부 환경의 변화에 영향을 덜 받을 수 있는데 이는 내 소셜 그래프와 글에 대한 통제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다시 이는 굳이 온라인 상에서 어떤 그림에 대한 내 권한을 블록체인에 기록해 두려는 욕구와도 비슷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