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를 읽으며 새로 쓸 때와 그대로 문장으로 만들 때 사이의 차이
주말에 시간을 조금 내서 주중에 생각하던 주제에 대한 글을 토해내는 실험(1, 2, 3 …)을 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고민하고 이를 잘 정리한 예쁜 글을 만들기보다는 고민하는 과정 자체를 투박한 글로 만들어 두고 시간이 흘러 이전에 만들어 둔 글에 기반해 정리한 좀 더 나은 다른 글을 만들어내는 편이 제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이런 방법이 글을 편하게 써서 인터넷에 공개하기 위해 작성하는 ‘블로그’의 의미에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쓸 때 장점은 글을 쓸 때 드는 수고가 극적으로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한편 글 하나하나의 완성도와 생각의 깊이가 충분하지 않은 단점도 있습니다. 여기서 다시 생기는 장점은 생각을 중간중간 정리해 둘 수 있어 시간이 흐른 다음 비슷한 주제로 생각을 계속할 때 조각난 메모 대신 기승전결이 있는 글을 참고할 수 있어 생각을 이어가기 편했습니다.
이렇게 주말에 토해내다시피 작성한 글은 트위터를 통해 평일에 매일 하나 씩 공유하고 있습니다. 이제 글을 쓰는 시점과 트위터를 통해 공유하는 시점 사이에 만 3개월 이상 시차가 생겨 제 트위터에 올라온 글을 다시 읽어보면 글이 생소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이전에 썼던 글을 다시 읽어보니 좀 이상해서 같은 주제를 다시 설명한 글을 작성하는 경험을 하기도 했습니다. 글을 쓰는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또 이런 사례가 쌓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참고로 지금(2022년 11월) 작성하는 글은 트위터를 통해 내년 4월(2023년 4월) 중순에 공유될 예정입니다. 이론적으로 5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쓰고 있어도 트위터에는 하루에 하나 씩 계속해서 공개할 수 있는 상태입니다.
주중에 글 쓸 주제를 생각해내 기록해 놨다가 주중에 시간이 날 때 잠깐씩 열어보고 메모를 추가해 둔 다음 주말에 시간을 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언하고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원래는 그냥 조용히 혼자 쓰기 시작했었는데 상당히 귀찮고 하기 싫기 때문에 떠벌림 효과를 의도한 행동입니다. 이렇게 선언 해 놓고 아무것도 안 쓰면 쪽팔리니까요. 다행히 지금까지는 잘 동작하고 있습니다. 주중에 쌓아 놓은 주제를 하나 씩 꺼내 블릿포인트와 음슴체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하는데 가령 지금 이 글은 이런 블릿포인트 뭉치로 시작합니다.
- 주중에 글 쓸 주제를 생각해내 기록해 놨다가 주중에 시간이 날 때 잠깐씩 열어보고 메모를 추가해 둠.
- 주말에 시간을 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언.
- 귀찮고 하기 싫기 때문에 떠벌림 효과를 의도한 행동.
- 다행히 지금까지는 잘 동작하고 있음.
- 귀찮고 하기 싫기 때문에 떠벌림 효과를 의도한 행동.
- 주중에 쌓아 놓은 주제를 하나씩 꺼내 블릿포인트와 음슴체로 글을 작성하기 시작.
- 가령 지금 이 글은 이런 블릿포인트 뭉치로 시작됨.
- 블릿포인트 뭉치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다 쓰고 나면 처음부터 읽으며 말을 추가, 수정, 삭제함.
- 이러면 블릿포인트와 음슴체로 된 글자 뭉치가 생김.
- 주말에 시간을 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선언.
블릿포인트 뭉치를 통해 하고 싶은 말을 다 쓰고 나면 처음부터 읽으며 말을 추가, 수정, 삭제합니다. 이러면 블릿포인트와 음슴체로 된 글자 뭉치가 생깁니다. 이제 이걸 글 모양으로 바꾸는데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하나는 블릿포인트 뭉치를 읽으며 이걸 내가 설명한다고 생각하고 머릿속에 떠올린 내용 설명을 그대로 타이핑하는 것입니다. 항상 글을 구어체에 가깝게 작성하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다. 음슴체로 된 글자 뭉치를 다시 타이핑하며 설명하는 느낌으로 바꾸므로 상대적으로 표현이 부드러워집니다. 대신 블릿포인트로 구분되어 있던 상태에 비해 핵심을 파악하기 약간 더 어려워집니다. 이런 방법의 장점은 내가 다시 읽기 편한 모양이 된다는 점입니다. 단점은 문장 전체를 다시 타이핑하므로 하루에 글을 여러 개 작성하면 상당히 피곤합니다.
지난번에는 너무 늦게 시작해 글을 빨리 써야겠다는 조바심을 냈습니다. 그래서 블릿포인트로 된 글을 다시 타이핑하는 대신 블릿포인트로 된 글의 음슴체를 ‘입니다’, ‘습니다’로 바꿔 이어 붙여 글을 만들어냈습니다. 확실히 글을 빨리 만들어낼 수 있는데다가 전체를 다시 타이핑 하지 않아도 되니 훨씬 덜 피곤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써 놓은 글을 그날 밤에 다시 읽어보니 확실히 읽기 편하지 않았습니다. 여기 저기서 음슴체의 흔적이 눈에 띌 뿐 아니라 그렇잖아도 하루에 몰아 쓰느라 명료하지 않고 또 부드럽지 않은 문장이 더 심하게 튀어 다니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앞에 소개한 대로 이 글들을 직접 다듬지는 않을 작정입니다. 몇 달 뒤에 트위터를 통해 다시 내 타임라인에 나타날 때 느끼는 생소함을 바탕으로 다시 글을 쓴다면 그때는 좀 더 다듬은 새 글을 작성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늘의 교훈은 글을 쓰기 전 블릿포인트 뭉치로 된 글을 읽고 이를 설명하며 작성한 글과 블릿포인트 뭉치의 음슴체만 수정해서 작성한 글은 서로 큰 차이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앞으로는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처음부터 다시 타이핑 하며 설명하는 식으로 작성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