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회사의 강력한 권한이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속한 팀에 유명해지는 건 때로는 좋은 신호이지만 때로는 아주 나쁜 신호일 때도 있습니다. 한번은 어느 팀인지 정확히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기사에 회사에 속한 누군가가 회사에 속하지 않은 다른 분께 아주 나쁜 말을 한 사건이 널리 회자된 덕분에 팀이 아주 유명해졌습니다. 어느 팀인지 정확히 실리지 않았지만 회사에 속한 사람들은 이 기사가 어느 팀의 누구를 가리키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피해를 입으신 분인 공개하셨을 것으로 추정되는 스크린샷에는 상대가 보낸 문제가 될 수밖에 없는 말이 나열 되어 있었는데 보는 누구나 ‘맙소사…….’라고 말할 만한 것이었습니다.
처음에 회사는 이 스탭을 보호하려고 합니다. 먼저 기사를 무조건 신뢰할 수는 없습니다. 어지간한 영상도 실시간으로 조작되는 현대에 메신저 스크린샷은 어렵지 않게 조작할 수 있었고 기사 역시 신뢰할 만한 출처 없이 나오는 일이 오히려 일상이었기 때문에 무조건 기사에 의해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또한 만약 기사 내용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취업규칙 상 회사 밖의 사건으로 개인을 징계하는 것 역시 올바르지 않습니다. 도덕적으로는 문제 삼을 수 있겠지만 그걸로 한 사람의 직장을 날려 버리는 결정을 하는 것 역시 충분히 문제 삼을 만 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회사는 우선 직원을 보호하고 사실 확인을 하고 아무런 행동도 하지 말 것을 지시했지만 안타깝게도 이 개인은 다른 행동을 했고 당연하게도 그 행동 역시 공개되어 이번에는 더 큰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시점에 회사는 더 이상 계속해서 직원을 보호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고 징계 절차를 밟게 됩니다. 회사는 평소에 직원들이 느슨하게 행동하도록 놔두기도 하지만 때때로 문제가 생기면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서명한 그 취업규칙에 기반해 강력한 행동을 취할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은 종종 회사가 우리와 애초에 협상할 필요 조차 없는 강력한 권한을 가진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어 우리들을 불편하게 만들지만 이게 현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강력한 정책과 권한을 가지고 있어야 문제가 생길 때 조치를 취할 수 있기도 합니다.
한번은 대외비가 노출되어 큰 문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대외비를 알고 있는 스탭이 그 정보를 알고 있음을 지인에게 노출했고 지인 중 누군가가 그 정보를 온라인 커뮤니티에 노출시키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강력한 보안 정책을 수립해 실행하고 있었는데 크게 업무용 장비로 인터넷에 접근하려면 회사에서 배포한 루트인증서를 신뢰해야만 하는 것과 사내 정보시스템은 모든 페이지에 누가 언제 접근했는지를 완전히 기록하는 정책이 있었습니다.
먼저 회사가 중간에서 루트인증서를 사용해 조작한 인증서를 사용했으므로 우리들이 업무용 장비로 사용하는 모든 인터넷 사용 기록이 남고 있었고 정보시스템은 각 정보에 접근한 모든 사람들을 기록하고 있었으므로 커뮤니티에 노출된 정보의 유출 경로를 추적하는 일은 간단한 일이었습니다. 이 두 가지 수단을 사용해 노출된 정보가 기록되어 있던 정보시스템에 접근한 사람들을 추렸는데 이미 그 목록이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 정보가 노출된 커뮤니티 웹사이트에 접근한 사람들을 추렸는데 이 역시 그 목록이 그리 길지 않았고 이 두 가지 정보를 바탕으로, 그리고 커뮤니티 웹사이트에 정보를 노출 시킨 그 지인과 관계가 있는 스탭을 특정하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습니다.
회사는 직원을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사건에 대해서, 그리고 징계 사실을 공지했습니다. 회사는 평소에도 경미한 보안 문제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눈 감고 지나가며 자신의 권한을 드러내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어느 정도 유연한 정책이 업무 효율을 올려주고 또 개개인에게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길 때 회사는 그 권한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데 이는 종종 스탭들에게 불편하게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또 한번은 어느 팀에서 수준을 밝힐 수 없는 범죄가 일어난 적이 있는데 이는 피해를 입으신 분이 나중에 이 사실을 밝히시면서 알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전의 다른 사례들과는 달리 회사에는 이전에 서명했던 다른 취업규칙과 비교해 훨씬 짧은 취업규칙과 존재하는지 조차 모르는 법률에 근거한 징계 절차가 있었을 뿐이었습니다. 이전에 더 강력한 정책을 가지고 있는 회사였다면 이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또는 무관용 제도로 알려진 조치를 취하고 평소에도 이런 제도의 존재에 대해 스탬들에게 계속해서 주지시켰을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회사에는 별 규칙이 없었고 회사는 쉽게 온정주의에 입각한 대책을 실행했으며 이 사실은 널리 퍼지지도 않았고 예상하다시피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때때로 큰 회사가 강력한 권한과 정책을 가지고 있고 이를 직접 실행하며 계속해서 스탭들에게 주지시키는 모습이 그리 달갑게 느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무런 권한도 없는 직원 개인과 엄청난 권한을 가진 회사는 그 사실을 인식하는 것 만으로도 개인을 위축시킬 수 있고요. 하지만 때때로 문제가 생길 때 그런 큰 회사의 강력한 정책은 오히려 거기 소속된 개개인에게 안정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