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수같은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어고노믹 마우스

키보드만큼 오래는 아니지만 같은 마우스를 오랫동안 사용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을 추천하느냐고요? ㅅㅂ

웬수같은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어고노믹 마우스

이제 컴퓨터를 사용하는 일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당연한 세계가 되었지만 여전히 데스크탑 컴퓨터를 사용해 일하고 있습니다. 주요 업무용 소프트웨어들이 데스크탑 컴퓨터에서 실행될 것을 가정하고 만들어져 이를 떠난 환경에서 일하기는 당분간 쉽지 않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업무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계의 수준은 조금씩 덜 특별해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큰 변화는 코비드 이전 시대와 이후 시대 사이에 언리얼 에디터를 사용하는 제 습관에 있습니다. 코비드 이전 시대에 언리얼 에디터를 모니터 한 대로 사용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최소한 모니터 두 대가 필요했는데 한 대에는 뷰포인트와 디테일, 패널 따위를 표시하고 다른 한 대에는 주로 컨텐츠 브라우저와 이들로부터 열어 놓은 다른 에셋 편집 윈도우가 열려 있었습니다. 저는 한 명이고 마우스커서 역시 하나 뿐이어서 동시에 어느 한 지점, 어느 한 윈도우, 어느 한 패널만을 조작할 수 있었지만 그 조작의 결과가 양쪽 모니터에 걸쳐 일어났기 때문에 두 대보다 적은 모니터에서 언리얼 에디터를 실제로 사용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여겼습니다. 이를 감안해 회사에서도 당연히 모든 사람들에게 최소한 모니터 두 대를 지급했고 세 번째 모니터 까지는 특별한 사유를 언급하지 않아도 어지간하면 지급 받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 많은 모니터를 받으려면 사유도 사유이거니와 책상에 이를 둘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기는 했지만요.

그러다가 코비드 시대가 지나고 그 다음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업계에서 원격 근무는 절대 불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단 모든 사람이 집에 컴퓨터를 가지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았고 회사에서 제공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하드웨어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은 더더욱 확실하지 않았으며 회사와 비슷한 두 대 이상의 모니터를 갖추고 있을지조차 확실하지 않았습니다. 또 회사에 따라서는 인터넷으로부터 분리된 내부망 환경에서 개발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이를 원격 근무를 위해 퍼블릭 인터넷에 노출 시켜줄 거라고 예상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인지 코비드 초기에 어떤 회사는 직원들에게 이미 부여된 휴가를 차감하지 않는 유급 휴가를 여러 개 부여해 이 상황이 짧게 끝나기를 기대하기도 했습니다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 상황은 시작으로부터 몇 년 동안 계속되었습니다. 그래서 정말로 원격 근무 공지가 나왔을 때 정말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1990년대에 한강 강둑이 무너져 허리까지 물이 차올라도 출근을 감행하던 우리들의 손조들만큼이나 당장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출근해야 했을 것 같은 이 업계가 원격 근무를 실행한다니 믿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원격 근무가 실행되고 그리 복잡하지 않은 기술적 배경에 따라 어렵지 않게 전환할 수 있었던 점은 지금 와서 생각해도 신기했습니다. 제가 당시 참여하던 프로젝트는 보안 상 회사 차원에서 개발망이 퍼블릭 인터넷에 노출되지 않았는데 이는 물리적으로 그런 것은 아니고 논리적으로 퍼블릭 인터넷으로 노출을 막고 있었던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회사가 이 정책을 변경해 퍼블릭 인터넷을 경유한 VPN 환경을 통해 개발망 기계에 접근할 수 있게 조치했고 윈도우 환경에서 mstsc.exe를 실행해 자기 기계의 아이피 주소를 입력해 원격에서 컴퓨터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mstsc.exe는 회사 네트워크 밖에서도 대부분의 상황에 그럭저럭 동작했지만 작은 색상의 차이, 프레임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 하는 여러 직군들에게는 별도의 원격 접속 소프트웨어가 지급됐습니다. 저는 이런 대상에 포함되지는 않아 그냥 mstsc.exe를 계속해서 사용하더라도 딱히 무리가 없었습니다. 다만 집에서는 회사와 달리 큰 모니터 한 대만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집에서 컴퓨터로 뭘 한다 하더라도 회사에서처럼 여러 화면을 동시에 확인하며 수행할 만한 작업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영상을 재생해 놓고 게임을 플레이 한다고 하던데 저는 그랬다간 대번에 게임 플레이에 영향을 받아 아무 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모니터를 두 대 놓을 이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원격으로 언리얼 에디터를 실행해 보니 문제가 있었습니다. 모니터 두 대에 걸쳐 실행된 언리얼 에디터를 조작하며 답답하다고 생각했고 세 번째 모니터를 사용해 한 모니터에는 아예 컨텐츠 브라우저 네 개만 띄워 놓고 나서야 그나마 작업이 좀 편해졌다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집에 있는 단 한 대 뿐인 모니터로 어떻게든 이 상황을 해쳐 나가야만 했습니다. 그동안 회사의 모니터 지원을 믿고 방만하게 사용해 오던 여러 언리얼 에디터의 윈도우들을 모두 한 화면으로 모으고 이들을 한 화면에서 어떻게든 접근할 수 있도록 배치했습니다. 기존에 여러 모니터로 나누던 단위는 언리얼 에디터를 실행하면 처음 나타나는 첫 번째 뷰포인트와 같은 레벨의 탭으로 바꿨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컨텐츠 브라우저 여러 개를 동시에 사용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이전에는 모니터 한 대 전체를 사용하던 컨텐츠 브라우저 네 개는 이제 한 화면에 떠 있는 언리얼 에디터 왼쪽 아래 구석에 탭으로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어이가 없었지만 한 주 정도 지나자 금새 적응했습니다. 굳이 광활한 뷰포인트를 보며 작업할 필요가없었습니다. 뷰포인트를 이전에 비해 작게 만들자 프레임 레이트가 향상되어 더 부드러운 환경에서 작업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각의 에셋을 열 때 에셋 편집 인터페이스가 다시 화면 전체를 차지하도록 했기 때문에 에셋 각각을 편집하고 편집을 마칠 때 좀 더 신중하게 됐습니다. 탭을 넘겨 뷰포인트로 돌아가 게임을 실행해 테스트 하기까지 귀찮은 과정이 추가되었기에 이전처럼 뷰포인트를 봐 가며 대강대강 수정하고 틀리면 즉시 수정하는 방식으로 작업했다가는 탭을 넘기느라 하루의 절반을 소모할 지경입니다. 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이런 일을 겪은 끝에 코비드 시즌이 끝난 그 다음 세계에서도 저는 여전히 언리얼 에디터를 그 때 사용하던 배치 그대로 사용합니다. 누군가 제 자리에 찾아와 언리얼 에디터를 조작하려 할 때 이런 식으로 모든 인터페이스를 한 화면에 모아 놓고 사용하는 사례를 별로 본 적이 없어 당혹스러워 하는 모습을 종종 만납니다. 반대로 저는 속으로 의문을 가집니다. 이 분들은 대체 코비드 시즌 동안 언리얼 에디터를 어떻게 사용해 온 것일까요. 이 분들은 당연히 집에도 모니터 두 대 이상을 갖추고 있었을까요? 어쨌든 저는 집에서 그때보다는 좀 더 커졌지만 여전히 고해상도 모니터 한 대를 사용합니다. 집에서 언리얼 에디터를 사용할 일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만약 비슷한 일을 다시 겪는다면 이번에야말로 전혀 당황하지 않고 모니터 한 대에 어울리는 아주 익숙한 레이아웃을 그대로 유지하며 처음부터 나쁘지 않은 생산성을 유지할 겁니다. 이렇게 한 번 만들어진 습관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언리얼 에디터 레이아웃조차 이럴 지경인데 키보드나 마우스라면 오죽할까요?

키보드는 꽤 초반부터 HHKB를 사용했습니다. 처음에는 회사 다른 팀 팀원 분이 사용하시는 모습을 봤는데 일단 생김새가 멋져 보였고 또 회사에서 지급한 기본 키보드에 비해 타이핑이 좀 더 즐겁다고 생각했습니다. 키 방식이 뭔지도 모르고 또 이런 키 레이아웃을 뭐라고 부르는지도 제대로 모른 채 일단 닥치고 주문했습니다. 키보드를 주문할 때 흰색과 검정색, 키캡에 프린팅이 있는 버전과 없는 버전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겉멋에 겨웠던 어린 저는 검정색, 그리고 키캡에 프린팅이 없는 버전을 선택했습니다. 그러니까 키에 아무 글자도 안 써 있다는 말입니다. 사실 그런 키보드를 대체 어떻게 사용할까 싶을 수 있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인데다가 키 각각에 적힌 글자는 사실 일종의 안전장치에 불과합니다. 키보드를 익숙하게 다루는 사람 대부분은 사실 본능적으로 키를 쳐다보지도 않고 타이핑합니다. 키에 프린팅이 되어 있든 말든 사실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키에 아무 것도 프린팅 되어 있지 않은 키보드를 보면 일단 겁부터 먹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상황으로부터 약 30초만 지나면 질문이 구체적으로 변합니다. ‘ESC 어디있음?’, ‘백스페이스 어디있음?’ 같은 것으로요. 그러니까 프린팅의 유무는 실제 사용에 별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다만 겉멋 aka 간지가 나는가 그렇지 않은가를 결정할 뿐입니다. 사실 저는 그 때나 지금이나 키보드 자체는 여전히 별 관심이 없습니다. 무슨 회사의 색상 별로 다른 축, 키의 기계적 방식, 무게 같은 주제에도 아무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 키보드를 사용하고 있으면 당연히 키보드에 관심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말을 걸어오시는 여러 사람들을 실망시키곤 합니다. 저는 그냥 HHKB를 되게 오랫동안 사용해 왔고 여기에 굉장히 익숙해졌을 뿐입니다. 그 외의 키보드에는 완전히 무관심합니다. 어쩌다 보니 지금은 똑같은 HHKB를 세 개 가지고 있는데 이는 회사에서 인터넷망과 개발망을 별도로 운용하고 이 각각에 별도의 기계를 지급하던 시대를 지나온 결과입니다. 두 개는 회사에서 각기 다른 기계에, 나머지 하나는 집에서 사용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각각 기계 한 대만 사용하는 지금은 키보드 하나는 어디에도 꽂혀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마우스는 사실 마이크로소프트 마우스이기만 하면 뭐라도 상관 없었습니다. 그래서 키보드는 꽤 빠른 시점에 앞으로 영원히 사용할 키보드를 골랐지만 꽤 오랜 세월에 걸쳐 마우스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마우스를 사용해야만 하는 이유는 윈도우 돋보기(magnifier.exe)를 사용해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시력이 나빴는데 나중에서야 제 몇 가지 특징이 같은 유전자의 발현에 의해 발생하며 그 결과 중 하나가 나쁜 기력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는 현대적인 수술을 통해서도 교정할 수 없다는 사실 역시 알게 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흘렀으니 새로운 교정 방법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어 수 년에 한 번 정도 안과에 동향 파악을 위해 찾아가보지만 저 같은 사람을 위한 발전은 거의 없다시피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시력 교정술보다는 시각을 전적으로 대체하는 전자 기술에 관심이 있고 이 분야의 최신 동향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통해 얻은 전자신호를 전환해 뇌에 직접 전달하는 형태의 기계가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는데 이미 꽤 그럴싸한 수준까지 발전했습니다. 다만 이 분야에서도 여전히 배터리가 문제여서 한동안 실제 사용 가능한 시각을 완전히 대체할 만한 장치의 출연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어쨌든 이런 시력을 가진 사람이라도 컴퓨터를 사용해 생계를 유지하려면 적당한 방법을 찾아야만 했습니다. 윈도우에는 아주 먼 옛날부터 ‘돋보기’ 기능이 있습니다. 화면 일부를 확대하는 기능인데 이전에 윈도우와 맥의 저시력 지원 기능에서 소개한 적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에 이 기능을 유지보수하는 사람이 없어서인지 세월의 흐름에 따라 이 기능은 거의 변하지 않아 왔지만 먼 옛날부터 화면의 모든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확대해 주고 또 창모드로 동작하는 GPU의 가속을 받는 프로그램 역시 군소리 없이 확대해 준 덕분에 지금까지 제가 컴퓨터를 사용해 생계를 유지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단 DRM이 적용되는 영상을 확대해 주지는 못해 좀 아쉽긴 합니다.

그런데 이 돋보기 앱을 가장 빠르게 실행하는 방법이 바로 마이크로소프트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키보드에 키 조합을 할당해 켜고 끌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이 돋보기 기능이 마우스커서를 중심으로 한 기능이기 때문에 이 기능을 켜고 끄는 행동을 하는 거의 모든 순간에 제 손은 키보드 위가 아니라 마우스에 가 있습니다. 그래서 키보드를 사용한 돋보기 켜고 끄기는 별로 좋은 접근이 아니었습니다. 마우스를 쥐고 있을 때 즉시 켜고 끌 수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마우스에는 왼쪽 버튼, 오른쪽 버튼, 휠이 있었고 이들 모두 자신만의 기능을 이미 가지고 있었기에 마땅한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휠 버튼은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이를 요구하지 않아 사용할 여지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세계를 평정했던 꽁무니에 빨간 LED가 반짝이던 마이크로소프트 인텔리전트 익스플로러 마우스를 사용하며 휠버튼을 누르면 돋보기가 켜지고 다시 누르면 꺼지게 설정한 상태로 오랜 세월에 걸쳐 컴퓨터를 멀쩡하게 사용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은 돋보기를 켤 필요가 없지만 뭔가 계속해서 타이핑 할 때, 작은 버튼을 조작할 때, 작은 글자를 알아봐야 할 때 돋보기를 켰는데 이 시대에만 해도 여전히 시력이 좋은 사람들이 훨씬 많았기에 돋보기 앱을 사용하는 저는 꽤 신기한 사람으로 취급되었습니다. 또 누군가는 제가 몇 년에 걸쳐 돋보기 앱을 사용한 끝에 거의 본능적으로 돋보기 앱을 켜고 끄며 능숙하게 작업하는 모습에 신기해 하기도 했습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정말 익숙합니다.

한편 그렇게 일하다 보니 저에게도 이 업계의 고질병인 거북목, 손목에 터널 증후군을 비롯한 여러 가지 증상이 찾아왔습니다. 한동안은 그냥 손목이 아프거나 말거나 그냥 똑같이 일했지만 어느 날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그냥 참고 움직이면 되는 그런 상태가 아니라 정말로 마우스를 잡았는데 검지손가락을 움직여 왼쪽 버튼을 누를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임시 조치를 취했지만 앞으로도 긴 세월에 걸쳐 마우스 왼쪽 버튼을 클릭할 일이 있을텐데 이런 식으로 통증을 줄여 주거나 염증을 완화하는 방법만으로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이미 이 때 저보다 먼저 비슷한 증상으로 고통 받으시던 분들 중에는 아예 버티컬 마우스로 옮겨 가시는 분들이 나타났습니다. 마우스를 사용하는 손목이 망가지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인 마우스의 형태가 손목을 비튼 상태로 사용하도록 하기 때문입니다. 책상 위에 손을 자연스럽게 올려 놓으면 손바닥이 서로 적당히 마주보는 모양이 됩니다. 하지만 키보드를 사용하려면 이를 비틀어 손바닥이 키보드를 바라보게 해야 하고 또 마우스를 사용할 때 역시 손바닥이 마우스를 바라보도록 비틀어야 합니다. 버티컬 마우스는 손목이 비틀리지 않은 모양으로 마우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마우스를 쥐는 면이 기존 마우스에 비해 좀 더 사선의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이들은 손목 통증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완화할 수 있었지만 이 마우스만으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는 우리들이 하는 일이 게임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일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우리들은 종종 마우스를 사용해 게임을 플레이 해야 했는데 버티컬 마우스는 기존 마우스에 비해 압도적으로 입력이 느렸습니다. 아마도 열심히 연습하면 익숙해질 가능성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장 그 시대에 팀원들끼리 점심시간마다 플레이 하던 퀘이크 멀티플레이에서 계속해서 바보 같은 에임을 선보이며 비웃음을 사는 마당에 버티컬 마우스 뿐 아니라 게임 할 때만 사용할 마우스를 동시에 마련해 놓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버티컬 마우스를 구입하기를 주저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어고노믹 마우스는 2013년에 처음 발매되었습니다. 이전부터 마이크로소프트는 하드웨어를 잘 만들기로, 특별히 키보드와 마우스를 잘 만들기로 널리 알려져 있었습니다. HHKB를 사용하기 전까지는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키보드라는 키보드 왼쪽에 스크롤 휠이 달린 키보드를 사용했는데 문서를 스크롤 할 일이 잦은 워드, 엑셀 파일을 만들 때 굉장히 편리했습니다. 또 뭔가 부서지만 군말 없이 교환해주기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도 하고요. 스컬프트 어고노믹 마우스는 보통의 오래 사용하면 손목 터널 증후군을 유발하는 보통 마우스와 이런 위험성을 거의 회피할 수 있지만 사람을 게임고자로 만들어버리는 버티컬 마우스의 중간 지점에 있는 적당한 타협점입니다. 마우스를 잡을 때 손바닥이 뒤틀리는 각도가 보통 마우스에 비해서는 좀 더 사선에 가깝지만 그렇다고 버티컬 마우스처럼 아예 극단적인 사선이지는 않아 같은 마우스로 작업과 게임 양쪽 모두를 할 수 있습니다. HHKB를 사용하며 손님용 키보드를 따로 준비해 놔야 했던 것과 비슷하게 버티컬 마우스 사용자들은 게임용 마우스를 하나 더 갖다 놓곤 했지만 이 마우스를 사용한다면 마우스 한 대만 사용하면서도 손목 터널 증후군을 어느 정도 완화하고 또 같은 마우스로 게임도 할 수 있어 나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험 삼아 이 마우스를 하나 구입해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후로 계속해서 이 마우스를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래 전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어고노믹 마우스: 비추천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지만 이 주장과 관계 없이 저는 계속해서 같은 마우스를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어느 정도냐 하면 이 마우스는 지금부터 설명할 여러 가지 고질병으로 인해 종종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데 이 때를 대비해 바로 교체해서 사용할 여분 마우스를 집에도 회사에도 하나 씩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누군가 물었습니다. 그렇게 미리 사 놓으면 보증기간이 줄어드는데 괜찮냐고요. 보증기간은 별로 안 중요합니다. 이 마우스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훨씬 중요합니다.

제가 느끼는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마우스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마우스를 쥐면 엄지손가락이 놓이는 위치에 있는 작은 버튼입니다. 다른 사람들은 이 자리에 있는 버튼을 주로 브라우저의 ‘뒤로가기’로 설정해 사용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버튼을 돋보기 버튼으로 설정해 사용합니다. 오랫동안 휠 버튼에 돋보기를 매핑해 사용했지만 주로 3D를 다루는 앱들이 마우스 휠 버튼을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더 이상 휠 버튼으로 돋보기를 호출할 수 없었습니다. 이 마우스에는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버튼이 휠 버튼을 제외하고 크게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엄지손가락 위치에 있는 작은 버튼, 그리고 마우스 위에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는 윈도우 로고가 그려진 버튼입니다. 놀랍게도 윈도우 로고 버튼의 기본 설정은 정말로 윈도우 시작 버튼을 누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설정은 전혀 유용하지 않았고 또 엄지손가락 위치에 있는 작은 버튼에 비해 누르기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이 마우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엄지손가락 위치의 작은 버튼에 돋보기를 매핑한 다음 익숙해졌습니다. 지금도 종종 제 자리에 와서 뭔가 시도하려는 분들이 엄지손가락 자리에 있는 버튼을 의도를 가지고 눌렀다면 뒤로가기 기능이 동작하지 않음과 화면에 갑자기 커다란 돋보기가 나타나 당황하기도 하고 의도를 가지지 않고 그 자리에 힘을 줬을 뿐인 분들 역시 갑자기 돋보기가 나타나 당황하곤 합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조금씩 달라졌지만 이 마우스에는 크게 두 가지 고질병이 있습니다. 하나는 제가 돋보기 키를 할당해 놓고 사용하는 엄지손가락 위치에 있는 손톱만한 버튼이 종종 안으로 들어가 다시 튀어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예상하기에 버튼을 지탱하는 아마도 스프링일 가능성이 있는 어떤 탄성체가 이 버튼이 이 정도 빈도로 지속적으로 눌릴 시나리오를 감당할 만 하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이 이 버튼에 뒤로가기 기능을 매핑하고 사용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자주 이 버튼을 사용했고 초반에 사용한 마우스 몇 개가 모두 똑같이 이 버튼이 들어가 더 이상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문제를 제기하면 군말 없이 마우스를 바꿔 줬지만 이 과정은 대단히 귀찮았고 교체 기간 동안 다른 마우스를 사용하는 것 역시 전혀 좋은 경험이 아니었습니다. 교체 절차는 일정하지만 복잡하고 귀찮으며 상담사들은 친절하지만 답답했습니다. 똑같이 이 버튼이 기계 안에 들어가 튀어나오지 않는 문제로 네 번째 마우스를 고체할 때 상담사로부터 ‘빌루투스 동글을 뺐다 끼워 봤냐'는 질문을 받고 이 상황에 화가 나는 제가 과도한 것인지 아니면 당연한 것인지 정말 심각하게 고민해야만 했습니다. 사실 제가 좀 더 적극성을 보였다면 그냥 저 우레탄 재질의 껍질을 뜯어내고 핀셋 따위로 버튼을 끄집어내면 한동안 더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그랬다간 교환 받을 수 없었겠죠. 이미 이 시기부터 마우스 하나가 교체되어 돌아올 때 사용할 똑같은 마우스 한 개를 더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들이 교환을 거절하지는 않았지만 교환에는 항상 1주일 이상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자 이 문제가 하드웨어 수준에서 해결된 것 같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에는 같은 마우스를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 문제를 겪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다른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번에는 마우스 왼쪽 버튼입니다. 아마도 오른쪽 버튼 역시 같은 결함이 있었을는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두 버튼 중 명백히 더 많이 눌리는 쪽은 왼쪽 버튼이기에 왼쪽 버튼에 결함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마우스를 사용하고 시간이 지나면 왼쪽 버튼 입력이 가끔 씹히는 느낌이 들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제 실수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클릭했는데 클릭이 씹혀 손해를 보는 상황을 겪습니다. 이 마우스를 업무용으로만 사용했다면 그냥 화면 상에 인터페이스 버튼이 안 눌려서 다시 한 번 누르는 정도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앞어 이 마우스를 사는 이유는 버티컬 마우스와 게임용 마우스 사이의 어중간한 영역을 한 번에 커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클릭했는데 총이 안 나가는 상황이 정상이라고 말하는 건가요? 전혀 아니었습니다. 이렇게 왼쪽 버튼 입력이 씹히기 시작하면 증상은 점점 더 심해지는데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면 클릭이 또 아예 안 되지는 않기 때문에 검지손가락에 힘을 주게 되고 손목 터널 증후군을 피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마우스가 순식간에 검지손가락을 포함한 손목 통증을 유발합니다. 이번에는 앞서 엄지손가락 자리에 있는 버튼이 본체 안으로 들어갔을 때보다 상담사들이 좀 더 까칠하게 나온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니까 왼쪽 버튼이 아예 안 눌리는 것은 아닌데 간간히 안 눌려 결정적인 순간에 총을 못 쏘게 만들고 또 제 검지손가락과 손목을 박살 내고 있었지만 또 이게 완전히 고장난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로 여러 차례 고체 받았지만 한번은 문제가 있는 마우스를 그대로 다시 보내왔고 저는 뚜껑이 열렸습니다. 아니 이 쓰레기자식들이 거 몇 번 딸깍질 해보고 제가 아무 문제 없는 제품을 보내왔다고 판정했을 것을 생각하니 이 빡대가리새끼들이 급여를 받으며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이런 개같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어고노믹 마우스를 사용합니다. 여전히 집에도 회사에도 마우스가 고장 나 교환하는 사이에 사용할 백업 마우스를 가지고 있는 채로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과거처럼 교체에 관대하지 않습니다. 증빙 가능한 구매일로부터 3년 혹은 그들이 기록 상 확인할 수 있는 제조일로부터 3년이 지나면 수리 및 교환 모두 거절됩니다. 그냥 버려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같은 마우스 여러 개를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습니다. 지구에 더 큰 빚을 진 것 같지만 제 의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상황에도 시장에는 제 요구사항에 잘 부합하는 제품을 찾기 어렵습니다. 다른 회사에 비슷한 제품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마우스들도 윈도우 돋보기 기능을 잘 연결할 수 있나요? 몇 년 전에 감행한 모험에서 로지텍 마우스는 모든 버튼에 뭐든 매핑할 수 있을 것처럼 굴었지만 윈도우 돋보기를 편안하게 매핑할 수 없었습니다. 이 요구사항이 검증되지 않은 타사 마우스를 함부로 살 수 없게 된 가장 큰 계기이기도 합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면서 동시에 버티컬 마우스와 보통 마우스 사이의 어중간한 자세를 만들어주는 이런 어중간한 제품은 거의 이 제품 밖에 없어 보입니다. 날이 갈수록 마이크로소프트의 하드웨어 지원은 점점 더 쓰레기처럼 변하며 버튼이 안 튀어나오는 하드웨어 문제에 블루투스 동글을 재설치해보라느니 고장으로 보낸 마우스를 똑같이 반송하는 짓거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고 이 정도는 앞으로 점점 더 심해질 거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이제 이런 일로 싸우기도 지쳤고 그냥 이 마우스를 계속해서 쓸 겁니다. 이미 언제 샀는지 기억도 안 나는 백업 마우스들은 이미 보증이 끝났을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괜찮습니다. 밝은 면을 보면 포장을 뜯지도 않은 백업 마우스들의 보증이 끝나도록 메인 마우스들이 더 이상 고장나지 않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지난번의 비추천 때와 의견이 달라졌을까요? 아니요. 마이크로소프트 스컬프트 어고노믹 마우스에 대한 제 의견은 여전히 같습니다. 이 마우스는 분명 저 같은 사람들의 좁은 요구사항을 수용할 수 있는 드문 제품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지난 오랜 세월에 걸친 하드웨어 문제, 세월이 흐를수록 점점 더 쓰레기에 가깝게 변해 가는 서비스 수준, 그들이 제 고장을 재현하는데 성공해 다른 제품을 보내준다 하더라도 거기까지 걸리는 시간 역시 점점 더 길어져 울화통 터지는 그 시간을 견디거나 아예 제 사례처럼 보증기간이 끝나 교환이 불가능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백업 마우스를 들여놓는 황당한 짓을 할 계획이 아니라면 이 마우스를 추천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른 회사들의 보증과 서비스 수준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그 회사 제품을 사용하시는 것이 맞습니다. 이 마우스에 느끼는 제 감정은 순수한 애증에 가깝습니다. 이 마우스는 웬수같습니다. 제품도 회사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