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잉 가계부를 두 사람이 사용하기
잡소리가 좀 길지만 후잉 가계부를 두 사람 이상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좀 불편한 점이 있는데 미리 알고 있다면 그나마 괜찮습니다.

가계부 기록에 후잉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제 계정을 생성했는지 기록을 살펴보니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에 처음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첫 몇 달 동안 열심히 사용하다가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몇 년이 지난 다음 모든 것을 초기화하고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 부터는 어째서인지 이전처럼 가계부를 정리하기 귀찮은 기분 같은 것이 거의 들지 않아 이 때 가계부를 사용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지금까지 계속해서 후잉을 통해 가계부를 잘 정리해 오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세월을 돌아보면 다른 훨씬 더 편리한 서비스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제가 후잉을 통해 가계부를 정리한다는 이야기를 할 때 다른 분들로부터 이보다 훨씬 편한 다른 가계부 서비스를 소개 받았습니다. 가령 어떤 커다란 포탈 업체에서 서비스하던 가계부, 다른 금융 정보 관련 스타트업에서 서비스하던 가계부 등이 있었는데 확실히 이들은 당시에도 후잉보다 훨씬 편리한 기능이 여럿 있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카드 회사나 은행과 연동해 정보를 가져와 가계부를 자동으로 입력해줬는데 현금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 시작한 시점부터 제 모든 금융기록은 은행이나 카드회사에 반드시 남으므로 이 정보를 가져와 자동으로 기록해준다는 건 사실상 아무것도 안 해도 가계부가 자동으로 정리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각 서비스들을 꽤 깊이 둘러보고 시험 삼아 병행해 사용하기도 했지만 결국 후잉으로 돌아왔는데 두 가지 이유가 있었고 둘 다 딱히 대단한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먼저 후잉의 가계부 개념이 훨씬 익숙하고 또 훨씬 단순했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상의 대강 아무 가계부라도 계좌, 신용카드 같은 항목을 각각의 계정으로 설정하고 이들로부터 각 지출 카테고리로 돈을 보내는 방식으로 기록하게 해 주지만 후잉 가계부를 선택하던 시대에는 이런 방식을 제공하는 가계부 서비스가 드물었습니다. 이걸 복식부기 방식이라고 하는 모양인데 저는 복식부기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었지만 후잉 방식으로 기록하지 않으면 통계 내기가 아주 어렵다는 것을 감으로는 알고 있었습니다. 가령 아주 어릴 때 용돈 사용을 기록해본 적이 있었는데 남은 돈에 집중해 언제 돈이 들어오고 또 언제 어떤 항목에 돈을 썼는지 기록하면 결국 장부를 통해 현재 실제 남은 현금과 장부 상의 기록을 비교해 제대로 기록했는지 여부를 알 수는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습니다. 돈을 어떤 카테고리에 지출했고 또 어떤 카테고리를 통해 돈이 들어왔는지 파악할 수 없었는데 당연히 용돈 수준에서는 이런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별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학교에서 그렇게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기록하라고 가르쳤지만 암만 생각해도 장부 상 기록과 현금을 맞춰 제대로 기록했는지 확인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후잉 가계부 - 당시에는 다른 이름이었지만 - 를 처음 봤는데 복식부기 방식이라고 주장하고 있었는데 그냥 그 설명을 딱 보는 순간 뭔가 복잡하고 귀찮은 방식일 것 같아 잠시 머뭇거렸지만 살펴보기로 했고 이게 모르긴 몰라도 상당히 합리적인 방식이라고 판단합니다.
후잉 가계부의 핵심은 돈 얼마를 어디에 썼다고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돈의 사용은 한 계정에서 다른 계정으로 돈이 이동했다고 기록하는 것입니다. 가령 이전에는 점심때 김밥집에서 6천원어치 김밥을 사 먹었다면 그저 점심으로 김밥을 먹고 여기에 6천원을 소비했다고만 적었는데 이는 오래 전 용돈 사용을 기입하던 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런 기록 방식은 기록으로부터 알 수 있는 거라곤 잔액 뿐이어서 그저 기록을 제대로 했는지 안 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것 외에는 쓸모가 없습니다. 반면 후잉에서는 같은 상황에서 점심을 김밥집에서 먹었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정보로 핵심은 ‘신용카드’ 계정에서 ‘식비’ 계정으로 6천원이 이동했다는 것입니다. 그게 점심식사였고 또 그걸 김밥집에서 쓴 건 부가적인 정보일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기록하면 여전히 잔액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잔액을 맞춰 보고 기록을 제대로 확인했는지 알아보는 것은 부차적인 용도일 뿐 이제 각각의 계정에서 돈이 얼마나 나갔고 또 돈이 얼마나 도착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해집니다. 김밥집 시나리오에서 돈은 ‘신용카드’ 계정으로부터 ‘식비’ 계정으로 이동했는데 신용카드 계정으로부터 출발한 돈을 살펴보면 지정한 기간 동안 신용카드를 얼마나 사용했는지 알 수 있고 또 식비 계정을 살펴보면 지정한 기간 동안 식비에 서로 다른 지불 수단으로부터 돈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전에는 그저 잔액을 맞춰보는 수준이었다면 이때부터는 비용에 대한 분류 별로 얼마나 지출했는지를 지출 수단에 관계 없이 확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각 지불 수단 별로도 얼마를 지출했는지 파악할 수도 있게 됐습니다. 그리고 이 방식이 복식 부기의 일부임을 깨달은 것은 덤입니다.
다른 더 편리한 가계부 서비스의 존재, 그리고 이들이 심지어 무료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유료 서비스인 후잉 가계부에 정착하게 된 두 번째 이유는 후잉이 오직 가계부 서비스만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커다란 검색 서비스 회사에서 운영하는 가계부 서비스는 분명 꽤 괜찮았지만 장기적으로 이 가계부 서비스가 계속해서 유지될 것인지는 의심스러웠습니다. 가령 구글이 심심하면 멀쩡히 돌고 있던 서비스를 중단해 여러 사람들을 엿 먹이기를 수 십 년에 걸쳐 반복하는 마당에 국내를 주 무대로 하는 검색 서비스가 그들의 핵심 비즈니스가 아닌 가계부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지 신뢰할 수가 없었습니다. 구글은 사내 평가 구조 상 새로운 서비스를 런칭하는데 더 좋은 평가를 하고 기존 서비스를 오랜 세월에 걸쳐 유지하는데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그리 좋은 평가를 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고 덕분에 비슷비슷한 메신저 서비스가 여러 개나 되지만 계속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열고 이전 서비스를 중단하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계부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 회사가 부가서비스 수준으로 운영하는 가계부가 얼마나 오래 운영될지 신뢰할 수 없었습니다. 또한 어느 금융 정보 스타트업이 운영하던 가계부 서비스 역시 신뢰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 결정의 핵심은 이들이 제공하는 가계부 서비스가 무료라는 점입니다. 이들은 분명 여러 금융 정보를 수집해 뭔가를 하겠다고 말하고 있었지만 정작 정보 수집 이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보였습니다. 현대에 토스가 금융 정보를 수집한 끝에 그들 스스로 은행을 만드는 등 스스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고 가계부는 그런 서비스를 구축하는 동안 발생한 정보를 기반으로 제공하는 이들 역시 일종의 부가서비스에 가까웠는데 이런 정보에 기반한 무료 서비스가 오래 갈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흘러 한 서비스는 그냥 사라졌고 다른 한 서비스는 회사가 위태롭습니다.
반면 후잉은 지난 10년 이상의 기간 동안 계속해서 유지보수 되어 왔습니다. 사실 기능 추가에는 대단히 인색한 면이 있는데 아주 낮은 월 이용 요금과 풀 타임으로 개발하는 분이 거의 한 사람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기능 추가에 인색하다는 점을 마냥 단점이라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난 세월에 걸쳐 계속해서 변화하는 인터넷 환경에 맞춰 계속해서 업데이트 되어 왔고 그 핵심 기능이 단단하게 계속해서 유지 되어 온 점에서 이 서비스를 앞으로도 신뢰하고 계속해서 사용할 결정을 하게 만듭니다. 개인적으로 이 서비스를 추천할 때마다 이 정도는 엑셀로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을 듣곤 합니다. 사실 엑셀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면 엑셀로 비슷한 동작을 하는 워크시트를 만들 수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가령 저는 개인적으로 여러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기반해 서버를 구축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지만 여간해서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가령 이 글을 보고 계실 블로그 및 뉴스레터 플랫폼인 고스트는 오픈소스 프로젝트로 원한다면 소스를 다운로드 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직접 서비스 할 수 있습니다. 또 제가 메인으로 사용하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인 마스토돈 역시 원한다면 직접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웬만해서는 이를 직접 구축하지 않고 완전관리형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제가 직접 서비스를 구축하는 순간 서비스의 구축 목적을 잃어버리고 서비스 구축 그 자체에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가령 오랜 세월에 걸쳐 사용하고 있는 완전관리되는 컨플루언스를 사용하기 전에는 아마존 라이트세일에 도쿠위키를 올려 사용했는데 지금과 마찬가지로 위키에 뇌 기능의 상당부분을 의탁한 덕분에 이 서비스가 어지간한 이유로는 죽지 않도록 하기 위해 상당히 신경 써야만 했습니다. 특히 라이트세일 서버에 장애가 생겨 이를 복원하고 서버 장애에 내성을 가지도록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상당히 노력해야 했는데 이 작업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만약 이 서비스가 완전관리 되고 있었다면 애초에 장애가 일어나지 않았거나 장애가 훨씬 더 빨리 복구되었을 것이고 저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일에 정신이 팔리는 대신 서비스를 사용하는 일 자체에 더 집중했을 겁니다. 고스트나 마스토돈 역시 완전관리형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이들 역시 제가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지만 그럼 분명 인프라를 구축하고 유지하는 일 자체에 더 집중한 나머지 각 서비스를 사용하는 본질적인 이유에 집중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완전관리되는 고스트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글을 쓰고 이를 공유하는데만 집중할 수 있고 또 완전관리되는 마스토돈 서비스를 사용하기에 그저 아무말을 떠드는데만 집중할 수 있습니다. 크리티컬한 보안 문제로 급하게 마스토돈 버전을 올리는 일은 제가 아무말을 하는 동안 알아서 일어나며 저는 인프라에 대해 신경 쓸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후잉 가계부도 마찬가지입니다. 분명 조금 신경 써서 설계하면 엑셀로 이와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런 엑셀 워크시트는 한 번 만들어 놓으면 영원히 동작하지 않고 계속해서 유지보수를 요구합니다. 어느 날 새로운 함수가 등장해 이를 사용한 더 효율적인 수식을 구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가계부 작성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완전관리되는 후잉 가계부를 선택했습니다.
아. 이 글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어느 날 유입 검색어에서 발견한 ‘후잉 가계부를 두 사람이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쓰려고 한 건데 본론을 시작하기도 전에 5천글자 가까이 다른 이야기를 하느라 시간을 낭비해버렸습니다. 그나마 글로 이렇게 하니 다행이지만 술자리에서 이런식으로 말한다면 아마 술자리의 악마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후잉 가계부는 근본적으로 계정 하나를 한 사람이 사용할 것을 가정하고 설계한 것 같습니다. 그나마 어느 날 서로 완전히 분리된 여러 장부를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계정 하나에 여러 가계부, 그러니까 계정을 공유하면서도 서로 독립된 여러 장부를 사용할 수 있는 모양으로 변경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한 사람보다 더 많은 사람이 원활하게 사용하기에는 여러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후잉 가계부를 굉장히 추천하고 그 이유로 지난 10년도 넘는 세월에 걸쳐 가계부를 정리해 왔고 그 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던 제 스스로의 경험을 제시할 수 있지만 만약 가계부를 두 사람 이상이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후잉 가계부만한 가계부의 대안이 거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썩 편안하지는 않을 겁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 역시 후잉 가계부를 가족과 함께 사용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후잉 가계부를 두 사람 이상이 사용할 수는 있지만 크게 두 가지 불편한 점이 있고 이를 미리 알고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는 두 사람이 리얼타임으로 동시에 사용하면 서로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하거나 일시적으로 부정확한 통계를 보게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두 사람이 같은 장부를 사용할 때 어느 기록을 누가 남겼는지 표기하기가 아주 불편하거나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입니다.
먼저 한 가정에 속한 두 사람 이상이 후잉 가계부를 사용하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이상적으로는 서로 다른 두 사람은 서로 완전히 분리된 장부를 사용하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서로 생활비를 주고 받아야 한다면 어떨까요? 만약 장부가 통합되어 있다면 한 사람의 계좌로부터 다른 사람의 계좌로 돈이 이동하고 이를 후잉 식 표현으로 ‘자본조정’으로 기입하면 됩니다. 가령 제가 가족에게 돈을 보낸다면 ‘제 월급통장’으로부터 ‘가족의 월급통장’으로 ‘1백만원’이 이동했다고 한 줄만 기록하면 제 월급통장으로부터는 돈이 줄어들고 가족의 월급통장에는 돈이 늘어날 겁니다. 그런데 이를 서로 완전히 분리된 장부를 사용하면 각자가 서로 다른 두 줄을 써야만 하고 이 두 줄은 서로 통계 상 연동되지도 않습니다. 같은 시나리오에서 저는 제 장부에 ‘제 월급통장’으로부터 ‘생활비’ 항목으로 ‘1백만원'을 지출했다고 기록할 테고 가족은 ‘생활비’ 항목으로부터 자신의 월급통장으로 같은 금액이 들어왔다고 따로 기록해야만 하며 이 두 기록은 서로 연결되지 않으므로 어느 한쪽에서 기록을 빠뜨린다 하더라도 이를 바로 눈치 챌 수 없습니다. 또한 가족과 함께 가계부를 기록한다면 여러 액티비티를 함께 하게 되는데 이 때 지출된 돈을 각자가 독립된 장부에 기록하면 나중에 단위 기간 동안 지출한 식비 총액이나 단위 기간 동안에 지출한 여가비 총액 따위를 산출할 때 서로 다른 장부로부터 통계를 낸 다음 이들을 합쳐 봐야 하는 지독하게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가족이 가계부를 작성하는 상황이라면 후잉이 권장하는 시나리오는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같은 장부에 가족 구성원 각자의 계정을 만들어 한 장부에 기록하는 편이 나은 것 같고 지금까지는 그렇게 해 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후잉은 둘 이상의 사람이 동시에 다른 기계, 다른 장소에서 같은 장부를 편집하면 상대가 장부를 편집할 때마다 ‘다른 곳에서 편집이 일어났으니 업데이트 하겠느냐’는 팝업을 띄웁니다. 서로 동시에 가계부를 정리하고 있을 때 매번 이 팝업이 나타날 때마다 페이지를 새로고침 하는 건 썩 좋은 경험이 아닙니다. 물론 이 팝업을 무시하고 새로고침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서로 가계부를 정리하는 상황에서는 일단 통계를 보기보다는 서로 돈의 이동을 기입하는 것이 핵심이므로 페이지를 새로고침 하지 않아 일시적으로 통계가 틀리게 표시되더라도 이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각자가 돈의 이동을 기입하는 일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지만 상대가 편집할 때마다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요구하는 팝업이 나타나며 입력을 가로막는 동작은 근본적으로 이 도구가 동시에 여러 사람이 같은 장부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하지 않고 개발되었음을 이해하는 입장에서도 여러 모로 귀찮고 또 아쉽습니다. 여전히 이성적으로는 서로 독립된 장부를 사용하는 쪽이 이상적인 시나리오라는 점을 이해하지만 이 정도로 본격적인 장부를 기록한다면 애초에 후잉을 사용하지 않을 겁니다. 가정용 가계부 수준에서는 한 가계부를 가족 구성원 두 명 이상이 기록할 일이 있으며 이 시나리오를 만족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깊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자. 정리하면 두 사람 이상이 동시에 같은 장부를 기입할 수는 있지만 귀찮게 계속해서 페이지를 새로고침 하라는 팝업이 나타나 데이터 입력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고 화면을 새로고침 하지 않으면 일시적으로 잘못된 통계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입력에만 집중한다면 일시적으로 잘못된 합계가 표시되는 수준의 동작은 나중에 새로고침 하면 해결되니 그리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움은 있지만 사용은 가능합니다.
다른 한 가지 문제 역시 후잉이 근본적으로 한 계정을 한 사람이 사용할 거라고 가정하고 만들어졌기 때문에 생기는 거라고 예상합니다. 후잉 게시판을 살펴보면 오래 전부터 돈의 이동을 기입하는 항목 각각에 태그를 달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사항이 여러 차례에 걸쳐 나타났습니다. 후잉은 이미 복식부기 형태로 돈의 이동을 기입하기 때문에 한 줄에 어느 계정에서 어느 계정으로 돈이 이동했다고 기입하기만 하면 이보다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전에 언급했던 김밥집 사례에서 중요한 점은 ‘신용카드’ 예정에서 ‘식비’ 계정으로 돈이 이동했다는 점일 뿐 이 이동이 실은 김밥집에서 일어났고 또 점심식사를 위해 일어났다는 점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돈의 이동을 입력하는 입장에서는 분명 이런 동작이 올바르지만 실제 세계의 기록은 꼭 이 단위 말고도 다른 방식으로도 통계를 보고 싶어하는 상황이 일어납니다. 가령 특정 김밥집에서 점심을 자주 먹다 보니 그 김밥집에서 단위 기간 동안에 일으킨 지출 합계를 파악하고 싶다고 해봅시다. 후잉은 신용카드 계정에서 식비 계정으로 돈이 이동했음을 핵심 정보로 기록하지만 여기에 이 돈이 특정 김밥집에서 사용되었거나 점심식사로 사용되었음을 데이터 모양으로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항목 설명이나 메모를 남길 수는 있지만 나중에 이 정보에 기반해 통계를 내려면 검색을 통해야만 합니다. 만약 태그 기능을 제공했다면 그저 각 돈의 이동을 기입할 때 #김밥집
, #점심
같은 식으로 간단히 태그를 남겨 놓고 태그를 클릭하면 태그 기반의 통계를 보여주면 좋을 것 같은데 개발자님은 여러 가지 이유를 말씀하시며 태그 기능을 추가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장부를 두 사람 이상이 기입하다 보면 한 사람이 기입한 항목만 보고 싶거나 제가 기입하지 않은 항목만 나열하고 싶을 때가 있는데 이 역시 간단히 달성할 수가 없습니다.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이미 계정에 각자의 계좌, 각자의 신용카드, 각자의 현금이 구분되어 있으므로 검색에서 제가 사용하는 계정만 포함하도록 하거나 제가 사용하지 않는 계정만 포함되도록 하면 통계를 낼 수 있지만 이를 항상 검색을 통해서 해야 하고 매번 검색 조건을 새로 입력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히 불편합니다. 한동안은 검색 조건을 입력할 때마다 이 조건이 URI에 표시된다는 점을 이용해 주소를 저장했다가 주소 전체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검색 조건을 저장해 사용하곤 했는데 이게 대체 뭐 하는 짓거리인가 싶었습니다. 만약 그저 태그를 붙일 수 있다면 각 항목을 기록할 때 그저 태그로 기록한 사람 이름을 추가해 놓으면 간단히 이 태그에 따라 클릭 만으로 필요한 통계를 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이런 모든 작업들이 너무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또 어딘가 여행을 다녀오며 여행에서 지출한 금액만을 모아 보고 싶을 수도 있는데 이 때도 똑같은 상황에 부딪칩니다. 여행비를 별도 지출 계정으로 정의하자니 여행에서 먹은 밥도 식비에 나타나게 하고 싶고 또 여행에서 쓴 유류비 역시 매월 단위로 통계를 살펴보는 자동차 유지비에 나타나도록 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여행 동안에 지출한 금액이라도 여전히 일반 식비, 일반 자동차 유지비 계정을 통해 지출하도록 기입하게 되는데 그러면 여행에서 쓴 돈을 간단히 볼 방법이 없습니다. 이 역시 메모에 여행을 의미하는 키워드를 넣어 놨다가 이 키워드를 포함하는 메모를 검색하도록 해 통계를 볼 수 있지만 이걸 꼭 검색을 통해 접근해야 할 지, 그냥 태그 링크를 눌러 볼 수 있게 하면 더 편하지 않을지 매번 검색할 때마다 현타가 강하게 옵니다.
다시 한 번 정리하면 후잉 가계부는 근본적으로 한 계정의 같은 장부를 두 사람이 사용할 것을 가정하지 않고 개발된 것 같습니다. 둘 이상이 동시에 같은 장부를 편집하면 다른 쪽 화면에 새로고침을 요구하는 팝업이 나타나 서로 활발하게 데이터를 입력하려고 할 때 상당히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실제 시나리오에서는 각자 돈을 쓰는 시점이 다르고 신용카드 메시지를 바로 후잉으로 전송해 입력하곤 하기 때문에 입력 시점이 서/로 잘 겹치지 않아 그나마 다행입니다. 하지만 각 항목을 누가 입력했는지 살펴보고 항목을 입력한 사람 단위로 통계를 내 보기 위해서는 각자가 사용하는 계정을 검색 조건에 넣고 검색해야만 해서 상당히 불편합니다. 이런 여러 시나리오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각 항목마다 태그를 넣을 수 있게 해 달라는 요구사항이 후잉 게시판에 여러 번 나타났지만 2024년 늦여름 현재 태그 기능이 추가될 기미가 없습니다. 단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잘 동작한 덕분에 유료 가계부임에도 앞으로 계속 사용할 작정인데 … 그렇게 생각하니 더더욱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