몬스터 처치와 몬스터 드랍아이템 수집은 무슨 차이인가요?
흔한 몬스터 잡는 퀘스트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몬스터 하나하나를 처치할 때마다 퀘스트가 진행되는 형태와 몬스터로부터 드랍되는 아이템을 얻을 때마다 퀘스트가 진행되는 형태입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이 두 가지 퀘스트는 서로 같은 일을 하게 만듭니다. 목표 몬스터까지 찾아가서 전투를 해 몬스터를 처치하는 겁니다. 그럼 그냥 몬스터 처치 퀘스트만 있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쪽이 플레이어와 의사소통하기에 훨씬 더 직접적이고 단순하거든요. 그럼에도 굳이 몬스터를 직접 처치하는 목표와 몬스터의 드랍아이템을 수집하는 퀘스트를 구분해 사용하는데는 두어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일단 내러티브 상 그게 더 어울리기 때문입니다. 스토리 상 오크들이 드랍하는 약초가 필요한 상황이 있습니다. 누군가 다쳤고 치료해야 하는데 약초가 없네요. 어떤 게임은 수집 스킬을 써서 약초를 캐 오라고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모바일 환경에서 수집 메커닉을 견디고 있을 플레이어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 마침 오크들이 주변의 약초를 캐서 항상 가지고 다닌다는 설정이 있군요. 오크들을 처치하는 퀘스트를 주고 이를 클리어하고 돌아오면 다친 누군가를 치료해서 동료로 삼는 스토리를 이어가게 해야겠습니다.
그런데 그냥 가서 오크 열 마리를 처치하고 돌아오라고 하면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누군 사경을 헤매고 있는데 이 사람을 돕기 위한 내 행동이 오크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거라니 뭔가 찜찜합니다. 이럴 때 퀘스트 저널 인터페이스에는 ‘오크 10마리 처치’ 대신 ‘약초 10개 수집’이라고 표시합니다. 약초 아이템은 오크가 평소에도 드랍할 수도 있고 이 퀘스트를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에게만 선택적으로 드랍 할 수도 있습니다. 이제 플레이어는 오크를 사냥하고 있지만 퀘스트 저널 인터페이스를 보고 내가 지금 오크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친 누군가를 위해 약초를 수집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둘째. 더 많은 오크를 잡아야 하는 목표를 숨기기 위해서입니다. 오크를 10마리 잡는 건 뭐 그럴 수 있다 치지만 오크를 100마리 잡는 퀘스트라면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쯤 되면 유튜브에 게임 리뷰어들에게 성의 없는 퀘스트로 비난받기 딱 좋습니다. 성장구간 설계 상 지금쯤 오크 100마리를 잡으면 다음 레벨이 될 테니 이에 맞춰 보상을 준비해놨는데 한번에 오크 100마리를 잡으라고 하면 보상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라 하더라도 분명 짜증을 낼 겁니다. 이때 오크 100마리를 직접 잡으라고 시키는 대신 1/10 확률로 드랍되는 오크 전사의 팔찌를 10개 모으라고 하면 같은 목표를 좀 더 부드럽게 의사소통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