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벤트는 왜 있나요?
현상금 사냥을 하러 필드를 돌아다니다 보면 지역 이벤트가 일어납니다. 나는 빨리 오늘 치 현상금 사냥 퀘스트만 마치고 싶은데 자꾸 지역 이벤트가 일어나서 귀찮을 때도 있습니다. 또 어떤 때는 보상이 두둑한 이벤트라는 사실을 알고 있어 지역 이벤트가 일어날 때마다 따라다니기도 하고요. 지역 이벤트는 왜 있고 왜 일어날 때 필드에 있는 사람들 모두에게 알려주는 걸까요.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MMO 게임에서 필드는 골칫거리입니다. 거점과 거점 사이를 연결하고 세계 곳곳에 지리적 맥락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만 성장의 주요 순간이 인스턴스 던전 안에서 일어나는 마당에 필드에서 플레이를 지속할 이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레이어가 꽤 많은 게임이라고 들어 플레이를 시작했는데 초반 필드에 아무도 없으면 내가 들은 말이 사실인지 의심스럽습니다. 그 많은 플레이어들은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어딘가의 인스턴스에 들어가 있을 겁니다. 개발자가 이런 상황을 어느 정도 의도한 것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런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필드를 단지 이동과 초반 레벨업 용도로만 사용하자니 제작 비용도 높아 아깝습니다. 또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멀티플레이 전투가 가능한 공간이어서 여러 활용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이런 가능성에 대한 도전들이 그리 성공적이지는 않습니다. 플레이어 대부분은 보상에 집중해서 움직입니다. 필드에서 일어나는 이벤트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던전에 비해 큰 보상이나 플레이어캐릭터의 상태에 따른 알맞는 보상을 집행할 때 고려할 점이 훨씬 많기 때문입니다. 필드에서 뭔가 일어난다 하더라도 그냥 지나쳐 같은 시간을 던전 플레이에 사용하는 편이 훨씬 이득이라는 점을 이미 알고 있는데 필드 플레이에 참여할 이유가 별로 없습니다. 그 필드 플레이가 아무리 재미있더라도요. 행동 보다는 더 많은 보상을 얻어 성장에 집중하는 편이 더 재미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도 기왕에 필드에서 플레이 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나은 경험을 주기는 해야 합니다. 필드에서 더 나은 플레이는 그나마 필드에서 쌩으로 사냥하는 것 보다는 효율이 조금 더 좋고 또 멀티플레이 온라이 게임에서 다른 플레이어와 마주칠 수 있는 편이 감정적으로 더 낫습니다. 그래서 넓은 필드 곳곳에 흩어져 플레이 중인 플레이어캐릭터들에게 같은 목표를 제시해 비슷한 장소에 모여 플레이 하도록 유도하는 장치로 지역 이벤트를 사용합니다. 아무도 없는 필드를 보며 게임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지역 이벤트에 참여해보니 필드에 사람이 없지는 않다는 것을 보고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할 겁니다.
현대의 성장과 경쟁에 초점을 맞춘 환경에서는 필드에서 마주치는 다른 플레이어캐릭터들은 사실 반갑기보다는 귀찮은 존재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내가 현상금 사냥을 위해 잡아야 하는 몬스터를 가까이 있던 다른 플레이어가 쓸고 지나가 나는 몬스터를 찾아 멀리까지 이동해야 할 수 있고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겁니다. 이런 환경에서 지역 이벤트나 플레이어 여러 명이 필요한 궤짝 같은 장치들이 기계적으로라도 사람들을 모으고 모인 사람들이 서로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