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컨플루언스를 싫어하는 이유
지난번에 '내가 노션을 싫어하는 이유'를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트위터를 통해 컨플루언스를 개인적으로 활용하는 이유와 장단점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상태로 두면 균형이 잘 안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노션도 컨플루언스도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입장에서 한쪽의 단점만 이야기해 놓고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건 문제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컨플루언스를 싫어하는 이유를 소개합니다.
일단 가격이 싸지 않습니다. 프리미엄 버전은 세금을 제외하고 월 10.5달러인데 파일 스토리지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고 완전관리되기는 하지만 비슷한 수준의 노션 퍼스널 프로는 월 4달러입니다. 노션이 컨플루언스의 반값보다 쌉니다. 또 컨플루언스는 마켓플레이스에서 플러그인을 구독해 사용할 수 있는데 널리 알려진 플러그인들은 가격이 낮거나 10명 이하 사이트에 무료로 제공되지만 그렇지 않은 플러그인도 있습니다. 유료 플러그인을 붙이면 월 지출 비용이 순식간에 높아질 수 있습니다.
지난번 노션 이야기 할 때도 지적했는데 컨플루언스도 마찬가지로 검색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노션에 비해서는 검색 결과를 전체 페이지에 보여줘 검색 결과로부터 힌트를 얻거나 검색을 재시도할 여지를 충분히 주기는 하지만 띄어쓰기 없는 합성어의 일부가 잘 검색되지 않습니다. 때문에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문서를 작성하면 일부러 합성어에 띄어쓰기를 하거나 명사와 조사의 조합에서 명사를 인용부호로 감싸곤 하는데 썩 좋은 경험이 아닙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라는 합성어의 일부만 검색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디어를 처리하는 방법이 많이 낡았습니다. 플러그인을 추가해 많은 이미지에는 갤러리를 사용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 정도는 기본 기능이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영상으로 넘어가면 상황은 좀 더 나빠집니다. 가령 mp4 파일을 첨부하면 그럭저럭 웹 플레이어에 예쁘게 보여주지만 mov 파일을 첨부하면 끔찍한 모습이 됩니다. 그럭저럭 볼만하게 보여주는 미디어 타입과 그렇지 않은 미디어 타입들이 있어 문서 모양을 그나마 봐줄만한 모양으로 만들고 싶다면 미디어 파일을 직접 첨부하는 대신 변환한 다음 첨부해야 합니다. 만약 이 도구가 로컬에서만 돌아간다면 납득할 수도 있겠지만 이 도구는 웹에서 동작하며 클라이언트 환경에 독립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문서 간의 연결관계가 지라만큼 정교하지 않습니다. 한 문서에서 다른 문서의 링크를 언급하면 이들은 자동으로 들어오는 링크와 나가는 링크로 구분되어 페이지 정보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게 전부입니다. 사실 전통적인 위키 역시 백링크를 표시하는 수준에 머물고는 있지만 규모가 큰 위키를 만드는데 사용하도록 디자인 된 제품이 아직도 문서 간 연결 관계를 전통적인 위키 수준으로밖에 제공하지 않는 점은 아쉽습니다. 반면 자매 제품인 지라에서는 태스크 사이에 관계를 설정할 때 이 관계의 맥락을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한쪽이 다른 쪽의 진행을 방해한다거나 중복되었거나 그저 관계가 있다는 등으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이 요구사항을 만족하기 위해 지라에 함께 의존하게 됩니다.
문서는 퍼블리시 버튼을 클릭하지 않아도 서버에 자동 저장되지만 여러 문서를 중간 편집하고 있을 때 중간 저장 상태인 문서를 찾기 어렵습니다. 특히 한번도 발행한 적이 없는 문서는 문서 트리에 나타나지 않습니다. 대시보드에서 ‘편집 중인 문서’목록에 나타나는데 이곳 이외에는 어디에도 나타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여러 문서를 한번에 발행해야 할 때는 개인공간에서 발행을 반복해가며 작성한 다음 이를 공개된 공간으로 옮기거나 복사해서 붙여넣기도 하는데 방법에 따라 또 다른 여러 단점으로 이어집니다.
이것도 규모가 큰 사이트를 운영하는데 부족한 점이라고 생각하는데 모든 문서는 ‘문서’ 단위로만 관리됩니다.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문서를 함께 수정해도 이들이 ‘같은 목적’을 위해 수정되었음을 표시할 방법이 없습니다. 위에서 잠깐 이야기한 ‘같은 목적’에 해당하는 지라 태스크에 의존하거나 태그를 사용할 수는 있지만 이들이 히스토리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으므로 같은 목적에 의해 수정된 문서들의 맥락을 보존하려면 다른 문서를 만들어 관리해야 합니다.
노션의 강력한 특징인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지원하지 않습니다. 최근에 플러그인이 발표되면서 이 요구사항을 좀 충족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전까지는 상당히 낡았고 사용하기 어려운 페이지 프로퍼티 매크로를 사용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컨플루언스가 기본으로 지원하는 기능이 아니어서 노션 수준으로 컨플루언스 본체에 잘 통합되어 동작하는 상태는 아닙니다.
‘사이트 전체 백업’을 제외한 모든 종류의 배치 익스포트가 정상 동작하지 않습니다. 컨플루언스는 원래 서버에 설치하는 제품에서 클라우드 제품으로 변했는데 과거 서버 제품일 때 사용하던 사이트 전체 백업 기능이 아직 클라우드에도 남아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클라우드 제품은 백업 관리와 재해 복구 역시 서비스 주체가 스스로 관리해야 하는데도요. 다행히 이 기능은 정상 동작합니다. 제 경우에는 백업을 요청하면 거의 이틀이 지난 다음 거대한 zip 파일 하나를 던져줍니다. 그런데 이 기능을 제외한 다른 (거의) 모든 배치 익스포트 기능이 동작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찬찬히 살펴볼 목적으로 스페이스 전체를 HTML로 익스포트 할 수 없습니다. 분명 기능이 있고 익스포트를 시작할 수는 있지만 영원히 끝나지 않습니다. 비슷한 모든 익스포트 기능이 동일한데 이 관련 지라 태스크가 만들어진지 몇 년이 지났지만 수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지라에는 이미 지원하며 원래 로드맵 상으로 작년 3분기에 지원 예정이던 오토메이션을 아직 지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라는 거의 오토메이션 이전과 이후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토메이션을 통해 여러 반복 작업을 드라마틱하게 줄일 수 있고 사람의 기억에 의존하는 작업들을 외부화 및 자동화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찬찬히 생각해보면 지라에 비해 비정형 데이터를 다루는 컨플루언스에는 비슷한 수준의 오토메이션을 제공하는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을 거라는 점은 이해하지만 이전 로드맵에서 이제 거의 1년째 늦어지고 있습니다. 프로젝트 관리 측면에서 아쉽습니다.
모바일 지원이 형편없습니다. 상당수 매크로가 모바일에서 동작하지 않습니다. 모바일 앱은 편집이 기능하기는 하지만 거의 뷰어로밖에 사용할 수 없는데 그나마 모바일에서 동작하지 않는 매크로를 별도 브라우저를 통해 사용할 수 있게는 해줍니다. 그 모양이 여전히 형편없기는 하지만요. 구글 서치 콘솔에 등록해 테스트해보면 모바일 친화적이라고 뜨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 되지만 실제로 모바일에서 페이지를 사용해보면 내비게이션이 불가능해 ‘그 페이지 자체’를 읽는 것 외에는 사용할 수가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기대한 만큼 안정적이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체감 상 한달에 한 번은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 중단을 겪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은 읽기만 되고 쓰기가 안된다거나 어느 날은 사이트 전체가 느려진다거나 합니다. 사이트 전체가 완전히 사용 불가능하게 되는 일이 드물긴 하지만 이런 자잘한 장애를 생각하면 이들이 SLA를 보장하고 있는지 조금 걱정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당장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팀캘린더가 약간 고장났는데 이건 언제 고쳐줄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