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경험치 게이지는 화면 아래쪽에 있나요?
이번에도 지난번에 이어 그리 복잡하지 않은 주제를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여러 MMO 게임에서 게임의 최 하단에 경험치 게이지를 둡니다. 게임에 따라 게이지에 마디를 만들어 알아보기 쉽게 표현하기도 하고 또 어떤 게임은 한 덩어리로 만들되 게이지에 그라데이션을 넣어 멀리서 쳐다봐도 대강 어디 쯤인지 파악하기 나쁘지 않게 만들어 놓습니다. 또 이 경험치 게이지 근처에는 현재 레벨, 현재 경험치, 다음 레벨이 일어나는 상태를 100%로 할 때 현재 경험치 비율을 함께 표시하곤 합니다. 모바일 기계에 버튼이 없어지기 이전 시대에는 이 경험치 게이지를 터치하면 팝업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지만 모바일 기계에 버튼이 없어지면서 더이상 아무 입력도 받지 않게 됐습니다.
그러면 이 경험치 게이지는 왜 화면 맨 밑에 있을까요. 만약 경험치 게이지를 조작하는 기능을 남겨두고 싶었다면 이를 화면 다른 곳으로 가져갈 수도 있었을 텐데요.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경험치는 게임이 그라인디 할 수록 변화가 적지만 동시에 플레이어가 가장 관심을 기울이는 숫자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게임을 적극적으로 플레이 하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숫자는 내 체력과 상대의 체력일 겁니다. 매니지먼트 장르를 플레이 한다면 획득한 주요 재화의 양이나 남은 포션의 양일 수 있겠네요. 이런 플레이어들 모두가 궁금해하는 숫자가 바로 다음 레벨에 도달하는데 필요한 경험치량입니다. 이 숫자는 변화가 적지만 대부분 플레이어들의 관심거리이기 때문에 화면에 항상 표시해야 합니다. 그런데 변화가 적기 때문에 최대한 넓은 공간에 나타내야만 하고 덕분에 이 조건들을 만족하는 가장 적당한 공간이 화면 최하단입니다. 그래서 이곳에 경험치 게이지를 나타냅니다.
게임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여지는 있습니다. 좀 더 그라인디 한 게임이라면 화면 하단에 배치하고 현재 경험치 비율을 소수점 여러 자리로 표시하기도 합니다. 잡몹 한 마리를 잡더라도 소수점 셋째 자리에서는 경험치가 올라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덜 그라인디할수록 경험치 게이지를 화면 하단의 가장 긴 공간에 표시할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위 스크린샷은 사실 경험치 게이지를 하단에 표시해야만 하는 사례로 들기에 적당한 게임은 아닙니다. 다만 요즘 플레이 하고 있어 스크린샷을 찍기 쉬워서 이걸로 정했습니다.
화면 상의 여러 구성요소들은 처음으로 구성요소가 그 자리에 배치될 때 이유를 가지고 그 자리에 배치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게 왜 이 자리에 있지?' 같은 의문을 가지고 생각해보면 흥미로운 주제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