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R2와 달리 GTA5에서 기차를 멈출 수 없는 이유

GTA 초기 게임과 RDR 시리즈는 기차와 상호작용 할 수 있는 반면 GTA5는 무슨 짓을 해도 기차를 부술 수 없습니다. 왜 그런 걸까요?

RDR2와 달리 GTA5에서 기차를 멈출 수 없는 이유

유튜브에서 GTA5 관련 영상을 살펴보면 기차를 파괴하거나 적어도 이동에 영향을 주려는 다양한 시도를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선로에 가득 세워 놓고 대량 학살을 저지르거나 군부대로부터 탱크를 가져와 선로를 막기도 하고 버스를 포함한 온갖 차량을 배치하기도 하며 여객기나 전투기를 가져와 기차를 공격하기도 하지만 기차는 이들과 거의 아무런 상호작용도 하지 않습니다. 기차가 일방적으로 선로에 놓인 장애물을 돌파할 뿐입니다. 이러한 기차 메커닉은 GTA5 뿐 아니라 RDR2에서도 등장하는데 이 두 게임의 기차에 대한 접근은 서로 다릅니다. GTA5에서는 기차와 상호작용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RDR2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차와 상호작용 할 수 있습니다.

GTA5의 기차는 파괴할 수 없는 속성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게임 내 화물 기차는 모든 장애물을 관통하거나 밀어버리며 정면으로 충돌하는 캐릭터 및 NPC를 즉사시킵니다. 이는 게임 내에서 기차를 특별한 객체로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기차는 철도 상의 모든 장애물을 밀어내며 플레이어가 아무리 많은 차량이나 폭발물을 선로 상에 배치해도 기차의 진행을 멈출 수 없습니다. GTA5의 화물 기차는 물리엔진에서 특수 객체로 분류됩니다. 약 25톤의 중량을 지녔으면 모든 장애물을 관통하거나 충돌하며 100대의 차량으로 선로를 막아도 시속 72킬로미터의 일정한 속도를 유지합니다. 이는 현대 도시 배경에서 게임 세계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의도적 선택으로 2001년 9/11 테러 이후 교통수단 파괴에 대한 사회적 민감성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철도 노선은 로스산토스 시내부터 블레인 카운티의 시골 지역까지 연결됩니다. 약 10분 간격의 주기적 운행은 게임 세계에 생동감을 부여하며 플레이어가 무작위로 마주치게 되는 환경 요소로 기능합니다. 특히 철도 교차로 36곳에서 발생하는 차량과 상호작용은 도시의 역동성을 강화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GTA5에서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기차를 멈출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싱글플레이 미션인 ‘Derailed‘에서 트레버가 기차를 하이재킹해 다른 기차와 정면 충돌 시키는 경우입니다. 이 미션에서 기차 위를 달려 기관실까지 이동한 다음 트래버가 기관사를 제압하고 기차를 운전하게 됩니다. 마이클은 미리 준비한 보트로 레이튼 협곡 다리 아래에서 대기하는데 트래퍼가 조종하는 기차와 반대편에서 오는 기차가 충돌해 양쪽 모두 탈선한 다음 일부 컨테이너가 강으로 떨어집니다. 마이클은 보트로 접근해 컨테이너에 폭탄을 설치해 화물을 확보합니다. 이는 미션 스크립트에 의한 특별한 상황으로 나머지 게임플레이에서 재현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방법은 ’Chute the Moon‘ 미션을 통해 기차 상부에 폭탄을 설치하는 것입니다. 이 미션은 프랭클린이 주인공으로 등장해 GTA5의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에서 플레이어가 낙하산 점프와 자전거 레이스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는데 낙하산을 이용해 기차 위에 착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역시 이는 미션 전용 메커니즘으로 일반 게임플레이에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2023년 추가된 ‘Chop Shop DLC‘에서 기차 운전 기능이 도입되었으나 이는 온라인 미션 전용 기능입니다. 이 모든 사례들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한편 GTA 온라인에서는 기차를 완전히 멈출 수 없습니다. 플레이어들이 대형 트럭을 선로 상에 배치하더라도 기차는 계속해서 이동합니다. 다만 기차가 정차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플레이어와 상호작용 없이 일어나는 이벤트입니다.

한편 RDR2에서는 기차를 하이재킹해 조종할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기관사를 제거한 다음 기차를 조종할 수 있으며 이 때 기차를 정지 시킬 수 있습니다. 이느 GTA5와 달리 상호작용 가능한 차량으로 취급하기 때문입니다. RDR2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기차를 멈출 수 있습니다. 오일 웨건이나 다른 마차를 선로에 배치하면 다가오는 기차를 멈출 수 있습니다. 이는 물리엔진이 기차와 충돌을 직접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또 RDR2 온라인에 등장하는 애플시드 벌목 회사의 핸드카트 같은 작은 차량도 기차를 멈추는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 다이너마이트를 사용해 기차를 폭파시켜 멈출 수도 있습니다. 다이너마이트 화살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이런 방법들은 게임의 물리 시뮬레이션의 적용을 받아 동작합니다. RDR2에서 기차와 상호작용은 강도 메커닉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산타니카 협곡의 긴 다리 위에서 기차를 정지시키면 보안관의 접근을 대부분 차단할 수 있으며 이는 강도 미션 성공률을 향상시킵니다. 이는 기차를 게임 내 전략적 요소와 현실적인 환경 활용을 보여줍니다. 이들 두 게임의 기차 상호작용 규칙의 차이는 각 게임의 설정과 게임플레이 목표로부터 비롯됩니다. GTA5는 현대적인 환경을 배경으로 하며 기차는 주로 배경 요소로 기능합니다. 반면 RDR2는 19세기 후반 서부 개척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기차는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강도 메커닉의 주요 표적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GTA 시리즈의 기차와 상호작용 규칙 변화에는 역사적 맥락이 있습니다. 초기 GTA1과 GTA2에서는 기차에 탑승하거나 파괴할 수 있지만 GTA3부터 상호작용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일부 의견에 따르면 2001년 9/11 테러 공격 이후의 민감성 때문이라고 합니다. 기차 파괴가 대구모 폭발을 일으키고 연쇄적인 파괴를 일으킬 수 있어 테러와 관련된 민감한 내용으로 간주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GTA5에서 상호작용 불가능한 기차의 특성은 게임플레이의 균형과 안정성을 위한 의도적 설계일 수 있습니다. 만약 기차와 상호작용 가능해 이를 파괴할 수 있다면 플레이어들은 의도적으로 기차를 파괴하며 게임 세계의 일관성 있는 동작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온라인 환경에서는 이러한 상호작용이 다른 플레이어들의 게임 플레이 경험을 방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GTA5와 RDR2의 기차 상호작용 규칙의 차이는 단순한 기술적 구현의 차이를 넘어 각 게임의 게임플레이 목표를 반영합니다. GTA5에서는 기차가 환경의 배경 요소로 기능하며 안정성과 일관성을 위해 상호작용 불가능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반면 RDR2에서는 기차가 핵심 게임플레이 요소로 플레이어의 다양한 상호작용과 전략적 활용을 가능하도록 만드는 완전히 조종 가능한 메커닉으로 구현되었습니다. 이런 차이는 각 게임이 목표로 삼는 게임플레이 경험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GTA1부터 존제한 기차는 9/11 테러 이후 GTA3부터 상호작용 기능이 제거되었습니다. 2013년 GTA5 출시 당시 돈 하우저는 인터뷰에서 현대 도시에서 기차 파괴는 테러리즘을 연상시킬 우려가 있다며 디자인 결정을 설명한 바 있습니다. 반면 RDR1에서 시작된 기차 강도 메커닉은 RDR2에서 크게 개선되었습니다. 역사적 정확성을 추구하기 위해 1899년 미국 철도 사고 통계를 참조해 시스템을 조정했습니다. 2001년 9월 11일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는 GTA3 개발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시리즈 전체의 디자인 철학 변화로 이어졌습니다. 게임 출시 지연부터 컨텐츠 수정, 마케팅 전략 변경에 이르는 다양한 차원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이후 시리즈의 개발 방향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게 됩니다. 당시 락스타는 게임 내 리버티 시티와 관련된 요소들을 수정했습니다. 경찰차 색상을 NYPD와 비슷한 청백색에서 검은색으로 변경했으며 비행기 비행 경로를 조정해 마천루 뒤쪽으로 비행하는 부분을 제거했습니다. 특히 ‘테러리스트’라는 단어가 포함된 임무 한 개와 보행자 대화 12개, 라디오 토크쇼 대사 3개를 삭제하는 등 총 23개의 컨텐츠 구성요소가 수정되었습니다. 개발 초기에 삭제된 미치광이 노숙자 다르켈 관련 미션은 이 테러와 무관하게 이미 제거된 상태였으나 일부 유저들이 게임 코드로부터 이 캐릭터의 흔적을 발견해 테러와 연관성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락스타는 월드트레이드센터로부터 약 3킬로미터 떨어진 소호 지역에 위치했기 때문에 테러 이후 5일간 사무실에 대한 접근이 완전히 차단되었습니다. 교통 통제와 통신 마비로 인해 개발팀의 협업이 완전히 주단되었으며 이는 원래 예정된 2001년 9월 출시일을 3주 연기하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습니다. 원래 유럽용으로 제작된 박스 아트는 총기를 든 주인공과 폭발 장면이 포함된 다소 과격한 디자인이었으나 테러 사건 이후 미국 시장용으로 영화 ’토마스 크라운 어페어’ 포스터로부터 영감을 받은 새로운 형태로 디자인했습니다. 이 디자인은 이후 시리즈의 공식 스타일로 정착되어 GTA VC부터 GTA5에 이르기까지 계승되었습니다. 락스타 공동 창립자 샘 하우저는 당시 사무실 창문 밖으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를 보며 이런 시기에 뉴욕을 연상시키는 도시에서 폭력 범죄를 다루는 게임을 출시해도 되는가 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개발팀 내부에서는 게임 자체를 백지화하자는 의견까지 나왔으나 결국 10월 22일 출시를 결정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업계 전반에서 컨텐츠에 대한 검토가 이루어졌습니다. 가령 마이크로소프트는 플라이트 시뮬레이터에서 월드트레이드센터 건물을 삭제했고 사이펀 필터 3의 출시가 연기되었습니다. 이런 움직임은 9/11이 산업 전반에 걸쳐 컨텐츠의 자체 검열을 유발했음을 보여줍니다. 9/11 이후 GTA3가 겪은 여러 건의 규체 신청은 이후 시리즈가 직면할 폭력성 논쟁의 시작이었습니다. 2003년 GTA VC의 ‘핫 커피 모드’ 사건과 2013년 GTA5의 고문 미션에 대한 논란은 모두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후 락스타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도전’이라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GTA4에서 동유럽 이민자 주인공을 내세워 미국 사회 비판을 완화하는 등 보다 세련된 내러티브 전략을 구사하기 시작합니다. 이는 테러 충격이 게임 내 서사 구조에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줍니다.

9/11 사건은 GTA3을 단순한 게임을 넘어 문화적 현상으로 부상시키는데 영향을 주었습니다. 출시 이후 판매 기록을 수립하며 이 사건이 오히려 게임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증폭 시킨 역설적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테러리즘을 연상시키는 요소에 대한 영구적인 자기검열 체제를 형성했으며 이는 GTA5의 상호작용 불가능한 기차 시스템과 다른 시대적 배경을 지닌 RDR2의 기차와 현실적인 상호작용에 이르기까지 확장된 디자인 패러다임의 분기점으로 작용했습니다. 2025년 현재 GTA6의 유출 자료에 따르면 기차와 상호작용의 재도입 검토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9/11의 영향력이 현대에 이르기까지 계속되어 있음을 보여줍니다.

GTA3 이전까지 상호작용 가능하고 또 파괴할 수 있었던 기차가 이후 상호작용 할 수 없는 대상으로 변경된 가장 큰 원인은 월드트레이드센터 테러 사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GTA시리즈의 자유도 높은 오픈월드 환경에서 기차 역시 상호작용을 통해 창의적인 플레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충분한 요소이지만 그 플레이가여러 민간인에 피해를 입히는 등 테러리즘을 연상 시킬 수 있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기차와 상호작용을 불가능하게 만들었고 이는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반면 RDR2에서는 기차를 멈추고 또 기차를 조종하거나 파괴할 수 있는 다양한 상호작용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이는 GTA5와는 다른 접근이지만 19세기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현대의 테러리즘을 연상 시킬 가능성이 훨씬 적고 비슷한 배경의 영화 등 여러 매체가 이미 비슷한 장면을 포함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표현의 자유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