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를 개발하려는 당신. 남이 싼 똥을 주워 먹을 준비가 되어 있나요?
2023년 봄 현재 메타버스 키워드가 튀어나오는 소식들은 전부 암울한 것 뿐입니다. 이름까지 바꿨던 한 회사는 반짝이는 VR 헤드셋에 집중했다가 엿을 거하게 집어 먹고 있고 또 다양한 지적재산권을 바탕으로 이 업계에 발을 담근 또 다른 커다란 미디어 회사 역시 그저 그런 게임을 외주로 개발해봤지만 별 관심을 받지 못하자 조용히 퇴장하는 모양새입니다. 한편 NFT를 통한 아트웤을 판매해 이 업계의 태동기에 큰 성공을 거뒀다고 알려진 또 다른 회사 역시 스스로 메타버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언리얼 개발환경을 인스톨하면 몇 분 안에 구축할 수 있는 뻔한 멀티플레이 환경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전전하며 상큼한 엿을 먹고 있습니다. 메타버스 키워드가 이 모양인 가운데 여기에 NFT를 포함한 상호운용성을 주장하는 프로젝트들은 사기의 아이콘 두 가지를 한 번에 묶어서 이야기한 나머지 안팎으로 더 크게 흔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상황을 이해하고 또 돌파할 방법을 찾으려면 각자가 접근한 메타버스가 전통적인 게임회사들의 가상세계와 뭐가 다르고 뭐가 비슷한지 이해해야만 합니다. 메타버스를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지만 누군가 그래서 메타버스와 전통적인 게임이나 전통적인 가상세계와 무슨 차이가 있는지 질문을 받을 때 여기에 대답할 수 없다면 위에 이야기한 우울한 사례의 일부로써 역사에 기여하게 될 뿐입니다. 누군가는 전통적인 가상세계는 제작사가 스스로의 규칙을 적용해 통제하고 할 수 있는 행동이 제한적이며 다른 세계와 호환되지 않으나 메타버스는 이런 제한을 모두 돌파할 수 있는 거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답변은 바로 뒤에 이어질 짧은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차라리 아무 말도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그래서 제작사의 통제를 받지 않는 것, 다른 세계와 호환되는 것 같은 특징을 어떤 기술적 기반 하에, 그리고 어떤 절차에 따라 달성할 것인지, 더 짧게 질문하면 ‘어떻게?’라고 물을 수 있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그냥 메타버스는 사기이고 나는 반짝이는 키워드에 가장 빨리 반응해 멍청한 사람들의 돈을 먹을 작정이라고 속마음을 털어놓는 편이 낫습니다.
재미있게도 ‘어떻게’를 답할 수 있다면 메타버스는 위에 설명한 특징의 대부분과 일치합니다. 영화 레디플레이어원이 게임 개발에 대한 아무런 지식도 없이 만들어 내용 하나하나가 거지 같고 게임 개발 일을 하는 입장에서 프레임 하나하나에 쌍욕을 박아도 시원찮지만 굳이 말하자면 이 영화에 나오는 가상 세계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바로 메타버스를 개발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입니다. 제작사의 통제를 최소화하고 서로 다른 세계와 상호운용성을 가지는 가상 세계가 있다면 이를 메타버스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핵심은 통제의 최소화와 여기서 생긴 빈자리를 사용자들이 직접 메울 수 있는 시스템과 다른 세계와 상호운용성을 뒷받침할 시스템입니다. 이 두 가지 주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지고 각각의 해결 방법을 제시하며 이를 실제로 구현해낼 수 있으면 이들은 메타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누군가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고 또 메타버스가 결코 사기 키워드가 아니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여기서는 제작사의 통제 수준 조정에 대한 설명은 다음으로 미루고 다른 세계와 호환성을 가지는 이른바 상호운용성에 대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왜 다들 메타버스를 만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메타버스를 만들지 않는지, 또는 왜 아무도 메타버스를 만들 수 없는지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서로 다른 가상 세계 사이에 상호운용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게임 바깥에 있는 상호운용성이 근거로 삼을 데이터베이스와 게임들 사이에 에셋 호환성이 필요합니다. 게임 바깥에 있는 상호운용성이 근거로 삼을 데이터베이스에 대해서는 이전에 NFT의 메타버스의 상호운용성에 대한 접근에서 여러 주체들이 처한 서로 다른 입장 속에서 효율적인 단일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해 내는 어처구니 없는 목표를 수립하는 대신 이미 만들어져 비슷한 모양으로 동작하고 있는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다고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이걸로 게임 바깥의 문제는 거의 해결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어서 이번에는 서로 다른 가상 세계 사이에 에셋 호환성을 해결할 방법이 필요한데 2023년 봄 현재까지는 이 과정을 자동화 하면서도 서로 다른 가상세계에 매끄럽게 적용할 만한 방법이 발명되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패턴매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단일 모델이나 단일 이미지, 단일 텍스트를 그럴듯하게 생성해내는 단계에는 도달했지만 이를 인게임 에셋으로 활용해 매끄럽게 구동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가장 실현 가능성이 있는 방법은 서로 다른 가상 세계들이 자신의 에셋 데이터 포멧을 공개하고 에셋 컨버터를 제공하거나 에셋 저작도구를 제공해 사람들이 직접 에셋을 제작하게 하는 것입니다. 말이 복잡한데 사람이 노가다를 통해 에셋 호환성을 달성하게 하는 것이 지금으로는 가장 유력한 방법입니다.
여기까지 이야기를 따라왔다면 왜 다들 메타버스를 만든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도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지 않은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메타버스는 근본적으로 상호운용성을 달성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게임 바깥의 에셋이 인게임에 호환성을 가지도록 어떤 인간이 노가다를 통해 직접 에셋 호환성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 작업을 위해 에셋을 제작할 기술적 바탕이 제공되어야 하는데 이 바탕을 아무도 제공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상황을 개인적으로는 다들 똥 쌀 생각만 하고 남의 똥을 주워 먹을 생각은 아무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표현하는데 다들 자신들이 만든 세계에 누군가가 알아서 호환성을 갖춘 에셋을 알아서 만들어 주거나 자신들이 판매한 NFT를 누군가 주워다가 자신들의 메타버스에 알아서 구현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과정 속에 알아서 잘 되거나 소위 인공지능이 알아서 잘 해 주는 예쁜 방법은 아직가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한 게임의 에셋이 다른 게임에 호환성을 가지려면 먼저 회사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아주 약한 상태에서도 그럭저럭 잘 동작하는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한데 이는 블록체인으로 해결하기로 했으니 대강 해결되었다고 치고 한 게임의 에셋이 다른 게임에서도 잘 돌아가려면 한 게임의 에셋을 다른 게임에도 호환 시켜야 하는데 여기에는 호환성을 유지할 기술적 기반과 인간의 제작 노가다가 필요하며 이 노가다를 그나마 줄일 방법 정도를 고안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의 수준입니다. 남이 싼 똥을 내 메타버스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똥을 주워다가 내가 직접 노다가를 뛰어 에셋 호환성을 갖추고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 상의 데이터를 가져와 인게임 규칙을 크게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말이 되는 모양으로 만들어내야 하지만 지금은 다들 똥 쌀 생각을 할 뿐 그 똥을 주워다가 먹으며 가상 세계에 적용 시키는 데는 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다들 메타버스를 만든다고 말은 하지만 똥을 주워 먹을 생각은 없기 때문에 언리얼 개발 환경을 구축하고 몇 분 만에 만들어낼 수 있는 아무 기능도 없는 멀티플레이 가능한 월드를 만들어 영상을 찍어 눈먼 돈을 먹는데 급급할 뿐 실제 동작하는 메타버스를 만들어내지는 못하는 것입니다.
결론. 메타버스의 핵심 중 하나는 상호운용성이며 상호운용성을 지지하기 위해 회사들 사이에 이해관계가 별로 없는 중립적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과 가상 세계 사이에 에셋 호환성을 유지할 방법이 필요합니다. 전자는 블록체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어느 정도 문제를 완화할 수 있지만 후자는 아직까지는 인간이 직접 노가다를 통해 해결해야 하고 제작사는 이 과정의 노가다를 감소시킬 기술적 배경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남의 똥을 주워 먹는 일이라고 표현하곤 하는데 메타버스를 만든다고 말만 하고 아무도 실제 메타버스를 만들지 못하는 이유는 다들 자기 똥 쌀 생각만 하고 남의 똥을 주워 먹을 생각을 하거나 그 기술적 기반을 만들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달리 말하면 남의 똥을 주워 먹을 각오와 실행을 통해서만 메타버스를 개발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