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짜리 명함 만들기 시도

한 줄 짜리 명함 만들기 시도

한동안 한 줄 짜리 명함을 동경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명함에는 이메일 한 줄만 적혀 있는데 각 부분을 보면 내 이름이기도 하고 웹사이트 주소이기도 하고 소셜 네트워크 핸들이기도 합니다. 자잘하게 이름, 이메일, 웹사이트, 소셜 네트워크 핸들, 전화번호를 늘어놓는 것은 간지가 안 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렇게 만들 수 있는 체계를 어느 정도 준비했지만 결국 여간해서는 명함을 주고 받지 않는 세계에 있다 보니 실제로 개인 명함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회사에 명함을 신청하지도 않아 외부의 누군가를 만날 때 줄 명함이 없습니다. ‘아니 누가 아직도 명함을 주고 받아요?’라고 말하며 여전히 명함을 만들지는 않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높은 확률로 명함을 만들지 않을 겁니다. 오늘은 얼마 전 이런 한 줄 짜리 명함에 대한 이야기를 보고 이전에 어떻게 해 왔는지 소개하려고 합니다.

          wjkim@neoocean.net                
                |------|     twitter     
     name |----||----------| website          
          |----------------| email

한동안 이런 상태였습니다. 도메인은 인터넷을 사용하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시점에 샀는데 마땅히 쓸모는 없지만 지금도 유지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보다는 늦게 만들었지만 인스타그램보다는 빨리 만들었는데 이들은 도메인을 만들어 돈을 벌었지만 저는 돈을 썼습니다.

당시에 개인 웹사이트 만들기가 유행이라 도메인을 연결하면 간지가 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와서 말하면 간지 그런 거 1도 없고 현대는 주로 모바일 기계에서 브라우징을 하고 또 웬만해선 앱을 사용하기 때문에 도메인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를 사용하면 사이트 관리자가 도메인으로 오는 메일 중 ‘없는 계정으로 온 메일’을 모두 받는 옵션이 있습니다. 그래서 없는 메일을 즉석에서 만들어 건네줘도 이 주소로 메일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가령 어떤 모임에서 만난 사람에게 생성한 적 없는 some_meetup@neoocean.net을 즉석에서 지어내 알려줘도 메일을 받을 수 있어 앞부분에 이름을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도메인 문자열은 처음 PC통신(Holy….)을 사용할 때 만든 키워드인데 당시에는 이름 약자와 생년월일 일부를 조합해 아이디를 만드는 것이 대세였지만 또 누군가는 사전에 없는 단어를 써야 다른 서비스에 선점 되지 않는다고 했었고 이 말에 동의해 이상한 단어를 만들었습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이런 단어가 아무런 의미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후 이 단어 대신 이름을 도메인에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me@woojinkim.org 
          ||               It's me!    
             |-------|     name    
             |-----------| website 
          |--------------| email

몇 년 전에 이름으로 된 도메인을 구입했습니다. 당시 ICANN에서 기존에 없던 여러 도메인을 출시하면서 .kim이 있어 도메인 길이를 줄일 수 있겠다 싶어 고민했습니다. 하지만 당시는 새로운 TLD 출시 초기라 호환성 이슈가 많았습니다. 올바른 도메인으로 인식하지 않는 서비스가 많았고 전통의 TLD를 사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으로 .org를 구입해 구글 워크스페이스에 연결했습니다. 이메일 주소로 이름, 웹사이트를 알릴 수는 있었지만 소셜 네트워크 핸들을 전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기존 사용하던 핸들을 이메일 앞쪽에 붙일 수 있긴 하지만 이메일 주소에서 오는 간지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어 그러지는 않고 있습니다.

     me@mastodon.woojinkim.org 
     ||                        It's me again.
                 |--------|    name
                 |-----------| website
        |--------------------| mastodon server 
     |-----------------------| email, mastodon account

최근 트위터의 미래를 걱정하며 사용하기 시작한 마스토돈은 처음 계정을 만들 때 잘 생각하지 않은 댓가로 이메일 주소와 마스토돈 계정을 똑같이 만들 기회를 잃어버렸습니다. 다만 이렇게 만들면 다른 분산형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고 해서 그나마 위안 받고 있습니다. 한번 만든 마스토돈 서버 주소를 바꾸기는 아주 어렵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문득 이 주소의 이메일을 만들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에는 도메인 별칭을 비용 없이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 주소를 이메일로 만들었습니다. 덕분에 마스토돈 주소와 똑같이 생긴 주소로 메일을 보내도 기존 메일박스로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이 한 줄로는 트위터 핸들이나 텔레그램 핸들 (요즘 일하는 분야에서는 주로 텔레그램 메신저로 의사소통을 함.)을 전달할 수는 없어 아쉬움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소셜 네트워크 핸들을 바꾸거나 처음에 설명한 도메인 관리자 권한을 이용해 도메인 앞부분을 소셜 네트워크 핸들로 바꾸는 걸 고민해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