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드프레스 매니지드에서 고스트 매니지드로 변경
한동안 컨플루언스 위키에 공개 스페이스를 만들어 글을 공유해 왔습니다.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할 수 없었고 또 사이트를 구글 검색에 노출 시킬 수도 없었지만 글을 작성하는데 사용한 도구를 그대로 사용해 인터넷을 통해 글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 글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또 클라우드플레어 터널을 사용해 컨플루언스에 커스텀 도메인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 적용했고 DNS 리다이렉트를 이용해 검색에 노출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알아내 적용해 가장 불만이었던 두 가지 문제를 해결한 참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컨플루언스는 글을 읽고 또 다른 글을 탐색하기에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몇 달 전에 컨플루언스 페이지마다 ‘Related Pages’가 자동으로 붙는 기능을 배포했지만 그리 훌륭하지 않았고 또 근본적으로 글을 읽는 사람 입장에서 컨플루언스 위키는 그리 익숙한 모양이 아닐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수치 상으로 방문자들은 링크를 타고 들어와 글 하나를 훑어 본 다음 바로 페이지를 닫았고 여느 블로그 웹사이트에서 관찰할 수 있는 다른 글은 뭐가 있나 둘러보는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요즘 세상에 영상을 보고 듣는 대신 글을 읽기로 결정한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 만으로도 대단하고 또 황송한 마당에 그런 분들 입장에서 좀 더 익숙하고 또 다른 글을 탐색하기 편안한 인터페이스를 통해 글을 제공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을 내립니다. 말이 복잡했지만 간단히 위키 모양 대신 블로그 모양으로 글을 제공하면 해결되는 상황이었는데 이제 요즘 세상에는 글을 읽고 쓰는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아 이전 시대에 비해 글을 안정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얼마 남지 않아 보였습니다.
미디엄을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특유의 번잡스러움과 여전히 특정 플랫폼에 종속되는 모양이 썩 마음에 들지 않은 채 서비스를 추리다 보니 결국 구관이 명관이라고 워드프레스를 통해 서비스 하는 편이 가장 익숙하고 편할 것 같아 보여 워드프레스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요즘 세상에 굳이 직접 서버를 만들고 워드프레스를 설치하는 등등의 작업을 직접 하는 대신 글을 작성하고 공유하는 행동 자체에만 집중하고 싶어 워드프레스 매니지드 서비스를 통해 글을 블로그 모양으로 제공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워드프레스는 익숙한 모양이었고 예상한 대로 작동해 사이트를 구축하고 글을 가져오는데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워드프레스의 여러 가지 거슬리는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는데 일단 워드프레스 매니지드 버전인 워드프레스 닷컴은 시시각각 나에게 뭔가 추가 서비스를 판매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며 마치 내가 웹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한 유일한 도구로 워드프레스를 선택한 것처럼 행동했고 이는 굉장히 거슬렸습니다. 이미 다른 곳에서 도메인을 구입한 상태였는데도 계속해서 자사와 연동된 서비스를 통해 새 도메인을 구입하지 않겠느냐고 배너를 띄워 댔고 1년 짜리 서비스를 구입할 때 따라온 이메일 계정을 등록하라고 계속해서 강조했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또 서비스는 뭔가 잘 이해가 안 가는 다른 레이어의 서비스를 제안하고 있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이해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가령 젯팩이라는 앱과 서비스를 계속해서 표시하고 있었는데 이게 워드프레스 매니지드 버전의 어떤 부분을 담당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어려웠고 특히 아이폰에서 앱을 다운로드 하니 워드프레스 앱이 아니라 젯팩이라는 앱을 사용해야만 한다고 표시되어 있었지만 어느 누구도 워드프레스와 젯팩이 서로 어떤 관계이며 각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설명해주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편 이런 일들로 불만을 쌓아 가던 어느 날 우연히 요즘 세상 사람들이 널리 사용한다는 고스트라는 도구를 알게 됐는데 이 도구는 인터넷 상에 글을 게시하는 기능도 있지만 뉴스레터를 보내는 기능을 내장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다가 매니지드 버전과 호스팅 버전을 함께 제공하길래 라이트세일에 설치해서 며칠 동안에 걸쳐 만져봤습니다.
고스트는 글을 공유하는 서비스 관점에서 워드프레스와 비교하면 워드프레스에 비해 한없이 약한 컨텐츠 관리 기능과 워드프레스에 비해 한없이 부실한 에디터를 갖춘 워드프레스에 비해 한없이 부실한 도구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워드프레스 기본 기능에 포함되지 않은 뉴스레터 발송 기능과 멤버 등급을 나눠 서로 다른 글을 공개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 뉴스레터를 보내고 싶으면서도 글 공유를 다른 플랫폼이나 서비스에 의존하고 싶지 않은 요구사항을 충족하기에 적당해 보였습니다.
한편 고스트의 흥미로운 점은 주로 사용할 기본 기능은 웹 인터페이스를 통해 제공하지만 메인터넌스 기능은 CLI를 통해 지원하며 웹 인터페이스에서 CLI를 통해 제공하는 모든 기능의 힌트 조차 제공하지 않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것 같은 글 백업, 서비스 업그레이드, 도메인 설정 같은 기능을 웹 인터페이스로부터 찾을 수 없어 상당히 당황했는데 이런 기능이 모두 CLI를 통해 동작하는 점을 알고 나서는 이런 구성이 과연 올바른가 하는 고민도 해 봤습니다.
첫 뉴스레터인 혹시 거기 계시면 제게 알려주세요에서도 이야기했지만 글을 써서 인터넷에 공유하는 것은 다른 분들이 내 생각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의도도 있지만 시간이 흐른 다음 내 글을 미래의 내가 다시 읽고 과거의 내가 한 생각과 생각의 주제에 기반해 다시 생각해본 다음 생소한 관점에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기회로써의 의미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피드백을 전혀 받지 않았기 때문에 마치 어둠 속에서 홀로 떠들고 있는 것 같은 약간은 외로운 느낌을 받곤 해 왔습니다.
‘삼체 2권 암흑의 숲’에서는 우주는 암흑의 숲과 같아 숲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내 위치를 드러내지 않고 조용히 살아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한편 나는 부주의한 지구인들처럼 내가 여기 있다고 숲 속에 외쳐 누군가가 쏜 총에 맞아 바로 사라지거나 나와 비슷한 관심을 가진 숲 속의 다른 분들과 마주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항상 모든 글을 공개하고 또 검색에 노출시키던 정책을 조금 바꿔 이전과 똑같이 어두운 숲 속에서 사방에 글을 공유하지만 글을 읽기 위해서는 등록을 요구해 숲 속에 사람이 있음을 제게 알려주는 분들에 한해 글을 공유하는 실험을 하기로 했습니다.
말이 복잡했는데 그냥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새로 쓰는 글을 등록 전용으로 바꾸는 실험을 해 보기로 했으며 여기에 고스트를 사용하기로 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생각 끝에 이전에 워드프레스 대신 고스트를 사용하기로 결정한 다음 몇 주 만에 워드프레스를 통한 사이트 운영을 중단하고 고스트로 마이그레이션을 진행해 이제 거의 마무리 해 가고 있습니다.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은 글을 계속해서 컨플루언스 위키를 통해 작성하고 공개하되 글을 읽기로 결정한 분들이 편하게 읽을 수 있도록 이전에는 게임디자인 주제로 한정해 블로그를 통해 글을 제공하던 것을 모든 범주로 확대해 제공하기로 한 것과 새로 쓴 글은 뉴스레터를 통해 바로 공유해 캘린더를 통해 공유 받는 분들에 비해 ‘반 년’ 이상 빨리 읽을 수 있도록 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고스트의 여러 측면은 워드프레스 때 처럼 마음에 안 들긴 하는데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CMS라고 생각하면 워드프레스에 비해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허접하지만 그냥 글을 써서 공유하고 뉴스레터를 발행하는데 집중한다고 생각하면 잡다한 기능 없이 간결한 도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결론은 블로그 Thinking Machine에 등록하면 멤버 전용 글을 반 년 빨리 읽을 수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등록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