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과 심리적 안정감
업무용 메신저를 통해 일하다 보면 오직 DM으로만 말을 거는 분들이 있습니다. 저 자신도 공식 협상 전에 DM을 통해 미리 내용을 공유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무슨 말을 할 지 상대에게 미리 말해 서로 놀라지 않는 상황을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공개 채널에서 대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DM으로 이야기하면 이 이야기가 쉽게 휘발될 수 있고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장소에서 여러 번 해야 할 수 있어 불편할 뿐 아니라 같은 이야기를 반복할 때마다 이야기가 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DM으로만 이야기 하시는 분들은 안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DM으로만 이야기하십니다. 처음에는 이건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여러 방법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반복해서 공지한다든지, 반복해서 안내한다든지요. 하지만 결국 잘 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문득 깨달은 바가 있어 더 이상 DM으로 이야기하시는 분들께 안내 하지 않습니다. DM으로 시작한 일은 DM으로 끝냅니다. 다만 여기서 내려진 결정, 산출물 등을 채널에 안내하거나 문서화한 다음 채널에 공유합니다. 핵심은 협업 하는 분들 입장에서 어떤 방법이 더 편안한가 하는 것입니다. 제 입장에서는 채널이 편합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하지 않아도 되고 제가 틀린 말을 할 때 다른 사람들이 보고 바로 개입해 고칠 수 있습니다. 한 번 한 이야기는 다시 그 이야기를 해야 할 상황이 됐을 때 이전에 한 말의 주소를 언급해 잘못된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공개 채널은 모든 사람에게 편안한 장소가 아닐 수 있습니다. 실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면 잘못된 말을 할 때 여러 사람들에게 망신 당할 걱정을 할 수 있습니다. 팀이 편안한 환경을 제공하지 못할 때 공개 채널은 굉장히 불편한 장소입니다. 누군가는 팀에 새로 와서 눈치를 보며 분위기를 파악하고 있을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는 얼마 남지 않은 인사평가를 신경 쓰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DM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다면 제 입장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공개 채널을 불편하게 느끼는 분들의 적극적인 협업을 잃게 됩니다. 각자가 여러 이유로 편안하게 생각하는 업무 방식이 있고 저는 협업자로써, 또 관리자로써 이 방법을 존중해야 합니다. 결국은 실적을 내면 됩니다. 실적에 도달하는 방법이 서로를 더 편안하게 만들 수 있다면 그 방법이 옳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스스로 DM을 벗어날 결정을 하도록 더 편안하고 안전한 분위기와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일상적인 개발 환경은 그런 안정감을 구축할 만한 시점이 되면 새로운 프로젝트가 시작되며 사람이 뒤섞이곤 합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각자에게 편한 방법을 존중하며 일하는 것은 당장 할 수 있는 일입니다. 그래서 이전에는 DM을 통한 업무 진행을 고쳐야 할 상황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