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게임 확률 표시 사례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에 의해 게임 어딘가에서 확률 표기를 제공해야 합니다. 법안에 따라 처음 확률정보를 제공하려고 할 때 방법을 결정해야 했는데 인게임에서 확률 정보를 제공하기를 대부분이 원하지 않았습니다. 인게임에 별도 인터페이스를 만들 시간이나 자원도 없었고 또 어떻게 제공해야 할 지도 잘 몰랐습니다. 고민 끝에 게임 바깥 어딘가의 웹사이트에 확률정보를 고지한 게시물을 만들어 놓고 인앱 브라우저를 열어 이 페이지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습니다. 게임에서 이 웹사이트에 정상 접근 되는지 확인하기는 항상 어려웠습니다. 매번 테스트 해도 이 페이지로 이동하는 링크가 어디에 있는지 알기 쉽지 않았습니다.
확률정보는 항상 제 기준에서 보기에 별로 편리하지 않은 테이블을 통해 고지했습니다. 테이블 형식으로 된 확률 표기는 내가 지금 열려는 이 상자의 확률이 이 테이블 상의 어느 확률에 대응하는지 알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상자 아이템의 정확한 이름을 웹사이트 게시물의 테이블에서 찾아야 했는데 인앱 브라우저가 검색을 지원하지 않거나 테이블이 이미지로 되어 있기도 했습니다. 상자 아이템은 엄청나게 많았고 상자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아이템은 더 많았습니다. 특히 몬스터 드랍과 비슷하게 상자 안에서 나올 수 있는 아이템 역시 아이템의 일부를 공용 테이블로부터 가져오기 때문에 상자 별로 나올 가능성이 있는 모든 아이템을 표시하면 전체 확률 고지 테이블은 엄청나게 길어졌습니다.
이 테이블을 개발팀에서 매 업데이트마다 새로 제공하는 일은 단순하지 않았습니다. 확률형 아이템을 업데이트 할 때마다 아이템 데이터로부터 현재 유효한 확률형 아이템에 연결된 확률 정보를 끌어다가 새로운 엑셀 파일을 만들어 제출해야 했습니다. 어느 정도 자동화되긴 했지만 실수할 여지가 많았습니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실제 사용하는 데이터로부터 자동화되지 않은 방법으로 자동화를 지원하지 않는 장소에 실수에 민감한 데이터를 올리는 작업 자체가 위험했습니다. 차라리 인게임에 그냥 보여주면 안되겠냐고 건의해봤지만 별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실수 여지에 대한 항의와 설득 끝에 테이블 제공 업무를 다른 부서로 보내는 것으로 마무리됐습니다. 뇌에 힘 꽉 주고 웹사이트에 게시될 테이블을 만드는 작업으로부터 해방됐지만 뒷맛이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제2의나라는 인게임에서 확률을 직접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인터페이스를 처음 보고 이 게임은 유저를 존중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도 어떻게 봐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테이블과 게임 어디에 붙어 있는지 찾기 어려운 웹페이지에 익숙해져 있다 보니 상자 아이템의 정보 팝업에서 바로 확률 정보가 제공되기만 해도 너무나 편리했고 알아보기도 쉬웠습니다. 또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고요. 아마 확률정보를 인게임에 표시하기 위해 개발팀의 별도 작업은 거의 없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그냥 실제 사용하는 클라이언트 상의 데이터를 그대로 보여주면 되니까요. 법령을 잘 준수하고 유저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편리하게 전달하면서도 개발팀의 노력을 최소화하는 좋은 사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