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회사를 위한 변명
요즘은 어디서나 그 회사에 대한 바난을 볼 수 있고 어떤 비난이든 높은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저는 아무 상관 없는 입장이지만 변명을 한번 해 볼 작정입니다.

사실 요즘 온갖 장소에 그 게임과 그 회사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한때 여러 가지로 의미 있는 제품을 만들어 적어도 국내에서 거대한 경제적 의미를 달성했고 또 그런 성공을 여러 차례에 걸쳐 이뤄 낸 덕분에 삼성동과 판교에 커다란 건물도 짓고 또 적어도 사내에서는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를 해 왔습니다. 또한 그들은 첫 성공의 신화가 채 가시기도 전에 모바일 시장에서 다시 한 번 거대한 성공을 이뤄내며 그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는데 이번 성공은 워낙 거대해서 이전까지 회사 매출을 완전히 새로운 영역으로 끌어올립니다. 이런 성공은 우리들이 만드는 제품이 한때 ‘완성’ 단계가 있는 제품에서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게임을 플레이 하는 입장이나 만드는 입장 양쪽 모두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모양으로 변경되며 결코 영원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몇몇 회사들이 첫 서비스를 시작하고 나서 강산이 변할 만한 기간을 두 번 이상 지난 제품을 보유하고 있기도 한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결과입니다. 그 회사는 그런 제품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같은 프랜차이즈에 기반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왔고 그 중 일부는 엄청난 성공을 거뒀지만 최근의 시도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워낙 주변에 현재 그들의 썩 성공적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모습을 보며 온갖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어 한번은 이들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하고 지나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직 여름이 끝나간다고 절대 인식할 수 없을 것 같은 2024년 초가을 현재 삼평동 668번지에 있는 회사와 거기서 만든 게임에 대한 이야기인데 그 줄임말을 사용하기는 하겠지만 굳이 제목이나 내용으로 검색에 어그로를 끌 생각은 없어 이렇게만 표현하려고 합니다.
이들은 MUG에 기반한 초기 MMO 게임 산업을 개척합니다. 같은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 입장인 저 자신조차 종종 이 업계의 전설들이 한국 수도권 근처에 멀쩡히 남아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때가 있습니다. 가령 세계 최초로 마이크로트랜잭션을 발명한 회사가 여전히 판교에 자리 잡고 있고 또 MMO 시장 극초반에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 게임 역사에 이름을 올릴 만한 게임을 만든 회사들 역시 아직 판교에 멀쩡히 남아 세월이 흐른 지금도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998년에서 2012년에 이르기까지 출시한 MMO 게임 네 개 모두가 국내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뒀는데 이런 기록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사실 이 시대에 여러 차례에 걸친 성공은 처음 그 존재를 알게 된 멀티플레이 온라인 게임 시장의 고도성장기에 적절한 시점에 적절한 제품을 출시했기에 가능했다는 의견이 있고 개인적으로 이에 어느 정도 동의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같은 기반 장르를 선택한 여러 게임들마다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 장르 게임 프로젝트를 시작해 올바른 시점에 개발을 마쳐 출시하기까지 정말 별의 별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기에 시장의 성장기에 올라 타 얻은 성과라 하더라도 그 시점에 지속적으로 의미 있는 제품을 출시해 낸 사실을 부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들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각 MMO 게임의 출시 시점마다 고위 의사결정자 누군가는 스트레스가 너무 심해 매번 입이 돌아가기도 했다고 하는데 이 말이 그리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이 장르 게임 소프트웨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개발을 완수해 런칭하는 일은 정말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어렵습니다. 그 어려움을 뚫고 여러 차례에 걸쳐 성공적인 런칭을 수행한 것 자체가 회사의 능력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한편 2014년 즈음 본격적으로 시작된 모바일 게임 시장에는 회사가 그리 잘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 시점에는 개인적으로도 할 이야기가 조금 있습니다. 이 시대보다 조금 전 저는 투자를 받아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3개월 간의 임금체불, 그리고 냄새의 추억 세 가지 중 한 가지 기억을 남긴 채 철저히 파괴됐고 저는 생계를 위해 다른 직장을 찾아봐야만 했습니다. 작은 회사에서 모험을 해봤고 그 결과를 본 입장에서 한동안은 이런 모험을 하는 대신 더 나은 지원을 받으며 일할 수 있는 곳을 찾을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이 즈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게임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모바일 기계들이 나타나 이를 개발하는데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산업은 모바일 쪽으로 움직일 거라고 생각했고 저 자신이 그 시장의 중심에 있기는 어려운 입장이지만 그래도 그 시장의 중심 그 근방 어딘가에 서 있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에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려고 하는 업체 대부분은 어떻게 봐도 충분한 지원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모습이어서 고민이 많았는데 마침 지금은 삼평동 668번지에 있는 그 회사가 모바일 게임을 만들려 한다는 정보를 얻어 지원해 그 회사에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려는 팀에 합류합니다. 이후 여러 달에 걸쳐 깊은 깨달음을 얻었는데 바로 이 시점의 이 회사에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며 이 회사에서는 이 회사에 맞는, 그리고 이 회사에 어울리는 게임을 개발하지 않으면 회사가 아무리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자원을 결코 제공 받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회사가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려고 마음 먹은 다음 개발팀을 꾸린 계기는 대략 이랬습니다. 고위 경영진들 역시 앞으로 모바일 게임 시장이 시작되리라는 사실을 짐작했고 자신들의 포트폴리오 중 모바일 시장에 투입할 제품이 전혀 없다는 사실 역시 인식한 것 같습니다. 회사에는 지금까지 여러 번 성공적으로 제품을 출시한 여러 부서들이 있었기에 이들에게 모바일 포트폴리오 구축을 지시하면 성공 여부를 확신할 수는 없지만 모바일 포트폴리오를 갖출 수 있으리라 예상했을 겁니다. 하지만 회사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던 지금까지 여러 차례 성공적으로 제품을 출시한 개발팀들은 자신들이 지금까지 잘 해 온 규모가 큰 MMO를 기반 장르로 하는 제품을 개발하고 싶어 했고 그 시점에는 도무지 의미 있어 보이지 않는 거의 장난감처럼 보이는 모바일 게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데 전혀 참여하고 싶지 않아 했습니다. 하지만 경영진은 모바일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만 했기에 회사 안에서 이 일을 맡을 수 있을 적당한 부서를 찾았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회사에서 별다른 입지를 가지고 있지 못하던 주로 회사의 웹 서비스 구축을 담당하던 부서입니다. 이 부서는 이전에 PC 기반 제품을 출시한 경험이 없지 않았고 또 웹과 연동된 서비스를 구축해 온 경험이 있었기에 여기서 모바일 게임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결과만 이야기하면 이 계획은 당연히 실패하고 회사는 모바일 포트폴리오 구축 전략을 재검토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당시 이 부서가 모바일 포트폴리오 구축에 실패한 원인을 거의 그 근처에 있던 제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근본적으로 회사로부터 자원을 끌어올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분명 회사에는 이전에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출시해 온 조직들이 있었지만 이들로부터 지원을 얻기는 거의 불가능했고 우리는 이미 회사가 오래 전에 거쳤을 시행착오를 바닥부터 겪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부서의 역할 역시 개발에 전적으로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었는데 이미 이 부서에서는 회사의 다른 제품을 구동하는 웹 서비스 전체를 유지보수 해야 했고 또 오래된 작은 게임들을 한 팀에서 유지보수 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전에 개발 경험이 거의 없는 스탭들이 모여 처음 시도하는 모바일 게임 개발을 잘 해낼 가능성은 처음부터 그리 높지 않았습니다. 또한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회사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경영진 보고를 통과해야만 했는데 당시 회사의 모든 게임 프로젝트는 자기 스스로 돈을 벌고 있었기에 우리들 역시 똑같은 기준에 의해 평가됩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 우리들은 모바일 게임을 제대로 개발할 수 있을지조차 불확실한 상황에 제품을 팔아 돈을 벌 제대로 된 방법마저 제시하기를 요구 받았는데 솔직히 그 시점의 우리들에게 그럴 능력은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제대로 된 빌드를 만들지도 못했고 제대로 된 개발 계획을 제안하는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경영진이 당시 사내 모든 프로젝트에 똑같이 요구했던 돈 벌 방법을 고안하는데도 실패합니다. 사실 우리들이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다는 사실은 쉽게 인정했지만 개인적으로는 나머지 프로젝트와 똑같은 기준으로 돈 벌 방법을 제시해야 했던 상황은 조금 억울한 감도 없지 않습니다. 그렇게 이 작은 모바일 포트폴리오 구축 계획은 팀 해체와 함께 사라지고 이후 10년의 밤이라는 이름으로 정의한 기묘한 경험을 하게 해 준 팀으로 재배치 합니다. 재배치 '됩니다'라고 쓰지 않은 이유는 회사가 인원을 재배치할 생각이 없었고 제가 알아서 저 자신을 재배치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런 실패를 겪을 충분한 자원이 있었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모바일 포트폴리오 구축을 시도합니다. 물론 첫 시도는 파멸적으로 끝났고 그 다음 한동안 회사 안에서 같은 목적에 자원을 투입할 방법을 찾지는 못했지만 한창 그 장르가 유행하기 시작한 해로부터 2년 넘게 지난 시점에 처음으로 사내에서 개발한 수집형 게임을 출시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직접 개발해 낸 모바일 포트폴리오를 가지는데 성공합니다. 물론 이 게임은 상업적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 시대에 우리가 얻을 수 있던 상용 엔진 기반으로 모바일 게임을 개발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의 운명을 바꾼 거대한 사건이 벌어지는데 바로 린엠의 출시입니다. 린엠이 처음 시장에 등장할 때 그저 이 회사에서 맨 처음 출시한 바로 그 게임과 비슷한 외형을 보고 그 게임을 그저 모바일 환경에서 구동되도록 옮겨 왔으리라고 예상했고 사실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면 그 런 예상을 한 것이 많이 틀리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겉모양이 같았고 MMO라는 기반 장르가 같을 뿐 실제로는 완전히 다른 플레이를 요구했고 또 완전히 다른 메커닉을 제시합니다. 린엠 이전에도 PC 기반에 비슷한 시도를 한 중국 게임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우리들이 MMO 장르를 개발하며 터부시 해 오던 자동 진행, 자동 전투, 끝없이 증가하는 레벨과 수직 성장요소 등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아니 이러면 게임을 뭐하러 하냐'고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제 관점이 PC에서는 옳았을지 몰라도 모바일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린엠은 같은 프랜차이즈의 원작을 그래픽을 제외한 거의 모든 측면에서 혁신했고 이는 확실히 성공적이었습니다. 먼저 PC 기반으로 개발하던 우리들이 터부시하던 요소들은 사실 모바일 환경에서는 당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를 인정하는데 많은 시간을 헛되이 보내야 했지만 린엠은 고객이 자기 캐릭터의 모든 행동을 직접 조작하기를 요구하는 지금까지의 게임 메커닉을 완전히 무시하고 게임 모양을 유지한 채 장르를 완전히 바꿔 버립니다. 자동이동과 자동전투에 기반한 퀘스트 자동 진행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 게임들이 사용하던 방식으로 새로울 것이 없었지만 이를 본격적으로 우리들에게 익숙한 게임에 적용한 것은 거의 처음입니다. 사실 모바일 환경에서 MMO 게임을 플레이 하게 만들려는 시도는 여러 차례 있어 왔지만 그 결과는 다들 신통치 않았습니다. 기술적으로는 PC 기반의 그래픽에 익숙해진 고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어려웠고 또 PC 기반의 메커닉을 그대로 모바일에 가져오고 보니 고객들은 작은 화면과 터치 인터페이스 기반으로는 도저히 이전에 같은 장르 게임이 요구하던 플레이 패턴과 플레이 시간 요구를 달성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게임 자체는 그리 나쁘지 않게 만들어졌더라도 고객들은 큰 피로감을 느끼며 순식간에 떨어져 나갔고 한동안 모바일 MMO 게임이 과연 의미 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는지 그 자체에 대해 회의감을 가지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그동안 터부시 해 오던 기능을 과감하게 도입해 완전히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냅니다.
고객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들의 게임 이름은 게임 이름이나 프랜차이즈 이름이라기 보다는 하나의 장르 이름이라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게임을 시작해 최소한의 내러티브에 기반해 성장구간을 거치고 나면 바로 가혹한 전장의 한복판에 내던져지는 구성과 승자가 모든 것을 가지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정치적인 플레이가 발생하는 상황을 의도적으로 만들어내는데 이를 이들만큼 잘 만들어내기는 어렵습니다. 린엠 출시 이후 여러 게임들이 이와 비슷한 메커닉을 복제하려고 시도했지만 소수를 제외하고는 큰 실패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큰 이유는 린엠을 복제할 수는 있었지만 게임을 대하는 고객들의 자세마저 복제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고객들이 게임을 대하는 자세 역시 회사의 큰 자산이라고 평가합니다. 이 장르 게임을 성공적으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먼저 고객들이 제품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구축하고 부당할 정도로 큰 보상이 있는 전장이 게임 전체에 걸쳐 펼쳐져 있으며 여기서 승리한 집합이 모든 보상을 독식하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이 과정 중 어느 한 부분이라도 복제하는데 실패하면 이 게임은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먼저 고객이 게임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를 구축하기 위해 게임 그 스스로가 진지한 모습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린엠과 같은 매니지먼트 메커닉을 사용하면서도 고객들에게 외면 받은 게임들이 나타났을까요? 가장 큰 이유는 고객들이 게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도록 만드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게임에 대해 진지해져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다음 단계는 부당할 정도로 큰 보상이 걸린 전장을 게임 전체에 걸쳐 펼쳐 놓는 것입니다. 사실 이 특징은 이 프랜차이즈 또는 장르를 개발할 때 너무 당연한 요소이기 때문에 별다른 고려 없이 이 특징에 기반한 규칙을 구축했을 수 있습니다. 죽음에 대한 패널티, 어디서나 가능한 필드 PK는 원래 이 장르의 특징이지만 이를 복제하려는 입장에서 이 특징을 그대로 가져오기는 쉽지 않습니다. 고객들이 이런 특징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심스럽고 또 이 특징에 반응하는 고객들만이 살아남으면 활성 고객 수가 줄어들어 매출에 영향을 줄 것만 같습니다. 이런 의사결정의 순간에 용기를 낸 프로젝트만이 이 장르 게임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합니다. 어떤 보상이라도 그만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모바일 기반으로 동작하는 게임이 자동 전투와 자동 이동 기능에 기반한 매니지먼트 모양으로 동작하더라도 고객은 위험을 감수하기 위해 계속해서 게임에 집중하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게임에 대한 집중이 계속해서 터치스크린의 버튼을 조작하는 모습 뿐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자동 전투를 하고 있지만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적대적인 다른 플레이어의 등장이나 예상하지 못한 이벤트로 인해 큰 패널티를 입을 가능성에 대비해 이 순간의 수동 조작을 준비하고 있어야만 합니다. 이런 상태를 이끌어내기 위해 게임은 일상적인 전투로부터 시작해 최상위 컨텐츠에 이르기까지 실질적인 위험과 그에 따른 보상을 일관성 있게 제시해야만 하고 린엠은 이런 용기가 필요한 의사결정을 프랜차이즈의 특징에 따라 아주 어렵지는 않게 달성할 수 있었을 겁니다.
게임에 대한 고객의 진지한 자세를 이끌어내고 또 게임 전체에 위험 감수와 이에 따른 강력하고 독점적인 보상을 구축했다면 기본적인 특징을 복제하는데 성공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은 이런 게임의 특징에 맞는 인터페이스를 설계해야만 합니다. 이런 특징을 갖춘 게임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이전과 같이 터치스크린을 조작해 왼쪽 엄지손가락으로 캐릭터의 이동을 조작하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캐릭터가 사용할 스킬을 조작하는 모양으로는 고객을 기존 같은 장르 게임이 그래 왔던 것처럼 오랜 시간에 걸쳐 주의력을 유지하도록 만들 수 없습니다. 게임패드와 커다란 모니터 앞에서는 연속으로 12시간이라도 집중할 수 있었던 사람이라도 똑같은 게임을 터치스크린에 기반한 모바일 기기를 통해 플레이 하게 하면 단 15분도 견디지 못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했는데 린엠이 처음으로 등장할 즈음에 등장한 여러 게임들이 과거 중국 게임들이 선구적으로 도입한 자동 전투와 자동 이동, 그리고 이들에 기반한 자동 퀘스트를 도입했지만 이런 기능의 존재에도 불구하고 전통적인 이동과 전투 조작을 위한 인터페이스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어중간한 플레이를 만들어내고 말았습니다. 또 게임에 따라 자동 전투를 제공하면서도 자동 전투가 수동 조작에 비해 충분히 효율적이지 않도록 만드는 멍청한 의사결정을 통해 고객들이 자동 조작을 신뢰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실컷 올바른 기능을 만들어 놓고도 실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린엠은 이런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거의 다 회피해 전통적인 MMO 게임의 겉모습을 하고 있으면서도 모바일에서 안정적으로 게임을 진행 시킬 수 있는 자동 전투와 자동 이동, 이에 기반한 자동 퀘스트 기능을 도입했을 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이 과정에서 더 이상 완전히 쓸모 없어진 수동 조작 기능을 거의 대부분 제거해 버립니다. 이 의사결정이야말로 개인적으로 린엠의 가장 큰 혁신이며 이 의사결정을 관철 시키기 위해 이런 혁신적인 모양을 도통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온갖 경영진들을 설득해야만 했을 겁니다.
이제 모든 재료가 다 모였습니다. 고객의 게임에 대한 진지한 자세, 독점적인 보상과 이를 위해 감수해야 하는 충분한 위험, 그리고 모바일 환경에서 이 모두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와 게임 메커닉입니다. 이들은 린엠 이전에는 결코 한 게임에 동시에 존재하지 못했지만 린엠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이들이 한 게임에 동시에 존재해야만 의미 있는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어쩌면 당연한 사실을 깨닫습니다. 특히 이들 중 이 모두를 뒷받침하기 위한 인터페이스와 게임 메커닉에서 고객의 집중을 이끌어내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한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이전까지는 고객이 게임에 집중한 상태를 유지한다고 하면 당연히 왼쪽 엄지 손가락으로 캐릭터의 이동을 제어하고 오른쪽 엄지손가락으로 캐릭터의 스킬 사용을 제어하는 모습을 상상해 왔습니다. 하지만 캐릭터가 자동으로 이동하고 또 자동으로 전투하는 상황에서 고객은 더 이상 모바일 기기를 손에 쥐고 계속해서 조작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고객은 여전히 다른 게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자동전투에 사용할 액티브 스킬을 설정하는 방식으로 느슨하게 전투에 개입하고 또 인벤토리에서 즉시 사용할 물약과 주문서를 준비해 놓고 화면 한쪽에 인벤토리 인터페이스를 열어 놓은 채 언제든 개입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는 앞서 마을을 제외한 게임의 모든 장소에서 패널티를 받을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상태를 만들고 고객들이 이 상태를 인정하게 만든 기반 위에서 동작하는데 내 캐릭터가 멀쩡히 자동사냥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언제 어떤 위험이 다가올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위험이 나타날 때 즉시 순간이동 주문서를 눌러 대응할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하고 이런 고객의 상태는 과거 고객이 직접 캐릭터의 모든 행동을 조작할 때 고객에게 요구하던 집중 상태와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다만 고객의 엄지손가락을 혹사 시키지 않는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이런 여러 가지 혁신 위에 린엠의 거대한 성공이 따라왔고 이는 이제 와서 보면 어쩌면 당연합니다. 당시에 다들 모바일 게임을 만들 생각을 했지만 이렇게 자사의 프랜차이즈를 자기파괴적인 방법으로 혁신한 결과를 내놓지 못했습니다. 가령 어떤 모바일 게임은 린엠과 비슷한 접근을 하고 있으면서도 당시 인터넷 상의 빅 마우스들에게 휘둘린 나머지 게임을 하는 본연의 재미를 추구하겠다며 자동 기능 없이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이 게임은 얼마 못 가 차트에서 사라졌는데 그들은 자기들이 뭘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게임을 만들고 있었을 겁니다. 근본적으로 게임을 만든 자기 자신들이 수동 조작을 통해 모바일 환경에서 얼마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습니다. 반면 자기들이 뭘 하는지 알고 있던 플레이어들은 린엠의 여러 요소를 복제해 이들 역시 시장에서 나쁘지 않은 성과를 거둡니다. 특히 고객들이 린엠과 같은 위험 감수와 보상 독점 경험을 하고 싶지만 이미 런칭으로부터 시간이 흘러 그런 경험에 필요한 금전적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훨씬 낮은 위험과 그에 알맞는 보상, 그리고 이들을 모바일 환경에서 지탱하는 인터페이스와 메커닉을 통해 성과를 낸 플레이어들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들 중 그 누구도 게임 본연의 재미를 위해 자동 전투를 넣지 않았다는 바보 같은 소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이들은 인터넷 상의 고객을 가장한 빅 마우스들로부터 지독하게 씹혔지만 그런 말을 하는 사람과 실제 게임에 매출을 발생 시키는 고객은 서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라는 사실을 통계를 통해 입증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혁신과 그에 걸맞는 거대한 성공은 두 가지 치명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었고 두 가지 문제가 모두 발생했을 뿐 아니라 회사는 이 두 가지 문제 모두를 해결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이 거대한 혁신은 시장에서 경쟁자들에게 순식간에 복제될 수 있으며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입니다. 어쩌면 린엠을 개발하면서 자기 자신들이 얼마나 큰 혁신을 만들어냈는지 자각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그저 그 당시 사내에서 인식하기에 아무리 봐도 너무 이상해 보이는 인터페이스와 메커닉 채용을 강행하려는 개발팀과 회사 전체가 싸우느라 이 혁신이 마땅히 법적으로 보호 받아야 할 가치가 있음을 인식할 기회는 많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혁신은 너무 대단하고 또 일단 공개된 다음부터는 이 메커닉을 이해하고 자기가 뭘 하는지 알고 있는 다른 경쟁자들에 의해 쉽게 복제될 수 있었습니다. 고객들은 시장에 소위 ‘리니지 라이크’ 장르 게임들이 양산되어 다양성이 없어지고 항상 똑같은 게임이 출시되는 모습에 실망하는 모습이었지만 자기가 뭘 하는 지 정확히 알고 성공적으로 메커닉을 복제해낸 프로젝트가 많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을 시행착오에 의한 교훈이 업계 곳곳에 쌓이며 자기가 뭘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린엠의 핵심 메커닉과 비즈니스 모델을 복제할 수 있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된 시점에 시장은 완전히 포화 상태가 되었을 뿐 아니라 고객들은 이런 게임에 피로감을 느꼈고 이 혁신의 수명은 여기서 끝난 것이나 다름 없습니다. 만약 처음 이 게임을 출시할 때 회사가 자신들이 얼마나 대단한 혁신을 하고 있는지 조금이라도 자각이 있었다면 법적으로 자신들의 창조물울 보호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도 갖췄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 아쉬움이 있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회사 내부에 있습니다. 앞서 지금까지 만들어 본 적 없는 모바일 포트폴리오를 갖추기 위한 프로젝트라도 기존 회사의 다른 제품이 그랬던 것처럼 독자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추기를 요구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기준은 회사에서 그때까지 개발한, 그리고 그 이후에 개발할 모든 프로젝트에 동일하게 적용되었는데 이런 기준은 제품을 개발했으면 그에 걸맞는 수익으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는 너무나 당연하지만 도전적인 관점의 프로젝트를 피칭할 수 없게 만드는 요소로도 작용합니다. 린엠의 성공 이후 회사에는 크게 두 가지 견고한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었을 겁니다. 하나는 그들이 1998년 처음 시작한 강한 위험 감수와 그에 따른 독점적 보상, 그리고 수직 성장 개념을 견고하게 만들어낸 것, 다른 하나는 린엠으로부터 시작된 기존의 특징을 모두 유지하면서도 고객이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게임에 몰입한 상태를 유지하면서도 피로를 덜 느끼게 만들고 또 게임에 개입하는 방식을 영원히 바꿔 버린 것입니다. 회사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에게 피칭을 해야만 하고 이 자리에서 모든 게임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에 의해 평가될 때 이를 통과할 만한 새로운 시도가 얼마나 되었을까요? 경영진에게 새 프로젝트를 피칭해 성공적으로 프로젝트를 킥오프 하는 단계까지 가는 가장 무난한 방법은 회사가 창조해 낸 거대한 두 가지 비즈니스 모델에 기반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또한 이런 피칭에는 외견 상 아무런 문제도 없었을 겁니다. 지금까지 회사에 거대한 성공을 안겨준 방법을 해석해 이를 새로운 프로젝트에 재현하겠다고 하는 피칭을 거절하기도 쉽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흐름은 우리들이 알고 있고 또 인터넷 상의 빅 마우스들이 하는 말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비즈니스모델과 메커닉 양쪽 모두 시장의 다른 플레이어들에 의해 철저히 복제되어 시장 전체가 비슷한 게임으로 가득 찬 상황에서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발명품을 계승한 제품을 출시하더라도 시장에널린 다른 제품들과 차별점을 가질 수 없었을 겁니다. 이러는 사이 게임 메커닉은 인간 유전자 지도처럼 완전히 해석되었고 비즈니스모델은 고객들을 피로하게 만들어 그 수명을 다했습니다. 만약 회사가 자신들이 창조한 비즈니스모델과 메커닉의 다음을 생각하고 린엠이 처음 출시될 때와 같이 사내에서 일어나는 거대한 혁신을 지탱할 여력이 있었다면 지금처럼 다음 혁신이 없는 상태로 조회수에 따라 생계를 유지하는 빅 마우스들의 말을 듣고 그대로 휘둘리는 사람들에게 나쁜 평가만을 받고 있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2017년 린엠이 처음 나타날 때와 같은 거대한 혁신을 준비하고 있어 보이지 않고 또 그럴 수 있는 사람들이 회사에 남아 있을 가능성도 그리 높지 않아 보입니다. 그래서 온라인 게임 역사상 두 번이나 거대한 혁신과 도약을 이뤄낸 경험이 있는 회사가 지금의 만족스럽지 못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사실이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부자가 망해도 몇 년은 간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시장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이들이 완전히 코너에 몰려 있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회사에 남은 누군가는 7년 전 거대한 혁신을 손에 쥔 채 여러 게임에 걸쳐 같은 기준을 적용하는 피칭을 넘지 못해 자신의 생각이 혁신일지 아니면 시행착오일지 판단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적어도 밖에서 보기에 회사는 한동안 2017년 이후 그들이 창조한 거대한 혁신을 자가복제한 것 이상의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해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회사 밖으로 나온 몇몇 실패작은 회사가 그들의 문제를 인식하고 자신들이 처한 상황 속에서 그나마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전 같으면 절대 회사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것 같은 프로젝트가 온갖 역경을 뚫고 회사 밖으로 나와 고객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는 모습은 언뜻 보면 실패를 반복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다른 면을 보면 여태까지 회사 안에서 시도만 하다가 결국 회사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시도들이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의 수명이 끝나 버린 상황 속에서 드디어 회사 밖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시도들이 과거 린엠이 나타날 때처럼 거대한 성공을 가져올 거라고는 전혀 장담할 수 없지만 지금 밖에서 보는 상황이 인터넷 상의 빅 마우스들이 조회수를 획득하기 위해 말하는 것처럼 그렇게 엉망 진창인 상황인가 하면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글을 시작할 때 이 이야기를 했어야 하는데 좀 늦었지만 저는 한때 아주 잠깐 동안 그 회사 몸 담은 적 있고 또 우연한 기회에 업무 차 린엠을 아주 낱낱이 분해하며 연구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린엠의 여러 특징이 그 시대 시장에 있던 다른 뻔한 경쟁자들에 비해 얼마나 압도적이었는지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지금 그 회사와 아무런 관계도 없고 또 인터넷 상의 빅 마우스들과 다른 이야기를 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이익을 얻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적어도 한 번은 아무 의미도 없지만 ‘그 회사를 위한 변명’을 하고 싶었습니다.
이 글은 끝났고 그 회사는 제 의견과 아무 상관 없이 자기 갈 길을 계속해서 갈 겁니다. 저는 그저 업계의 다른 곳에서 제가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한때 업계에 거대한 혁신을 가져온 그들의 그 다음 모습을 살아남아 지켜 볼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