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밤

만약 10년 전 인생에 큰 영향을 끼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제가 더 강했더라면 어땠을까요?

10년의 밤

대략 10년 전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도 평소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잠을 자다가 자명종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나 자전거를 타고 탄천 자전거길을 따라 판교 방향으로 달립니다. 자전거도로는 마침 딱 회사 앞까지 이어져 있어 아침에 자전거길을 따라 달리는 분들을 제외하면 사람도 자동차도 거의 마주치지 않고 출근할 수 있었습니다. 항상 이 출근길을 달릴 때마다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생각 안하기, 생각만 하기에서 보여드린 적 있는 작은 자전거를 타고 그리 멀지 않은 거리를 달리면 됐기 때문에 한여름을 제외하곤 딱히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더라도 샤워를 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가끔 자전거길을 달리며 서울 방향으로 가시는 본격적으로 자전거 출근을 하시는 분들의 행색을 보며 멋있다는 생각을 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제 자전거는 아주 작고 귀여운데다가 앞에 가방을 달면 영락없이 자전거로 소풍 가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날은 제 퇴사일이었습니다.

회사에서는 MMO 게임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의 기획팀에 소속되어 있었는데 이 날로부터 다시 몇 년 전에 유명한 게임 전시 행사를 통해 공개한 트레일러 영상이 커다란 관심을 받으며 고객들로부터 기대를 받는 프로젝트였습니다. 게임 트레일러가 공개될 때 게임 전시 행사에 가지는 않았지만 전설에 의하면 영상을 보고 사람들이 몰려와 부스에 포트폴리오를 담은 USB 메모리를 놔 두고 갔다고도 합니다. 생각해보니 정말 대단한 구인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마치 스페이스엑스가 팔콘 해비 테스트 발사를 성공 시키며 영상을 끝내기 전에 구인 광고를 하는 것과도 비슷한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