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의 2026년 규정 변경과 지속가능성

2026년 규정 변경으로 인해 내연기관의 비율이 줄어들고 전기 에너지의 비율은 더 올라갑니다. FE와 차이가 줄어들고 있지만 제조사들 관점의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F1의 2026년 규정 변경과 지속가능성

이 글을 타이핑 하고 있는 2024년 초여름의 어느 날로부터 약 일주일 전 F1의 2026년 규정 변경사항이 발표되었습니다. 저는 F1을 오랫동안 봐 온 사람이 아니어서 이런 규정 변화가 아직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고 저 게임이 꽤 재미있어 보인다고 생각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쿠팡플레이를 통해 전체 게임을 보기 시작한 것은 몇 시즌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규정 변경으로 그라운드 이펙트가 도입된 2022년 이후 여러 팀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모습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통해 살펴보고 왜 메르세데스는 그 전까지 잘 하다가 나이 많은 루이스 해밀턴의 허리를 박살내는 포퍼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지 의아해 했습니다. 또 이 문제를 순식간에 잠재우고 자동차 바닥 깎는 노인 마냥 공기역학적 이득을 얻기 위해 바닥을 깎아댄 통에 어느 팀이든 차를 해먹어 크레인으로 들어올려지면 다른 팀의 바닥에 관심을 가진 여러 팀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웃기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제 또 시간이 지났고 2026년부터는 그라운드 이펙트가 폐지되며 더 이상 다운포스 형성을 위해 바닥을 깎을 필요가 없어져 누군가 차를 해먹기를 기다려 크레인으로 들어올리기를 바랄 필요가 없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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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끔 큰 규모로 규정이 변경되는 이유는 규정이 완전히 고착화 되어 규정에 잘 적응한 한 팀이 오랫동안 상위권을 독식하지 못하기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어느 한 팀이 규정에 잘 적응하면 다른 팀들이 이를 기술적으로 따라잡는데 시간이 걸리고 그 동안 상위권 팀이 변하지 않게 될텐데 이는 그 팀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여러 가지 시도를 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만 이를 따라잡는데 시간이 걸리는 팀 입장에서는 영원히 하위권을 면치 못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할 겁니다. 그래서 몇 년에 한 번 규정을 대규모로 갈아엎어 이미 이전 규정에 잘 적응한 팀이라도 다시 새로운 유정에 적응해야만 하는 상황을 만들어 여러 팀에 걸쳐 비슷한 상태를 유발해 서로 비슷한 적응 상태부터 다시 시작해 이번 시즌에는 어느 팀이 우위에 오를지 예상하기 어렵게 만들어 이 상황을 구경하는 재미를 만들고 있습니다. 가령 그라운드 이펙트가 적용된 2022년 이전에는 메르세데스가 수 년에 걸쳐 우승을 차지해 와 팬들에게는 마치 KBO 프로야구의 삼성 왕좌 시절 마냥 치고받고 하다가 결국 삼성이 우승한다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상태를 유지합니다. 하지만 2022년부터 규정이 바뀌자 의외로 메르세데스는 오랫동안 제로팟 디자인을 고수하며 차가 들썩거리는 포퍼싱 문제를 해결하는데 애를 먹었고 그러는 사이 몇 년에 걸쳐 우승을 독차지하던 팀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중위권으로 추락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런 규정 변화는 한 팀이 규정에 적응해 상위권을 독식하는 모습으로 게임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동시에 시대의 흐름에 따르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확히는 시대의 흐름에 따르며 이 게임에 참가한 여러 자동차 회사들이 게임에 돈을 투자한 댓가로 자사 브랜드 이미지 유지 뿐 아니라 기술적인 이득을 함께 얻을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F1을 달리는 자동차는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와 상당히 동떨어져 있지만 지난 오랜 세월에 걸쳐 서서히 실제 도로를 주행하는 자동차에 점점 더 가까워져 왔다고 생각합니다. 가령 엔진 기통 수가 점점 줄어들고 이에 따라 떨어지는 파워를 전기 모터를 통해 보충하는 식으로 바뀌어 왔는데 이는 자동차 회사들에게 고출력 가솔린 엔진을 연구하게 만드는 것 만으로는 환경 문제에 직면한 자동차 회사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기 때문에 최대한 자동차 회사들이 현재 직면한 문제와 F1을 달리는 자동차를 설계하는 문제가 서로 비슷한 모양이 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한때 내연기관 엔진은 한동안 선수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연료를 사용하다가 이제는 일반 주유소에서 주유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연료를 사용하도록 바뀌었다고 알려졌고 이미 고출력 내연기관 엔진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않고 감속으로 인해 발생하는 에너지를 회수해 전기 에너지로 저장했다가 모터를 돌리는데 사용합니다. 이런 변화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실제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로부터 내연기관의 비율을 서서히 줄여 나가야 하는 문제와 비슷해 F1에 투자한 결과 그들의 본업에 활용할 기술을 획득하는 효과를 냅니다.

일단 규정 변화의 재미 측면을 살펴보면 차량 크기를 줄여 추월이 더 자주 일어나도록 유도하려는 것처럼 보입니다. 재급유가 금지된 다음부터 자동차 크기는 계속해서 커져 모나코 서킷에서는 사실상 추월이 불가능해졌습니다. 물론 모나코에서도 성능 격차가 큰 차량 사이에는 추월이 일어나기는 하지만 이런 추월이 게임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별 의미 없는 추월에 가깝습니다. 또한 차량 크기가 큰 나머지 추월 자체가 위험해 적극적으로 추월을 시도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덕분에 성불의 해인 2024년 모나코 그랑프리는 드디어 샤를 르끌레가 우승해 그를 성불하게 만들었지만 시작부터 끝까지 출발 순위를 그대로 유지한 덕분에 페라리 팬들 외에는 아무 재미도 없는 이상한 결과를 만들고 말았습니다. 이런 상황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모나코 서킷을 바꾸거나 차량 크기를 줄이는 방법 밖에 없어 보이는데 이미 모터스포츠에서 트리플 크라운 중 하나에 등극한 모나코 서킷을 없애기는 거의 불가능할테니 차량 크기를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이전처럼 재급유를 허용했다가는 엔터테인먼트가 핏크루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게임이 될 수 있어 그런 선택을 할 수는 없고 다른 방법을 찾아야만 했을 겁니다.

일단 이전 시대에 비해 전기 모터에 더 많이 의존해 이전보다 더 적은 연료만으로도 주행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전의 70% 수준의 연료로 게임 전체를 완주할 수 있을 거라고 하는데 이렇게 줄어든 연료는 전기 에너지를 통해 보충하고 있습니다. 또한 터보랙이 다시 부활했는데 이를 통해 부피가 큰 부품을 들어내고 그만큼 차량 크기를 줄일 수 있게 됩니다. 다만 터보랙이 생겼기 때문에 이제 이전과 완전히 다른 드라이빙 스타일을 요구할 예정이어서 차량 적응에 애를 먹는다고 알려진 여러 드라이버들의 순위가 크게 바뀔 가능성이 있습니다. 차량 크기가 줄어들면 그만큼 더 좁은 공간에서도 추월을 시도하거나 배틀을 펼칠 여지가 늘어나기 때문에 게임 자체가 이전에 비해 더 재미있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또 차량 크기가 줄어들면 핏 크기가 좁은 서킷에서 좀 더 민첩하게 핏스탑을 수행할 수 있고 핏크루들의 안전을 더 확보할 수도 있어 엔터테인먼트 관점에서 핏스탑을 좀 더 밀어붙일 여지가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게임 관점에서 또 다른 재미 요소는 기존 DRS 대신 도입된 ERS입니다. 이전까지는 서킷마다 미리 정해 놓은 지점에서 앞 차와 간격을 1초 이내로 만들면 다음 DRS 구역에서 뒤쪽 플랩을 열어 공기역학적 도움을 받을 수 있었는데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시속 20-30킬로미터 정도 더 빨리 달릴 수 있어 추월을 용이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올드 팬들은 이런 기믹의 추가 자체를 싫어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개인적으로도 모터 레이스에 이런 좀 짜친 규칙이 추가된 것 자체가 썩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게임에서는 아이템을 먹고 이를 사용하도록 만들고 의도적으로 맨 앞을 달리는 사람과 맨 뒤를 달리는 사람이 획득하는 아이템을 다르게 만들어 큰 순위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을 만들곤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모터 레이스를 그렇게 만드는 것은 게임 자체를 너무 가볍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싶었고 내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작년 2023년 마지막 라운드인 아부다비 그랑프리에서 샤를 르끌레가 자기 팀이 컨스트럭터 순위 2위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 랩에서 5초 패널티를 안고 있는 레드불의 세르지오 페레즈에게 의도적으로 DRS와 토우를 주며 메르세데스의 조지 러셀의 순위를 떨어뜨리려고 했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장면을 샤를 르끌레가 뒤에 붙은 페레즈에게 ‘컴온!’ 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처리되어 상황을 잘 파악할 수 없었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대단한 상황이었는데 이 장면을 계기로 DRS가 모터스포츠에 잘 어울리지 않는 기믹이라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한편 ERS는 이전과 비슷하게 미리 정해 놓은 지점에서 앞 차와 간격을 1초 이내로 만들면 이번에는 다음 랩 내내 추가 파워를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추가 파워는 전기 에너지를 기반으로 주어질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전처럼 DRS를 사용할 수 있는 구간 안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대신 한 랩 내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게임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번에도 이전에 DRS에 대해 그리 좋은 인상을 가지지 않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모터스포츠의 본질을 흐리는 요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여전히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사고 말고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을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야만 하는 FIA 관계자들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 새로운 규칙이 실제 동작하는 모습을 지켜볼 생각이고 또 DRS 때처럼 생각을 바꾸게 될지도 모릅니다.

앞에서 이제 차량에 터보랙이 생기며 이전과 드라이빙 스타일이 완전히 달라져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와 함께 이전에는 DRS를 통해서만 사용할 수 있었던 추가적인 공기역학적 변화를 이제 드라이버가 원할 때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관심을 가져 볼 부분입니다. 터보랙의 부활은 현 시점의 차량에 익숙해진 드라이버들에게 커다란 숙제를 안겨주며 이전에 잘 하던 드라이버가 새로운 규칙에 적응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을 만들어냈고 이는 순위를 예상하기 어렵게 만듭니다. 동시에 이전에는 DRS를 통해서 얻을 수 있었던 공기역학적 부스트를 드라이버가 직접 원할 때 사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얼마나 잘 제어하느냐 역시 순위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드라이버는 이전처럼 차량을 조작해야 함과 동시에 터보랙의 존재에 따라 달리 주행해야 할 뿐 아니라 상황에 맞춰 프론트 플랩과 리어 플랩을 직접 조작해 차량이 공기역학적 성능을 필요할 때 끌어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는 지금도 결코 적지 않은 드라이버의 작업 부하를 더 끌어올려 이전보다 더 높은 수준을 요구할 겁니다. 처음에 플랩을 열어 드래그를 줄이는 모드를 X모드, 플랩을 닫아 다운포스를 올리는 모드를 Z모드라고 이름 붙인 데 대해 뭐 저런 이상한 이름이 있나 싶었는데 잠깐 생각해보니 언리얼 엔진으로 게임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지극히 당연한 이름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깨달았습니다.

한편 개인적으로 이 모든 변경사항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이전 시대에 비해 내연기관의 비중을 줄이고 전기 에너지에 대한 의존성을 올린 것입니다. 물론 저 자신 역시 오래된 10기통 고출력 내연기관 엔진이 뿜어내는 엄청난 소리에 매력을 느끼지만 언제까지나 이를 유지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래 전 약 30년 후면 고갈 될 거라고 하던 석유는 그 사용량이 감소하고 또 기술 발전에 따라 더 깊은 곳, 이전에는 채굴 할 수 없었던 상태의 석유까지도 채굴 할 수 있게 되면서 사실상 인류 멸망 전에는 고갈되지 않을 거라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내연기관의 비중을 줄이며 그 이유로 지속 가능성을 말하는 것은 최근 사회 분위기의 변화에 따른 것일 뿐 실질적인 효과는 없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기 에너지에 대한 의존성을 올리는 근본적인 이유는 환경이 아니라 게임에 참여하는 자동차 회사들이 차량 연구 개발에 돈을 더 쓸 명백한 이유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이미 내연기관 없이 완전히 전기 에너지만으로 움직이는 자동차의 점유율이 오르고 있어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 뿐 아니라 전기 자동차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 개발에 돈을 써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F1 만을 위해 고출력 내연기관 엔진을 개발하는데 상당한 돈을 사용했음에도 이 결과가 자사의 상용차 개발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면 장기적으로 자동차 회사들이 F1에 참여할 이유가 점점 더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추세를 아주 적극적으로 반영하자면 내연기관을 없애고 완전히 전기 에너지 만으로 차량을 움직이는 것이 옳지만 이는 크게 두어 가지 문제를 일으킵니다. 먼저 여전히 이전 고출력 내연기관 엔진이 일으키던 소음이 울려 퍼지는 게임의 분위기에 매력을 느끼고 또 향수를 가진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만약 한 번에 내연기관 사용을 끝내고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면 그런 팬들을 순식간에 이탈 시킬 수 있습니다. 또 이미 완전히 전기 에너지만으로 구동하는 차량으로 경주하는 FE 게임이 있기 때문에 F1이 한 번에 전기 에너지로 전환하면 FE와 차별성이 없어집니다. FE는 태생부터 F1에 비해 앞에 설명한 여러 기믹을 도입하는데 훨씬 적극적이었고 이로 인한 시행착오를 겪는 중이지만 여전히 F1에 비해서는 다양한 기믹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F1이 전기 에너지 만으로 구동하는 차량을 전격적으로 도입할 경우 FE와 차별성을 획득하기 쉽지 않아 이는 오랜 세월에 걸쳐 차츰 규정을 변화해 가며 서서히 조정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2026년부터 적용되는 규정 변화는 특히 내연기관의 비중을 줄이고 전기 에너지의 비중을 올리는 부분에서 지속 가능성을 그 이유로 들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지속 가능성은 내연기관의 배기가스, 탄소 중립 같은 좀 더 거시적인 목적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 그렇게 말하겠지만 실질적으로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함이라고 하기에는 효과가 극히 미미합니다. 대신 게임에 참여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F1의 내연기관과 전기 모터 개발에 투자한 만큼 자사의 상용 차량을 개발하는데 기술적 도움을 받을 수 있기에 자동차 제조사들 관점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규정 변화로 해석하는 쪽이 올바르다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지속 가능성이 아니라 자동차 제조사들이 게임에 지속적으로 참여할 목적을 만들어 주기 위함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점점 더 FE와 차별성이 줄어드는 점은 아쉽지만 어느 시점에 가서는 교통정리가 될 테고 또 고출력 내연기관이 내뿜는 대단한 소음 역시 아쉽지만 F1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이번 59호에도 지난 2주간 공유한 이야기를 함께 보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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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 이름 걸고 이런 웹사이트를 운영하면서 제 주변 사람들에게 이 웹사이트의 존재를 알리지 않고 운영한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을 겁니다. 제가 닉네임을 사용하며 신원을 관리하고 또 회사로부터 접근을 막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해야만 달성할 수 있는 목표입니다. 또 각각의 주제들을 굉장히 주의해서 선택해야 하고요.

하지만 저는 그 중 어느 것 하나도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모든 사람들이 더이상 글을 읽지 않는 시대임에도 웹사이트의 존재가 주변에 알려지는 건 사실 시간 문제에 가까웠습니다. 주변에 이 웹사이트의 존재를 알고 계신 분들이 꽤 계시다는 걸 알고 있고 사실 그 다음부터 주제를 선택하는데 이전보다 조금 더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글쓸거리를 모아둔 지라에는 이전보다 훨씬 많은 태스크가 글로 바뀌지 못한 채 대기하고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회식 갔다가 2차로 맥주집에 갔는데 술 위에 뭔가로 - 아마 마셔도 괜찮은 거였겠죠? - 이런 그림이 그려진 잔이 하나 나왔고 이걸 보신 누군가가 "앗. 이 잔은 우진님 거다!" 라고 말해 이 잔이 제 앞으로 오게 됐습니다. 여느 회식과 마찬가지로 서로 평소에 회사 범위 안에서는 잘 하지 않던 어려운 이야기나 조금 더 날 선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이야기 하는 내내 정말 이대로 괜찮은가 하는 고민이 들었습니다. 아니 요즘 세상에 글을 읽는 사람이 있다니 이게 말이 되나요?! 어서 시대에 맞지 않는 글 읽기를 멈추고 틱톡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도메인부터 시작해 글 하나하나의 주제에 이르기까지 제가 제가 아니라고 주장할 방법이 별로 없기에 이 상황을 받아들이고 지금과 똑같이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매주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을 계속해서 이어 가기로 합니다. 조금 겁나고 또 꽤 많이 쪽팔리지만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요?!!

모두들 온라인에서 신원 관리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또 2주 뒤에 뵙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