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퀘스트를 지원하지 않는 퀘스트 고치기
이전에 자동퀘스트를 개발하면서 여러 가지 퀘스트를 자동으로 수행하도록 만드는데 상당히 신경썼습니다. 왜 퍼시스턴트 던전 안으로 걸어서 이동할 수 없나요?, 왜 자동퀘스트로 회복의 신녀에게 이동 할 수 없나요?, 왜 자리체의 소환수는 자동퀘스트로 처치할 수 없나요? 같은 결정은 용납되지 않았습니다. 게임의 여러 부분에는 다른 게임에서 이렇게 하고 있다고 이야기하면 쉽게 의사 결정이 일어났지만 자동퀘스트만은 그렇지 않았고 상당히 힘들었습니다.
자동퀘스트에서 기본 목표 3대장인 지점까지 이동, 지정한 몬스터를 수량만큼 사냥, NPC와 인터랙션 해서 대화는 자동퀘스트 동작을 상대적으로 쉽게 정의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이드퀘스트에서 요구하는 특정 인터페이스를 열거나 인벤토리에서 특정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정해진 스킬을 정해진 대상에게 사용하는 목표들은 동작을 정의하기가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온갖 문제가 있었고 결국 어떻게 만들기는 했지만 다음에는 퀘스트시스템을 통해 이런 동작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득 리니지W에서 자동퀘스트를 지원하지 않는 퀘스트를 보고 이전에 이런 퀘스트를 어떻게 수정했었는지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이 스텝의 목표는 던전 안의 지정된 여러 장소에서 랜턴을 사용하는 행동을 몇 번 반복하는 것입니다. 각 장소는 순서가 정해져 있어 정확한 각각의 장소 반경 안에 들어가 랜턴을 사용해야 하는데 미니맵에는 이 영역이 정확히 표시되지만 게임 화면에는 인터페이스를 통해 표시되지는 않습니다. 이 퀘스트는 랜턴을 들고 던전 안을 헤매며 목표를 찾는 맥락이기 때문에 이를 그냥 자동으로 진행해버리면 이 느낌을 전달할 수 없어 자동을 지원하지 않도록 만든 것 같습니다.
자동퀘스트를 지원하는 게임에서 퀘스트에 따라 자동을 지원하지 않을 때 받게 되는 부정적인 경험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합니다. 게임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퀘스트가이드 인터페이스를 조작해 게임을 진행하고 빨간점을 따라가 성장 행동을 하도록 플레이어를 훈련시켰습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자기 직접 캐릭터를 움직이고 직접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인터랙션 버튼을 조작하라고 하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나마 메인퀘스트가 아니어서 그냥 무시할 수도 있어 다행입니다.
이 퀘스트를 자동으로 진행하는데 고려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퀘스트 목표를 구성하는 행동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가. 수행할 수 있어 보입니다. 미니맵에는 범위로 표시되어 있지만 사실은 꽤 구체적인 지점을 기계가 알 수 있습니다. 바로 시체더미 입니다. 시체더미까지 이동한 다음 랜턴을 사용하기를 반복하면 됩니다. 각 랜턴 사용 사이에 대사와 연출이 있는데 이들은 플레이어의 제어를 잠깐 중단시킨 다음 재생하면 되고요. 둘째. 어두운 던전 안을 헤매며 랜턴으로 주변을 비추는 경험을 자동퀘스트를 통해서도 유지할 수 있는가. 이건 단순하지 않은 문제입니다. 같은 퀘스트를 자동으로 진행한다면 이 맥락을 잘 이해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동퀘스트를 고려하면 이 퀘스트는 목적지까지 이동, 인터랙션 버튼을 터치해 랜턴 사용 대신 목적지까지 이동, 랜턴 사용 연출 재생을 반복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비슷해 보이지만 랜턴을 사용하는 행동을 인터랙션 버튼을 통해서가 아니라 목적지에 도착하면 연출을 통해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이전과 다릅니다. 리니지W는 스타크래프트2처럼 시점을 고려해 연출할 때 카메라 사용을 대단히 신중하게 하는데 이 기조를 유지한 연출이라도 충분해 보입니다. 직접 랜턴 버튼을 터치하는 행동과 랜턴을 사용해 주변을 비추는 연출은 자동퀘스트를 돌려 놓고 화면을 보고 있을 때 캐릭터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플레이어에게 더 잘 이해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