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디자이너가 블로그 쓰는 방법
요즘 세상에도 블로그를 쓸 작정이라면 게임디자이너들도 글 쓸 거리가 많습니다.
보시다시피 저는 글로만 가득한 아주 전통적인 블로그를 작성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의 모양 이전에도 여러 차례 서로 다른 블로그 솔루션을 사용한 적이 있는데 그중 일부는 그 이전에 쓴 글을 모두 옮겨 다닐 수 있었지만 또 그중 나머지는 그럴 수 없었습니다. 기술적으로 그럴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또 다른 이유에는 이전에 쓴 글이 모두 엉망인 쓰레기처럼 보였기 때문에 글을 모두 없애야만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실제로 블로그를 운영해본 기간은 짧지 않지만 지금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작성한 글만 남은 근본 없는 블로그가 만들어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여러 가지 부침에도 불구하고 굳이 블로그를 만들어 계속해서 글을 쌓고 있는 이유는 생각의 멱살에 설명 드린 대로 제가 글을 통해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동안 머릿속을 떠돌기만 하며 전혀 정리되지 않던 생각들이 모니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하면 거짓말처럼 생각 모양으로 정리되는데 이 과정에 제가 키보드를 두드린 덕분에 그런 생각의 과정이 글 모양으로 남게 됩니다. 그런 글 중 공개할 수 있을 만한 글을 공개하는 것 만으로 텍스트로 가득한 블로그 웹사이트를 만들 수 있었고 이것이 제가 블로그 웹사이트를 유지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합니다.
한편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기 위해 글을 쓰는 일종의 특성 상 사람들이 흔히 읽기와 쓰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이야기하곤 하는 글쓰기의 중요성, 그리고 글쓰기의 효과를 잘 체감하고 있지는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적어도 제 개인적으로는 ‘글쓰기의 효과는 과대평가되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생각하고 생각을 정리하는 등 다양한 장점이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저 자신이 이 블로그에 글을 써 오면서 블로그에 남겨진 글 수가 늘기는 했지만 이들이 저 자신에게 어떤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물론 키보드를 두드려 텍스트를 만들어냄과 동시에 제 머리가 함께 움직여 생각을 만들어내고 이전에는 정리되지 않았던, 혹은 이전에는 해본 적 없는 생각을 해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여느 사람들이라면 분명 키보드에 의존하지 않고서도 생각을 이어갈 수 잇고 가만 앉아서 눈을 깜빡이며 오직 머리만을 가지고 생각을 하고 정리하고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 분명하기에 이게 가능한 이상 굳이 글을 써서 어떤 효과를 기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글쓰기는 널리 알려진 여러 장점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 같지만 ‘글쓰기와 스트레스 해소’에 소개한 장점은 있어 보입니다. 사람들마다 여러 가지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을 가지고 있을 것 같습니다. 한동안 장거리 자전거를 미친듯이 타며 스트레스를 관리하기도 했었고 이는 지금도 일종의 취미로 굳어집니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방법으로 그와 관련된 제 생각을 만들기 위해 글을 작성하면서 제 입장이 정리되고 앞으로 제 할 일과 그에 대한 방침이 정리되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지면서 스트레스를 관리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동시에 장거리 자전거를 통해 스트레스를 제어하려고 할 때는 물론 스트레스가 줄어들었지만 제가 생각해야 할 일이 그대로 남아있었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글을 쓰고 나면 생각해야 할 것들이 모두 생각이 끝난 상태로 바뀌는 점 역시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계속해서 블로그에 글을 작성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