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베이스가 고장 나면 게임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나요?

생각보다 드물지 않게 게임의 일부에 장애가 발생하면 나머지 부분이 어떻게 동작해야 할 지에 대한 게임디자인 관점의 대책을 제시할 것을 요구받습니다. 이 요구는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데이터베이스가 고장 나면 게임이 어떻게 동작해야 하나요?

게임디자이너는 종종 협업 부서로부터 나온 모든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야만 한다는 압박에 시달릴 때가 있습니다. 특히 시스템디자이너는 우리들이 작성한 기획서에 따라 개발하던 엔지니어가 하는 모든 질문에 올바르게 대답하거나 그들이 질문하기 전에 질문을 예상해 기획서에 그런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습니다. 이런 접근은 어느 정도 기획서를 잘 작성하게 만들어 주기도 하지만 때때로 게임디자이너의 업무 범위 바깥의 고민을 하게 만들어 지식이 부족한 상태로 이상한 대답을 하거나 이상한 요구사항을 문서에 작성하게 될 수 있습니다. 게임디자이너는 근본적으로 고객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주고 또 우리들 스스로의 급여를 책임지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개발해 내는 역할을 합니다. 이 때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위해 직군 바깥의 지식을 가지고 여러 질문에 대답할 수 있으면 도움이 되지만 그런 소양이 필수는 아닙니다. 이전에 경험한 사례들을 살펴보며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어느 프로젝트에 참여해 이전에 만들어진 기획서와 데이터들을 살펴보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발견합니다. 플레이어는 게임을 진행함에 따라 여러 가지 경로로 장비와 장신구를 획득한 다음 이들을 장착해 강해지고 장비와 장신구 각각은 성장 재료를 통해 더 강해지는 구조를 의도하고 설계되었을 것이 분명한 데이터 정의가 기획서에 언급되어 있었습니다. 장신구 하나는 성장 재료를 투입할 때마다 단방향으로 성장하고 고객은 이 장신구가 최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성장할지 미리 최대 수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때 장신구는 그 등급에 따라 더 긴 구간에 걸쳐 성장하기도 하고 더 짧은 구간에 걸쳐 성장하기도 하기 때문에 장신구를 획득한 다음 장신구의 등급과 최대 성장 가능성을 살펴보고 이 장신구를 현재 장착하고 있는 장신구 대신 장착할지, 그리고 이 장신구가 본격적인 성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플레이 해야 할 지, 그리고 앞으로 더 나은 장신구를 파밍할 때까지 얼마나 더 플레이 해야 할 지, 그 동안 새 장신구를 어디까지 성장 시킬 수 있을지 등을 판단해 장신구 교체 장착 여부를 판단하도록 합니다. 장신구 각각은 이를 장착함에 따라 몇 가지 스테이터스를 추가 획득할 수 있는데 이들을 나열한 엑셀 파일은 대략 장신구 하나가 여러 레벨을 가지고 있고 각 레벨마다 오르거나 내리는 스테이터스를 나열하는 모양으로 만들어져 장신구 하나가 성장 가능한 레벨 수 만큼의 행을 차지하고 있고 각 행마다 성장하는데 필요한 성장 재료와 종류와 수량, 그리고 이 행에 해당하는 레벨에 도달할 때 받는 스테이터스 증감이 나열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여느 비슷한 게임에서 흔히 사용하는 모양으로 딱히 생소할 것은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