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요버스 게임의 성장시스템

수집 요소를 포함한 게임을 만들다 보면 이 분야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호요버스 게임이 자주 언급되곤 합니다. 이참에 호요버스 게임들을 각각 살펴보고 성장에 집중해 이들이 어떻게 변화해 왔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봅시다.

호요버스 게임의 성장시스템

게임에서 성장 메커닉은 수치 상승이나 레벨업 버튼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플레이어의 하루를 구성하는 루틴과 중장기 목표 구조, 세션 길이와 반복 리듬, 그리고 가챠 및 파밍, 빌드 최적화가 서로를 어떻게 밀어올리거나 소모시키는지 포괄하는 설계입니다. 호요버스의 지난 10여년은 표현의 진화 외에도 성장 메커닉의 재배열과 재해석으로 설명할 수도 있습니다. 붕괴 3rd는 복잡성과 깊이를, 원신은 선형성과 접근성을, 붕괴 스타레일은 통합과 효율을, 젠레스존제로는 확장성과 낮은 장벽을 선택했습니다. 이 서로 다른 선택은 취향의 변화가 아니라 기술, 시장, 커뮤니티, 규제가 함께 만든 압력 속에서 성장 체제를 어디에 두께를 두고 어디를 깎을지 결정한 결과입니다. 오늘은 그 압력과 결과의 과정을 게임디자인 관점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성장 메커닉은 플레이어의 인지구조를 설계합니다. 같은 강화 버튼이라도 선형, 분기, 통합 등의 순서화 확정, 랜덤, 혼합 방식으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일일 플레이의 구성과 피로도가 달라집니다. 원신은 레벨, 돌파, 특성, 무기 및 성유물로 다음에 무엇을 올릴지 즉시 인지할 수 있도록 설계해 대중화에 성공했습니다. 그 대신 장비 단계에서 성유물 부위의 주옵과 부옵에 랜덤 요소를 깊게 설계해 엔드게임의 롱테일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에 천장 이월 구조는 신뢰 자본을 뒷받침했습니다[^Pity System in Banners Explained | Wish Guarantee Guide][^Pity System Guide][^Wish]. 반대로 붕괴3rd는 레벨, 랭크, 6스킬, 무기, 성혼, 신의 열쇠가 곱연산으로 얽힌 다층 구조로 빌드 최적화의 깊이를 극대화했지만 신규 플레이어의 인지 비용이 컸습니다[^붕괴3rd/설정]. 성장 메커닉은 곧 플레이어의 사고 모델이며 가치 밀도 높은 30분을 만들지 리스트를 지우는 90분을 만들지 결정합니다. 또 성장 메커닉은 가챠의 보장 구조와 결합해 지출과 신뢰의 균형을 만듭니다. 천장은 최악의 비용 상한을 명시에 언젠가는 얻는다는 기대의 안전망을 제공합니다. 원신의 90회 천장과 이월은 그 전형이며 글로벌 확산의 핵심 요소 중 하나입니다. 같은 프레임을 공유한 붕괴 스타레일은 성장 메커닉을 행적 시스템으로 통합하고 요일제를 폐지해 효율을 높였지만 장비 축에서 광추의 영향력과 중복 강화의 체감적 필수성이 커지며 투명하지만 강요된 인지 부조화를 일으켰습니다[^Honkai Star Rail’s Gacha System Explained][^Honkai: Star Rail Gacha system]. 젠레스존제로는 이 지점에서 방향을 틀어 성장, 파밍의 랜덤성을 구조적으로 완화했습니다. 계정 레벨 구간에서 S급 디스크 확정 드랍, 주옵 조율, W엔진 의존도 축소로 먼저 빌드를 갖추게 만든 다음 중후반 깊이는 코어 스킬 체감, 세트 선택으로 보상하는 쪽을 선택했습니다[^Zenless Zone Zero Bangboo, Eous, Drive Discs, and W-Engines Detailed][^Zenless Zone Zero Drive Disk Sets].

W엔진은 젠레스존제로에서 등장한 장비시스템의 핵심으로 캐릭터의 성능, 역할, 특수기능을 강화하는 독립적인 장비군입니다. 이 시스템은 호요버스의 기존 게임과 비교해 몇 가지 특징을 가집니다. W엔진은 탱커, 딜러, 서포터, 버퍼 등 여러 캐릭터 역할에 따라 고유한 스킬과 기능을 제공합니다. 캐릭터마다 추천되는 W엔진 타입이 다르며 특정 캐릭터나 조합과 시너지 효과를 내는 옵션이 있습니다. 이전스타레일에서 광추가 거의 필수에 가까웠던 것과 달리 젠레스존제로의 W엔진은 중요하지만 갖추지 않아도 최상의 컨텐츠를 클리어 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성장 메커닉 관점에서 W엔진의 성능 편차가 크지 않아 과금 부담이 줄었습니다. 게임디자인 관점에서 장비가 과도한 과금 압박이나 성장을 강제하는 역할을 하지 않도록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된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캐릭터 역할 별 맞춤, 교환 및 선택 파밍 옵션의 확대 등 메타 빌드의 자유도와 다양성을 제공합니다. 그리고 성유물, 광추, 에이돌론 같은 기존 호요버스 등급 장비의 랜덤 요소에 대한 플레이어 스트레스를 줄이고 성장 동기를 개성, 조합, 빠른 완성에 집중했습니다[^Zenless Zone Zero Bangboo, Eous, Drive Discs, and W-Engines Detailed][^Zenless Zone Zero Drive Disk Sets].

결국 성장 메커닉은 천장, 선택, 교환과 함께 신뢰 가능한 반복의 골격을 만듭니다. 이 골격이 보장과 균형을 이룰수록 신규 플레이어가 안착하고 랜덤성과 롱테일을 담당할수록 숙련자를 남깁니다. 그리고 성장 메커닉은 장르와 플레이 메커닉과 잘 맞아야 합니다. 액션은 수치 상승보다 코어 스킬의 단계적 해금이 체감 상승을 만듭니다. 붕괴 3rd와 젠레스존제로는 이를 적극적으로 사용했고 장비는 난이도 변동을 완충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반대로 턴제는 노드, 경로, 장비의 미세 수치 튜닝이 전투 양상을 바꿀 수 있어 결정 비용을 낮추고 설계 감각을 높이는 통합과 주옵 선택이 체감 성능을 끌어올립니다. 오픈월드는 탐험 및 수집 루프가 체류를 견인하기 때문에 성장 목표 설정과 비경 및 요일 루틴이 오늘 무엇을 할지를 자연스럽게 구성해야 합니다. 원신의 선형 3축과 이원 장비는 이러한 오픈월드 맥락과 잘 맞물린 사례입니다. 또한 성장 메커닉의 변천은 기술, 시장, 규제라는 외부 압력의 결과입니다. 모바일 프로세서, 메모리, 네트워크가 발전하며 스트리밍, 로딩, 연출에 여유가 생겼습니다. 이는 오픈월드 루프, 시네마틱, 3D 연출 확장을 뒷받침했습니다. 팬데믹과 숏폼의 확산은 가챠 영성과 같은 2차 창작 무대를 넓혀 연출 그 자체가 성장 루프의 동기로 작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Honkai: Star Rail's gacha animations have no right to go this hard]. 규제는 천장, 확률 공개, 지출 한도, 미송년 보호 등 보장의 명문화를 요구했고 이는 전 세계적으로 투명성과 선택 및 교환 장치의 강화로 이어졌습니다[^Legislative Notice on the Proposed Amendments to the Enforcement Decree of the Game Industry Promotion Act to Require Game Providers to Disclose Probabilities of Loot Boxes][^State of Mobile Gaming 2025: The definitive industry report].

이 모두가 깊이, 접근, 효율, 단순이라는 표층적 변화의 실질적 원인입니다. 그리고 성장 메커닉은 신뢰 자본을 쌓는 가장 강한 수단입니다. 게임이 장기적으로 사랑받으려면 공정성과 예측 가능성이 체감되어야 합니다. 천장까지 남은 횟수와 상태 고지, 선택 및 교환 누적 포인트 인터페이스는 강요를 기대로 전환합니다. 원신이 구축한 보장 프레임과 젠레스존제로의 확정 및 조율은 이 신뢰자본의 서로 다른 방식의 구현입니다. 반대로 효율만을 추구하면 편의성이 높아지지만 필수화로 인지되는 축 가령 중복, 전용장비 등을 방치하면 신뢰가 감소합니다. 성장 메커닉은 이런 측면에서 경험의 과학이자 신뢰 장치입니다. 오늘 성장 메커닉 위주로 살펴보려고 하는 이유는 성장 메커닉을 설계하는 것은 플레이어의 하루를 설계하는 것과 같습니다. 또한 그 하루가 모여 커뮤니티의 언어가 되며 그 언어가 규제와 시장을 움직입니다. 붕괴3rd의 깊이는 빌드 퍼즐의 쾌감을, 원신의 접근성은 안정적인 목표로부터 안정감을, 스타레일의 효율은 결정 비용 감소를, 젠레스존제로의 단순성은 즉시 성취를 제공했습니다. 이어서 이 네 가지 축에 따라 각 게임의 성장 시스템 구성과 역사,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주요 변곡마다 일어난 변화의 의미를 게임디자인 관점 즉 목표 가시성, 반복 주기, 보상 예측, 장르 정합성 보장, 선택과 교환의 균형 측면에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