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이 원활히 이루어졌으면 해요
소통은 모든 것을 의미하는 단어이지만 동시에 그 무엇도 표현하지 못하는 단어입니다. 소통을 하려면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한때 프로젝트 포스트모템은 프로젝트 하나를 마치고 나서 수행했던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를 런칭하거나 프로젝트가 중단되면 모여서 포스트모템을 하곤 했는데 한번은 프로젝트가 중단된 다음 프로젝트에 속한 여러 부서의 부서장님들이 각자가 생각하는 실패 원인을 정리해 와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를 가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대충 생각해도 예상할 수 있듯 프로젝트에 참여한 말단 스탭들이 생각하는 실패 원인과 부서장님들이 생각하는 실패 원인은 서로 거리가 있었고 또 부서장님들의 정치적인 입장 상 그들 역시 이미 눈치 채고 있었을른지도 모르는 프로젝트 중단에 큰 영향을 준 구체적인 원인을 여러 사람들 앞에서 제대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웠을 겁니다. 발표하는 사람들 각각이 처한 상황 때문에 의미 있는 발표를 하고 또 다음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방법을 고안하는 생산적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 자체는 회사 생활 하는 사람 입장에서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발표를 할 작정이었다면 미리 예고를 좀 해서 거기 가서 앉아 있었던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하는 편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포스트모템은 말 그대로 환자가 사망한 다음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알아내는 과정이어서 프로젝트가 중단된 다음 프로젝트의 중단 원인을 살펴보는 과정을 부르는 이름으로는 적당해 보입니다. 그런데 현대에는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프로젝트 단위의 이벤트가 아니더라도 적당한 마일스톤 이벤트가 지나가기만 해도 포스트모템이라고 부르는 과정을 거치는 것 같습니다. 의도는 이해하지만 이 용어의 시작을 생각하면 아직 멀쩡한 프로젝트와 방금 지나 온 마일스톤 이벤트를 부검하려는 시도는 거기 참여할 때마다 약간 멈칫 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의도를 알고 있기에 지난 마일스톤을 수행하며 잘 한 일과 그렇지 않은 일,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례와 이로 인해 발생한 손해, 앞으로 같은 문제를 겪지 않을 방법 따위를 서로 이야기하는 것은 건강한 팀과 프로젝트를 만드는데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개인적으로 항공 산업에서 큰 사고가 발생한 다음 사고 조사 보고서를 내는 과정, 보고서의 내용, 이를 실제 적용하는 일선의 조치, 이 조치의 경과를 모니터링하고 개선해 나가는 과정을 살펴보기를 좋아하는데 항공 업계야말로 문제가 발생하면 큰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과정이 극도로 잘 정착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희생된 사고 원인을 사건에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가 아닌 제 삼자에 의해 조사하도록 하는 과정은 우리들이 가볍게 사용하는 포스트모템의 진짜 의미에 따라 수행하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반면 우리들은 우리들이 지난주까지 진행했던 바로 그 마일스톤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우리들이 이 이름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이벤트를 무사히, 그리고 의미 있게 수행하고 이후 우리들의 업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여라 가지를 감안해야만 합니다. 먼저 포스트모템을 수행하는 조직 단위로 각자의 생각을 말하기 위한 충분히 안전한 분위기를 사전에 갖춰 놓은 상태여야만 합니다. 만약 이해관계자 앞에서 말해야 하는 상황이거나 평소에 팀 분위기가 그리 안전하지 않아 왔다면 사람들은 앞서 프로젝트 중단 후 각 부서장님들이 사실상 아무 의미도 없는 형식적인 문서를 가져와 아무 의미도 없이 그저 자기가 잘못했다는 자아비판적 발표를 하는 상황과 별로 다르지 않게 시간을 낭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들 자기 자신의 안위를 위해 자신이 생각하는 진짜 문제를 그 문제의 이해당사자에 해당하는 사람이나 조직 앞에서 말하기를 꺼릴 테고 이는 문제 자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만들어 분명 생산성을 개선할 여지가 있는 요소가 사람들 사이의 더 깊은 곳으로 숨어들어 도무지 찾을 수 없는 상태로 만들기 쉽습니다. 때문에 팀 단위로 모여 이야기하는 형식의 포스트모템을 수행한다면 적어도 팀 수준으로는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중간관리자가 노력을 기울여야만 하며 구성원들 각자도 자기 자신이 안전한 분위기를 해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지 각자를 모니터링하며 개선할 필요도 있습니다.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팀 수준에서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기는 쉽지 않고 또 겉으로 안전해 보이더라도 각자는 그렇게 느끼지 않을 수 있기에 항상 팀이 모여 지난 마일스톤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의 포스트모템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각자의 작업 결과에 대한 이해당사자 앞에서 직접 말하기는 아무리 안전한 분위기라도 쉽지 않을 수 있고 특히 동아시아의 고맥락 사회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더더욱 그런 분위기를 의식해 아무 말도 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말 하지 않는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기에 이들의 입을 열기 위한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야만 하는데 시간 상 허락한다면 중간관리자가 여러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진행 시키고 또 자주 구성원들 각각과 이야기할 기회 역시 만들어야 합니다. 물론 이 상황은 이전보다 더 안전한 분위기를 구축했을 것을 요구하기는 하지만 앞서 이해당사자 앞에서 이야기할 수 없었던 이야기가 일대일 면담 자리에서는 좀 더 잘 나오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면담을 통한 포스트모템 과정 역시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식사 도중, 혹은 외부에 나가 커피를 마시며 수행하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를 썩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회사 바깥의 장소에서 이야기할 때 본심을 더 잘 드러내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만 근본적으로 회사 일은 회사 안에서 해야 하고 또 외부에서는 이야기 자체에 오롯이 집중하기 어렵다는 점 역시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면담을 수행해야 한다면 회사 안에서 수행하고 분위기 전환를 위해 회사 밖으로 나가고 싶다면 그 때는 웬만하면 일 이야기는 안 하는 쪽으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한편 각 팀에서 나온 이야기는 중간관리자의 필터링을 거쳐 더 위로 올라가 취합 되는 과정을 거치는데 앞서 중단된 프로젝트의 각 부서장님들이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포스트모템 발표를 수행한 것과 비슷하게 이번에도 각 중간관리자들이 생각하는 여러 사람, 조직 사이의 역학 관계를 고려해 외부로 나가기 전 팀에서 나온 의견의 온도를 강하게 조절하곤 합니다. 이 과정을 거치며 개인이나 팀 수준에서 나왔던 좀 더 날 선 모양의 언어나 입장이 교정되어 이전에 비해서는 훨씬 덜 심각한 모양으로 바뀝니다. 사실 우리들이 각 요구사항의 중요도에 따라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다면 이런 과정은 불필요하지만 우리 모두는 감정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중간관리자의 이런 개입은 문제를 완화하는데 아주 큰 역할을 합니다. 다만 이런 과정을 중간관리자, 상위관리자 등 여러 단계를 거치는 사이에 여러 차례 반복하며 온도가 점점 낮아져 고위 의사결정자 수준에 도달할 때가 되면 이전에는 훨씬 온도가 높고 날카로운 표현이었던 요구사항들이 마치 민항기 조종사들이 받은 훈련의 결과로 긴급 상황을 침착하고 담담하게 보고하는 것과 비슷한 모양의 목록이 될 때도 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각 항목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여러 차례에 걸쳐 온도가 점점 더 낮은 표현으로 수정된 여러 항목이 실제로 일으키는 문제에 대한 깊은 경험과 공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무미건조한 언어로 서술된 문제들로부터 개선을 이끌어낼 수도 있겠지만 이런 과정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훈련 되지 않은 사람들은 그저 프로젝트 전체로부터 수집된 요구사항 목록을 별 일 아닌 것으로 치부하고 행간에 숨겨진 온도를 눈치채지 못한 채 자리를 마쳐 버릴 위험도 없지 않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처음에는 꽤 날 선 모양이었던 언어가 여러 관리자들의 필터를 거치며 납작하게 눌린 모양으로 서술 되는 대표적인 표현에는 ‘소통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가 있습니다. 여러 사람에 의해 다듬어진 끝에 마지막에 나타난 말은 이렇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이 말이 나오기까지 여러 단계의 조직들로부터 나타난 말은 저렇게 단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조직의 가장 아래쪽까지 내려가면 누군가 작업 진행 상황을 알려주지 않아 마일스톤 기간 후반에 가서 큰 문제를 겪었거나 변경 사항이 전파되지 않은 채 업무가 진행되어 결국 성과를 내는데 실패해 억울해 하는 상황들이 여러 단계를 거쳐 위로 올라가며 저런 납작한 표현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 납작한 표현에는 여러 사람들의 어려움과 감정이 포함되어 있고 이 문장이 여러 사람들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지금의 건조하고 납작한 모양이 되었음을 감안한다면 이 주제를 그리 단순하게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문장이 납작해진 끝에 문장의 맥락은 그 자리에 참여한 사람들의 머릿속에만 들어 있고 납작한 문장에 기반해 실제 사례를 공유하며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은 그리 효율적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표현이 납작해진 결과 이게 정확히 무슨 문제를 해결하려는 문장인지, 어떤 문제가 일어났는지, 사람들이 어떤 결과를 겪었는지 같은 중요한 정보들은 이미 사라진 다음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하더라도 잘 와 닿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여러 중간관리자들의 정치적 판단에 의해 납작해지기 이전 상태의 문서를 직접 읽는 것을 훨씬 더 선호합니다. 이런 문서들에는 각자의 머리 속에서 튀어나온 울분, 실망, 고통 같은 날것 그대로의 감정이 드러나고 이런 감정은 각 상황에 대해 각자가 느끼는 실제 중요성에 공감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감정을 유발하는 상황은 항상 둘 이상의 서로 다른 사람이나 조직에 따른 각기 다른 입장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 쪽의 의견만 듣고 판단하는 것은 몹시 위험하지만 적어도 단위 조직 수준에서 각자의 감정이 드러난 의견을 보고 단위 조직 수준에서 해결할 문제의 우선순위를 판단하는데는 아주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단위 조직 수준에서 포스트모템을 통해 요구사항을 기록하는 사람들 각각은 단위 조직을 아무리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동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라는 한계를 똑같이 가지고 있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점점 더 세계 각지의 문화에 따른 각자의 행동 차이가 줄어드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우리들은 여전히 동아시아의 문화에 기반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고 여기에는 여전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려는 강한 압력이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단위 조직에서 처음 받은 포스트모템에서조차 고위 의사결정자들 앞에 놓인 여러 차례의 필터링을 거친 표현이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를 작성한 개인의 감정과 맥락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맨 처음부터 이런 표현이 등장하면 아예 문제 자체를 파악할 수 없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 전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단위 조직에서 처음 나타난 의견에 ‘소통이 원활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보고 이를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 것인지 한숨을 내쉬며 고민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 말을 누가, 어느 위치에 있는 사람이 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령 구성원 각각이 이렇게 말했다면 좀 더 자세한 상황을 알려달라고 해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을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그런데 단위 조직의 중간관리자가 이렇게 말했다면 상황은 조금 더 어려워집니다. 개인적으로는 소통이라는 표현을 굉장히 싫어하고 이 말을 사용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이 말이 실제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다는 말이기는 하지만 그렇다면 소통이 안 된다는 말은 뜻이 통하지 않았다는 말인지 아니면 오해가 있다는 말인지 확실하지 않으며 소통을 잘 했으면 좋겠다는 말 역시 정확히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전혀 나타내고 있지 못합니다. 그렇다 보니 이런 전혀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이 단위 조직에 나타났다면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높은 확률로 구성원 개개인보다는 중간관리자 수준에서 나타나는 것을 더 많이 봐 왔는데 이들의 관점에서 소통은 자신이 필요로 하는 정보가 적당한 시점에 자신에게 도달하지 않은 상태를 경험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제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원활한 소통의 의미는 높은 확률로 보고 실패를 의미한다고 봅니다. 중간관리자는 그 스스로가 자기파괴적 마이크로컨트롤러가 아닌 이상 단위 조직이나 주변의 다른 조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파악하기는 아주 어렵습니다. 물론 최대한 그러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그런 노력을 조금만 게을리해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일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을 완화해 주는 행동이 바로 보고인데 종종 이 보고라는 단어가 썩 안전하게 느껴지지 않거나 너무 딱딱하게 느끼기 때문인지 애매한 ‘공유’라는 단어로 바꿔 부르곤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중간관리자가 적절한 정보를 적당한 시점에 획득해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해서는 느슨한 의미의 공유가 아니라 보다 본격적인 의미의 보고가 필요합니다. 보고가 일어나지 않으면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주변에서 일어나는 업무 진행을 따라갈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때문에 좀 부드러운 말로는 공유, 좀 더 딱딱한 말로는 보고가 필요하며 소통이 잘 안 된다고 표현된 말은 대체로 보고 실패라고 해석합니다.
소통이 부족하다고 표현된 중간관리자의 표현에 기반한 가상의 상황을 상상해보면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주변에서 이미 실행 중인 다른 부서의 업무 정보를 확인하지 못해 이상한 소리를 했을 수 있습니다. 가령 이미 다른 부서에서 진행 중인 업무가 아직 진행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관련자들을 닥달하거나 이번 마일스톤에 이미 수행하지 않기로 한 업무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 그 업무의 결과를 가정한 업무 계획을 세웠다가 마일스톤 후반에 가서야 문제를 발견하고 충분한 성과를 내는데 실패했을 수 있습니다. 조금 더 들어가면 내가 필요한 정보가 적당한 시점에 나에게 도달하지 않았음을 소통이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느슨한 말로 표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표현은 고위 의사결정자들이 모인 자리에 올라가기에는 적당한 표현처럼 보입니다. 이런 표현이 거기까지 올라가면 다들 대강 어떤 이유로 이런 아무 의미 없는 표현이 그 자리까지 올라왔는지 이해할 테고 회의록을 읽기 편한 모양으로 특정 채팅 채널에 공유한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도출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단위 조직 수준에서 이런 표현이 튀어나오면 사실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습니다. 단위 조직 내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해볼 여지가 있지만 단위 조직의 중간관리자 수준의 권한으로는 주변에 있는 다른 단위 조직에 ‘소통’을 요구하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도출하고 협의하기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단위 조직 수준에서 마일스톤을 마무리하고 포스트모템을 수행할 때는 최대한 안전한 분위기를 만들어 각자가 경험한 사건과 감정이 최대한 그대로 드러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중간관리자가 정치적 입장을 고려해 필터링하되 각 항목의 중요성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고위 의사결정자들 앞에 놓인 여러 사람의 필터를 거친 요구사항에는 소통이 원활하지 않다는 모호한 표현이 올라갈 수 없지는 않다고 생각하지만 단위 조직 수준에서 이런 모호한 표현이 나타나면 일단 단위 조직 스스로가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도출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이런 모호한 표현은 여러 단계의 필터를 거치며 아예 사라지거나 맥락 없는 요구사항으로 남아 고위 의사결정자들까지 도달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겁니다. 소통이 원활해졌으면 한다는 말은 그 의미를 전혀 모르지 않지만 이런 표현은 고위 의사결정자들이 받는 요구사항 수준에 도달하는 동안 각자의 정치적 입장에 의해 여러 차례 필터링 된 결과여야만 합니다. 단위 조직 수준에서 이런 모호한 표현이 나오지 않도록 하위 중간관리자들이 신경 써야 합니다.
이번 62호에도 지난 2주간 공유한 이야기를 함께 보내 드립니다.




지난 몇 주 동안 당신을 수학자로 만들어줄 챌린지를 보고 파워타워프랙탈을 그려보는데 자투리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저 복소평면을 구성하는 각 복소수에 무한번 - 사실은 500번 - 의 지수연산을 수행한 다음 결과가 발산하는지 아니면 수렴하는지에 따라 서로 다른 색상의 점으로 나타냈을 뿐인데 그 결과가 복소평면에 걸쳐 아름다운 패턴을 나타내는 점이 엄청나게 매력적이었습니다.

복소평면의 0, 0 지점으로부터 계산한 결과일 뿐인데도 이런 신비로운 패턴이 나타날 뿐 아니라 어디를 확대하든, 또 약간이기는 하지만 이 전체를 축소하든 정말 기묘한 패턴들이 계속해서 나타나 제 컴퓨터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한동안 복소평면의 여러 지점을 확대해 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사실 이쯤 되면 슬로안 스카이 서베이처럼 계산 결과를 공유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지만 일단 저는 챌린지 규칙에서 인스타그램에 올려 보자는 규칙을 무시하고 저 혼자 조용히 이 재미있는 패턴 만드는 놀이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살펴본 패턴은 다음 글에 정리해 놓았으니 살펴보세요.

이 패턴을 만들어 보는데 관심이 생기셨다면 'mytetration'을 참고하시면 됩니다. 그러면 저는 또 2주 뒤에 뵙겠습니다.